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기신론

대승기신론 수행인을 위한 경율론 (은정희 전 서울대 교수)4

Skunky 2023. 1. 20. 09:00

13. 진여법 알아 평등한 마음이 자리이타 근본

 

지금까지 정의를 밝혀 드러내고(顯示正義), 삿된 집착을 다스리는(對治邪執) 부분을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모든 부처님들이 증득한 도를 향해 모든 보살이 발심해서 수행해 나아가는 뜻을 밝혀보겠다. 

도에 발심하여 나아가는 모양을 분별하는 분별발취도상(分別發趣道相)에서 도에 발심하는 모습에 또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신성취발심(信成就發心)은 십신의 자리 중에서 신심을 닦아 익혀서 신심이 성취되어 결정심을 일으켜 십주(十住)에 들어가는 것이다.

둘째 해행발심(解行發心)은 십행(十行)의 자리 중에서 법공을 잘 알고 법계를 수순하여 육도행을 닦아서, 이 육도행이 순결해지고 성숙되어 회향심(廻向心)을 일으켜 십회향의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셋째 증발심(證發心)은 초지 이상으로부터 십지까지의 자리에서 법신을 증득하여 진심(眞心)을 일으키는 것이다.

『기신론』에서는 초발심인 신성취발심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수행의 단계가 낮은 중생들을 가장 배려하는 뜻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우선 신성취발심을 내는 부류는 부정 (不定聚)중생이다. 십주 이상의 결정불퇴를 정정취(正定聚), 아직 십신에 들어가지 아니하여 인과를 믿지 않는 것을 사정취(邪定聚), 이 둘의 중간에 도에 나아가는 사람이 발심하여 무상보리를 구하려고 하지만 마음이 아직 결정되지 아니하여 어떤 때는 나아가고 어떤 때는 물러서는 것을 십신이라 하고 부정취라 한다. 

다음 이 부정취중생은 어떤 행실을 닦아 믿음이 성취되어 발심할 수 있는 것인가. 여래장 내의 훈습력에 의하고 또한 전세(前世)의 선근을 닦은 힘에 의해 이제 신심을 닦는다.

 

신성취발심 내는 부류는 부정취중생

여기에서 십선을 일으켜 복분(福分)을 닦고 생사의 고통을 싫어하고 무상보리를 구함으로써 도분(道分)을 닦는다. 나아가 여러 부처를 만나 직접 받들어 공양하고 십신의 신심을 수행한다. 이렇게 일 만 겁을 지나 신심이 성취되면 모든 부처와 보살이 가르쳐서 발심케 하는데 어떤 때는 대비에 의해 스스로 발심케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정법이 없어지려 함에 호법의 인연으로 스스로 발심케 하기도 한다. 

이렇게 발심하게 되면 드디어 정정취, 즉 십주의 초발심주에 들어가 끝내 퇴전하지 아니하는데 이 자리야 말로 여래종(如來種) 즉 부처될 종자에 비로소 머물게 되는 자리이다. 

이렇게 정정취에 들게 된 보살은 어떤 마음을 바라는 것일까. 

첫째는 직심(直心)이니 진여법을 바로 생각하여 마음이 평등해져서 다시 다른 회곡(廻曲: 어그러지고 굽어짐)됨이 없는 것이다. 이는 자리·이타행의 근본이다. 

둘째는 심심(深心)이니 심심은 근원을 궁구한다는 뜻으로 일체의 모든 선행을 즐겨 이루는 것이다. 만약 하나의 선이라도 갖춰지지 않으면 근원에 돌아갈 수 없는 것이어서 반드시 만행을 갖춰야 근원에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리행의 근본이다.

셋째는 대비심(大悲心)이니 대비란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는 이타행의 근본이다. 이 세 마음을 내면 어떤 악이든 여의지 않음이 없고 어떤 선이든 닦지 않음이 없으며, 한 중생도 제도되지 않는 바가 없으니 이를 무상보리심이라 한다.

  

또한 위의 세 마음을 내어 진여법에 귀순하는데 대략 네 가지 방편이 있다. 

