四悉檀中(사실단중) 一切十二部經(일체십이부경) 八萬四千法藏(팔만사천법장)
皆是實 無相違背(개시실 무상위배)
네 가지 실단 속에 일체의 12부경과 8만 4천 법(가르침)의 창고가 들어 있나니, 실로 이 모두는 서로 위배되지 않느니라.
(사실단(四悉壇) 속에 십이부경(十二部經) 일체가 들어있고 8만4천 참된 가르침(法)이 담겨 있어서, 이러함이 실상(實相)이고 인연의 10가지 모습인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이라는 오진(五塵)과 남(男) 여(女), 생(生) 주(住) 멸(滅)이라는 현상과 작용(法)을 멀리 여의어서 아무런 얽매임이나 붙들림이 없는 무상(無相)과 어긋나거나 그릇됨이 없는 것입니다.)
실단(悉檀, siddhanta)이란 부처님께서 중생을 교화하는 방법으로, 실(悉)은 변(두루, 보편)의 의미이고 단(檀)은 시(施, 보시)라는 의미다.
세계실단(世界悉檀)= 세계(世界)란 세간사(世間事) 또는 세속(世俗)의 일이라는 뜻입니다. 세속적인 것을 설하되, 그 세속적인 것 중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알맞는 것을 선택하여 차차 인도(引導)해서, 마침내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게 하여 주는 것입니다. 세계실단이라는 자비의 마음이 없이는 좀처럼 일반 사람은 불교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당장 저녁 먹을 끼니가 없어 배고픈 사람에게는 먹을 것부터 주고 서서히 마음을 열게 하고, 헐벗은 사람에게는 입을 것부터 주고 얘기를 꺼내야 합니다. 그러한 세속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차차 깊이 설해 나가는 그것이 세계실단입니다.
*12부경(部經, dvādaśāńga-dharmapravacana)= 서기(西紀) 일 세기 경까지는 불경(佛經)이 찬드라 족이라는 브라만 계급에 의해 구전으로 전승 되었으며, 이들은 동공에 눈동자가 두 개여서 중국 사람들이 첩동신안(疊瞳神眼)이라 불렀습니다.
아난존자와 같이 이들도 한 번 들은 경문(經文)을 잊지 않고 모두 외울 수 있기에 패엽(貝葉)에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로 기록되기 전에는 이들에 의해 불경(佛經)이 전해졌으며, 이러함으로 경(經)의 처음을 아함(阿含)이라 부르게 되었고 그 뜻은 범어로 아가마(āgama)라 하니 한문으로 풀면 전설(傳說)이 됩니다. 이러함으로 불경(佛經)은 아함경(阿含經)으로 시작되어 경의 어머니라고 불리니, 이 아함경을 통해 경(經)을 12 부분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용과 형식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12분교(分敎) 혹은 12분성교(分聖敎)라고도 한다.
①관경(貫經)= 경(經, sūtra), 산문형식의 경설이며 수다라(修多羅), 수트라(sūtra)라고 합니다.
②기야경(祇夜經)=중송(重頌, geya), 응송(應頌) 노래(歌)라 하며 음역하여 기야(祇夜)산문형식에 교설에 운문의 게송을 붙여 그 내용을 거듭 나타낸 형식.
③기별(記別, vyākaraṇa):문답체에 의한 교설. 수기경(受記經)는 수기(受記) 기답(記答) 기설(記說) 기별(記別) 기별(記莂) 설(說) 등이라 하고 음역하여 화가라(和伽羅) 내지는 화가라나(和伽羅那)이며 문법(文法)이라는 뜻을 담고도 있습니다.
④게경(偈經)=게(偈, gāthā): 산문이 없이 운문만으로 이루어진 교설이며, 고기송(孤起頌) 내지는 송(頌)이라 하고 음역하여 가타(伽陀) 게타(偈陀)라 합니다.
⑤법구경(法句經)=자설(自說, udāna), 스스로의 감흥에 의해 설해진 교설이며, 무문자설(無問自說) 자설(自說) 자설경(自說經) 감흥게(感興偈) 감흥어(感興語)라고 하고 음역하여 우타나(優陀那)라 합니다.
⑥상응경(相應經)=여시어(如是語, ityuktaka),‘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교설이며, 여시법(如是法) 본사(本事)라 하고 음역하여 이제불다가(伊帝弗多迦) 이제왈다가(伊帝曰多伽) 이제목다가(伊帝目多伽)라 합니다.
