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대승론(攝大乘論) 상권 3
아 승 가(阿 僧 伽, 무착) 지음. 불타선다(佛陀扇多) 한역. 김묘주 번역
何者復彼阿犂耶識中,染等諸法種子,爲當分別住`爲不分別?
彼非如物分別彼處住,非不分別。然如是生彼阿犂耶識,彼生勝力故,說爲一切種子。
또한 그 아리야식 안의 모든 잡염법의 종자는 마땅히 분별해서 머무는 것인가? 분별하지 않는 것인가?
그것은 사물을 그 머무는 처소와 분별하는 것과는 달라서 분별하지 않는 것이니,
이처럼 그 아리야식을 생기하게 하고, 그것의 뛰어난 세력을 생겨나게 하므로 일체 종자식이라 하는 것이다.
ㅡ아리야식과 종자의 불일불이성(不一不異性)을 논한 장이다.
云何彼阿犂耶識及諸染法同時見迭互作因事?所謂如燈,焰及炷生燒因同時,迭互作因。及如葦束迭互人捉故同時,不墮地中,此亦如是迭互作因事應知。亦如阿犂耶識諸染法作因,諸染法與阿犂耶識,如是因緣差別事,不見有餘因緣。
그 아리야식과 모든 잡염법이 동시에 서로 원인이 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비유하자면 등불의 불꽃과 심지가 생겨나고 타는 원인으로서 동시에 서로의 원인이 되는 것과 같으며,
또한 갈대 묶음이 서로 의지하여서 함께 땅에 쓰러지지 않음과 같으니,
마땅히 알지니, 이것도 역시 그러해서 서로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아리야식이 모든 잡염법의 원인이 되는 것과 같이, 모든 잡염법이 아리야식에 대해서도 그러하니,
이렇게 인연을 안립하여서, 다른 인연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ㅡ아리야식과 잡염품이 서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있음에 관한 장이다.
云何無分別種種習而與有分別,種種諸法因成?所謂如種種色染衣已,不見種種色。若彼衣浸在器中,爾時彼諸色種種差別見,非一器中故。如是阿犂耶識種種習薰,習薰時雖非種種,能生果時向色器已,無量種種相現諸法種種事。
분별이 없는 무분별(無分別)의 갖가지 훈습이 어떻게 분별이 있는 유분별(有分別)의 종종 법의 원인을 이루는 것인가?
이른바 갖가지 색깔로 물들여진 옷과 같으니, 처음에는 갖가지의 색을 보지 못하지만, 그 옷을 염색 물에 담궜을 때에는 갖가지 색깔의 차이를 보게 되므로 하나가 아닌 것이니, 아리야식의 갖가지 훈습도 이와 같은 것이다.
훈습할 때에는 여러 가지가 없지만, 결과를 일으킬 때는 염색된 것과 같이 갖가지의 수 많은 법의 성품이 나타나는 것이다.
ㅡ원인과 결과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개별이면서도 개별이 아닌 속성을 띄는 것에 관한 장이다.
此是大乘中,甚微最細因緣,有二種:一者性差別` 二者愛不愛果差別。
是中所有依此阿犂耶識,生諸法者,此是性差別, 種種性分別現緣故。
이것은 대승 가운데 심오하고 매우 미세한 인연법(因緣法)으로, 이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자성의 차별한 성차별(性差別)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스럽거나 사랑스럽지 않은 결과의 차별인 과차별(果差別)이다.
이 중에서 이 아리야식에 의지해서 제법이 생기는 것은 성차별(性差別)이니, 갖가지 자성의 분별이 조건인 연(緣)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是中迷初因緣者,於阿犂耶識中,或言性因事`
이 중, 첫 번째 인연에 미혹한 이는 아리야식에 대해서 말하기를, 혹은 자성이 원인의 성품이라는 성인사(性因事)를 말하고,
ㅡ인도의 6파철학(派哲學) 중의 하나인 상캬(Sāṃkhya)학파의 주장으로, 자성은 프라크리티(prakṛti)로서, 근본 원질(原質)ㆍ근본 자성ㆍ제1 원인인 승인(勝因) 등의 의미이다.
