爾時(이시) 下坐比丘 持衣鉢還僧(하좌비구 지의발환승)

이때 아래자리의 비구는 교범파제(교범바제)의 의발을 거두어 대중에게로 돌아왔습니다. 

 

是時中閒(시시중간) 阿難思惟諸法(아난사유제법) 求盡殘漏(구진잔루)

그동안 아난 존자는 모든 법=諸法의 실상에 대하여 깊은 사유를하면서 남은 번뇌가 다하기를 바라며,

 

其夜坐禪經行(기야좌선경행) 慇懃求道(은근구도)

그날 밤 좌선과 경행하면서 은근히(간절히) 불도를 구하였으나, 

(그동안 아난존자는 제법(諸法)에 대하여 깊은 사유를 하며, 남아 있는 번뇌= 정(定)해진 실상(實相)이 있다는 삿된 견해에서 비롯된 사량(思量)과 분별(分別)로 펼쳐지게 되는 무의식속에 새겨져 있는 모든 불선업의 버릇 배어나오는 유루(有漏)를 남김없이 지우고자, 그날 밤 앉아서 좌선(坐禪)과 경행(經行)을 하면서 은근하게 불도(佛道)를 구하였습니다.)

 

是阿難智慧多(시아난지혜다) 定力少 是故不卽得道(정력소 시고불즉득도)

아난은 지혜는 많으나 선정의 힘=定力이 적었기 때문에 당장에 도를 얻지 못하였으니,

(이렇게 아난존자는 지혜가 많았으나 오욕(五慾)에 물들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지는 산란한 마음을 그치게 하는 정()의 힘이 부족한 까닭에) 

 

定智等者 乃可速得(정지등자 내가속득)

선정과 지혜가 균등한 자만이 신속히 도를 얻는 것이다. 

(산란한 마음 사라진 정(定)의 힘과 지혜가 어느 것 하나 치우침 없는 사람이어야 빠르게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터득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분명히 아난존자께서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터득하셨다고 하였으나, 여기에서 다시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터득하고자 하는 것은, 앞의 것은 견도(見道)이고 지금은 수도(修道)를 하는 것으로 몸과 마음이 함께하는 득도(得道)를 이루고자하는 것입니다.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터득하는데에는 이러한 차례가 있습니다.-마하반야바라밀다경

 

後夜欲過 疲極偃息(후야욕과 피극언식) 卻臥就枕 頭未至枕(각와취침 두미지침)

廓然得悟(확연득오) 偃 누울 언. 卻 물리칠 각. 枕 베개 침

늦은 밤=後夜에 피로가 극심하여 잠시 누우려고 머리를 베개에 대려는 찰나에 활짝 깨달았으니, 

(새벽은 다가오고 피로가 쌓여 한숨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눕고자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오온(五蘊)으로 이루어진 라는 모습이 거리낌 없고 막힘없이 ()”함을 (廓然) 맞닥뜨리게 되었는데 마치 번갯불이 번쩍이는 찰나에 어두운 길을 가는 사람이 길을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확연(廓然)에 대해 이리 써놓은 것은함부로 깨달았다는 망상(妄想)에 헤매지 말라 타이르는 것입니다이 순간부터 일체법에 걸림 없고 막힘없게 되어 천지간을 맘대로 노닐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확연득오(廓然得悟)를 자내증(自內證)”이라고도 하나니신증(身證)인 것으로열반을 택하면 성문(聲聞)이요일체중생을 택하면 대승(大乘)인 것입니다.-마하반야바라밀다경

 

如電光出 闇者見道(여전광출 암자견도)

마치 번갯불에 소경이 길을 보는 것과 같았으니,


阿難如是 入金剛定(아난여시 입금강정) 破一切諸煩惱山(파일체제번뇌)

아난존자는 이와 같이 금강정에 들어가서 온갖 번뇌의 산을 무너뜨리고, 

(아난존자는 이와 같이 금강정(金剛定)을 통해 마음이 반야바라밀과 어우러지게 되어 막힘이 없이 훤히 꿰뚫어볼 수 있게 되었고,) 

 

得三明 六神通(득삼명 육신통) 共解脫 作大力阿羅漢(공해탈 작대력아라한)

삼명과 6신통과 공해탈을 얻어 큰 힘을 지닌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산처럼 쌓인 일체의 번뇌를 깨부수어 삼명(三明)과 육신통 공해탈(共解脫)을 얻게 되었으며 반야바라밀과 함께하는 방편의 힘을 지닌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三明(삼명)= 범어 tisro vidyāḥ. 팔리어 tevijja이다.

