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那律
천안제일(天眼第一) 아나율(阿那律 Aninuddha) 산스크리트 명은 아니룻다(Aniruddha)의 (niruddha)란 멸하다, 떠나다, 끊어지다, 없어지다라는 동사(rudh)의 과거분사형으로 거기에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 아(a)가 붙어 무멸(無滅), 불멸(不滅) 등으로 의역되며, 아니룻다라는 말 자체가 하나의 형용사로서 장애가 없는, 내지는 자유의지가 있다는 뜻에서 여의(如意) 이장(離障) 선의(善意) 등으로 의역된다. 아니루타(阿尼樓陀) 또는 아우룻다라고 하며, 정반왕의 동생 감로반왕의 아들로 석가모니 부처님과 사촌이다. 석가모니의 앞에서 졸다가 꾸지람을 듣고 잠들지 않을 것을 맹세한 뒤 밤낮으로 자지 않고 수도 정진하다가 그만 눈이 멀어서, 육신의 눈은 잃었지만 참 지혜의 눈인 천안통(天眼通)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육안으로 사물을 식별할 수 없었지만 직감으로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꿰뚫어보게 된 것이다. 미세한 사물까지 멀리 그리고 널리 볼 수 있으며, 중생들의 미래에 생사하는 일도 알아내는 천안(天眼)을 얻은 것이다. 바람직한 수행자의 모범을 제시한 부처님 제자 중에서 대표적인 사람 하나를 뽑으라면 주저 없이 아나율 존자를 들어야 할 것이다.
佛告阿那律(불고아나율) 汝行詣維摩詰問疾(여해예유마힐문질)
부처님께서는 아나율(Aniruddha)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유마힐을 찾아가 문병을 하라.”
The Buddha said to Anuruddha, Go to Vimalakirti and inquire about his illness.
阿那律白佛言(아나율백불언) 世尊 我不堪任詣彼問疾(세존 아불감임예피문질)
아나율이 부처님께 말씀드렸으니,
“세존이시여, 저는 그를 찾아가 문병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Anuruddha said to the Buddha, World Honoured One! I cannot go to Vimalakirti to ask him about his illness.
所以者何(소이자하) 憶念我昔於一處經行(억념아석어일체경행)
왜냐 하면 생각해 보니, 예전에 제가 어느 곳을 경행하고 있었는데,
Why? I remembered a time in the past when I was doing walking meditation,
[경행(經行), 경(經)자를 쓰는 뜻은, 베를 짤 때 위(緯)경(經), 씨줄과 날줄이 반복되는 것과 같이 일정한 장소를 계속 반복해서 오고간다는 뜻에서 경행이라고 하며, 그렇게 익숙한 장소를 반복해서 왔다갔다 함으로써 주변으로 인해 정신이 산만해지지 않는다. 옛날 법당은 부처님이 거의 중앙에 위치해서, 부처님을 중심으로 경행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경행(經行), ‘가구경행(街衢經行)’이라고도 하며, 고려 초기인 1046년(정종 12) 이 행사가 처음으로 행하여졌으며, 그 뒤로는 연중행사로 되었다. 경행은 걸으면서 경전을 독송하는 의식으로, 큰 법회가 있을 때 법사를 앞세우고 경문을 외면서 부처님의 우측으로부터 여러 번 계속해서 도는, 전통적인 사원 내의 의식이었다.
당나라 정토교의 대사 선도(善導)의 경행설명에서는 전경(轉經)과 행도(行道)를 중심으로 한 의식으로, 경행의 앞뒤로는 봉청(奉淸)·발원·참회·주원(呪願) 등의 의식이 행하여진다고 하여, 경행의 기복적인 성격을 말하고 있다.
고려 정종 때 처음으로 행하여졌던 경행의식은 그 때 대궐에서 시중이었던 최제안(崔齊顔)이 왕을 대신하여 '인왕반야경(仁王般若經)'을 공양한 뒤, 대중을 세 패로 나누어서 개경 시내를 돌았다. 그때 각 무리마다 『인왕경』을 모셔놓은 가마를 행렬의 맨 앞에 메고 돌았는데, 가마는 여러 가지 예쁜 빛깔로 단장을 화려하게 하였고, 그 뒤에는 법복의 장엄한 승려들이 걸어가면서 '인왕경을 외었고, 승려의 행렬 뒤에는 관복을 입은 관원들이 따랐다.]
