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智度論釋初品中  十八空義 第四十八 卷三十一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48. 초품 십팔공(十八空) 뜻을 풀이함 8

 

問曰:諸法不盡空。何以故?因緣所生法空,而因緣不空。譬如梁椽因緣和合,故名舍,舍空而梁椽不應空!

묻나니, 일체법은 다할 수 없는 불진(不盡)이므로 공하지 않습니. 

왜냐하면 () ()으로 생긴 법은 공(空)하다고 할 수 있지만 연은 공하지 않기 때문이니, 

비유하자면, 들보와 서까래의 인과 연이 화합한 까닭에 집이라  때, 집은 공하면서도 들보와 서까래는 공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答曰:因緣亦空,因緣不定故。譬如父子,父生故名爲子,生子故名爲父。

답하나니, 인(因)과 연(緣) 역시 공한 것이니, 인과 연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아버지와 아들 같은 것으로, 아버지가 낳았기 때문에 아들이라 하고,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아버지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復次,最後因緣,無所依止故;如山、河、樹木、衆生之類皆依止地,地依止水,水依止風,風依止虛空,虛空無所依止。若本無所依止,末亦無所依止。以是故,當知一切法畢竟空。

또한 최후까지도 인과 연은 의지하여 머무름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산과 강물과 초목과 중생의 무리 모두가 땅에 의지하고, 땅은 물에 의지하며, 물은 바람에 의지하고, 바람은 허공에 의지하되, 허공은 의지하는 곳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만약 근원의 본(本)이 의지하지 않는다면, 그 지엽의 말(末) 또한 의지함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일체법은 필경공(畢竟空)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

 

問曰:不然,諸法應有根本。如神通有所變化,所化雖虛,而化主不空!

묻나니,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제법에는 마땅히 근본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마치 신통(神通)으로 변화를 하였을 때에,  변화 것은 비록 거짓이라 할지라 변화하는 주인은 공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答曰:凡夫人見所化物不久故謂之爲空,化主久故謂之爲實。聖人見化主復從前世業因緣和合生,今世復集諸善法,得神通力,故能作化。

답하나니, 범부들이  때,  변화 물건은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공(空)이라고 여기고, 변화하는 주인은 오래 있기 때문에 진실이라고 여기지만,

성인은 변화하는 주인도 전생 업의 인연이 화합하여 생긴 것이고, 금생에서도 모든 착한 선법을 쌓아 모아서 신통의 힘을 얻었기 때문에 능히 변화를 짓는다고 보는 것이니, 

 

如『般若波羅蜜』後品中說:“有三種變化:煩惱變化、業變化、法變化 法法身也" 是故知化主亦空。

마치 '반야바라밀경(般若波羅蜜經)' 후품(後品)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으니,

'세 가지의 변화가 있으니, 번뇌의 변화인 번뇌화(煩惱變化)요, 

 변화인 업변화(業變化)요, 

 변화인 법변화(法變化)이다. - 여기에서 법변화의 법은 법신(法身)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때문에 변화하는 주인도 역시 공한 것임을 아는 것이다.

 

問曰:諸不牢固者,不實故應空;諸牢固物及實法不應空,如大地、須彌山、大海水、日、月、金剛等色實法,牢固故不應空。所以者何?地及須彌常住竟劫故;衆川有竭,海則常滿;日月周天,無有窮極。

묻나니, 모든 견고하지 않은 것들은 진실하지 않기 때문에 공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모든 견고한 물건과 진실한 실법(實法)은 당연히 공한 것이 아닌 것입니. 

마치 대지 수미산과  바닷물과 해와 달과 금강(金剛) 등의 물질은 진실한 실법(實法)이요 견고한 것이기 때문에 공하지 않은 것입니. 

왜냐하면, 대지와 수미산은 ()이 다하도록 항상 머물러 있는 것이 때문이며, 여러 하천들은 말라 버릴 수는 있지만,  바다는 항상 가득  있으며, 해와 달은 하늘을 돌아감에 다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又如凡人所見,虛妄不眞,故應空;聖人所得如及法性、眞際、涅槃相,應是實法,云何言畢竟皆空?

또한 범부가 보는 것은 허망하고 진실하지 않기 때문에 공하다고 할 수 있지만, 성인이 얻은 바의 여여(如如)한 법성(法性) 진제(眞際) 열반(涅槃) 상(相) 응당 진실한 실법(實法)이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필경에는 모두가 공하다고 하시는 것입니까?