3명이란 원래는 바라문의 3베다(리그베다․야쥬르베다․사마베다)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불교에서는 부처님과 아라한이 지니는 3종의 신통력을 가리키게 되었다. 3종이란

①과거세를 지혜로써 꿰뚫어 보는 능력(pūrva-nivāsa-jñāna-sākṣātkriyā-vidyā),

②미래의 생사를 꿰뚫어 보는 능력(cyuty-upapāda-jñāna-sākṣātkriyā-vidyā),

③번뇌가 다했음을 지혜로써 꿰뚫어 보는 능력(āsrava-kṣaya-jñāna-sākṣātkriyā- vidyā)을 말한다.

共解脫(공해탈,  śūnyatā-vimokṣa)= 일체는 인연으로 생하는 것으로 그 본체 실체가 없다는 공(空)의 도리에 통달해 일체법에 대해 자재를 얻은 상태를 말한다.

육신통(六通) 
① 세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천안통(天眼通),
②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천이통(天耳通)
③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타심통(他心通)
④ 불가사의한 경계가 자유자재인 신족통(神足通)
⑤ 전생에 일어났던 일들을 아는 숙명통(宿命通)
⑥번뇌가 다 사라져서 다시는 미혹의 세계에 떨어지지 않는 누진통(漏盡通)

*大力阿羅漢(대력아라한)= 반야바라밀을 ()”라 하며 ()”은 방편의 힘을 말씀하는 것입니다()라고 하는 까닭은 무량무변(無量無邊)한 일체중생을 화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기에 크다고 하는 것으로, 대력(大力)이 이름 앞에 붙으면 대승(大乘)의 아라한인 것입니다.

 

卽夜到僧堂門(즉야도승당문) 敲門而喚(고문이환) 敲 두드릴 고.  喚 부를 환

곧바로 한 밤에 승당으로 가서 승당문을 두드리며 소리쳐 부르니, 

 

大迦葉問言(대가섭문언) 敲門者誰(고문자수)?

대가섭 존자가 묻기를, '문을 두드리는 이가 누구시오?'

答言(답언) 我是阿難(아시아난)

아난존자가 대답하여, '저 아난입니다.'

 

大迦葉言(대가섭언) 汝何以來(여하이래)?

대가섭 존자가 묻기를, '그대는 무슨 일로 왔는가?'

 

阿難言(아난언)  我今夜得盡諸漏(아금야득진제루)

아난 존자가 대답하여, '제가 오늘 밤에 남아 있던 모든 누(번뇌, 유루)가 다하였습니다.'

 

大迦葉言(대가섭언) 不與汝開門(불여여개문) 汝從門鑰孔中來(여종문약중래)!

鑰 자물쇠 약

대가섭 존자가 말하기를, '그대에게 문을 열어 주지는 않겠으니, 그대가 열쇠구멍=鑰孔으로 들어오라.'

阿難答言(아난답언) 可爾(가이)! 卽以神力 從門鑰孔中入(즉이신력 종문약공중입)

아난 존자가 대답하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는 곧 신통력으로 열쇠구멍을 통해 들어가서 

 

禮拜僧足懺悔(예배승족참회) 大迦葉(대가섭) 莫復見責(막부견책)!

대중=僧의 발아래 예배(절)하고 참회하면서 말하였으니, '대가섭 존자시여, 더 이상 질책하지 말아 주십시오.'


大迦葉手摩 阿難頭言(대가섭수마 아난두언) 我故爲汝 使汝得道(아고위여 사여득도)

그러자 대가섭 존자께서 손수 아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기를, '내가 짐짓 그대를 위하여, 그대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하고자 그렇게 했느니라.

 

汝無嫌恨 我亦如是(여무염한 아역여시) 以汝自證(이여자증)

그대는 나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말라(한을 품지 말아라). 나 역시 그대가 증득한 바와 같으며,

 

譬如手畫虛空(비여수주허공) 無所染著(무소염착)

마치 손으로 허공을 만지는 것 같으니 집착할 바가 없는 것과 같이, 

(나도 이와 같이 네 스스로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훤히 드러내 밝히기를 바랐느니라. 비유하자면 마치 허공에 그림을 그릴지라도 허공이 물듦이 없듯이) 

阿羅漢心亦如是(아라한심역여시) 一切法中得無所著(일체법중득무소착)

復汝本坐(부여본좌)

아라한의 마음도 그러하여, 모든 법에 집착할 바가 없으니, 그대는 그대의 자리로 돌아가 앉으시라.'

