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 9
(14) 열 가지 행원을 게송으로 노래하다
爾時에 普賢菩薩摩訶薩이 欲重宣此義하사 普觀十方하고 而說偈言하사대
이시 보현보살마하살 욕중선차의 보관시방 이설게언
그 때, 보현보살마하살이 이러한 뜻을 거듭 펴고자,
시방을 두루 관찰하고 게송으로 설하여 말하였습니다.
㉮ 禮敬諸佛 -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다
所有十方世界中에 三世一切人獅子를 我以淸淨身語意로 一切徧禮盡無餘호대
소유시방세계중 삼세일체인사자 아이청정싱어의 일체변례진무여
(온 법계 허공계의)시방세계 가운데 계시는 삼세의 모든 사람들의 스승이시여,
제가 청정한 신구의로 한 분도 빼지 않고 모든 예를 다하오며,
普賢行願威神力으로 普現一切如來前하며 一身復現刹塵身하야 一一徧禮刹塵佛이로다
보현행원 위신력 보현 일체여래전 일신부현찰진신 일일변례찰진불
보현보살의 행과 원의 크신 힘으로 널리 모든 여래 앞에 나아가며,
다시 한 몸으로 티끌같은 수 많은 몸을 나타내어,
하나 하나의 국토의 티끌과 같이 수 많은 모든 부처님께 예배합니다.
경전을 기록하는 데는 산문형식과 게송 형식의 글이 있다. 게송 형식의 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고기송(孤起頌)이라 하여 산문의 설명 없이 게송만으로 이치를 설명한 것이다. 법구경과 같은 유의 경전을 말한다. 둘째는 중송(重頌)이라 하여 앞에서 산문형식으로 이치를 설명하고 나서 다시 거듭하여 그 뜻을 밝히려고 게송의 형식을 빌어서 이중으로 설법한 내용이다. 보현행원품의 경전도 후자의 형식에 준하여 지금까지는 산문으로 열 가지의 행원을 설명하였고 여기서부터는 게송으로 그 뜻을 거듭 밝히는 부분이다.
지금부터 나오는 게송의 경문은 백팔참회문을 읽어 본 사람이면 익히 들어 본 내용이다. 보현행원품의 가르침이 대단히 훌륭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백팔참회문을 지으면서 참회의 정신을 이 보현행원으로 귀결시키기 위해서 게송을 거의 다 옮겨 놓았다. 다행히 백팔참회문은 선문일송(禪門日誦)이라는 책에서 전하여 온다. 그래서 어떤 선방에서는 백팔참회문을 외우면서 백팔배(百八拜)를 하는 것을 일과로 삼기도 한다. 참선이든 참회든 보살행으로 회향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결국은 보살행을 실천궁행하는 것으로 회향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살행이 없는 참선이나 참회는 아무리 열심히 하고 아무리 오랫동안 한다하더라도 아무런 가치도 없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살행이 진정한 불교이기 때문에 선원의 수선납자(修禪衲子)들이나 법당의 기도행자들은 반드시 보현행원으로 정신무장을 해서 보살행을 실천궁행해야 진실로 부처님의 밥값을 하리라 생각한다. 만약 보살행이 없는 불교는 외도며 사도며 가짜 불교다. 선문에서 매일 외우는 선문일송을 보현행원품의 내용으로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稱讚如來 - 부처님을 찬탄하다
於一塵中塵數佛이 各處菩薩衆會中하니 無盡法界塵亦然이라 深信諸佛皆充滿하고
어일진중진수불 각처보살중회중 무진법계진역연 심신제불개충만
하나의 티끌 속에도 티끌같이 수 많은 부처님들이 각각의 보살 대중 법회 가운데 계시며,
법계가 다함이 없듯이 티끌 또한 그와 같아서 부처님들께서 모두 충만하심을 깊이 믿으며,
各以一切音聲海로 普出無盡妙言詞하야 盡於未來一切劫토록 讚佛甚深功德海로다
각이일체음성해 보출무진묘언사 진어미래일체겁 찬불심심공덕해
각각 이러한 모든 음성의 바다로 널리 다함 없는 묘한 말씀을 널리 펴시나니,
미래의 모든 겁이 다하도록 부처님의 깊고 깊은 공덕 바다를 찬탄합니다.
