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5. 문수사리문질품(文殊師利問疾品)1
유마힐소설경 중권(維摩詰所說經卷中)
5. 문수사리문질품(文殊師利問疾品)
文殊師利問疾品 第五
Chapter 5
Manjusri Inquires about the Illness
[문수보살은 산스크리트어로 만주스리(Manjusri)의 음역이며, 문수사리(文殊師利) 혹은 만수사리(曼殊師利)라고 번역되며 줄여서 문수(文殊), 묘길상(妙吉祥) 만수실리(曼殊室利), 만수시리(滿殊尸利), 문수시리(文殊尸利), 문수지리(文殊支利), 묘덕(妙德), 묘수(妙首), 보수(普首)이라 부른다. 만주(ma ju) 즉 문수는 묘(妙)를 뜻하고, 슈리( r ) 즉 사리란 두(頭), 덕(德), 길상(吉祥)을 뜻한다. 요컨대 매우 지혜가 뛰어나서 묘한 공덕을 지녔다는 뜻으로, 문수사리는 항상 부처님의 왼쪽에 자리를 잡고서 불법의 지혜를 상징한다. 존상의 모습은 대일여래의 5지를 상징하는 5계를 머리에 묶고 있는 동자형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연화대에 앉아 바른손에는 지혜의 칼을 들고 왼손에는 청련화를 쥐고 있으며, 위엄과 용맹을 나타내기 위해서 사자를 타고 있거나 경권(經卷)을 손에 든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 보살에 대한 신앙이 삼국시대 이래 널리 전승되었다. 문수보살은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 인도에서 태어나 반야(般若)의 도리를 선양한 이로서, 항상 반야지혜의 상징으로 표현되어 왔다. 그는 '반야경'을 결집, 편찬한 이로 알려져 있고, 또 모든 부처님의 스승이요 부모라고 표현되어 왔다. 이는 '반야경'이 지혜를 중심으로 취급한 경전이고, 지혜가 부처를 이루는 근본이 되는 데서 유래된 표현이다.
일설에는 이 문수보살이 석가의 교화(敎化)를 돕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몸을 바꾸어 보살의 지위에 머물고 있으나, 오랜 옛적에 이미 성불하여 용존상불(龍尊上佛)·대신불(大身佛)·신선불(神仙佛)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또 미래에 성불하여 보견여래(普見如來)로 불릴 것이라고 하였다. 또 다른 일설에는, 현재 북방의 상희세계(常喜世界)에 있는 환회장마니보적불이 곧 문수보살로, 이 부처님의 이름을 들으면 사중죄(四重罪)가 없어진다고 하였다.
이 문수보살의 상주처(常住處)는 신라의 고승 자장(慈藏)이 문수보살을 만나기 위해서 기도를 드렸던 중국 산시성(山西省)청량산(淸凉山, 일명 五臺山)으로, 현재 1만 명의 보살과 함께 있다고도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강원도의 오대산을 문수보살의 상주도량으로 믿고 신봉한다.
'화엄경'에서 문수보살은 보현보살과 함께 비로자나불의 양쪽 협시보살(夾侍菩薩:좌우에서 모시는 보살)이 되어 삼존불의 일원을 이루고 있다. 보현보살이 세상 속에서 실천적 구도자의 모습을 띠고 행동할 때 문수보살은 사람들의 지혜의 좌표가 되었다. 이 두 보살은 항상 서로의 지혜와 실천행을 주시하고 사랑하면서 스스로의 소임을 다한다.
문수보살은 지혜의 완성을 상징하는 화신(化身)이다. 지혜가 완성되었다는 것은 곧 마음에 아무런 분별심·차별의식·우열관념 등이 없는 한없는 고요 속의 밝음이다.