(아라한의 마음 또한 이와 같아서, 일체법(一切法)에 무언가 정(定)해진 실상(實相)이 없으므로 아무런 애착도 없게 되어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터득하게 되는 것으로, 너는 다시 네 자리로 돌아가 앉아라.)

是時(시시) 僧復議言(승부의언)

이때 대중(아라한)들이 다시 논의하는 말을 하였습니다.

 

憍梵波提已取滅度(교범파제이취멸도) 更有誰能結集法藏(개유수난능결집법장)?

'교범파제 존자가 이미 멸도를 하셨으니, 다시 누가 법장을 결집할 수 있을 것인가?'

(교범바제존자가 이미 생명의 불길 꺼뜨리고 무여열반의 나루터로 건너가 버렸으니, 다시 또 누가 있어 앞장서 법장(法藏)을 결집할 수 있겠습니까?)

 

長老阿泥盧豆言(장노아니로두언) 是長老阿難(시장노아난) 於佛弟子(어불제자)

常侍近佛 聞經能持(상시근불 문경능지) 佛常歎譽(불상탄예)

아니로두(아나율) 장로가 말하였으니, '이 아난 장로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항상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설법을 들어 잘 지니었으므로 부처님께서도 항상 기뻐하시며 칭찬하셨으니,

 

是阿難能結集經藏(시아난능결집경장)

이 아난 장로야 말로 능히 경장을 결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의 내용으로는 아난이 부처님께 위촉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음.)


是時(시시) 長老大迦葉 摩阿難頭言(장노대가섭 마아난두언)

이때 장로인 대가섭 존자가 아난의 머리를 매만지면서 말씀하기를

 

佛囑累汝(불촉루여) 令持法藏(영지법장) 汝應報佛恩(여응보불은) 囑 부탁할 촉

'부처님께서 그대에게 법장을 지니라고 위촉하셨으니, 그대는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시라.'

 

佛在何處最初說法(불재하처최초설법)?

'부처님께서 어디에서 최초의 설법을 하셨는가?'

 

佛諸大弟子 能守護法藏者(불제대제자 능수호법장자) 皆以滅度(개이멸도)

唯汝一人在(수여일일재)

부처님의 큰 제자들로서 법장을 수호할 만한 이는 모두 멸도 하셨으니, 이제 오직 그대 한 사람뿐이라, 

 

汝今應隨佛心(여금응수불심) 憐愍衆生故(연민중생고) 集佛法藏(집불법장)

그대는 부처님의 마음을 따르고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뜻에서 부처님의 법장을 결집하시도록 하라.

 

是時(시시) 阿難禮僧已(아난예승이) 坐師子牀(좌사자상)

이때 아난 존자가 일어나 대중에게 예를 올리 나서 사자좌 앉으니

사자좌(師子床,  siṁhāsana)=부처님의 자리를 의미하며, 원래 인도에서는 국왕 등이 앉는 자리를 가리킨다. 사자란 부처님을 백수의 왕인 사자(獅子)에 비유한 것이다.

 

時大迦葉說此偈言(시대가섭설차게언)

때에 맞추어 대가섭 존자가 게송으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佛聖師子王(불성사자왕) 阿難是佛子(아난시불자)

거룩하신 부처님=佛聖은 사자왕이시고, 아난은 부처님의 제자(아들)로써

師子座處坐(사자좌처좌) 觀衆無有佛(관중무유불)
사자좌에 올라 앉아 있으나, 대중을 살펴봐도 부처님은 계시지 않네.

如是大德衆(여시대덕중) 無佛失威神(무불실위신)

이와 같은 대덕의 무리도, 부처님이 없으시매 위신력을 잃었도다.
如空無月時(여공무월시) 有宿而不嚴(유숙이불엄)
마치 허공에 달이 없을 때, 별만으로는 장엄스럽지 못함과 같구나.


汝大智人說(여대지인설) 汝佛子當演(여불자당연)

그대의 대지인(부처님)께서 하신 말씀, 그대 부처의 아들로써 당연히 연설하여야 하나니,
何處佛初說(하처불초설) 今汝當布現(금여당포현)

부처님이 어디에서 처음으로 설법하셨는지, 이제 그대는 마땅히 드러내 보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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