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보살품(菩薩品)
維摩詰所說經菩薩品 第四
Chapter 4 Bodhisattvas
◎미륵보살(彌勒菩薩)
[미륵보살(彌勒菩薩)=자씨보살(慈氏菩薩)이라고도 한다. 미륵보살에 관한 경전으로는 미륵3부경으로 일컬어지는 〈미륵상생경 彌勒上生經〉·〈미륵하생경 彌勒下生經〉·〈미륵성불경 彌勒成佛經〉 등이 있다. 이에 따르면 미륵보살은 브라만 집안에서 태어나 석가모니의 제자가 되었으나 석가모니보다 먼저 돌아가셨으며, 현재는 보살의 몸으로 도솔천에 머무르면서 천상의 사람들에게 설법하고 있다.
또한 설화에 따르면 보살은 초발심 때부터 고기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자씨보살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일찍이 석가모니로부터 수기(受記)를 받았는데, 도솔천에서 4,000세(인간세상에서는 56억 7,000만 년)의 수명이 다한 후에 인간세상에 내려와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하여, 3번에 걸친 설법으로 모든 중생들을 제도할 것이라 했다. 이처럼 미래에 석가모니를 대신해 부처가 되어 설법한다는 의미에서 보처보살(補處菩薩)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부처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미륵불·미륵여래라고도 한다. 이로 인하여 미륵보살과 미륵불을 나타내는 2가지 조상이 있게 되었다.
미륵보살에 대한 신앙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미륵상생경〉에 근거하는 것으로서, 현재 미륵보살이 머물면서 설법하고 있는 도솔천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상생신앙(上生信仰)이며, 다른 하나는 〈미륵하생경〉에 근거하는 것으로서, 미래에 미륵보살이 성불하여 용화수 아래에서 널리 중생을 구제할 때에 그 세계에 태어나 설법에 참여함으로써 성불하고자 하는 하생신앙(下生信仰)이다. 상생신앙은 아미타불의 서방정토에 왕생하고자 하는 정토신앙이 흥성하면서 점차 쇠퇴했으나, 하생신앙은 역사를 통틀어 면면히 이어져왔는데, 특히 어지러운 시대에 성하게 일어났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시대가 지나가고 하루빨리 평화로운 미륵불의 세상이 오기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을 표출하는 하생신앙은 미륵불을 자칭하는 자들에 의하여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래되면서부터 미륵불에 대한 신앙이 유포되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널리 유행하고 있다. 백제시대에 창건된 익산의 미륵사는 삼국시대 최대 규모의 사찰로서 미륵이 하생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함으로써 이상적 세계를 이룬다는 미륵하생신앙에 의거하여 세워진 대표적 사찰이다. 신라 화랑으로 유명한 김유신은 자신의 낭도들을 용화향도라고 불렀는데, 이는 미륵이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하리라는 예언에 입각하여 이상적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 희망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於是佛告彌勒菩薩(어시불고 미륵보살) 汝行詣維摩詰問疾(여행예유마힐문진)
그 때에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으니,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을 하도록 하라.”
The Buddha then said to bodhisattva Maitreya, Go ask Vimalakirti about his illness.
彌勒白佛言(미륵백불언) 世尊 我不堪任詣彼問疾(세존 아불감임예피문질)
미륵보살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를 찾아가 문병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Maitreya said to the Buddha, world Honoured One! I cannot bear the responsibility to go ask him about his illness.
所以者何(소이자하) 憶念我昔(억념아석) 爲兜率天王及其眷屬(위도솔천왕급기권속)
說不退轉地之行(설불퇴전지행)
왜냐 하면 생각해 보니, 예전에 제가 도솔천왕과 그 권속들을 위하여 불퇴전지의 수행에 대해 설하고 있었는데,
Why? I recalled that I once spoke to the King of Tusita Heaven and his subordinates about the practice of reaching the stage of non-retrogression.
[미륵보살이 당신이 금생만 보살하고 다음 생은 부처가 되는, 물러서지 않는 불퇴전의 경지에 오른 분이니까 불퇴전에 대한 행을 설하고 있었다.]
[도솔천(兜率天),범어 투시타(Tuṣita)를 의역하여 지족천(知足天)이라하며, 이곳에 사는 무리들은 오욕(五欲)을 만족하고 있음을 뜻한다. 욕계6천 중 네 번째 하늘로, 욕계 제3천인 야마천(夜摩天)으로부터 16만 유순(由旬) 위에 위치한다고 한다.