[경행(經行)이란 일정한 거리를 왕복하며 걷는 것으로, 약 30보 정도 되는 거리를 왕복하며 걸으면서 위빠사나 관찰수행한다고 하여 행선(行禪)이라고도 한다. 선종에서는 포행(匍行.布行)이라고도 부른다. 포행이라고 할 때는 마당을 돌면서 하는 경우도 있고, 산길을 멀리 걷는 것도 포행이라고 하기도 한다.
부처님께서는 초저녁(初夜)과 새벽(後夜)에는 잠을 자지 말고 좌선을 하거나, 경행을 하면서 오장애(五蓋)를 없애라고 가르치셨다. 초저녁(初夜)은 오후 6시 ~ 10시이고, 한밤중(中夜)은 10시 ~ 새벽 2시이며, 새벽(後夜)은 2시 ~ 6시이다. 즉, 잠을 3 ~ 4시간만 자고 수행하라는 것이다.
잠을 잘 때는 오른쪽으로 누워 무릎을 구부리고 발을 포개고 잔다. 부처님은 항상 이렇게 주무셨다. 경에는 똑바로 위를 보고 눕는 것은 아귀의 자세이고, 왼쪽으로 눕는 것은 감각적 욕망의 자세이며, 오른쪽으로 눕는 것은 사자왕의 자세라고 한다. -지견청정]
時有梵王(시유범왕) 名曰嚴淨(명왈엄정) 與萬梵俱(여만법구)
그 때 엄정이라는 범왕이 1만을 헤아리는 범천과 함께
when a Brahma king, whose name was Sovereign Purity, along with then thousand other celestial beings of Brahma,
放淨光明(방정광명) 來詣我所(내예아소) 稽首作禮問我言(계수작에문아언)
밝은 빛을 발하면서 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그들은 저의 발에 머리를 대고 예배한 다음 저에게 물었습니다.
their bodies all shone with pure light proceeding to where I was. Bowing down and asking me,
[비록 하늘에서 왔지만 부처님 제자에게는 예를 드리는 것이 되겠습니다.]
幾何阿那律天眼所見(기하아나율천안소견) 我卽答言(아즉답언)
‘아나율이여, 그대는 천안제일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볼 수가 있습니까?’
저는 곧 대답하였습니다.
Anuruddha, how far can you see with your heavenly eyes? I answered,
仁者(인자) 吾見此釋迦牟尼佛土三千大千世界(오견차석가모니불토삼천대천세계)
如觀掌中菴摩勒果(여관장중암마륵과)
‘대범천이여, 저는 이 석가모니부처님의 불국토를 포함한 삼천대천세계를 손바닥에 있는 암마륵(Amra)의 열매를 보듯이 볼 수 있습니다.’
掌 손바닥 장, 菴 암자 암, 摩 갈 마, 勒 굴레 륵
O Benevolent One, I see the trichiliocosm in the land of Shakyamuni Buddha, and it s clarity is a clear as looking at a myrobalan fruit in the palm of my hand.
時維摩詰來謂我言(시유마힐내위아언) 唯 阿那律(유아나율)
그 때 유마힐이 저에게로 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나율이여,
Then Vimalakirti came to me and said, Well, Anuruddha,
天眼所見(천안소견) 爲作相耶(위작상야)? 無作相耶(무작상야)?
천안으로 보는 것은 作相=작용, 보겠다는 생각에서 보는 것입니까, 無作相=무작용, 보겠다는 생각없이 보는 것입니까?
is what you see with your divine eyes a contrived form, or is it a non-contrived form?
[작상(作相)=조작으로 보느냐, 無作相=조작 없이 보느냐.]
[작용(作相)abhi-sasktalakana. 인연으로 해서 만들어진 성격을 가진 것이라는 의미이다.]