상캬학파에서는 세계를 푸루샤(puruṣa,) 즉 神我(신아, 순수 청정한 정신성)와 프라크리티의 2원론(元論)으로 파악하고, 세계를 25원리에 의해 설명하였으며, 그 중 프라크리티는 라자스(rajas, 動質)ㆍ사트바(sattva, 純質)ㆍ타마스(tamas, 暗質)의 세 가지 속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계 만물의 차이는 이 세 요소가 어떤 비율로 결합되고, 그 중의 어떤 요소가 지배적인가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하였다.
프라크리티의 내적인 평형상태가 깨어져서 23원리 즉, 붓디(buddhi:大, 智)→아만→5유량(唯量, 色 ㆍ聲 ㆍ香 ㆍ味 ㆍ觸)→5대(大, 地ㆍ水ㆍ火ㆍ風ㆍ空)→11근(根, 눈ㆍ귀ㆍ코ㆍ혀ㆍ피부ㆍ손ㆍ발ㆍ입ㆍ생식기관ㆍ배설기관ㆍ心根)이 전개된다고 하였다.
或言本作因事`
혹은 과거의 지은 것이 원인의 성품인, 본작인사(本作因事)라고 말하며,
ㅡ순세외도(順世外道, Lokā.yatika)의 주장으로, 그들은 세간의 모든 원인은 다만 과거에 지은 것만이 있을 뿐, 현재의 노력은 결과를 초감할 수 없다고 하였다.
或言自在應化因事`
혹은 자재천의 변화가 원인의 성품인 자재응화인사(自在應化因事)라 말하고,
ㅡ자재천(自在天)을 섬기는 외도의 주장을 논파한 것으로, 이들은 다만 자재천이라는 하나의 원인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자재천은 색계의 초선천(初禪天)에서 3천 계(界)를 주관한다고 하며, (혹은 욕계의 제6천주(天主)라고도 한다). 이 신(神)이 세계의 본체 또는 창조의 신으로서, 만물이 자재천에 의해 생겨나고 소멸된다고 한다.
이 신이 기뻐하면 중생이 편안하고, 성내면 중생이 괴롭게 된다고 하였으며, 이 자재천의 인(因)이 자아 등으로 하여금 선악을 일으키고 생사에 윤회하게 하며, 나중에 혐오를 일으켜서 해탈을 구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或言自身我因相事`
혹은 실체의 자아가 원인의 성품인 자신아인상사(自身我因相事)라 말하고,
ㅡ바이세시카(Vaiśeṣika, 勝論)학파의 주장이다. 이 학파는 극단적인 실재론적 입장을 취하였으며, 유물론적(唯物論的) 다원론(多元論)으로서 세계의 구성을 여섯 가지 범주인 육구의(六句義), 즉 실체(實)ㆍ속성(德)ㆍ행위(業)ㆍ보편성(同, 大有性대유성)ㆍ특수성(異, 동이성同異性)ㆍ내재성(화합성和合性)으로 설명하고, 이것들은 식을 떠나서 별도로 상주의 체(體)가 있다고 인정하였다.
或言無因無緣事。第二因緣迷者,復自身計爲作者`食者。
혹은 원인도 없고 조건도 없다고 말하였으며,
두 번째 인연에 미혹한 이는 또한 자신을 계탁하여 짓는 작자(作者)와 받는 수자(受者)로 삼는다.
ㅡ인연법에 관한 장이며,
원문에 ‘식자(食者)’로 되어 있으나, ‘수자(受者)’의 오자로 보아야 한다.