文殊師利(문수사리)보살 십대원(十大願); ①禮敬諸佛(예경제불) ②稱讚如來(칭찬여래) ③廣修供養(광수공양) ④懺除業障(참제업장) ⑤ 隨喜功德(수희공덕) ⑥ 請轉法輪(청전법륜) ⑦ 請佛住世(청불주세) ⑧ 常隨佛學(상수불학) ⑨ 恒順衆生(항순중생) ⑩ 普皆廻向(보개회향)]
爾時佛告文殊師利(이시불고문수사리) 汝行詣維摩詰問疾(여행예유마힐문질)
그 때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Mañjuśrī)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을 찾아가 문병을 하도록 하라.”
Then the Buddha said to Manjusri, Go to Vimalakirti and ask him about his illness.
文殊師利白佛言(문수사리백불언)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리되
Manjusri said to the Buddha,
世尊(세존) 彼上人者(피상인자) 難爲詶對(난위수대) 詶 대답할 수
세존이시여, 저 웃어른=上人을 저는 상대하기가 어렵습니다.
World Honoured One, it is difficult to talk to a wise man like him.
[上人= 아주 훌륭한 사람, 높은 분, 손윗사람을 말하고 또 윗사람이 아랫 사람을 존칭으로 부를 때 상인이라 하기도 합니다.]
深達實相(심달실상) 善說法要(선설법요) 辯才無滯(변재무체) 滯 막힐 체
智慧無礙(지혜무애)
그는 실상에 깊이 통달하고, 진리의 요지=法要를 훌륭하게 설하며,
변재에 걸림이 없고, 지혜는 막힘이 없으며,
He deeply understands the reality of all Dharmas and is good at explaining the essence of all Dharmas. His eloquence is unhindered, and his wisdom is all-encompassing.
一切菩薩法式悉知(일체보살법식실지) 諸佛秘藏無不得入(제불비장무득입)
모든 보살에게 필요한 작법=法式을 모두 알고 있으며, 모든 부처님의 비밀스러운 공덕=秘藏을 모두 다 간직하고 있으며,
He fully understands all the rituals performed by bodhisattvas and all the hidden treasures of the Buddhas, none of which he cannot access.
[法式= 예의범절, 일체교리 또는 부처님과의 관계에서 또는 승단에서 갖추고 지켜야할 일체 법에 대한 격식들.
秘藏= 비밀의 장, 부처님만의 정신세계, 부처님만의 진리의 세계, 다른 사람이 쉽게 알 수 없는 것이 秘,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모든 부처님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에 無不得入, 즉 이 사람은 부처님의 마음과 부처님의 깨달음의 세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降伏衆魔(항복중마) 遊戲神通(유희신통) 其慧方便(기혜방편) 皆已得度(개이득도)
온갖 마군을 항복시키고 신통력을 마음대로 부리며, 그 지혜와 방편을 모두 원만히 이루었으며,
He can subdue all demonic obstacles and use his margical powers freely, and he has reached the perfection of all wisdom and convenience.
[其慧方便(기혜방편) 皆已得度(개이득도) 이하에 현장 및 티베트 역에 있는 구절이 빠져 있다. 현장 역에 의하면 “이미 어떠한 문답에도 매듭을 지을 수 있으며, 자신이 있으며, 자유자재하여 어리석은 자의 변설로써 대적할 수가 없다”고 했다.]
雖然(수연) 當承佛聖旨(당승불성지) 詣彼問疾(예피문질) 旨 뜻 지
비록 그러하지만 부처님의 거룩한 뜻=聖旨를 받들어 그를 찾아가 문병하겠습니다.
None the less, since I have received the holly decree of the Buddha, I will go to ask him about his illness.
於是衆中諸菩薩(어시중중제보살) 大弟子釋梵四天王等(대제자석법사천왕등)
咸作是念(함작시념)
이에 회중 중의 많은 보살과 대제자들, 제석천, 범천, 사천왕 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Thereupon, all the bodhisattvas, the great disciples, with Sakra, Brahma, and the four heavenly kings thought inside,
今二大士(금이대사) 文殊師利(문수사리) 維摩詰共談(유마힐공담) 必說妙法(필설묘법)
‘이제 두 보살=大士이신 문수사리와 유마힐이 함께 이야기하면 반드시 묘법을 설할 것이리라.