假使作相(가사작상) 則與外道五通等(증여외도오통등)
가령 보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보는 것이라면, 바로 외도들의 얻은 오통 등과 같을 것이요.
If it is a contrived form, it is the same as the five divine powers of the external paths.
[외도들도 정진을 잘하고 오랫동안 하면 오신통을 얻을 수 있지만, 번뇌가 다한 누진통을 포함하는 육신통은 얻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유마힐이 작상이라면, 육신통 가운데 오신통을 갖춘 외도들도 그런 것 정도는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5통(通), 오신통=천안통(天眼通)․천이통(天耳通)․숙명동(宿命通)․타심통(他心通)․신족통(神足通)이다. 여기에 누진통(漏盡通)을 더하면 6통(육신통)이 된다.]
若無作相(약무작상) 卽是無爲(즉시무위) 不應有見(불응유견)
만일 無作相=보겠다는 생각 없이라면, 곧 無爲=함이 없는 것이니 응당히 본다는 것에 있을 수 없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If it is a non-contrived form, it is inaction, and there is nothing to be seen.
[불응유견(不應有見), 본다고 할 수 없다. 응당히 봄에 있지 않다.
무위(無爲)니까 함이 없는 것이고, 무작상이고, 조작이 없는 것이고, 지음이 없는 것이고, 생긴 것이 아닌 것이고, 본래적인 적인 것이니까 본다고 하는 표현이 틀렸다는 뜻입니다.]
[무위(無爲)=인연에 의하여 생긴 것이 아닌 존재라는 뜻]
世尊 我時嘿然(세존 아시묵연) 彼諸梵聞其言(피제범문기언) 得未曾有(득미증유)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에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으나,
범천들은 이 말을 듣고 일찍이 들어 보지 못한 말이라 하고
World Honoured One, I was speechless. But when those celestial beings of Brahma heard his words, it was as if they had never heard of anything better.
卽爲作禮而問曰(즉위작예이문왈) 世孰有眞天眼者(세숙유진천안자)?
유마힐에게 예배하고는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누가 참다운 천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So they made a formal prostration and asked, Who in the world has the true heavenly eyes?
[그 범천들이 아나율에게 물으러 왔다가 유마거사의 말을 듣고는 거기에서 감화되어서, 그분에게 예배를 드리고는 이문왈(而問曰), 아나율보다 뛰어난 유마거사에게 묻는 것입니다.]
維摩詰言(유마힐언) 有佛世尊得眞天眼(유불세존득진천안)
유마힐은 대답하시되,
‘부처님 세존이 계시니, 세존만이 참다운 천안을 얻으셨으니,
Vimalakirti said, There is the Buddha, the World Honoured One, who has the true celestial eye,
常在三昧(상재삼매) 悉見諸佛國(실견제불국) 不以二相(불이이상)
항상 삼매에 드셔서 諸佛國=모든 부처의 나라를 빠짐없이 보시되 2상=두 가지 상으로 보지 않으십니다.’
always in samadhi, and sees all the lands of the Buddhas, all without duality.
[실견하되 두 가지 모양으로써 보지 않는다. 하나의 통일된 모양으로 본다. 평등하게 본다는 것입니다.]
[ 2상(相)=상대적인 차별을 가진 관념이라는 뜻.]
於是嚴淨梵王(시어엄정범왕) 及其眷屬五百梵天(급기권속오백범천)
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개발아뇩다라삼막삼보리심)
이 말을 들은 엄정대범왕과 그 권속 5백의 범천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고 유마힐의 발에 예배한 다음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Thereupon, the Brahma king Sovereign Purity and the five hundred celestial beings that’s with him aspired for supreme, perfect enlightenment. They prostrated with their heads touching Vimalakirti’s feet, then suddenly withdrew and disappeared.
禮維摩詰足已(예유마힐족이) 忽然不現(홀연부현) 故我不任詣彼問疾(고아부임예피문질)
그러므로 저는 그를 찾아가 문병하는 것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Therefore, I am not qualified to go to him to ask him about his ill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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