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智度論釋初品中 羼提波羅蜜義 第二十四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김성구 번역/김형준 개역 경량 엮음 참조

24. 초품  찬제바라밀의 뜻을 풀이함 5

 

復次 昔有國王女 逐旃羅 共爲不淨。又有仙人女 隨逐師子。如是等種種 女人之心 無所選擇。以是種種因緣 於女人中 除去情欲 忍不愛著。

또한 옛날의 어떤 왕녀는 전다라(栴陀羅, Chandra, 백정)를 따라다니면서 부정한 짓을 하였으며,

어떤 선인의 딸은 스승의 아들을 따라다닌 것 등, 이러한 갖가지 형태의 여자들은 마음에 아무런 가리움=選擇(선택)이 없었으니, 이러한 갖가지 인연 때문에 여자에 대하여 욕정을 버리고 인내하여 애착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카스트 제도=Caste는 ‘종’을 뜻하는 포르투갈어이며 인도에서는 ‘바르나’라 한다. 인도의 계급 사회 제도이며, 태어날 때부터 속하는 계층의 위치가 정해진다. 대체로 4개의 신분으로 나누어지며,  가장 높은 승려 계급인 브라만(Brahman), 왕·무사·귀족 등 제2의 계급인 크샤트리아(Kshatriya), 상인·농민 등 평민계급인 바이샤(Vaisya), 가장 낮은 지위의 노예 계급인 수드라(Sudra)이다. 이러한 계급들 간의 결혼이 금지되어 있으나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나 외지에서 온 부족으로 구성되는 백정, 망나니 등은 천대 받는 계층의 찬달라(Chandala)이며, 카스트 제도 내에 들어가지 못하며 몸에 닿는 것조차 더럽고 부정해진다고 여기는 불가촉 최천민 하리잔(Harijan 달리트 Dalit)이다.

 

云何瞋惱人中 而得忍辱?

어떻게 성내고 괴롭히는 사람에게서 인욕을 터득할 수 있습니까?

 

當自思惟, '一切衆生 有罪因緣 更相侵害。我今受惱 亦本行因緣 雖非今世所作 是我先世惡報 我今償之 應當甘受 何可逆也! 譬如負債 債主索之 應當歡喜償債 不可瞋也'

마땅히 이렇게 생각하여야 하나니, '일체 중생은 죄를 지은 인연으로 서로 침해하는 것이며, 내가 지금 받고 있고 있는 괴로움도 전생의 행위=本行(본행)의 인연이라. 비록 금생에 지은 것이 아닐지라도, 이는 내가 전생에 저지른 것에 대한 나쁜 갚음=惡報(악보)을 받는 것이니, 응당 달게 받아야 하리니, 어찌 거역할 수 있으냐!

비유하자면, 마치 빚을 진 것과도 같으니, 빚쟁이=債主(채주)가 찾아오면,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되 갚을지언정 화를 내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으니라.'

 

復次 行者常行慈心 雖有惱亂逼身 必能忍受。

또한 수행자는 항상 자애로운 마음을 써야 하며, 비록 이 몸을 괴롭히며 핍박할지라도 반드시 참고 견디어야 하나니, 

 

譬如提仙人 在大林中 修忍行慈。時, 迦利王將諸女 入林遊戲, 飮食旣訖 王小睡息。諸女輩 遊花林閒 見此仙人 加敬禮拜 在一面立。仙人爾時 爲諸女 讚說慈忍 其言美妙 聽者無厭 久而不去。迦利王覺 不見女 拔劍追蹤, 見在仙人前立 憍妒隆盛 瞋目奮劍 而問仙人, '汝作何物?'

비유하차면, 마치 찬제(羼提, Kṣānti-Ṛṣi 인욕선인) 선인이 큰 숲속에서 인욕을 닦으며 자비를 행하고 있을 때에, 가리(迦利, Kali)왕이 채녀(採女)들을 데리고 숲으로 들어가 놀았다. 음식을 먹고는 왕이 잠시 잠든 사이에 궁녀들이 꽃나무 사이로 구경을 다니다가 이 선인을 보게 되자, 공경히 예를 올리고 한 쪽에 서있으니, 선인은 채녀들에게 자비와 인욕을 찬탄하는 말씀을 하여 주니, 그 음성이 아름답고도 미묘하여 듣는 이가 싫증이 나지 않아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다. 가리왕이 깨어나 보니 궁녀들이 보이지 않았기에 칼을 뽑아들고 자취를 찾아 쫓아가, 그녀들이 선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자 교만과 질투가 복받쳤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며 칼을 뽑아 겨누고서 묻기를, '너는 무엇을 하는 자이냐?'

 

한글 금강경에 나오는 가리왕(迦利王)이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포악하고 탐욕스럽다.'는 뜻입니다.-마하반야바라밀다

 

仙人答言, '我今在此 修忍行慈'

王言, '我今試汝 當以利劍 截汝耳鼻 斬汝手足 若不瞋者 知汝修忍!'
仙人言 '任意!'
王卽拔劍 截其耳鼻 斬其手足 而問之言, '汝心動不?'

