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智度論釋初品中  十八空義 第四十八 卷三十一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48. 초품  십팔공(十八空) 뜻을 풀이함 10

 

問曰:有始法亦是邪見,應當破,何以但說破無始?

묻나니, 비롯됨이 있는 유시법(有始法) 또한 역시 사견(邪見)이므로 마땅히 깨뜨려야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단지 비롯됨이 없는 무시(無始)를 깨뜨리는 것만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答曰:有始是大惑。所以者何?若有始者,初身則無罪福因緣而生善惡處。若從罪福因緣而生,不名爲初身。何以故?若有罪福,則從前身受後身故。

답하나니, 유시(有始)라고 하는 것은 크게 미혹된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유시(有始)라면, 최초 받은 몸은 죄와 복의 인연이 없을 것이거늘, 선처(善處) 악처(惡處) 태어나게 되는 것이며,

만약 죄와 복의 인연으로 태어나는 것이라면 최초에 받은 몸이라 하지 못하나니, 만약 죄와 복이 있다면 앞의 몸으로 인하여 그 뒤 몸을 받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若世閒無始,無如是咎。是故菩薩先已捨是麤惡邪見。菩薩常習用無始,念衆生故說無始,常行因緣法故,言法無始,未得一切智故,或於無始中錯謬,是故說無始空。

만약 세간이 무시(無始)라면 이러한 허물이 없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살은 이미 그러한 추한 사견을 버렸나니, 보살은 항상 무시(無始)라는 생각을 익히고 중생을 생각하는 까닭에 무시(無始)를 말하는 것이며, 

항상 인연의 법을 행하기 때문에 법은 무시(無始)라고 말하는 것이며,

아직은 일체지(一切智)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무시(無始)라는 것에 착오가 있기도 하기 때문에 무시공(無始空)을 말씀하는 것이다.

 

復次,無始已破有始,不須空破有始;今欲破無始,故說無始空。

또한 무시(無始)로 이미 유시(有始)를 깨뜨렸다면 공(空)으로써 유시(有始)를 깨뜨릴 필요가 없는 것이나, 지금은 무시(無始)를 깨뜨리고자 하는 까닭에 무시공(無始空)을 말씀하신 것이다.

 

問曰:若無始破有始者,有始亦能破無始,汝何以言“但以空破無始”?

묻나니, 만약 무시(無始)로써 유시(有始)를 깨뜨렸다면, 

유시(有始)로써 역시 무시(無始)를 깨뜨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다만 공만으로써 무시(無始)를 깨뜨릴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까?

 

荅曰:是二雖皆邪見,而有差別:有始,起諸煩惱、邪見因緣;無始,起慈悲及正見因緣。所以者何?念衆生受無始世苦惱而生悲心,知從身次第生身,相續不斷,便知罪福果報而生正見。

답하나니, 무시와 유시 둘 모두는 비록견이기는 하나 차별이 있으니,

비롯됨이 있다는 유시(有始) 모든 번뇌와 사견 일으키는 인연이 되고, 

비롯됨이 없다는 무시(無始) 것은 자비와 정견(正見) 일으키는 인연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생들이 무시이래로 세상의 고뇌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서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는 것이니, 몸으로부터 차례로 몸을 받으면서 상속을 거듭하여 끊어지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니,  

 죄와 복의 과보를 알면서 바른 소견의 정견(正見)내기 때문이다.

 

若人不著無始,卽是助道善法;若取相生著,卽是邪見,如常、無常見。

만약 사람이 무시(無始)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도를 돕는 조도(助道)의 선법(善法)이 되지, 만약 상(相) 취하면서 집착하게 된다면  삿된 소견이 되는 것이니,

마치 항상하다는 상(常)과 무상(無常)하다 소견과 같은 것이다.

 

有始見雖破無始見,不能畢竟破無始;無始能畢竟破有始,是故無始爲勝。

비롯됨이 있다는 소견의 유시견(有始見) 비록 비롯됨이 없다는 무시견(無始見) 깨뜨린다고 하여 필경에는 무시(無始)를 깨뜨릴 수는 없는 것이니, 무시(無始)가 필경에는 능히 유시(有始)를 파하게 되는 것이라. 

 때문에 무시(無始)가 뛰어난 것이다.