첫째는 행근본방편(行根本方便)이다. 모든 법은 자성이 생김이 없음을 보고 망견을 여의어 생사에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법이 인연으로 화합하여 업과를 잃지 아니함을 보고 대비를 일으켜 여러 복덕을 닦아 중생을 섭화하여 열반에 머물지 않는 것이다. 이는 주착함이 없는 법성에 수순하는 것이다.

둘째는 능지(能止)방편이다. 자기의 허물을 부끄러워하고 뉘우쳐서 모든 악법을 그치게 하여 증장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허물을 여의는 법성에 수순하는 것이다.

셋째는 선근을 일으켜 증장시키는 방편(發起善根增長方便)이다. 삼보에 부지런히 공양하고 예배하며 모든 부처를 찬탄하고 따라 기뻐하며 권청한다. 이와 같이 삼보를 애경하는 순후한 마음 때문에 믿음이 증장되어 무상의 도를 구하는데 뜻을 두며 또 삼보의 힘으로 보호됨에 의해 업장을 녹이고 선근이 퇴전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치장(癡障)을 여읜 법성에 수순하는 것이다.

넷째는 대원평등(大願平等)방편이다. 미래에 다하도록 모든 중생을 교화, 제도하여 남음이 없게 하여 모두 무여열반을 이루도록 발원하는 것이다. 이는 단절됨이 없는 법성에 수순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심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공덕이 나타난다.

첫째 자리(自利)의 공덕이다. 이러한 발심에 따라 십주보살이 인공문에 의해 법계를 보는 것이니 이는 상사각이다.

둘째는 이타(利他)의 덕이다. 법신을 보기 때문에 원력에 의해 도솔천에서 내려오심, 마야부인 모태에 들어가 머묾, 모태에서 나옴, 출가함, 마구니를 항복시킴, 불도를 이룸, 법륜을 굴림, 열반에 드심의 팔상(八相)을 행한 것이다.

 

삼보 애경 순후한 마음이 믿음 증장 

둘째 해행발심은 십행위(十行位) 중에서 법공을 얻었기 때문에 법계에 수순하여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바라밀 등 육도행을 닦는다. 그리고 해행에서 얻은 발심으로 정신(正信)을 얻어 지전(地前)의 제일아승기겁이 다 차려고 하는 때에, 십회향의 자리에서 평등공을 얻었기 때문에 진여법에 대한 깊은 이해가 눈앞에 나타난다.

셋째 증발심은 초지에서 제십지까지의 보살이 진여를 증득하여 내는 발심이다. 이에는 진심(眞心: 무분별지), 방편심(후득지), 업식심(미세하게 생멸하는 아라야식)의 세 가지가 있다.

 

14. 항상 모든 바라밀 수행을 생각하는게 믿음

 

지난 번 분별발취도상에서 신성취발심으로부터 해행발심, 증발심 등은 부정취인 중에서도 수승한 이들이 차례로 닦아나가는 모습이었다. 

이제 수행심신분에서는 부정취인 중 열등한 이를 위하여 네 가지 신심(信心)과 오문(五門)의 행을 닦을 것을 권장한다. 만약 이 열등한 이가 믿음을 닦아 네 가지 신심을 성취하면 다시 발취분중의 세 가지 발심에 의해 나아가게 됨은 물론이다.

먼저 네 가지 신심이란

첫째, 근본 즉 진여법을 믿는 것이다. 진여법이야말로 모든 부처의 귀의할 바이며 모든 행동의 근원이다.

둘째, 부처에게 한량없는 공덕이 있다고 믿어 항상 부처를 가까이 하고 공양, 공경하여 선근을 일으켜 일체지를 구하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셋째, 법에 큰 이익이 있음을 믿어서 항상 모든 바라밀을 수행할 것을 생각한다. 

넷째, 사문이 바르게 수행하여 자리·이타 할 것을 믿어서 항상 모든 보살들을 친근히 하여 여실한 수행을 배우려고 하는 것이다.