Now that the two great masters, Manjusri and Vimalakirti, are now meeting and conversing, they will surely speak the profound and mysterious Dharma.
卽時八千菩薩(즉시팔천보살) 五百聲聞(오백성문) 百千天人皆欲隨從(백천천인개욕수종)
바로 그 때에 8천의 보살들과 5백의 성문들, 백천의 천인들 모두가 뒤따라가고자 원하였습니다.
Immediately, eight thousand bodhisattvas, five hundred sravakas, and hundreds and thousands of celestial beings all wanted to go with them.
於是文殊師利與諸菩薩(어시문수사리여제보살) 大弟子衆及諸天人(대제자중급제천인)
恭敬圍繞(공경위요) 入毘耶離大城(입비야리대성)
그리하여 문수사리는 수많은 보살과 대제자와 천인들에게 공경하게 둘러싸인 가운데 비야리 대성으로 들어갔습니다.
In this way, Manjusri, all the great disciples of the bodhisattvas and celestial beings, went respectfully into the great city of Vaisali.
爾時長者維摩詰心念(이시장자유마힐심념) 今文殊師利與大衆俱來(금문수사리여대중구래)
그 때 장자 유마힐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문수사리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오고 있으니,
At that moment, Vimalakirti, the elder, thought, Now Manjusri has come with a large multitude.
卽以神力空其室內(즉이신력공기실내) 除去所有及諸侍者(제거소유급제시자)
신통력=神力으로 방을 깨끗이 비워야겠다.’
그리고는 방안에 있는 것들을 치우고, 시자들까지도 내보낸 후,
He emptied the room with his divine power, removing everything and all the attendants,
唯置一牀(유치일상) 以疾而臥(이질이와) 牀 평상 상, 臥 누울 와
텅 빈 방안에는 오직 하나의 침상(침대)만을 놓아두고, 앓는 몸으로 누워있었다.
and placed only one bed on which he lay on in a sickly state.
文殊師利旣入其舍(문수사리개입기사) 見其室空(견기실공) 無諸所有(무제소유)
獨寢一牀(독침일상)
문수사리가 그 집에 들어가자 방안은 室空=텅 비어 아무것도 없고, 뎅그라니 침상 하나만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When Manjusri entered his dwelling, he saw that the room was empty, and there was nothing there except him alone on a bed.
[아무것도 없이 홀로 침상에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그야말로 초라하게 장식품도 없고, 지키는 사람도 없이 방안에 혼자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時維摩詰言(시유마힐언) 善來文殊師利(선래문수사리)
그 때 유마힐은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문수사리여.
At that moment, Vimalakirti said, Greetings, Manjusri,
不來相而來(불래상이래) 不見相而見(불견상이견)
온다고 하는 상 없이 왔고, 본다고 하는 상 없이 보았습니다.
you have come with the appearance of not coming, and you have seen with the appearance of not seeing.
[문수보살이 여기 왔지만 오지 않는 모습으로써 왔으며, 또 나를 보았지만 보지 않는 모습으로써 나를 본다. 즉 당신이 여기 왔지만 오지 아니한 모습으로 왔고, 당신과 내가 서로 보지만 보는 것이 없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지만 정말 흔적 없이 오고 흔적 없이 가는 것, 법이 본래 그런 것입니다. 우리는 가고 옴에 대해서 뭔가 종적을 남기려 하고 뭔가 표시를 내려는 마음을 쓰지만, 이 분들은 와도 오지 않는 모습으로 오고 보아도 보지 않는 모습으로 본다]
文殊師利言(문수사리언) 如是居士(여시거사)
문수사리는 말하되, 그렇습니다, 거사님.
Manjusri said, Indeed, householder.
若來已(약래이) 更不來(갱불래) 若去已(약거이) 更不去(갱불거)
만약 와 버렸다면 다시는 오지 않고, 만약 가 버렸다면 다시는 가지 않는 것이니,
When one comes, there is no coming. When one goes, there is no going.
