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智度論釋初品中 禪波羅蜜 第十七 第二十八卷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김성구 번역/김형준 개역 

28. 초품  선바라밀(禪波羅蜜) 풀이함 3

 

云何呵聲? 聲相不停 暫聞卽滅。

愚癡之人 不解聲相 無常變失故 於音聲中 妄生好樂, 於已過之聲 念而生著。

어떠한 것이 聲相(성상, 소리의 형태 또는 목소리)를 꾸짖는 것인가

聲相(성상)은 머물지 않는 것이니, 잠깐 (그 소리가) 들렸다가는  사라지는 것이거늘 어리석은 사람들은 聲相(성상) 무상하게 변하여 사라지는 것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망념되이 ‘좋다,’ ‘즐겁다라는 생각을 내고이미 사라져 지나간 소리를 생각하며 집착하는 마음을 내나니, 

 

如五百仙人 在山中住 甄陁羅女 於雪山池中浴, 聞其歌聲 卽失禪定 心醉狂逸 不能自持。

譬如 大風吹諸林樹 聞此細妙歌聲 柔濡淸淨 生邪念想 是故不覺心狂,

今世失諸功德 後世當墮惡道! 有智之人 觀聲念念生滅 前後不俱 無相及者,

作如是知 則不生染著。若斯人者 諸天音樂 尚不能亂 何況人聲?

마치 오백의 선인들이 산중에서 머물고 있을 때견다라(甄陀羅, kiṃnara) 여인이 설산 기슭의 못에서 목욕하면서 노래 부르는 것을 듣고는 바로 선정을 잃고 마음이 취하여 미친 듯이 헤매이며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하게 된 것이, 마치 세찬 바람이 불어서  속의 나무들을 요동치게  것과 같았으니견다라 여인이 부르는 부드럽고 묘한 노래 소리를 듣고는 유연하고 청정한 마음에 삿된 생각을 내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이 미쳐 있는 것을 알지 못하였던 것이었다그들은 금생에서는 모든 공덕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내생에는 악도에 떨어지게 된 것이니, 

지혜 있는 사람은 소리가 생가생각을 따라 생멸하는 것이며, 앞의 소리와 뒤의 소리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며, 무상과 함께하는 것임을 관찰하여이러함을 알게 되면 삿되게 물든 집착을 내지 않는 것이다.

만약 사람이 이러하다면, 여러 하늘들의 음악도 그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거늘 하물며 인간의 소리이겠는가!

 

如是等 種種因緣 是名呵聲欲。

이러한 갖가지 인연을 일컬어 소리에 대한 욕망=聲欲(성욕)을 꾸짖는 것이라 하느니라.

 

云何呵香? 人謂 著香少罪 染愛於香 開結使門, 雖復百歲持戒 能一時壞之。

어떻게 냄새=香(향)을 꾸짖는 것인가?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냄새에 집착되는 것은 죄가 작은 것이다’ 하고는 냄새에 빠져들어 애착하여 번뇌의 문을 열게 되나니, 비록 백 년 동안 계행을 지녔다 하여도 일시에 능히 무너뜨게 되는 것이라.

 

如一阿羅漢 常入龍宮 食已 以鉢授與 沙彌令洗, 鉢中有殘飯數粒 沙彌嗅之大香 食之甚美。

便作方便 入師繩牀下 兩手捉繩牀腳, 其師至時 與繩牀俱入龍宮。

龍言, '此未得道 何以將來?' 師言, '不覺'

예를 들자면, 어떤 아라한이 항상 용궁에 들어가서 밥을 먹은 뒤에는 사미(沙彌, śrāmaṇera)에게 발우를 주며 씻으라고 하였는데, 그 발우에는 남은 밥풀들이 붙어 있어서, 사미가 냄새를 맡아 보니 몹시 향기로웠고 먹어보니 매우 맛이 좋았다.