 

다음 오문이란

시문(施門), 계문(戒門), 인문(忍門), 진문(進門), 지관문(止觀門)이다. 이 중에 지관문은 육도 중 정과 혜를 합해서 닦기 때문에 이 둘을 합하여 지관문이라 하니 오문은 곧 육바라밀이다.

첫째, 시문에는 일체의 와서 구하여 찾는 사람을 보거든 가지고 있는 재물을 힘 닫는 대로 베풀어줌으로써 간탐()을 버리어 상대로 하여금 환희케 하는 재()보시, 액난, 공포, 위핍(危逼)을 받는 사람을 보거든 자기의 능력껏 무외(無畏)를 베푸는 무외보시, 만약 중생이 와서 법을 구하는 이가 있으면 자기가 아는 대로 방편으로 설하되 명리와 공경을 탐내지 않고 오직 자리·이타만을 생각하여 보리에 회향하는 법()보시의 세 가지가 있다.

 

육도 중 정·혜 합한 것이 지관문 

둘째, 계문은 살생, 도적질, 음행, 양설(兩舌: 이간질 하는 말), 악구(惡口: 욕설), 거짓말, 기어(綺語: 도리에 어긋나며 교묘히 꾸미는 말)를 하지 않으며 탐질(貪嫉), 기사(欺詐), 첨곡(諂曲: 남을 속이려고 아양부리며 비위맞추는 것), 진에(), 사견(邪見)을 멀리 여의는 것이다.

셋째, 인문은 타인의 괴롭힘을 참아서 마음에 보복할 것을 생각지 않아야하며 또한 이익과 손해, 비난과 명예, 칭찬과 기롱, 괴로움과 즐거움 등 8(八風)법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넷째, 진문은 모든 선한 일에 마음이 게으르거나 주저함이 없어서 마음을 굳세고 강하게 먹어 겁약을 멀리 여의고 과거의 구원한 때로부터 헛되이 일체의 몸과 마음의 큰 고통을 받아 아무런 이익이 없음을 생각해야 하며, 이 때문에 모든 공덕을 부지런히 닦아 자리·이타하여 빨리 모든 고통을 여의는 것이다.

 

이상으로 오문 중 사문의 수행을 밝혔는데, 이들 수행에는 수행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장애가 있다. 원효는 이러한 장애를 네 가지로 구분하여 이를 제거하는 방편을 친절히 말해준다.

첫째, 모든 악업에 대해 참회하여 제멸한다. 

둘째, 정법(正法)을 비방하는 것에 대해 부처님께 설법해주시기를 권하여 청함으로써 제멸한다. 

셋째, 다른 사람의 수승함을 질투하는 것에 대해 수희(隨喜)함으로써 대치한다. 

넷째, 삼계를 즐겨 애착함에 대해 회향함으로써 대치한다. 

이상의 네 가지 장애는 수행자로 하여금 모든 수행을 내지 못하게 하며, 보리에 나아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참회, 권청, 수희, 회향의 네 가지 행을 닦아 대체하게 하는 것이다.

  

다섯 째, 지관문에는 모든 경계상을 그치게 함으로써() 사마타관을 수순하는 것과 인연생멸상을 분별함으로써() 비발사나관을 수순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15. 단정히 앉아 뜻을 바르게 할 때 止 수행

 

단정히 앉아 뜻을 바르게 할 때 止 수행

지를 닦으려면 첫째 고요한 곳에 머물러야 한다. 이에는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① 고요한 곳에 한거하는 것이니 곧 산림에 머무는 것이다. 취락에 머물면 반드시 소란스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② 지계가 깨끗해야 한다. 만약 깨끗하지 못하면 반드시 참회를 하여 업장을 여의여야 한다. ③ 의식(衣食)이 구족해야 한다. ④ 선지식을 만나야한다. ⑤ 모든 반연하는 일을 쉬는 것이다. 

()를 닦을 때에는 둘째, 단정히 앉아서 뜻을 바르게 해야 한다. 단정히 앉는 것은 몸을 고르게 하는 것이오, 뜻을 바르게 하는 것은 마음을 고르게 하는 것이다. 