⑦본연경(本緣經)=본생(本生, jātaka), 부처님의 전생이야기이며, 본생담(本生譚)이라고도 하고 음역하여 사다가(闍多伽)라 합니다.
⑧광경(廣經)=방광(方廣, vaipulya), 제자들이 환희를 거듭하면서 질문을 거듭해 가는 일종의 교리문답으로 방등(方等) 광박(廣博)이라 하고 음역하여 비부략(毗浮略) 비불략(毗佛略) 비부라(毘富羅)라 합니다.
⑨미증유경(未曾有經)= 미증유법(未曾有法, adbhutadharma), 부처님 및 불제자들의 뛰어난 덕상을 찬탄하는 교설이며, 희법(稀法)이라 하고 음역하여 아부다달마(阿浮多達磨) 아부달마(阿浮達磨)라 합니다.
⑩천본경(天本經)=인연(因緣, nidāna), 경과 율들이 설해지게 된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인연담(因緣譚) 연기(緣起)라 하고 음역하여 니타나(尼陀那)라 합니다.
⑪증유경(證喩經)=비유(譬喩, avādana), 주로 부처님 이외의 인물들에 대한 전생이야기이며, 비유경(譬喩經) 비유담(譬喩譚)이라 하고 음역하여 아파타나(阿波陀那)라 합니다.
⑫대교경(大教經)=논의(論議, upadeśa), 부처님이나 불제자들이 간략한 경설을 자세히 해석한 것으로, 축분별소설(逐分別所說)라 하고 음역하여 우파제사(優波提舍)라 합니다.
佛法中有 以世界悉檀故 實(불법중유 이세계실단고 실)
불법 가운데의 유는 세계실단인 까닭에 실유이며,
(불법(佛法)속에 담겨있는 실상(實相)은, 세계실단(世界悉壇)이 있는 까닭에 실상(實相)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고,)
有以各各爲人悉檀故 實(실유이각각 위인실단고 실)
각각위인실단인 까닭에 실유이며,
(각각위인실단(各各為人悉檀)이 있는 까닭에 실상(實相)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며,)
有以對治悉檀故 實(유이대치실단고 실)
대치실단인 까닭에 실유이며,
(대치실단(對治悉檀)이 있는 까닭에 실상(實相)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고,)
有以第一義悉檀故 實(유이제일의실단고 실)
제일의제실단인 까닭에 실유인 것이다.
(제일의실단(第一義悉壇)이 있는 까닭에 실상(實相)이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有世界者(유세계자) 有法從因緣和合故 有(유법종인연화합고 유) 無別性(무별성)
세계실단이라 함은 어떤 법이 인연 화합하는 까닭에 있을지언정 별달리 성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며,
(후세의 실마리가 되는 업(業)을 짓게 하는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진 모습에 의해 일어는 모든 현상과 작용(有法)이 인연의 화합 때문에 있게 된 것으로 그 속 어디에도 분별할 수 있는 정(定)해진 자성(自性)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譬如車轅 軸 輻 輞 等和合故 有(비여차원축복방 등화합고유) 無別車(무별차)
轅 끌채 원, 軸 굴대 축, 輻 바퀴살 복, 바퀴살 부【俗】폭, 輞 바퀴테 망, 바퀴 테 망
비유하자면 마치 수레가 빗장과 축, 바퀴살과 바퀴 등이 화합한 까닭에 있을 뿐, 달리 수레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비유하자면 마치 수레가 끌채와 굴대, 바퀴살과 바퀴의 테두리 등이 어울려 수레가 되는 까닭에 이러한 것들을 따로 떼어서는 그 어디에도 수레를 찾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人亦如是(인역여시) 五衆和合故有(오중화합고유) 無別人(무별인)
사람도 그와 같아서 5온=五衆이 화합한 까닭에 있을지언정 달리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색수상행식(色受相行識)이라는 오중[五衆 오온(五蘊)]의 화합에 의해 사람이 있게 된 것으로 오온을 하나하나 나누게 되면 그 어디에도 분별할 수 있는 정(定)해진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5온[五衆]= pañca-skandha. 존재를 이루는 다섯 부류, 곧 색온(色蘊)․수온(受蘊)․상온(想蘊)․행온(行蘊)․식온(識蘊)을 말한다. 이 다섯 부류가 모여 비로소 개아를 이루는데, 이른바 신심(身心)의 불교적 표현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若無世界悉檀者(약무세계실단자) 佛是實語人(불시실어인) 云何言(운하언)
만약 세계실단이 없다면 부처님은 진실한 말씀을 하시는 분인데, 어찌하여
我以淸淨天眼(아이청정천안) 見諸衆生(견제중생) 隨善惡業(수선악업)
死此生彼受果報(사차생피수과보)
'내가 청정한 천안으로 모든 중생들을 보니, 선악의 업을 따라 여기에서 죽어서 저기에 태어나서 과보를 받되
善業者生天人中(선업자생천인중) 惡業者墮三惡道(악업자타삼암도)?