[왔다고 하면 다시는 올 수가 없다 즉 왔다고 하는 것이 고정되어버리니까 또 올 수가 없다. 얼마든지 오고가고 해야 되는데, 갔다고 하면 다시는 가는 것이 없게 된다. 법이 얼마든지 오고 갈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왔다 갔다고 고정해버리면 죽은 말이 되니까 그런 표현은 삼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입니다.
즉 오는 사람은 쫒아온 바가 없이 온다. 어디서 왔느냐? 예를 들어 우리의 상식으로는 기원정사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가 지금 이렇게 왔습니다라고 대답할 수가 있고 또 기원정사에 오기 전, 출가하기 전에는 어디 있었다는 등,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도솔천 내원궁에서 왔다는 등 모든 아는 상식을 다 동원하면 이야기하겠지만, 실은 오는 것도 끝이 없고 가는 것도 끝이 없어 본래 그렇게 되어있는 생사유유무정지입니다.]
所以者何(소이자하) 來者無所從來(내자무소종래) 去者無所至(거자무소지)
왜냐 하면, 온다고 하지만 어디로부터 온 곳이 없고,
간다고 해도 어디로든 가는 곳이 없기 때문이며,
What is the reason? Those who come have nowhere to come from; those who goes has nowhere to go,
[來者無所從來, 어디라고 쫒아온 바가 없는 이치를 알기 때문에 내가 어디서 왔다하여도 꼭 어디서부터 왔다고 고집할 수 없다]
[去者는 無所至며, 간다고 해서 비록 내가 기원정사로 돌아가겠지만 실은 이르를 곳이 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여기 온 것이 다 온 것은 아닌 것이, 공부 끝나면 가야 되고 또 집에 가서 다 갔다고 생각하지만, 다 간것이 아닌, 또 일보러 나가야 되고, 나가면 또 들어와야 되고, 자고는 또 어디 갈 곳이 있는 등 매일매일 계속 가야할 일이 있으니까 이를 곳이 없이 끝없이 가는= 無所至라. 끝없이 가고 끝없이 오는 것이 잠깐 어딘가에 정착해서 그저 잠깐 머무를 뿐입니다.
그래서 삼계여박(三界旅泊)이라. 우리 인생살이가 욕계, 색계, 무색계를 돌면서 그런 삶의 모습들을 거쳐가는 것이 마치 나그네가 여관에서 하루 밤 머무는 것과 같은=無所至입니다.]
所可見者(소가견자) 更不可見(갱불가견)
또 보이는 것은 또다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and what is visible is no more.
[所可見者는 更不可見이니, 가히 봄이 있는 자는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본다고 고정해 버리면 죽은 것이지만, 사람은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또 보고 또 보고 또 볼 수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래서 본다고 고정된 말은 更不可見= 다시는 보지 못하는 말이 된다.
즉 보지 않는 모습으로 보는 것, 보되 보지않는 모습으로 본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且置是事(차치시사) 居士(거사) 是疾寧可忍不(시질영가인부)? 且 또 차
자, 이런 (지혜 겨룸) 이야기는 그만두고, 거사님, 이 병은 어찌 견딜 만하십니까?
Let’s not discuss this for a moment. Householder, can you bear your illness?
療治有損(요치유손) 不至增乎(불지증호)
치료를 받는 것이 병에 덜함이 있습니까, 더하지는 않았습니까?
Is the treatment not making it worst rather than better?
世尊慇懃致問無量(세존은근치문무량) 居士是疾(거사시질) 何所因起(하소인기)?
세존께서는 慇懃=매우 걱정하시며 문병하라 저를 보내셨습니다. 거사님, 이 병은 무엇 때문에 생겼으며,
The World Honoured One has made immeasurable inquiries concerning you. Householder, how did this illness start?
其生久如(기생구여)? 當云何滅(당운하멸)?
또 얼마나 오래되었고,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겠습니까?”
How long have you been suffering f
rom this disease? How con you get rid of it?
유마경변상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