먼저 몸을 고르게 하기 위해서는 

① 앉는 곳을 편안케 하는 것이니 오래도록 방해가 없게 한다.

② 다리를 바르게 해야 한다. 만약 반가좌(半跏坐)할 경우엔, 왼쪽 다리를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두어서 몸 가까이 끌어당겨 왼쪽 다리의 발가락이 오른쪽 넓적다리와 가지런하게 하며, 만약 전()가좌를 하려면 곧 위의 오른쪽 다리를 고쳐서 반드시 왼쪽 넓적다리 위에 두고 다음엔 왼쪽 다리를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둔다.

③ 옷의 띠를 풀어 느슨하게 하되 앉을 때 띠가 떨어지지 않게 한다. 

④ 손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왼손바닥을 오른손 위에 두어 손을 겹쳐서 서로 대하여 왼쪽 넓적다리 위에 가지런히 두며 몸 가까이 끌어당겨 중심에 두어 편안케 한다.

⑤ 몸을 바로잡아야 한다. 먼저 그 몸과 팔다리의 마디를 요동시켜 일 여덟 번 반복함으로써 스스로 안마하는 법과 같이 하여 수족을 어긋나지 않게 하며, 몸을 바르게 하여 단정하고 똑바르게 하여 어깨의 뼈가 서로 대하게 하여 구부러지게 하지도 말고 솟게 하지도 말아야 한다.

⑥ 머리와 목을 바르게 해야 한다. 코가 배꼽과 서로 대하게 하여 기울지도 삐딱하지도 않게 하며 위로 올리지도 아래로 내리지도 않게 하여 평면으로 바르게 머물게 한다.

 

뜻 바른 것은 마음을 고르게 하는 것 

다음으로는 마음을 고르게 갖는 것이다. 말세의 수행인이 바르게 원하는 이는 적고 잘못 구하는 이가 많은 것은 명리를 구하여 적정(寂靜)한 위의를 나타내지만 헛되이 세월을 보내어 정()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 이를 막아 정심(定心)으로 자도(自度도타(度他)하여 무상도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셋째, 몸과 마음()을 고르게 한 뒤에는 아홉 가지 심주(心住:內住, 等住, 安住, 近住, 調順, 寂靜, 最極寂靜, 專住一趣, 等持)를 닦아야 한다.

① 내주 : 수식관, 골쇄관(백골관)에서 얻는 상, 사정(事定: 공·지·수·화·풍을 대상으로 수행하여 색정, 무색정에 들어가는 것)이 반연하는 경계와 흩어진 마음으로 취하는 육진경계 등 모든 외진(外塵)들로부터 그 마음을 거두어 단속하여 안에다 매어 두어서 밖으로 산란하지 않게 한다.

② 등주 : 내주에서 수식 등의 상을 각각 깨트렸으나 이는 초수(初修)이며, 따라서 그 마음이 거칠게 움직이기 때문에 이 경계를 깨트렸으되 다시 나머지 경계를 생각한다. 이 나머지 경계에 대해 상속방편과 징정(澄淨)방편으로 이를 꺾어 미세하게 하여 두루 거두어 들여서 머물게 하는 것이다.

③ 안주 : 이 마음이 내주, 등주하였으나 내주, 등주하는 마음을 놓쳐 밖으로 산란하기 때문에 또다시 거두어 단속하여 내경(內境)에 안치하는 것이다. 즉 앞에서는 비록 밖으로 치달리는 생각을 모두 없앴으나 오히려 안으로 없앤다는 생각이 남아있으며, 안의 생각이 없어지지 않으면 밖의 생각이 다시 나는 것이므로 안으로 안주하지 못하게 된다. 이제 다시 이 없앤다는 생각까지 없애는 것이니 안에 두지 않음으로 해서 곧 밖을 잊을 수 있으며, 밖을 잊어서 고요해지면 곧 안주이다. 