선인이 대답하기를, '나는 지금 여기에서 인욕을 닦고 자비를 행함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왕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내가 지금 그대를 시험해 보리라. 이 칼로 네 귀를 베고, 코를 자르고, 손발을 끊겠다. 그래도 성을 내지 않는다면 그대가 인욕을 닦는다는 것임을 알겠노라.'

선인이 대답하기를, '마음대로 하십시오.'

왕은 곧 칼을 들어 그의 귀와 코를 베어내고 손발을 끊고 나서 묻기를, '이래도 네 마음이 흔들리지 않느냐?'

 

答言, '我修慈忍 心不動也'

王言, '汝一身在此 無有勢力 雖口言不動 誰當信者?'

是時仙人 卽作誓言, '若我實修慈忍 血當爲乳' 卽時血變爲乳. 王大驚喜 將諸女而去。

선인이 답하여 말하기를, '나는 자비와 인욕을 닦아 마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왕이 다시 말하기를, '너의 몸뚱이 하나만이 여기에 남아 있어 아무런 힘도 없거늘, 비록 입으로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을 할지라도 누가 그 말을 믿겠느냐?'

이때 선인이 발원하기를, '내가 진실로 자비와 인욕을 닦았다면, 즉시 저의 피가 젖이 되게 해 주옵소서.'

그러자 즉시에 피가 젖으로 변하니, 이에 왕이 크게 놀라 채녀들을 데리고 떠나버렸다.

 

是時林中 龍神 爲此仙人 雷電 霹靂, 王被毒害 沒不還宮。

以是故言, '於惱亂中 能行忍辱'

이때 숲 속에 살고 있던 용신이 이 선인을 위하여, 천둥ㆍ벼락을 내리니, 왕은 그 독해(毒害)를 입고는 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죽게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성내고 괴롭힘 가운데서 능히 인욕을 행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復次 菩薩修行悲心 一切衆生 常有衆苦, 處胎迫隘 受諸苦痛, 生時迫骨肉如破 冷風觸身 甚於劍戟。

是故佛言, '一切苦中 生苦最重' 如是老病死苦 種種困厄 云何行人 復加其苦? 是爲瘡中 復加刀破. 戟 창 극

또한, 보살은 자애의 마음=悲心(비심)을 닦고 행하나니, 일체 중생에게는 항상 뭇 고통이 있으니, 태내에 있을 때엔 옹색함으로 여러 고통을 받고, 나올 때엔 옹색함에 눌리어 뼈와 살이 부서지는 듯하고, 찬바람이 몸에 닿는 고통이 칼과 창으로 베이는 것보다 심한 것이라.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일체의 고통 가운데서 태어나는 고통이 가장 심하다' 하셨으니, 이와 같이 늙음=老ㆍ앓음=病ㆍ죽음=死의 고통과 함께 갖가지의 어려움과 재앙=困厄(곤액)이 있으니, 어찌 수행자가 다시 그들(중생)에게 고통을 보태어 줄 수 있으랴? 이는 종기에 칼을 대어 더욱 아프게 하는 것과 같으니라.

 

復次 菩薩自念, '我不應 如諸餘人 常隨生死水流 我當逆流 以求盡源 入泥洹道。

一切凡人 侵至則瞋 益至則喜 怖處則畏。

我爲菩薩 不可如彼 雖未斷結 當自抑制 修行忍辱 惱害不瞋 敬養不喜 衆苦艱難 不應怖畏, 當爲衆生 興大悲心' 泥 진흙 니, 洹 강 이름 원,

또한, 보살은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나니,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항상 생사의 흐름을 따를 것이 아니라, 마땅히 생사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그 근원을 다하여 열반=泥洹(니원, nirvāna)의 길에 이르리라.

일체의 범부들은 침해를 당하면 곧 화를 내고, 이익을 만나면 곧 기뻐하며, 두려운 곳에서는 곧 겁을 먹게 되지만, 나는 보살이 되고자 하거늘, 그들과 같을 수는 없다.

비록 아직 번뇌의 씨앗을 다 끊지는 못했으나 스스로 억제하여 인욕을 닦되, 해침을 당하여 괴롭더라도 화를 내지 않으며, 공경과 공양을 받아도 기뻐하지 않으며, 온갖 고통과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오직 중생들을 위하여 큰 자비심을 일으키리라.'