 

復次,有爲法因緣生,故不實;無爲法不從因緣生,故應實,復云何言畢竟空?

또한 유위법은 인연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진실하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무위법은 인연으로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 때문에 응당 진실한 것이라고 하거늘 어찌하여 다시 필경공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答曰:堅固、不堅固不定,故皆空。所以者何?有人以此爲堅固,有人以此爲不堅固。如人以金剛爲牢固,帝釋手執,如人捉杖,不以爲牢固。

답하나니, 견고하고 견고하지 않은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 때문에 모두 공한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이것이 견고한 것이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이것이 견고한 것이 되지 않기 때문이니, 사람은 금강을 견고한 것으로 여기지만 제석(帝釋) 마치 사람이 손으로 지팡이를 잡듯 견고하게 여기지 않는 것과 같으며, 

 

又不知破金剛因緣,故以爲牢固;若知著龜甲上,以山羊角打破,則知不牢固。如七尺之身,以大海爲深;羅睺阿修羅王立大海中,膝出水上;以兩手隱須彌頂,下向觀忉利天喜見城,此則以海水爲淺。

또한 금강을 깨트릴 수 있는 인연을 모르기 때문에 견고하다고 하는 것이지만, 만약 금강을 거북의 껍질 위에 놓고 산양(山羊)의 뿔로 내려쳐서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견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알게 되는 것이다.

마치 일곱 자 키의 사람에게는  바다가 깊은 것이지만, 라후아수라왕(羅睺阿修羅王)이  바다 속에 들어가서 서면 무릎이  위로 나오고  손으로 수미산의 꼭대기를 가리면서 아래로는 도리천(忉利天)의 희견성(喜見城)을 내려다보게 되나니, 이 라후아수라왕은 바닷물이 얕은 것이라고 여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若短壽人以地爲常夂牢固,長壽者見地無常不牢固。如佛說『七日喩經』,佛告諸比丘:

또한 수명이 짧은 사람에게는 땅이 항상하게 오래 있는 것이고 견고한 것이 되지만, 오래도록 장수하는 이들은 땅이란 무상하고 견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나니,

마치 '불설칠일유경(佛說七日喩經, Saptasūryopamāsūtra)'에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신 바와 같으니, 

 

“一切有爲法,無常變異,皆歸磨滅。劫欲盡時,大旱積久,藥草樹木,皆悉燋枯。有第二日出,諸小流水,皆悉乾竭。第三日出,大河流水,亦都涸盡。第四日出,閻浮提中四大河及阿那婆達多池,皆亦空竭。第五日出,大海乾涸。第六日出,大地、須彌山等,皆悉煙出,如窯燒器。第七日出,悉皆熾然,無復煙氣;地及須彌乃至梵天,火皆然滿。

“일체의 유위법은 무상한 것이고 변하면서 모두가  닳아서 없어지는 것들이. 

() 다하려  때에  가뭄이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약초와 나무들이 모두  말라 죽게 되고,  번째의 해가 나오게 되면 조그맣게 흐르던 물들도 모두 바짝 마르게 되고,  번째의 해가 나오게 되면  강에서 흐르던 물들이 모두 말라버리게 되며,  번째의 해가 나오게 되면 염부제(閻浮提) 안의 사대하(四大河)와 아나바달다지(阿那婆達多池) 모두  바짝 말라버리게 되며,

다섯 번째의 해가 나오게 되면  바다가 바짝 말라버리고, 여섯 번째의 해가 나오게 되면 대지(大地) 수미산 등이 모두  연기를 뿜어내는 것이 마치 기와를 굽는 가마와 같이 되며, 일곱 번째의 해가 나오게 되면 모두가  활활 타서 연기조차도 없어지고 땅과 수미산과 범천(梵天)까지도 온통 불바다가 되고 마는 것이.

 

爾時,新生光音天者,見火怖畏言:‘旣燒梵宮,將無至此!’先生諸天慰喩後生天言:‘曾已有此,正燒梵宮,於彼而滅,不來至此。燒三千大千世界已,無復灰炭!’”

그 때에 광음천(光音天)에 새로 태어난 천인이  불을 보고 두려워하면서 말하기를 범궁(梵宮) 벌써  탔습니다. 불이 여기까지 번져 오지 않을까요라고 하면, 그보다 먼저  하늘들은  뒤에  하늘을 위로하며 말하기를 일찍이 여기에서 살고 있었는데 범궁까지 타고는, 그곳에서 꺼지게 되어서 여기까지는 번지지 않았소라고 하나니, 이렇게 삼천대천세계를  태운 뒤에는 재나 숯까지도 없어진다.”