착한 업을 지은 이는 하늘이나 인간 가운데 태어나고, 악한 업을 짓는 이는 3악도에 떨어진다'고 하셨겠는가?
3악도(惡道)= tridurgati. 지옥․아귀․축생의 셋을 가리킨다. 악도(惡道, durgati)란 괴로움의 세계를 가리킨다.
復次經言(부차경언) 一人出世多人蒙慶(일인출세다인몽경)
福樂饒益佛世尊也(복락요익불세존야)
또한 경에서 '한 분이 세간을 벗어나면, 여러 사람이 경사와 복덕의 즐거움=福樂의 이익을 얻나니, 이 분이 불세존이시다'고 하였으며,
如法句中說(여법구중설) 神自能救神(신자능구신) 他人安能救(타인안능구)
'법구경'에서는 '신(ātman)이 스스로 신을 구할 수 있으면 능히 다른 신도 구할 수 있거니와, 사람도 스스로를 구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도 편안할 수 있도록 능히 구할 수 있으리라,
法句經= 법집요송경(法集要頌經)
神自行善智(신자생선지) 是最能自救(시최능자구)
신이 스스로 선을 행하는 것이 지혜=智이니, 이것이야말로 능히 스스로를 구하는 것에 있어 으뜸 아니겠는가'라는 말씀과 같은 것입니다.
如 甁沙王迎經中佛說(여병사왕영경중불설) 甁 병 병
마치 부처님께서 '병사왕영경'에서
凡人不聞法(범인불문법) 凡人著於我(범인착어아)
'범부는 참된 가르침=법을 듣지 못하고, 범부는 나에 집착한다'고 하셨으며,
(부처님께서, “세간에 사는 범부들은 참된 가르침(法)을 들으려 하지 않고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진 ‘나’라는 모습의 그 어딘가에 무언가 정(定)해진 실상(實相)이 있다는 삿된 견해에 집착하고 있느니라.”고 하신 말씀과 같은 것입니다.)
又 佛二夜經中說(우불이야경중설) 佛初得道夜(불초득도야) 至般涅槃夜(지반열반야)
是二夜中閒所說經教(시이야중간소설경교) 一切皆實不顚倒(일체개실부전도)
또한 불이야경에서 '부처가 처음으로 도를 얻은 저녁부터 반열반에 든 저녁에 이르기까지 두 밤사이에 설하신 경교는 모두 다 진실하여 전도됨이 없다”고 하셨으며,
(또, 불이야경(佛二夜經)에서도, “한밤중에 생사고해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오직 하나뿐인 참된 길(道)의 끝자락에서 무상정등정각을 터득하시고 나아가 한밤중에 반열반에 드실 때까지, 이렇게 두 밤사이에 말씀하신 경(經)과 교(敎)는 일체가 하나같이 실상(實相)에 대한 것이어서 뒤바뀜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若實無人者(약실무인자) 佛云何言(불운하언) 我天眼見衆生(아천안견중생)?
만일 참으로 사람이 없다면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내가 천안으로 중생을 본다'고 하셨겠는가?
(만약 사람의 그 어디에도 무언가 정(定)해진 실상(實相)이 없는 것이라면,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내가 천안으로 중생을 보느니라.”고 말씀하셨겠습니까?)
是故當知有人者(시고당지유인자) 世界悉檀(세계실단)
故非是第一義悉檀(고비시제일의실단)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하니,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세계실단인 까닭이지 제일의실단이 아니니라.