도솔천은 내원(內院)과 외원(外院)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외원은 수많은 천인들이 즐거움을 누리는 곳이고, 내원은 미륵보살의 정토로서 내원궁(內院宮)이라고 부른다. 이 내원궁은 석가모니가 인도에 태어나기 직전까지 머무르면서 중생교화를 위한 하생(下生)의 때를 기다렸던 곳이다. 미래불(未來佛)인 미륵보살은 현재 이 내원궁에서 설법하면서 남섬부주(南贍部洲)에 하생하여 성불(成佛)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미륵상생도솔천경'에 의하면, 바라나시국의 칼파리촌에서 태어난 한 브라흐만계급의 아들인 미륵은 부처의 제자가 되어 교화를 받고 마침내 도솔천에 태어나서 4,000세, 인간의 나이로 56억6700만 년을 보낸 뒤 지상으로 내려와 성불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도솔천에 상생하기를 바라고 미륵불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용화회상(龍華會上)에서 설법하는 자리에 참여하게 되기를 바라는 미륵신앙이 크게 유행하였다. 즉, 미륵보살이 등장하면서부터 총 27천 중 아래에서 네번째에 위치하는 도솔천이 별안간 윤회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불교의 이상세계인 극락과 같은 비중을 점하는 불국정토(佛國淨土)로 위치를 굳히게 되었으며, 도솔천도 내·외의 이원(二院)으로 분리된 것이다.
이 하늘은 보관(寶冠)·칠보(七寶)·광명(光明)·연화(蓮華) 등으로 장엄되어 있고, 자연히 생긴 악기에서 십선(十善)과 사홍서원(四弘誓願)을 설하는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고 한다. 신라의 원효(元曉) 등은 불경을 근거로 하여 도솔천에 왕생할 수 있는 아홉 가지 인연을 들고 있다. ①끊임없이 정진하고 많은 공덕을 쌓은 자, ②탑을 깨끗이 하고 좋은 향과 아름다운 꽃을 공양한 자, ③여러가지 삼매(三昧)로써 깊은 선정(禪定)을 닦은 자, ④경전을 독송하는 자, ⑤번뇌를 끊지는 못하였지만 지극한 마음으로 미륵을 염불하는 자, ⑥8계(戒)를 받고 청정한 행을 익히며 사홍서원을 잊지 않는 자, ⑦널리 복업(福業)을 닦는 자, ⑧계를 어기고 악을 범하였어도 미륵보살의 자비로운 이름을 듣고 정성껏 참회하는 자, ⑨미륵보살의 이름을 듣고 그 형상을 만들어 향과 꽃·깃발로 장식하고 예배하는 자 등이다.
백제의 무왕은 미륵보살이 있는 도솔천을 이 땅에 실현시키기 위해서 익산에 미륵사(彌勒寺)를 창건하였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도솔암 또는 지족암·내원암이라는 명칭의 암자가 매우 많이 있다. 이는 도솔천과 내원궁을 상징하는 명칭으로 도솔천을 중요시하였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時維摩詰來謂我言(시유마힐래위아언) 彌勒 世尊授仁者記(미륵 세존수인자기)
一生當得(일생당득) 阿耨多羅三藐三菩提(아뇩다라삼막삼보리)
그 때 유마힐이 저에게 와서 말하기를,
‘미륵이여, 세존께서는 그대에게 수기 주시기를 이제 한 생만 더 태어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라고 하셨다는데,
Vimalakirti then came to me and said, Maitreya, the World Honoured One once gave a prophecy, saying that you would attain supreme perfect enlightenment in one more lifetime.
[수기(授記) 범어 vyakarana의 번역으로서 화가라나(和伽羅那) 또는 화라나(和羅那)라 음역하며, 기별(記別).수기(受記).기설(記說).수결(受決).수결(授決).기(記)라 번역한다. 수행자가 미래에 최고의 깨달음을 성취하게 되리라고 부처님이 약속하고 예언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제자에게 미래에는 부처님이 되리라고 보증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 예언,인가,미래의 약속을 의미한다. <법화경> 내지 천태종의 가르침에 의하면 수기란 주로 소승의 성문이 일승의 묘법에 눈뜨고 기사회생하며, 미래에 평등한 부처님이 되리라고 인증(認證)받는 것이다. 또는 12부경의 하나로서 부처님의 제자들의 미래에 관한 증언을 주제로 삼고 있는 경전을 지칭한다. 수기의 종류는 <수능엄삼매경> 권하에선 ①미발심이여수기(未發心而與授記 ; 중생이 오도를 왕래할지라도 근기가 예리해서 大法을 좋아하므로 이런 사람은 백천만아승지겁을 지나 보리심을 내고 보리를 얻는다고 수기하는 것) ② 발심즉여수기(發心卽與授記 ; 사람들이 오랫동안 덕을 심고 선행을 닦고 내지는 발심해서 아유월치지에 살고, 보살위에 오면 수기를 주는 것) ③ 밀수기(密授記 ; 보살이 아직 수기를 받지 못했을지라도 항상 정근하고 보리를 추구하며 육바라밀을 행하여 성불의 모습이 있으므로 다른 보살 앞에서 수기를 주되 본인은 모르게 하는 것) ④ 현전수기(現前授記 ; 보살이 일체법에서 무생인을 얻었기 때문에 대중들 앞에서 수기를 주는 것)의 4가지를 주장한다.