 

如善破不善,不善破善;雖互相破,而善能畢竟破惡,如得賢聖道,永不作惡。

마치 착한 선(善) 착하지 않은 불선(不善) 깨뜨리고, 불선(不善) 선(善) 깨뜨리는 것과 같이 비록 서로가 서로를 깨뜨린다 하여도 필경에는 선(善) 불선(不善) 깨뜨리게 되는 것과 같으며, 

마치 현성(賢聖)의 도를 얻게 되면 영원히 () 짓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惡法則不然,勢力微薄故;如人雖起五逆罪,斷善根,墮地獄,久不過一劫因緣得脫地獄,終成道果。

 법(惡法)은  그렇지 못하나니, 세력이 미약하고 천박하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이 비록 오역죄(五逆罪) 지어서 선근(善根) 끊고 지옥에 떨어진다 하여, 길게는  () 지나서 인연에 의하여 지옥을 벗어나게 되어 마침내는 도과(道果) 이루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無始、有始優劣不同,亦如是。以無始力大故,能破有始,是故不說有始空。

무시(無始)와 유시(有始) 우열이 같지 않다는  역시 그와 같은 것으로, 무시(無始) 힘이 크기 때문에 유시(有始)를 깨뜨리게 되나니,  때문에 유시공(有始空)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

 

“散空”者,“散”名別離相。如諸法和合故有,如車以輻、輞、轅、轂,衆合爲車;若離散各在一處,則失車名。五衆和合因緣,故名爲人;若別離五衆,人不可得。

산공(散空, avakāraśūnyatā)이라 함이란, ()은 (인연이) 따로 떨어져서 흩어지는 이상(離相) 말하는 것이니, 마치법이 화합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과 같으며,

마치 수레는 바퀴살과 바퀴테와 끌채와 바퀴통의 여러 가지가 합쳐서 수레가 되지만, 만일 분리하여 흩어서 각각 다른 곳에 두게 되 곧 수레라 부를 수 없는 것과 같이,

5(衆, 오온) 화합한 인연 때문에 사람이라  , 만약 오중이 따로따로 떨어지게 되면 사람이란 얻을  없는 것이다.

 

問曰:若如是說,但破假名而不破色;亦如離散輻、輞可破車名,不破輻、輞。散空亦如是,但離散五衆,可破人,而不破色等五衆!

묻나니, 만약 그렇게 설명하신다면 임시로 붙인 가명(假名)만을 깨뜨릴 , 색(色, 물질) 깨뜨리지 못하는 것이, 마치 바퀴살과 바퀴테가 떨어져 흩어지면 수레라는 이름은 깨뜨릴  있으되 바퀴살과 바퀴테는 깨뜨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산공(散空) 역시 그와 같아서 오중이 떨어져 흩어지면 사람만을 깨뜨릴  있을  색(色, 물질) 등 오중은 깨뜨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答曰:色等亦是假名破。所以者何?和合微塵假名爲色故。

답하나니, 색(色, 물질) 등 임시로 붙인 가명(假名)이라 깨뜨릴 수 있으니, 왜냐하면, 작은 미진(微塵) 화합한 것을 임시로 가명(假名)을 붙여 색(色, 물질)이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問曰:我不受微塵;今以可見者爲色,是實爲有,云何散而爲空?

묻나니, 저는 미진(微塵)에 관한 이론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지금   있는 것을 색(色, 물질)이라 하는 것이, 이것은 진실로 존재하는 것인데 어찌하여 흩어져서 공(空)이 된다고 하시는 것입니까?

 

答曰:若除微塵,四大和合因緣生出可見色,亦是假名。如四方風和合扇水,則生沫聚,四大和合成色亦如是,若離散四大,則無有色。

답하나니, 설령 미진(微塵)은 제외한다 하여도 사대(四大) 화합한 인연으로 생기게 되어   있는 색(色, 물질)것이니, 역시 이것도 가명(假名)인 것이다. 

마치 사방의 바람이 화합하여 물위를 불어 가면 거품 덩이 생겨나듯이, 4대가 화합하여 물질을 이루는  역시 그와 같은 것이니, 만약 4대가 떨어져 흩어지게 되면 색(色, 물질)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

 

復次,是色以香、味、觸及四大和合故有色可見,除諸香、味、觸等更無別色。以智分別,各各離散,色不可得。

또한 색(色, 물질) 향(香, 냄새)ㆍ미(味, 맛)ㆍ촉(觸, 닿임) 등의 4대가 화합한 것이기 때문에 색(色, 물질)으로써   있는 것이나, 모든 향(香, 냄새)ㆍ미(味, 맛)ㆍ촉(觸, 닿임) 등을 제외하여 버리면 색(色, 물질) 없게 되는 것이니, 지혜로써 분별하여 보면 저마다 떨어지고 흩어져서 색(色, 물질) 얻을  없는 것이다.

 

若色實有,捨此諸法,應別有色,而更無別色。是故經言:“所有色皆從四大和合有" 和合有故皆是假名,假名故可散。

만약 색(色, 물질)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법을 버리고도 따로 색(色, 물질) 응당 있어야 하는 것이나, 제법을 버리고는 다시 색(色, 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존재하는 색(色, 물질) 모두 4() 화합함으로 인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하신 것이다. 

화합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모두 임시로 가명(假名)을 붙인 것이며,

가명(假名)을 붙인 것이 때문에 흩어 지게 되는 것이.

 

問曰:色假名故可散,四衆無色,云何可散?