이에 그는  꾀를 내어 스승의 승상(繩床, mañca 또는 khatva)밑으로 들어가서  손으로 승상(繩床)의 다리를  쥐고 있었기에 그의 스승이 용궁으로 들어  때에 침대에 붙어 함께 용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용이 말하기를 '이 아이는 아직 도를 얻지 못하였거늘 어찌하여 데리고 왔습니까?' 하니,

스승이 대답하여, '나는 미처 알지 못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승상(繩床, mañca 또는 khatva)= 비구가 지녀야 할 18물의 하나로, 윗 부분을 노끈을 얽어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의자, 승상(繩牀). 호상(湖狀)이라고도 부른다. 비구가 앉고 눕는 데 쓰는 침대=牀(상)의 일종으로, 인도에서는 앉고 눕는 데 사용하도록 장방형으로 만들고 중국에서는 흔히 의자로 만들었다.  

 

沙彌得飯食之 又見龍女 身體端正 香妙無比 心大染著 卽作要願, '我當作福 奪此龍處 居其宮殿!'

龍言, '後莫將此沙彌來' 沙彌還已 一心布施持戒 專求所願 願早作龍。

是時遶寺 足下水出 自知必得作龍。

徑至師本入處大池邊 以袈裟覆頭而入 卽死 變爲大龍, 福德大故 卽殺彼龍 擧池盡赤。

未爾之前 諸師及僧呵之。

沙彌言, '我心已定 心相已出' 時 師將諸衆僧 就池觀之。如是因緣 由著香故。

결국 사미는 밥을 얻어먹게 되었으며, 또한 매우 예쁘고 비할 데 없는 향기를 품은 용녀를 보고는 크게 마음이 애착된 나머지 맹세하기를 '내가 반드시 복을 지어서 이 용의 궁전을 빼앗아 살리라' 하였으나,

용이 말하기를, '이 아이를 다시는 데리고 오지 마십시오.' 하였다

사미는 돌아와서 일심으로 보시와 지계에 힘쓰면서 소원하는 일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힘써 구하여 빨리 용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어느 한 때에 사미가 절을 돌고 있는데 자기의 발바닥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보자 틀림없이 용이 될 것을 확신하여, 곧장 자신의 스승이 본래부터 용궁으로 들어가던 큰 못가로 가서 가사자락으로 머리를 덮고는 물 속으로 뛰어들어 즉시 죽게 되었으나, 그 복덕의 힘이 컸기에 그는 죽은 즉시 큰 용이 되어서 본래의 용을 죽이니 온 못이 피로 붉게 변하였다.

일이 이렇게 되기 전부터 여러 스승들과 대중이 사미에게 꾸짖었지만 사미는 말하기를, '내 마음은 이미 결정되었고, 이제 그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하였다

이때 스승은 여러 승려들을 데리고 못으로 가서 그것을 보았으니, 이러한 인연은 香(향)에 집착된 연고이니라.

 

復次 有一比丘 在林中 蓮華池邊經行 聞蓮華香 其心悅樂 過而心愛。

池神語之言, '汝何以故 捨彼林下禪淨坐處 而偸我香? 以著香故 諸結使臥者皆起'

時 更有一人 來入池中 多取其花 掘挽根莖 狼籍而去, 池神嘿無所言。

比丘言, '此人破汝池 取汝花 汝都無言, 我但池岸邊行 便見呵罵 言偸我香!'

池神言, '世閒惡人 常在罪垢糞中 不淨沒頭 我不共語也。汝是禪行好人 而著此香 破汝好事 是故呵汝! 譬如 白疊鮮淨 而有黑物點衆人皆見。彼惡人者 譬如 黑衣點墨 人所不見 誰問之者!'

또한 어떤 비구가 숲 속의 연못가를 거닐다가 연꽃 향기를 맡고는 좋아하는 마음이 지나쳐 애착심을 일으키게 되었으니, 이때 못의 신=池神(지신)이 그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어찌하여 저 숲 속에 조용히 앉아 참선하던 자리를 버리고 여기에 와서 나의 향기를 훔치는 것인가? 향기에 집착한 까닭으로 모든 번뇌의 결사가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니라.'