譬如衆生盲人彼未曾見象,爲彼盲人將示象,諸生盲者,或捉象鼻,或牙或耳或足或尾或背。
彼示已,問象何相?或說言如犂轅`或言如杵`或言如簸箕`或言如碓臼`或言如苕帚`或言如石山。
비유하자면 일찍이 코끼리를 보지 못한 맹인들에게 어떤 이가 코끼리를 보여 주는 것과 같이, 선천적인 맹인들은 혹은 코끼리의 코를 만져보기도 하고, 혹은 이빨이나 혹은 귀ㆍ다리ㆍ꼬리 등을 만져보기도 하고는, “코끼리는 어떻게 생겼는가?”라고 질문하면, 혹은 보습자루 같다고 말하고, 혹은 절구공이 같다고도 하며, 혹은 삼태기 같다고도 하고, 혹은 절구 같다고도 하며, 혹은 빗자루 같다고도 하고, 혹 어떤 맹인은 코끼리가 석산(石山) 같다고도 하였다.
석산(石山), 능에서 산신제를 지낼 때 사용하는 돌이며, 보통 산석(山石)이라 한다.
如是不通達,不知此二種因緣故。無明障故,如生盲,或計爲性`或本因`或自在`或自身`或無因`或作者`或計爲食者。阿犂耶識如象,性相自體不知故。略說阿犂耶識因事及果事報識一切種子性已,是故三界中,攝一切身及一切道。
이와 같이 이 두 가지의 인연을 통달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무명의 장애로 인하여 마치 선천적인 맹인과 같이 혹은 생각으로 헤아려 자성으로 삼고, 혹은 과거에 지은 것의 원인, 혹은 자재천ㆍ혹은 실체의 자아인 자신(自身)ㆍ혹은 원인이 없는 무인(無因)ㆍ혹은 짓는 작자(作者)ㆍ혹은 받는 수자(受者)라고 말하는 것이니,
아리야식도 코끼리의 경우와 같이 체성(性)ㆍ체상(相)ㆍ자체(自體)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략히 말하자면 아리야식의 원인의 성품인 인사(因事)와 결과의 성품인 과사(果事)는 과보식인 보식(報識)의 일체 종자의 성품인 일체종자성(一切種子性)이기 때문에 삼계에서의 일체신(一切身)과 모든 윤회세계인 일체도(一切道)를 포섭하는 것이다.
是故說五偈:
그러므로 다섯 게송으로 설하나니,
內外不分明, 而說相順事, 彼一切眞實, 說爲六種子。
외부와 내부는 명료하지 않고, 서로 수순하는 성품을 말하는 것이며,
그것은 세속의 모든 것과 진실이니, 여섯 가지 종자인 육종자(六種子)를 말하는 것이네.
空及同諸大, 彼亦說隨順, 定而忘諸緣, 及自果將來。
공(空)을 비롯한 모든 요소와 함께 하며, 또한 그것은 수순한다고 말하나니,
결정적이고, 여러 조건의 제연(諸緣)을 필요로 하며, 스스로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네.
彼見而無記, 或順彼無餘, 薰彼非餘處, 然彼是習相。
그것이 보는 것과 무기성, 혹은 그것과 수순하여 남음이 없으며,
그것을 훈습함은 다른 곳이 아니니, 그것이 훈습의 습상(習相)이네.
六無有順義, 二別相違故, 諸念無同故 生餘隨順故。
여섯 가지 식에는 수순의 의미가 없으니, 세 가지 차별로 서로 위배되기 때문이며,
모든 찰나의 생각이 함께하지 않고, 나머지를 일으켜서 수순하기 때문이네.
內外諸種子, 彼說爲生因, 不續取盡故, 自然壞遍故。
내부와 외부의 모든 종자, 그것이 생겨나게 하는 생인(生因)이라고 말하나니,
상속하지 않고 취하여 다하기 때문이고, 자연스럽게 두루 멸하기 때문이라네.
ㅡ이 게송 이후에 현장 역본과 진제 역본, 급다 역본 등에는 내부 종자와 외부 종자가 같지 않음을 나타내기 위한 산문과 함께 두 게송이 이어지고 있으나 본 역본에는 빠져 있다.
所有餘六轉順識,彼一切身道處受果報應知。如中『邊分別論』說。
나머지 여섯 가지 전식(轉識)은 그 모든 신체와 윤회세계의 과보를 수용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나니, '중변분별론(中邊分別論)'에서 설한 바와 같다.