여래를 찬탄하는 마음이 곧 내 가족과 내 이웃과 나와 인연 있는 모든 사람들을 찬탄하는 데로 옮겨간다면 진정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보현행자이며, 그 보현행자가 있는 곳은 곧 행복이 가득할 것입니다.
㉰ 廣修供養 - 널리 공양 올리다
以諸最勝妙華鬘과 妓樂塗香及傘蓋인 如是最勝莊嚴具로 我以供養諸如來하며
이제최승묘화만 기악도향급산개 여시최승장엄구 아이공양제여래
가장 수승한 아름다운 모든 꽃다발과, 기예와 음악, 바르는 향과 일산 등의
이와 같은 가장 수승한 장엄구로 제가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 공양올리며,
最勝衣服最勝香과 末香燒香與燈燭을 一一皆如妙高聚하야 我悉供養諸如來하며
최승의복최승향 말래소향여등촉 일일개여묘고취 아실공양제여래
가장 수승한 의복들과 가장 수승한 향, 가루 향, 사르는 향과 더불어 등불과 촛불을
하나 하나마다 모두 수미산 같이 쌓아서, 제가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들께 공양올리며,
我以廣大勝解心으로 深信一切三世佛하고 悉以普賢行願力으로 普徧供養諸如來로다
아이광대승해심 심신일체삼세불 실이보현행원력 보변공양제여래
제가 이러한 광대하고 수승한 이해심으로 삼세의 모든 여래를 깊이 믿으며,
보현보살 행과 원의 크신 힘으로 두루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올립니다.
불공이란 어떤 것이 참다운 불공인가 하는 문제를 잘 밝힌 내용이다. 게송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다시 산문으로 돌아가서 불공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서 바른 불공을 행해야 하리라. 불공의 의미만 바로 알면 보현보살의 열 가지 행원도 다 따라 오리라고 생각된다.
㉱ 懺提業障 - 업장을 참회하다
我昔所造諸惡業이 皆由無始貪恚癡라 從身語意之所生이니 一切我今皆懺悔로다
아석소조제악업 개유무시탐진치 종신어의지소생 일체아금개참회
제가 지난 세상에 지은 모든 악업은 모두 한 없는 과거 이래로 탐진치의 신구의로 지었사오니,
그 모든 것을 제가 이제 속속들이 참회합니다.
백팔참회문에도 있지만 독송용 천수경에도 인용하여 쓰이고 있다. 일반적인 불교에서는 몸과 말과 뜻으로 탐, 진, 치, 삼독을 지어 온갖 업장이 만들어 졌으므로 이 모든 업장을 지성으로 참회한다는 것이다.
㉲ 隨喜功德 - 남의 공덕을 따라 기뻐하다
十方一切諸衆生과 二乘有學及無學과 一切如來與菩薩의 所有功德皆隨喜로다
시방일체제중생 이승유학급무학 일체여래여보살 소유공덕개수희
시방세계 일체의 모든 중생들과 성문, 연각, 이승, 배우는 이, 다 배운 이와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의 온갖 공덕을 지성으로 받들어서 기뻐합니다.
㉳ 請轉法輪 - 설법하여 주기를 청하다
十方所有世間燈의 最初成就菩提者에 我今一切皆勸請하야 轉於無上妙法輪이로다
시방소유세간등 최초성취보리자 아금일체개권청 전어무상묘법륜
시방의 모든 세간 비추는 등불이시여, 최초로 큰 보리를 성취하신 분이시여,
제가 이제 위 없는 묘한 법륜을 굴리시기를 권하고 청합니다.
㉴ 請佛住世 - 부처님이 세상에 오래 머무시기를 청하다
諸佛若欲示涅槃에 我悉至誠而勸請호대 惟願久住刹塵劫하사 利樂一切諸衆生이로다
제불약욕시열반 아실지성이권청 유원구주찰진겁 이락일체제중생
모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심을 보이고자 하시나니, 제가 이제 지성으로
오직 모든 중생들을 이익되고 즐겁게 하기 위하여 세간에 오래 머무시기를 권청합니다.