그 때에, 다시 다른 사람이 와서 못에 들어가 그 연꽃을 많이 꺾으며, 그 뿌리를 캐내어 아주 어지럽혀 놓고는 가버렸으나, 지신(池神)은 묵묵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에 비구가 말하기를, '저 사람은 그대의 못을 파괴하고 그대의 꽃을 꺾어갔으나, 그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서 어찌하여 나는 못 가에서 경행을 하기만 하였는데도 ‘나의 향기를 훔치느냐’며 꾸짖는 것입니까?'

이에 지신이 대답하기를, '세상의 악인들은 항상 죄악의 분뇨 속에 빠져 더러움이 머리까지 묻었으므로 나는 그들에게는 아무런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대는 선정을 닦는 훌륭한 사람인데 이 냄새에 집착하여 그대의 훌륭한 닦음을 무너뜨리고 있으므로 꾸짖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희고 고운 비단에는 한 점의 더러움이 있어도 여러 사람이 다 보고 알게되지만, 저 악인은 마치 검정 옷에 검은 먹 방울을 떨어뜨린 것과 같으니, 누가 볼 수 있으며 누가 묻겠는가!' 

 

이 부분은 좌선비구도향화(坐禪比丘盜香話), 좌선비구가 향을 훔친 이야기이며, (Sṃyuttanikāya, I, p.204:『잡아함경』 제50권, 『신수대장경』 제2권, 369a-b에 해당한다.

 

如是等 種種因緣 是名呵香欲。

이러한 갖가지의 인연으로 보아 ‘냄새에 대한 욕심=香欲(향욕)을 꾸짖는다’ 고 하는 것이니라.

 

云何呵味? 當自覺悟, '我但以 貪著美味故 當受衆苦 洋銅灌口 噉燒鐵丸, 若不觀食法 嗜心堅著 墮不淨虫中' 嗜 즐길 기 

어떻게 맛의 감각=味(미)를 꾸짖는 것인가? 마땅히 스스로 이렇게 깨우쳐 알아 차리는 =覺悟(각오)를 하여야 하나니, '나는 맛있는 맛을 탐하여 집착하기 때문에 뭇 괴로움을 받으며, 구리 녹인 물을 마시거나 뜨겁게 달군 무쇠알을 먹게 되리니, 만약 바르게 먹는 법을 관찰하지 않고 즐기는 마음만으로 굳게 집착한다면 구더기=不淨虫(불정충)으로 태어나게 되리라.'

 

如一沙彌 心常愛酪 諸檀越餉僧酪時 沙彌每得殘分 心中愛著 樂喜不離, 命終之後 生此殘酪甁中。

沙彌師 得阿羅漢道 僧分酪時 語言, '徐徐! 莫傷此愛酪沙彌'

諸人言, '此是虫 何以言 愛酪沙彌?'

答言, '此虫本是我沙彌 但坐貪愛殘酪故 生此甁中' 師得酪分 虫在中來。

師言, '愛酪人, 汝何以來?' 卽以酪與之。

마치 어떤 사미 하나가 항상 요거트=酪(락, 타락)을 좋아하여, 시주들이 스님들께 요거트 공양을 올릴 때이면 사미는 의례히 남은 찌꺼기를 얻게 되어 몹시 좋아하여 그 곁을 떠나지 못하다가 그 목숨이 다하여 그 요거트의 찌꺼기가 있는 병 속에 태어나게 되었다.

나중에 사미의 스승이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되었을 때, 대중(승려들)이 요거트를 나눌 때에는 말하기를, '조심조심하여서 이 타락을 즐기는 사미를 다치지 않게 하시라.' 하니, 

사람들이 묻기를, '이것은 벌레이거늘, 어찌하여 타락을 즐기는 사미라 하십니까?'