 

밖의 경계에 여러 허물 있음을 알아야 

④ 근주 : 앞서 염주(念住 : 안주를 생각함)를 수습하는 힘에 의하므로 안팎의 일체의 모든 법이 본래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생각할 만한 것도 없는 줄 분명히 알아서 그 생각 생각이 나지도 멸하지도 않음을 미루어 자주 자주 뜻을 일으켜 그 마음을 안으로 머무르게 하여 이 마음이 멀리 밖에 머무르지 않게 한다. 

⑤ 조순 : 색·성·향·미·촉의 오진(五塵)과 탐·진·치의 삼독과 남녀 등의 경계상이 마음을 산란케 하는데, 앞서의 안주와 근주를 수습함에 의하여 밖의 경계에 여러 가지 허물이 있음을 깊이 알고 저러한 경계상들을 근심거리의 생각으로 여겨야 하며, 이러한 생각의 증상력으로 저 모든 상들에 대해 그 마음을 꺾어버려서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⑥ 적정(寂淨) : 갖가지 욕구하는 마음, 진에의 마음, 남을 해치는 마음 등 여러 나쁜 심사(尋思)와 탐욕개(貪慾蓋: 자기 뜻에 맞는 것을 탐내어 구하는 정신작용에 의해 우리의 심식을 덮어서 선법을 발생하지 못하게 함) 등의 수번뇌(隨煩惱)가 있어 마음을 요동케 하는데, 앞의 조순에 의해 그 허물을 더욱 깨달아 저러한 여러 가지 심사와 수번뇌들을 근심거리의 생각으로 여겨서 이러한 생각의 증상력에 의해 저러한 것들에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다.

⑦ 최극적정(最極寂淨) : 위의 적정의 마음을 놓침으로 해서 여러 나쁜 심사와 여러 수번뇌들이 잠시 현행할 때에 곳에 따라 일어나지만 차마 받지 아니하고 이윽고 토해 내는 것이다. 이 중에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정념(正念)을 놓치어 잠시 밖의 경계에 치달려 흩어졌으나 정념의 힘에 의해 그대로 차마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다음은 정념을 놓치어 다시 내심에 두다가 수행의 힘에 의해 이윽고 돌이켜 토해내는 것이다. 이처럼 안팎에서 받지 않고 돌이켜 토해내기 때문에 최극적정이라 한다. 

⑧ 전주일취 : 이는 가행도 있고 공용(功用)도 있어서 항상 방편을 생각하여 수순하고 관찰하며 부족함이 없고 간격이 없어 삼마지(三摩地)가 상속하기 때문에 오래 익혀 익숙하게 되면 그 마음이 머물게 되는 것이다.

⑨ 등지 : 자주 닦고 자주 익히어 많이 수습하기 때문에 가행도 없고 공용도 없게 되어, 떴다 가라앉았다함을 멀리 여의고 자연히 도에 들어감을 말한다. 등지의 마음이 진여상에 머물기 때문에 진여삼매에 들어가게 되는데, 진여삼매에 들면 번뇌를 깊이 조복하고 신심이 증장하여 속히 불퇴전의 경지를 이루게 된다.

 

16. 법신이 중생신과 평등함 알 때 일행삼매

 

법신이 중생신과 평등함 알 때 일행삼매

이제 사마타를 얻은 사람은 또한 비발사나(윗바사나)를 수습해야 하니, 여기에 네 가지가 있다. 

① 정사택(正思擇) : 정행(淨行: 청정한 행위), 선교(善巧: 부처님이 중생제도시 근기에 맞추어 선하고 공교하게 하는 행위), 정계(淨戒: 청정한 계행)가 반연하는 경계에 대하여 진소유성(盡所有性: 후득지, 여량지의 대상이 됨)을 바르게 생각, 판단하는 것이다. 

② 최극사택(最極思擇) : 저 소연경계에 대하여 여소유성(如所有性: 무분별지, 여리지의 대상이 됨)을 가장 지극하게 사택하는 것이다. 

③ 주변심사(周邊尋思) : 저 소연경계에 대하여 혜()와 함께 행함으로 말이암아 분별하는 작의(作意)를 갖게 되어 저 경계상을 취하여 빠짐없이 두루 심사하는 것이다. 