<대승장엄경론> 제12에선 인차별(人差別)수기와 시차별(時差別)수기로 구별 한다.
인차별수기는 미발심(未發心)수기와 이발심(已發心)수기, 현전(現前)수기와 불현전(不現前)수기의 4가지로 나뉜다.
시차별수기는 유수시(有數時)수기와 무수시(無數時)수기로 나뉜다.
즉 <수능엄경>의 주장에 겁수(劫數)의 정(定)과 부정을 더한 것이다. 수기(授記)란 용어는 구마라집 이후의 번역어다. 그
이전에는 기별(記別).수결 (授決)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
爲用何生(위용하생) 得受記乎(득수기호) 過去耶(과거야)? 未來耶(미래야?)?
現在耶(현재야)?
어느 생에서 수기를 받으렵니까? 과거의 생입니까, 미래의 생입니까, 현재의 생입니까?
But in which lifetime did you receive the Buddha’s prophecy? The past? The future? Or is it the present?
[생에는 전생, 금생, 후생, 내후생, 전전생 등 여러 가지 생 가운데 간단하게 세 가지로 말해서 과거생, 미래생, 현재생이 있으니, 그대가 수기를 받는다면 어느 생을 일생이라고 할것인가를 따지는 것입니다. 미륵보살이 한생에 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라고 해서 형식적인 수기 받은 것에 들떠있는데, 미륵보살의 그 허황된 꿈을 부셔 버리고, 진정 아뇩다라삼막삼보리의 도가 무엇이고, 깨달음이 무엇인지를 들어내보이는 질문입니다.]
若過去生(약과거생) 過去生已滅(과거생이멸)
만약 과거의 생이라고 한다면, 그 과거의 생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If it is born in the past, the past has already perished;
若未來生(약미래생) 未來生未至(미래생미지)
만약 미래의 생이라고 한다면,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if it is to be born in the future, the future is not yet present;
若現在生(약현재생) 現在生無住(현재생무주)
만약 현재의 생이라고 하여도 그 현재의 생은 (끊임없이 流動하고 있어서) 한 군데 머무르는 일이 없습니다.
and if it is born in the present, the present moment is impermanent, and there is no abiding.
[시간은 1초,1초 지나가는 것이니까, 현재라고 하는 것도 꼭 집어서 이 순간이 현재라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당장 이 순간이라는 현재도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가 되어버린 것으로, 아무리 짧은 한 순간을 잡으려고 하여도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간 것이 되는 無主이므로 시간은 머물지 않는 것이다.]
如佛所說(여불소설) 比丘 汝今卽時(비구 여금즉시) 亦生亦老亦滅(역생역로역멸)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비구여, 그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어나고 늙으며 죽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So the Buddha has said, Monk, within this instant, you are born, aging, and passing away.
[또한 태어나기도 하고 또한 늙기도 하고 또한 멸하기도 한다.
우리 몸의 세포도 하루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합니까? 지금 이 순간에 생노멸이 계속 일어 나듯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이 시간이라는 것이라고 부처님이 말씀을 하셨다.
금강경에 '과거생불가득 현재생불가득 미래생불가득'과 같은 무주입니다. 과거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미래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현재의 마음도 얻지 못한다. 즉 잡아내지 못 한다. 이 것이라고 들어 보이지 못 하고, 찾지 못 하고, 취할 수 없는 것이다.]
[亦生亦老亦滅(역생역로역멸) 티베트 본에서는 “이와 같이 한 찰나에 그대는 태어나고, 죽고, 가고, 다시 온다”고 되어 있다.]
若以無生得受記者(약이무생득수기자) 無生卽是正位(무생즉시정위)
만약 무생(생사가 없는)의 경지에서 수기를 받은 것이라면, 정위(바른 지위, 부처의 지위)이므로,
If receiving the prophecy is based on no-birth, then no-birth is the place of awakening.