이에 스승이 대답하기를, '이 벌레는 본래 나의 사미였는데 타락 찌꺼기를 탐내고 애착했기 때문에 이 병 안에 태어난 것이니라.'

스승이 자기 몫의 타락을 얻으면 벌레가 병 안에 있다가 나타나는데, 스승은 '타락에 애착한 이여, 무엇하러 왔는가?' 라고 말하며 타락을 주는 것이었다.

 

復次 如一國 王名月分。王有太子 愛著美味 王守園者 日送好菓。

園中有一大樹 樹上有鳥養子 常飛至香山中 取好香果以養其子,

衆子爭之 一果墮地 守園人晨朝見之 奇其非常 卽送與王。

王珍此果香色殊異 太子見之便索 王愛其子 卽以與之。

太子食果 得其氣味 染心深著 日日欲得, 王卽召園人 問其所由。

守園人言, '此果無種 從地得之 不知所由來也' 太子啼哭不食 王催責園人 仰汝得之。

園人至得果處 見有鳥巢 知鳥銜來 翳身樹上 伺欲取之, 鳥母來時 卽奪得果送 日日如是。

鳥母怒之 於香山中取毒果 其香 味 色全似前者。

園人奪得輸王 王與太子食之 未久身肉爛壞而死。著味如是 有失身之苦。

또한 월불(月分, Candrabhāga)이라는 국왕에게 태자가 하나 있었으니, 그는 향기로운 맛을 몹시 좋아하여, 왕의 정원을 지키는 정원사가 날마다 좋은 과일을 따서 보내 주었다.

그 과수원 안에 큰 나무 하나가 있었는데, 그 나무 위에 새가 둥지를 짓고 새끼를 기르고 있었다. 그 어미 새는 항상 향산(香山)으로 날아가서 좋고 향기로운 과일을 물어다가 새끼를 먹였는데, 어느 한 때에 새끼들이 다투다가 과일 하나를 땅에 떨어뜨렸으니, 정원지기가 이른 아침에 나와서 그 과일을 보고는 매우 신기하게 여겨 곧 왕에게로 보냈다.

왕은 이 과일의 빛과 냄새가 매우 뛰어나게 특이한 것이라 여겼으나, 태자가 그것을 보자마자 달라고 하여, 왕은 자식을 사랑하는 까닭에 즉시 주었더니,

태자는 그 과일을 먹고는 그 맛에 반하여 물들고 집착하는 마음이 깊어져 날마다 달라고 하였다.

왕은 정원지기를 불러 그 과일의 출처를 물으니, 정원지기가 대답하기를, '이 과일은 심어서 난 것이 아니라, 그저 땅에 있는 것을 얻었을 뿐이라, 거기에 있게 된 연유는 모릅니다.'

태자는 더욱 울면서 음식을 먹지도 않으니, 왕은 정원지기를 재촉하여 말하기를, '그대가 그것을 구해 오도록 하라.'

이에 정원지기가 그 과일를 얻었던 본래의 장소에 가서 살펴보다가 새의 둥지가 있는 것을 보고는 새가 물고 온 것임을 알게 되어서, 곧 그의 몸을 숨기고 나무로 올라가서 몰래 빼앗고자 기다리고 있다가 어미 새가 돌아오자마자 즉시 그 과일을 빼앗아서 왕에게 보내었다.

날마다 이와 같으니, 화가 난 어미 새는 향산으로 가서 독기 있는 毒果(독과)를 가져왔는데, 그 향기와 맛과 빛깔이 앞의 과일과 완전히 같았다.

정원지기는 그것을 빼앗아서 왕에게 보내었고, 왕은 태자에게 주었으니, 태자가 그것을 먹고는 오래지 않아 몸이 붓고 뭉그러지더니 죽어버렸다. 이와 같이 맛에 집착되면 몸을 잃는 고통이 있게 되나니,

 

如是等 種種因緣 是名呵著味欲。

이러한 갖가지 인연을 일컬어 ‘맛의 욕심=味欲(미욕)에 집착함을 꾸짖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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