 

佛語比丘:“如此大事,誰信之者?唯有眼見,乃能信耳!又,比丘!過去時,須涅多羅外道師,離欲行四梵行,無量弟子亦得離欲。須涅多羅作是念:‘我不應與弟子同生一處,今當深修慈心。’此人以深思慈故,生光音天"

이어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사건을  누가 믿겠느냐. 오직 눈으로 직접  이라야 믿게  뿐이다. 

또한 비구들아, 지나간 세상에 수열다라(須涅多羅)라는 외도(外道)의 스승이 있었는데, 욕망을 여의고 4범행(梵行, 사제)을 행하였으며, 그의 한량없는 제자들 역시 욕망을 여의게 되었는데, 

수열다라는 생각하기를 ‘나는 제자들과 같은 곳에 태어 나지 않아야 하며 이제 인자한 자심(慈心)을 깊이 닦아야겠다’고 하고는,  사람은 인자한 자심(慈心)을 깊이 생각한 까닭에 광음천에서 태어 나게 되었다.”

 

佛言:“須涅多羅者,我身是也;我是時眼見此事。”以是故,當知牢固實物,皆悉歸滅!

부처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시되  수열다라는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다. 나는 그 때에 눈으로  일을 똑똑히 보았었다 하셨나니, 이러한 때문에 견고하고 진실한 물건들도 모두가  소멸하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되는 것이.

 

問曰:汝說畢竟空,何以說無常事?畢竟空,今卽是空;無常,今有後空!

묻나니, 그대는 필경공(畢竟空)을 설명하면서 무엇 때문에 무상(無常)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필경공, 그것은 지금도 공(空)한 것이지만 무상은 지금은 있다가 나중에 공(空)하게 되는 것입니다.


答曰:無常則是空之初門;若諦了無常,諸法則空。以是故,聖人初以四行觀:世閒無常;若見所著物無常,無常則能生苦,以苦故心生厭離。若無常、空相,則不可取,如幻如化,是名爲空。外物旣空,內主亦空,是名無我。

답하나니, 무상(無常) 그것이 곧 공(空)의 첫 문이다. 만약 무상함을 실로 살펴서 깨달아 알게 되면 제법이 곧 공(空)한 것임을 깨닫게 되나니, 이 때문에 성인도 처음에는 네 가지의 사행(四行, 사제)으로써 세간은 무상하다고 관찰는 것이다.

만약 애착하던 물건이 무상한 것을 보게 되면, 무상이 곧 괴로움의 고(苦)를 능히 생기게 하는 것이며, 괴로움의 고(苦) 때문에 마음으로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무상이 공상(空相)이라면 곧 취할 수 없는 것이어서, 마치 환술과 같고 허깨비와 같은 것이므로 이를 일컬어 공(空)한 것이라 하며, 바깥의 물건(육경)이 이미 공(空)한지라 안의 주인(육입)도 역시 공한 것이니,

이를 일컬어 무아(無我)라고 하는 것이다.


復次,畢竟空是爲眞空。有二種衆生:一、多習愛,二、多習見。愛多者,喜生著,以所著無常,故生憂苦。爲是人說:“汝所著物無常壞故,汝則爲之生苦,若此所著物生苦者,不應生著。”是名說無作解脫門。

또한 필경공은 바로 진실한 진공(眞空)이 되는 것이다.

중생에는 두 가지의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애(愛, 애착)을 많이 익힌 중생이고, 둘째는 견(見, 소견)을 많이 익힌 중생이다. 애착이 많은 이는 애착하는 것에 기쁨을 내게 되나, 애착하는 바가 무상한 것이기 때문에 근심과 고통이 생기게 되므로 이런 사람을 위하여 “그대가 애착하는 물건은 무상한 것이라 곧 파괴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대는 그로 인하여 곧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니, 애착하던 물건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게 된다면 응당 애착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해 주나니,

이러함을 무작해탈문(無作解脫門)이라 하는 것이다.


見多者,爲分別諸法,以不知實故而著邪見;爲是人故直說諸法畢竟空。

소견이 많은 중생은 제법을 분별하여서 진실을 알지 못하게 된 까닭에 사견(邪見)에 집착하게 되나니, 이러한 사람을 위해서는 곧 제법은 필경공(畢竟空)이라고 바로 말하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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