[무생, 생사가 없는 최고의 경지 또는 의식으로써 수기를 받았다고 하는 것은 卽是正位라. 정위, 바른 지위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제 자리에 있는 것으로, 제 자리라는 것은 부처의 지위입니다. 사람이 제 값을 하고 살려면 부처가 되어서 가지고 있는 값을 제대로 하는 것입니다. 부처노릇 하기 전에는 제 값을 하고 산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값은 본래 부처이기 때문에 그 물건 값을 다하려면 부처노릇을 해야지 우리들의 값을 다하고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부처를 가지고서도 형편없는 육도의 수준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부처나 보살로 살 때 제 값을 하고 사는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중생이 부처가 된다고 해서 상당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비로써 제 값을 한 것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형편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 것이 되게 살고 있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正位가 바로 부처의 지위이고 생사 없는 경지입니다.]
[무생(無生). anutpda로 생멸(生滅)하는 미혹의 세계를 초월하는 것이다.
정위(正位). niymvakrnti로 생멸을 초월하는 것은 영원불변한 깨달음을 얻는 경지이다.]
[‘무생(無生)’이란 모든 현상은 연기법에 따라 변화하는 여러 요소들이 인연에 따라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지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데 불과할 뿐 생기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무엇인가 고정된 실체가 존재해야 무엇인가가 생겨난다는 말이 성립되는데, 연기법이 적용되는 무아(無我)의 세계에 고정된 실체가 있을 수 없다면 생길 것도 없는 것이다. 모든 현상은 인연에 따라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지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데 불과할 뿐이니 어떠한 존재도 새로 생겨날 수가 없는 것이다.
‘무생(無生)’은 깨달음의 다른 이름이다. 깨달으면 다른 헛된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니 무생이다.
따라서 무생이란 ‘무생의 이치’, ‘남[生]이 없는 진리’, ‘불변의 진리’ 등을 이르는 말이다. 즉, 모든 법의 실상을 깨달아 세상 모든 것이 공(空)한 것이라는 이치를 터득한 상황을 말한다.
무생이란 ‘무(無)’에서 ‘유(有)’가 생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포함한다.
연기적으로 생성된 모든 사물은 없던 것이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무한한 조건의 이합집산이요, 형상과 현상[相]의 변화에 불과하다. 사물의 실체가 공한 것은 연기적으로 화합한 것이기 때문이고, 이렇게 일시적인 가합(假合)이므로 생겨나도 실은 생겨난 것이 아니라 다만 변화했을 뿐이다.
중생이 사물의 상(相)에 집착해서 실체성과 영속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사물이 생성되고 소멸한다는 사견[生滅相]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무생에는 이치[理]로서의 무생과 행위[行]로서의 무생이 있다.
이치로서의 무생은 무생법(無生法)을 이름이다. ‘무생(無生)의 법’은 불변의 진리를 이르는 말로서 결국 공(空)의 이치를 뜻한다.
‘무생행(無生行)’이란 일체법이 무아(無我)라는 근거를 통해 ‘분별’에서 벗어나고, ‘집착’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말한다.
무생행은 또한 시비 분별과 조작 관념이 없는 무념으로서, 무생의 실천으로서, 무공용(無功用-無爲)이기도 하다.
따라서 무생의 행위는 그 성품과 특성이 모두 공적(空寂)해서 형상으로 볼 수 없고 언설로 전달할 수 없다. 그러니 그것을 어떻게 취해 증득할 수가 있겠는가?
원효(元曉) 대사는 그의 저서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에서 무생법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허공에 형상과 위상이 없듯이 마음 역시 형상과 처소가 없다. 그러므로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한갓 이름일 뿐이다. 그러나 허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듯이 마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허공은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없고 허공을 점유하고 있는 사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지된다.
마음 역시 생각이 일어날 때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생각이 일어나지 않을 때에는 마음이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니 무생법(無生法)이란 모든 법의 본래 생겨남이 없는 실상을 깨달아 세상 모든 것이 공(空)한 것이라는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다. …… 작성자 아미산]
於正位中(어정위중) 亦無受記(역무수기)
亦無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역무득아뇩다라삼막삼보리)
이 정위(바른 지위, 제 값을 하는 부처자리)에서는 수기를 받는 일도 없을 것이며,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는 일도 없는 것입니다.
However, there is no such thing as receiving the prophecy in the place of awakening, nor is there the attaining of supreme perfect enlightenment.
[바른 지위 제 값을 하는 자리, 부처자리에서는 네가 나중에 부처 된다는 수기 또는 약속 그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못난 사람들끼리 하는 것으로, 바른 지위에 있고 부처의 지위에 있고 제값을 하는 인간의 자리에 있다면 수기가 필요 없는, 亦無受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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