一是作緣識, 第二受果報, 分別受報者, 同發諸心爾。
첫째는 인연을 짓는 작연식(作緣識, 아리야식)이고
ㅡ아리야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모든 식이 전변 생기하는 인연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과보를 수용하는 수과보(受果報, 전식)의 식(識)이니,
ㅡ수용식ㆍ수식(受識)이라 하며, 외부 대상을 수용하는 식, 즉 전식(轉識)이다.
분별하고 과보를 수용하는 것이 여러 심리작용(心)을 함께 일으키네.
ㅡ여기서 심(心)은 심소법(心所法, 심리작용)을 의미한다.
彼諸識迭互作緣故,『大乘阿毘曇修多羅』有偈:
다시 그 모든 식이 서로 연(緣)이 되기 때문에 '대승아비담수다라(大乘阿毘曇修多羅)'에서 게송으로 설하기를,
一切諸法依, 如是彼諸識, 迭互作果事, 一切及因事。
일체의 제법이 의지하고, 그 모든 식도 그러하나니,
서로 결과의 성품인 과사(果事)가 되고, 일체가 원인의 성품인 인사(因事)가 되네.
若此諸識迭互作因緣果者,初因緣及彼第二因緣有何緣?謂增上緣。然此六識有幾緣所生?增上`念`次第等緣生是。此餘三種因緣,世閒者`至愛不愛道,及受果報者,四緣成。
만약 이 모든 식이 첫 번째의 인연(因緣)에서 서로 인연의 결과가 된다면, 두 번째 인연에서는 어떤 연(緣)이 있는 것인가? 증상연(增上緣)이다.
그러하다면, 이 육식(六識)은 몇 가지 조건의 연(緣)으로부터 생겨나는 연생(緣生)인가?
증상연(增上緣)ㆍ염연(念緣, 소연연)ㆍ차제연(次第緣, 등무간연) 등의 연생(緣生)이다.
이 나머지 세 가지 인연, 즉 세간이 다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 사랑스럽거나 사랑스럽지 않은 윤회세계, 수용하는 과보는 네 가지 조건의 사연(四緣)을 이루는 것이다.
ㅡ사연(四緣)에 관한 장으로, 정신과 물질의 모든 현상이 발생함에 있어서 그 연(緣)을 인연ㆍ증상연ㆍ염연(念緣)ㆍ차제연의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
증상연(增上緣)은 그것이 생겨나는 데 외부로부터 도와주는 힘을 말하는 것으로, 이에 2 가지는
다른 법이 생겨나는 데 힘을 주는 조건(緣)인 유력(有力) 증상연과
다른 법이 생기는 것을 장애하지 않는 조건의 무력(無力) 증상연이 있다.
염연(念緣), 여기서 염(念)은 생각 속의 인식대상, 즉 소연(所緣)의 의미이다.
현장의 역본에는 소연연(所緣緣)으로 되어 있으며, 소연연은 소연(所緣), 즉 마음의 대경(對境)이 마음의 연(緣)이 되어 활동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인식대상인 소연(所緣)인 대경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식이 생기하기 때문에 그 인식대상을 연(緣)으로 삼는 것이다.
차제연(次第緣), 현장의 역본은 등무간연(等無間緣)으로 한역하였다. 등무간연은 전찰나의 생각이 사라지면서 다음 찰나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전 찰나의 식이 멸하여 다음 찰나의 식에 그곳을 주지 않으면 식이 생기하지 않기 때문에 전 찰나의 식을 등무간연이라 이름한다.
'무착(無着)의 섭대승론(攝大乘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착(無着)의 섭대승론(攝大乘論) 상권 6 (0) | 2025.02.20 |
---|---|
무착(無着)의 섭대승론(攝大乘論) 상권 5 (0) | 2025.02.20 |
무착(無着)의 섭대승론(攝大乘論) 상권 4 (0) | 2025.02.19 |
무착(無着)의 섭대승론(攝大乘論) 상권 2 (1) | 2025.02.18 |
무착(無着)의 섭대승론(攝大乘論) 상권 1 (0) | 2025.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