④ 주변사찰(周邊伺察) : 저 소연경계에 대하여 자세히 추구하여 빠짐없이 두루 사찰하는 것이다.

  

사마타()를 수행한 결과 어떤 공능이 있는가? 

지를 수행하면 진여삼매에 의해 법계가 일상(一相: 一行)임을 알며, 일체 모든 부처의 법신이 중생신과 더불어 평등하여 둘이 아니게 되니 이를 일행삼매(一行三昧)라 한다. 이 진여삼매에 의해 무량한 삼매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진여가 삼매의 근본임은 물론이다.

 

또 정근하여 전념으로 삼매를 수행하는 이는 어떤 이익이 있는가? 

① 항상 시방의 모든 부처와 보살에게 호념함을 입는다.

② 모든 마구니와 악귀에 의하여 두려움을 받지 않는다.

95외도와 귀신에 의해 혹란되지 않는다.

④ 깊고 미묘한 불법을 비방함에서 멀리 떠나 중죄의 업장이 점점 엷어진다.

⑤ 일체의 의심과 모든 나쁜 심사를 없앤다. 

⑥ 여래의 경계에 대한 믿음이 증장된다.

⑦ 근심과 후회를 멀리 여의어 생사중에 용맹하여 겁내지 않는다.

⑧ 그 마음이 부드럽고 온화하여 교만을 버려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괴롭힘을 받지 않는다.

⑨ 비록 정()을 얻지 못하더라도 모든 때에 모든 경계처에 대해 번뇌를 줄여서 세간을 즐기지 않는다.

⑩ 만일 삼매를 얻으면 외연의 모든 소리에 의해 놀라지 않게 된다.

  

그런데 ()만을 닦으면 마음이 가라앉거나 혹은 게으름을 일으켜 여러 선을 즐기지 않고 대비를 멀리 여의게 됨으로, 이에 관()을 닦아야 한다. 

관을 닦는 데에 네 가지 방법이 있다.

① 법상관(法相觀) : 모든 세간의 유위의 법이 오래 머무름이 없어 잠깐 동안에 변하여 없어지며 모든 마음 작용이 생각 생각마다 생멸하기 때문에(無常), 이것이 고()인줄 알아야 하며 과거에 생각한 모든 법이 어슴푸레 하여 꿈과 같은 줄 알아야 하며 현재 생각하는 모든 법이 번개와 같음을 알아야 하며 미래에 생각할 모든 법이 마치 구름처럼 갑자기 일어나는 것임을 알아야 하며(流轉), 세간의 모든 몸뚱이가 모두 다 깨끗하지 못하고 갖가지로 더러워서 하나도 즐거워 할 만한 것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不淨). 

② 대비관 : 일체의 중생이 무시의 때로부터 모두 무명의 훈습을 받는다. 이 훈습에 의해 마음이 생멸케 되어 이미 모든 심신의 큰 고통을 받았으며, 현재에도 곧 한량없는 핍박이 있으며, 미래에 받을 고통도 한계가 없어서 버리고 여의기가 어렵건만 이를 깨닫지 못하니 중생이 이처럼 매우 가련한 것임을 늘 생각해야 한다. 

③ 서원관(誓願觀) : 이러한 생각을 하고 곧 용맹스럽게 다음과 같이 대() 서원을 셀淄한다. 즉 원컨대 내 마음으로 하여금 분별을 떠나게 함으로써 시방에 두루하여 일체의 모든 선한 공덕을 수행케 하며, 미래가 다하도록 한량없는 방편으로 일체의 고뇌하는 중생을 구원하여 그들에게 열반·제일의락(第一義樂)을 얻도록 바라는 것이다. 

④ 정진관(精進觀) : 이러한 원을 일으키기 때문에 모든 때, 모든 곳에 있는 여러 선을 자기의 능력에 따라 버리지 않고 수학하며 마음에 게을리 함이 없는 것이다.

-海印의 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