묻나니, 가명(假名)으로 색(色, 물질)이라 하는 것이 때문에 흩어질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수상행식(受想行識)의 4()에는 색(色, 물질) 없는데 어찌하여 흩어져야 한다는 것입니까?

 

答曰:四陰亦是假名,生老住無常觀故,散而爲空。所以者何?生時異、老時異、住時異、無常時異故。

답하나니, 수상행식(受想行識)의 4() 역시 가명(假名)이며, 나고 늙고 머무르는 것으로 무상(無常)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흩어져 공(空)이 되는 것이. 

왜냐하면  때에 이미 달라지고 있으며, 늙을 때에도 달라지고 있으며, 머무르는 때에도 달라지고 있으며, 무상한 때에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復次,三世中觀是四衆,皆亦散滅。復次,心隨所緣,緣滅則滅,緣破則破。復次,此四衆不定,隨緣生故;譬如火,隨所燒處爲名,若離燒處,火不可得。因眼緣色生眼識,若離所緣,識不可得;餘情識亦如是。

또한 삼(三) 가운데에서  사중(四衆)을 관하여도 역시 모두 흩어져서 소멸되는 것이며,

또한 마음은 반연할 바의 소연(所緣)을 따르나, 그 대상이 없어지면  소멸하는 것이니, 그 대상이 무너져 버리면  스스로도 무너지는 것이며,  

또한  사중(四衆) 일정하지 않은 것이니, 반연할 바를 따라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불'이란 타는 것에 따라 이름지어진 것이니, 만약 타오르지 않는다면 '불'이라고 할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안(眼, 눈) 빛을 반연함으로 인하여 안식(眼識) 낳으나, 만약 반연할 바를 여의면 () 얻을  없는 것이니, 그 나머지 정식(情識)인 이식(耳識)ㆍ비식(鼻識)ㆍ설식(舌識)ㆍ신식(身識)ㆍ의식(意識)  역시 그와 같은 것이다.

 

정(情)이란 6근(根, indriya)을 말하며,  따라서 정식(情識)이란 안식(眼識)ㆍ이식(耳識)ㆍ비식(鼻識)ㆍ설식(舌識)ㆍ신식(身識)ㆍ의식(意識)이다.

 

如經中說:“佛告羅陁:‘此色衆破壞散滅,令無所有;餘衆亦如是" 是名散空。

마치 경에서 부처님께서 나타(羅陀, Rādha) 비구에게 말씀하시기를,  물질의 색중(色衆) 파괴되고 흩어지고 없어져서 끝내 없어지는 것이,  나머지 사중(四衆) 역시 그와 같은 것이다 하신 것과 같으니,

이러한 것을 산공(散空)이라 하는 것이.

 

“復次,譬如小兒,聚土爲臺殿、城郭、閭里、宮舍,或名爲米,或名爲麪,愛著守護;日暮將歸,其心捨離,踏壞散滅。凡夫人亦如是,未離欲故,於諸法中生愛著心;若得離欲,見諸法皆散壞棄捨" 是名散空。

또한 비유하자면, 어린아이가 흙을 모아서 궁전이나 성곽ㆍ마을ㆍ문ㆍ관청 등 만들기도 하고, 혹은 흙을 쌀이라 하기도 하고 혹은 밀가루라 하면서 애착하고 지키며 놀다가, 해가 저물어 집에 돌아 갈 때에는 그러한 마음을 모두 버리고는 밟아 무너뜨리고 흩어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 

범부 역시 그와 같아서 아직 욕망을 여의지 못한 때문에 가운데에서 애착하는 마음을 내나, 만약 욕망을 여의고법을 보게 된다면 그렇게 애착하던 바를 흩어 무너뜨리고 버리게 되나니, 이러함을 산공(散空)이라 하는 것이.

 

復次,諸法合集故,各有名字,凡夫人隨逐名字,生顚倒染著;佛爲說法,當觀其實,莫逐名字,有無皆空。

또한 제법이 모여서 합하였 때문에 저마다의 이름이 있게 된 것이며, 범부는 그 이름을 따르면서 뒤바뀐 생각을 일으키고 염착(染著)하나니,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기를 마땅히  실상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이름을 쫓아서는  되는 것이니, 있고 없다는 유무(有無) 모두가 공한 것이다 하신 것이다.

 

如『迦旃延經』說:“觀集諦則無無見,觀滅諦則無有見。”如是種種因緣是名散空。

마치 '가전연경(迦旃延經, Kātyāyanasūtra)'에서 “쌓임의 진리인 집제(集諦)를 관찰한다면  없다는 소견의 무견(無見)도  없어지고, 

사라짐의 진리인 멸제(滅諦)를 관찰하면  있다는 소견의 유견(有見)이 없어지는 것이다”고 말씀하신 바와 같으니, 이와 같은 갖가지의 인연을 바로 산공(散空)이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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