(이러한 까닭에 사람의 그 어딘가에 무언가 정(定)해진 실상(實相)이 있는 것은 세계실단(世界悉壇)인 까닭이지 제일의실단(第一義悉壇)이 아닌 것입니다.)
問曰(문왈) 第一悉檀是眞實(제일실단시진실) 實故名第一(실고명제일)
餘者不應實(여자불응실)
묻나니, 제일의실단은 진실하고, 진실하기 때문에 제일의라 한다면 나머지는 진실치 않다는 것입니까?
答曰 不然(답왈 불연) 是四悉檀各各有實(시사실단각각유실) 如如 法性 實際(여여 법성 실제)
답하나니, 그렇지는 않다. 이 네 가지 실단에는 각각 진실함이 있으니, 여여함과 법성과 실제는
여여(如如)= tathatā. 있는 그대로의 모습, 진리. 진여(眞如)
법성(法性)= dharmatā. 존재의 모습, 제법의 진실된 본성
실제(實際)=bhūta-koṭi. 진리의 경계
世界悉檀故無(세계실단고무) 第一義悉檀故有(제일의실단고유)
세계실단이기에 없고, 제일의실단이기에 있는 것이니라.
人等亦如是(인등역여시) 世界悉檀故有(세계실단고유)
사람 등도 그와 같아서 세계실단이기에 있고
(중생도 이와 같이 제일의(第一義)인 까닭에 그 어디에도 무언가 정(定)해진 실상(實相)이 없다고 하거니와, 세계실단인 까닭에 후세의 실마리가 되는 업(業)을 짓게 하는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진 모습에 의해 일어나게 되는 “유(有)”가 있는 것입니다.)
第一義悉檀故無(제일의실단고무) 所以者何(소이자하)
人五衆因緣有故有是人等(인오중인연유고유시인등)
제일의실단이기에 없으니, 왜냐하면 사람은 5중의 인연으로 사람 등이 있기 때문이니라.
(오온(五蘊)이라는 인연으로 후세의 실마리가 되는 업(業)을 짓게 하는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진 모습에 의해 일어나게 되는 “유(有)”가 있게 된 까닭에 사람이 인연화합으로 있게 된 것입니다.)
譬如乳色香味觸(비여유색향미촉) 因緣有故有是乳(인연유고유시유)
마치 젖이 색과 냄새와 맛과 촉감의 인연 때문에 젖이란 것이 있는 것과 같으니,
(비유하자면 마치 젖이 사대(四大)의 실마리(種)가 되는 색향미촉(色香味觸)이라는 유위법(有爲法)의 맨 처음 인연이 있게 된 까닭에 인연화합으로 젖이 있게 되는 것이거니와,)
若乳實無(약유실무) 乳因緣亦應無(유인연역응무)
만약 젖이 진실로 없다면 젖의 인연도 없어야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젖의 그 어디에도 무언가 정(定)해진 자성(自性)이 없는 것이라면, 젖이 만들어지게 되는 인연의 그 어디에도 무언가 정(定)해진 실상(實相)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今乳因緣實有故(금유인연실유고) 乳亦應有(유역응유)
지금 젖의 인연이 진실로 있기 때문에 젖도 당연히 있는 것이다.
(지금 젖이 인연을 실상(實相)으로 인해 있게 된 까닭에 젖도 마땅히 있게 되는 것이거니와,)
非如一人(비여일인) 第二頭 第三手(제이두 제삼수) 無因緣而有假名(무인연이유가명)
마치 어떤 사람에게 두 번째 머리나 세 번째 손과 같이, 인연 없이 거짓 이름만 있는 경우와는 다른 것입니다.
(마치 사람에게 두 번째 머리 세 번째 손이 없다는 것은, 그 어딘가에 무언가 정(定)해진 실상(實相)이 있다는 삿된 견해를 지니지 않게 하듯이, 인연화합에 의해 있게 된 것에는 무언가 정(定)해진 실상(實相)이 없어 말과 글로 표현하기 위해 잠시 붙여진 이름(名)과 같은 것입니다.)
如是等相(여시등상) 名爲世界悉檀(명위세계실단)
이러한 모습을 세계실단의 모습=相이라 합니다.
(이와 같이 어느 것 하나 치우침 없는 실상(實相)을 “세계실단(世界悉壇)의 모습”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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