 

復次 菩薩若 見衆生來爲惱亂 當自念言, '是爲我之親厚 亦是我師 益加親愛 敬心待之。

何以故, 彼若不加衆惱惱我 則我不成忍辱, 以是故 言是我親厚 亦是我師'

또한, 보살은 어떤 중생이 와서 괴롭히고 힘들게 하거든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는 나와 친분이 두터운 친구이며 나의 스승이다' 하고는 더욱 친애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대하여야 하나니, 

왜냐하면 만약 그가 온갖 괴로움을 가하여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나는 인욕의 행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는 나의 친분이 두터운 친구이며 또한 나의 스승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復次, 菩薩心知, '如佛所說, ‘衆生無始 世界無際 往來五道 輪轉無量' 我亦曾爲 衆生父母 兄弟 衆生亦皆曾爲 我父母 兄弟, 當來亦爾' 以是推之 不應惡心 而懷瞋害。

또한, 보살은 명심해야 하나니,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신 바 '중생들은 시작이 없고 세계는 끝이 없는 가운데 천도(天道) 인도(人道) 축생도(畜生道) 아귀도(餓鬼道) 지옥도(地獄道)의 오도(五道)를 오가며 끝없이 헤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일찍이 중생들의 부모 형제가 되었으며, 중생들 역시도 나의 부모형제가 되었으며, 앞으로도 또한 그러하리라' 하셨으니, 이로 미루어 보건대 삿된 마음으로 성내고 해하려는 마음을 품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復次 思惟, '衆生之中 佛種甚多 若我瞋意向之 則爲瞋佛, 若我瞋佛 則爲已了! 如說鴿鳥 當得作佛 今雖是鳥 不可輕也'

또한 이렇게 생각하나니, ‘중생들 가운데는 부처의 종자가 매우 많으니, 내가 만약 화를 내어 그들을 대한다면 이는 곧 부처님께 화를 내는 것이 될 것이며, 만약에 내가 부처님께 화를 낸다면 이미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마치 비둘기도 마땅히 부처를 이룰 수 있다는 말씀과 같으니, 지금은 비록 새일지라도 가벼이 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復次 諸煩惱中 瞋爲最重 不善報中 瞋報最大, 餘結無此重罪。如釋提婆那民 問佛偈言;

또한, 모든 번뇌 가운데서 성냄이 가장 무거우며, 불선업(不善業)에 대한 과보 가운데 성냄의 과보가 가장 크나니, 다른 번뇌에는 이보다 무거운 죄가 없음이라. 마치 석제바나민(釋提婆那民,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게송으로 여쭌 바와 같으니라.

 

何物殺安隱 何物殺不悔, 何物毒之根 呑滅一切善, 何物殺而讚 何物殺無憂。

어떠한 것을 죽이면 안온해지고, 어떠한 것을 죽이면 후회가 없으며

어떠한 것이 독의 근본이 되는 것으로 모든 선근을 죽여 버리는 것입니까?

어떠한 것을 죽이면 칭찬을 받으며, 어떠한 것을 죽이면 근심이 없게 되는 것입니까?

 

佛答偈言, 殺瞋心安隱 殺瞋心不悔, 瞋爲毒之根 瞋滅一切善, 殺瞋諸佛讚 殺瞋則無憂。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답하시기를,

성내는 마음을 죽이면 안온하여지고, 성내는 마음을 죽이면 후회가 없으며,

성냄이 독의 근본이 되는 것이니, 성냄은 일체의 선근을 죽여 버리나니, 

성냄을 죽이면 부처님들이 찬탄하시고, 성냄을 죽이면 곧 모든 근심이 없어지느니라.

 

菩薩思惟, '我今行悲 欲令衆生得樂。瞋爲呑滅諸善 毒害一切, 我當云何行此重罪? 若有瞋恚 自失樂利 云何能令衆生得樂?'

다시 보살은, ‘나는 지금 연민=悲(비)를 행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끔 하나니, 성냄은 모든 선근을 삼켜 멸하게 하고, 모든 것을 독으로 해치거늘 내가 어찌 이렇게 중한 죄를 범하겠는가! 만약 성냄과 노여움=瞋恚(진에)한다면, 스스로의 즐거움과 이익을 잃게 되는 것이니, 어떻게 중생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얻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며, 

 

復次 諸佛菩薩 以大悲爲本 從悲而出, 瞋爲滅悲之毒 特不相宜。若壞悲本 何名菩薩? 菩薩從何而出? 以是之故 應修忍辱。若衆生加諸瞋惱 當念其功德, 今此衆生雖有一罪 更自別有諸妙功德, 以其功德故 不應瞋。

또한,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은 대비(大悲)로써  근본을 삼나니, 화를 낸다면 대비를 멸하는 독이 되는 것이니, 더더욱   일이다. 만약 대비의 근본을 무너뜨린다면 어찌 보살이라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보살이 나올 수 있으랴? 그러므로 마땅히 인욕을 닦아야 한다.

만약 어떤 중생이 온갖 성냄의 고통=瞋惱(진뇌)를 가할지라도, 마땅히  공덕을 생각해야 하나니, ‘지금 이 중생이 비록 하나의 죄를 범하고 있으나, 다른 여러가지의 묘한 공덕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니, 그러한 공덕 때문에 그에게 화를 내지 말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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