㉵ 普皆廻向 - 널리 다 회향하다
所有禮讚供養佛과 請佛住世轉法輪과 隨喜懺悔諸善根을 廻向衆生及佛道로다
소유예찬공양불 청불주세전법륜 수희참회제선근 회향중생급불도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찬탄하고 공양한 복과
부처님께서 세간에 머무시어 법륜을 굴리시기를 청하는 복과
따라서 기뻐하고 참회한 모든 선근을 모든 중생들과 불도에 회향합니다.
위의 글은 수희공덕과 청전법륜과 청불주세와 보개회향의 모든 공덕을 널리 다 회향한다는 내용들을 모두 함께 게송으로 거듭 설하였다. 산문은 산문대로 게송은 게송대로 그 느낌이 다르다.
㉶ 常隨佛學 -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우다
我隨一切如來學하야 修習普賢圓滿行호대 供養過去諸如來와 及與現在十方佛과
아수일체여래학 수습보현원만행 공양과거제여래 급여현재시방불
제가 모든 부처님 여래의 가르침에 수순하여 배우고, 보현보살의 원만행을 닦아 익혀서,
과거의 모든 여래와 현재의 시방 부처님을 공양하오며,
未來一切天人師하야 一切意樂皆圓滿이니 我願普隨三世學하야 速得成就大菩提로다
미래일체천인사 일체의요개원만 아원보수삼세학 속득성취대보리
미래의 모든 하늘과 인간의 스승들께 모두 다 같이 여러 가지 즐거움이 원만하도록,
제가 널리 삼세의 배운 바에 수순하여 빨리 대보리를 성취하기를 원하옵니다.
㉷ 恒順衆生 - 항상 중생들을 수순하다
所有十方一切刹의 廣大淸淨妙莊嚴에 衆會圍遶諸如來가 悉在菩提樹王下하시며
소유시방일체찰 광대청정묘장엄 중회위요제여래 실재보리수왕하
시방의 모든 세계를 광대하고 청정하고 묘하게 장엄하시나니,
모든 부처님 여래를 대중 법회에서 둘러 모시어 대보리수나무 아래에 모두 앉아 계시니,
十方所有諸衆生을 願離憂患常安樂하야 獲得甚深正法利하야 滅除煩惱盡無餘로다
시방소유제중생 원리우환상안락 획득심심정법리 멸제번뇌진무여
시방에 있는 모든 중생들의 근심과 걱정을 모두 여의어 항상 안락하게 하시고자,
깊고 깊은 정법의 이익을 획득하셨나니,
온갖 번뇌가 다하여 남음이 없이 제멸하기를 원하옵니다.
㉸ 受持願 - 받아 지니기를 원하다
我爲菩提修行時에 一切趣中成宿命하고 常得出家修淨戒하야 無垢無破無穿漏하며
아위보리수행시 일체취중성숙명 상득출가수정계 무구무파무천루
내가 보리를 얻고자 수행할 때, 모든 갈래 가운데에서 숙명통을 이루고,
출가하여 항상 청정한 계행을 닦았나니, 때가 없고, 파괴됨이 없고, 새지 않으며,
天龍夜叉鳩槃茶와 乃至人與非人等의 所有一切衆生語를 悉以諸音而說法이로다
소유일체중생어 실이제음이설법 천룡야차구반다 내지인여비인등
천신들과 용, 야차, 구반다,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 한 이들 등등의
그 모든 중생들들이 쓰고 있는 말을 가지각색 음성으로 설법하시도다.
보현보살이 자신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온갖 수행을 한 내용들을 게송으로 말하였다. 참다운 이치의 가르침을 듣고 지니고 읽고 외우고 쓰고 출판하고 널리 해설하기를 발원하는 뜻이 담겨있다. 온갖 천신이나 용왕이나 야차까지도 알아듣는 말을 사용하였다는 것은 천차만별의 근기를 따르고 갖가지 중생들을 모두 수순한다는 수순중생의 행원이 잘 나타나있다. 불교는 첫째도 중생들을 위한 것이고 둘째도 중생들을 위한 것이고 셋째도 중생들을 위한 것이다. 부처님이나 보살들도 모두 중생들 때문에 부처님이 되고 보살이 되었다는 이치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가르침이다.
㉹ 修行二利願 -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수행을 원하다
勤修淸淨波羅蜜하며 恒不忘失菩提心하야 滅除障垢無有餘하야 一切妙行皆成就하고
근수청정바라밀 항불망실보리심 멸제장구무유여 일체묘행개성취
청정한 바라밀다 꾸준히 닦나니, 항상 보리심을 잊지 않고
번뇌 업장 남김없이 소멸하고, 모든 묘한 행을 모두 성취하며,
於諸惑業及魔境과 世間道中得解脫하야 猶如蓮華不着水하며 亦如日月不住空이로다
어제혹업급마경 세간도중득해탈 유여연화불착수 역여일월부주공
모든 혹(번뇌)와 업과 마의 경계와 이 세간의 온갖 일에서 해탈을 얻나니,
비유하면, 연꽃에 물이 묻지 않고, 해와 달이 허공에 머물지 않음과 같도다.
보현보살이 지난 세상에서 여러 가지의 수행을 한 것을 나열하고 있는 글이다. 자신의 수행은 곧 자신에게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마음에 장애되는 온갖 일들, 아무리 떨쳐 버리려 해도 떠나지 않는 갖가지 집착들, 심지어 이런 저런 인연들까지 훌훌 벗어던지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이 글에서처럼 연꽃이 물방울과 진흙에 물들지 않듯이, 해와 달이 허공중을 돌지만 허공중에 머물지 않듯이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을 이 경문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자신만의 이익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자리행(自利行)이 곧 이타행(利他行)의 도리가 여기에 있다.
㉺ 成熟衆生行願 - 중생들을 성숙시킴을 원하다
悉除一切惡道苦하고 等與一切群生樂호대 如是經於刹塵劫토록 十方利益恒無盡하며
실제일체악도고 등여일체군생락 여시경어찰진겁 시방이익항무진
일체 악도의 온갖 고통을 모두 없애고, 모든 중생들에게 평등한 즐거움을 주나니,
이와 같은 티끌같이 수 많은 세계와 겁을 지나, 시방중생을 이익되게 하여 항상 다함이 없으며,
我常隨順諸衆生하야 盡於未來一切劫토록 恒修普賢廣大行하야 圓滿無上大菩提로다
아상수순제중생 진어미래일체겁 항수보현광대행 원만무상대보리
내가 항상 모든 중생들에게 수순하리니, 미래의 모든 겁이 다하도록
항상 보현보살의 광대한 행을 닦고, 위없는 대 보리도를 원만히 하리라.
보현보살이 일체의 악한 길과 온갖 고통들을 모두 없애고 중생들에게 평등하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은 악과 고통이 본래부터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준다고 하지만 즐거운 꺼리가 이미 존재하는 것을 가져다가 준다는 뜻도 아니다. 세상사와 인생사의 참다운 이치를 아는 것이 곧 악과 고통을 없애는 일이고, 세상사와 인생사의 참다운 이치를 아는 것이 곧 즐거움이다. 그러므로 보현보살은 인생사의 참다운 이치를 스스로 깨달아서 사람들에게 낱낱이 깨우쳐주는 일을 하는 것이 곧 악과 고통을 없애고 즐거움을 주는 일이다. 보현보살은 그와 같이 중생들을 성숙시킨다.
보현보살이 설하는 게송 안에 다시 보현보살이 등장하여 보현행원과 온갖 수행을 말하는 것은 보현보살은 어느 누구의 한 사람의 보현보살이 아니다. 보현행원도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의 보현행원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보현행원이기 때문에 보현행을 하는 사람은 곧 보현보살이며 보현보살은 곧 보현행원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특정인으로서의 보현보살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보현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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