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입법계품 6 (入法界品) 9
(2) 明智居士說法 명지 거사 설법
① 歎發心勝 보리심 발함을 찬탄하다
長者가 告言하사대 善哉善哉라 善男子여 汝乃能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이로다
장자 고언 선재선재 선남자 여내능발 아뇩다라삼막삼보리심
명지 거사(장자)가 말했느니라.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가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다니.
長者장자=1. 큰부자를 높여 이르는 말 2. 나이, 지위, 항렬 따위가 자기보다 높은 사람을 이르는 말
3. 덕망 있고 노성한 사람
善男子야 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한 是人難得이니 若能發心하면 是人은 則能求菩薩行하야
선남자 발아뇩다라삼막삼보리심 시인난득 약능발심 시인 즉능구보살행
선남자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는 사람은 만나기 어려우니,
만일 능히 발심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능히 보살행 구하리니,
値遇善知識호대 恒無厭足하며 親近善知識호대 恒無勞倦하며 供養善知識호대 恒不疲懈하며
치우선지식 항무염족 친근선지식 항무노권 공양선지식 항부피해
선지식 만나기를 언제나 흡족함이 없이 할 것이며, 항상 선지식 친근하기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선지식 공양하기를 항상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며,
給侍善知識호대 不生憂慼하며 求覓善知識호대 終不退轉하며 愛念善知識호대 終不放捨하며
금시선지식 불생우척 구멱선지식 종불퇴전 애념선지식 종불방사
선지식 시중드는 일에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며, 선지식 찾는 일에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선지식 사랑하는 마음을 끝내 버리지 않을 것이며,
慼 근심할 척, 친척 척, 憩 쉴 게, 惰 게으를 타, 사투리 타, 稟 녹 품
承事善知識호대 無暫休息하며 瞻仰善知識호대 無時憩止하며 行善知識敎하며 未曾怠惰하며
승사선지식 무잠휴식 첨앙선지식 무시게지 행선지식교 미증태타
선지식 받들어 섬기기를 잠시도 쉬지 않을 것이며, 선지식 우러러 보기를 쉬지 않을 것이며,
선지식의 가르침 행하기를 태만하지 않을 것이며,
稟善知識心호대 無有誤失이니라
품선지식 무유오실
선지식의 마음을 받드는 데에 그르침이 없을 것이니라.
② 示己所化 명지거사의 보리심 발함을 밝히다
善男子야 汝見我此衆會人不아 善財가 答言호대 唯然已見이니이다
선남자 여견아차중회인불 선재 답언 유연이견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이 대중들을 보는가?" "네, 보고 있나이다." 선재가 답하자
居士가 言하사대 善男子야 我已令其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하야 生如來家하야 增長白法하며
거사 언 선남자 아이영기발 아뇩다라삼막삼보리심 생여래가 증장백법
거사가 말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미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고
安住無量諸婆羅蜜하야 學佛十力하며 離世間種하고 住如來種하고 棄生死輪하며 轉正法輪하며
안주무량 제바라밀 학불십력 이세간종 주여래종 품생사륜 전정법륜
한량없는 바라밀에 안주하여 부처님의 십력을 배우며, 세간의 종자를 여의고,
여래의 종성에 머물러서 생사의 굴레(윤회)를 벗어버리고, 정법의 바퀴를 굴리며,
滅三惡趣하고 住正法趣하며 如諸菩薩하야 悉能救護一切衆生하노라
멸삼악취 주정법취 여제보살 실능구호 일체중생
삼악도의 길을 멸하고, 정법의 길에 머물러, 모든 보살들과 같이 일체중생을 다 능히 구호하게 하였느니라.
“여래 집안에 태어나서 순백청정한 법을 길이 양육한다”는 것은 이 지위가 제4생귀주의 행이고 또한 10지 중 제4지의 삼계업(三界業)이 멸진하여 여래 집안에 태어나면서도 오로지 세간의 지혜만이 원만함을 밝힌 것이니,
5주와 5지 중에 배우고 닦음으로써
6주와 6지에서 진(眞)과 속(俗)의 두 지혜가 다 종결되고 적멸정(寂滅定)을 얻어서 3공이 현전하니 운(運)에 맡긴 신통으로 시방을 교화하고, 그런 뒤에 7주와 7지 이후엔 세속에 들어가 범속한 행을 같이 일으켜서 대자비행을 행하고,
8지에선 부분적으로 공용 없음을 얻고, 10지에선 부처의 10력이 바야흐로 원만하고,
11지에선 운(運)에 맡겨 중생을 이롭게 하기 때문에 이에 허공을 우러러 보는 것이니, 수행할 바 정진의 행과 일체의 업고(業苦)가 다 끊어지고 일체 불법과 인천의 복덕이 다 그 속에 있는 것이다. 다만 법공을 닦아서 연기가 공적한 1문(門)을 요달하면, 일체 번뇌가 자연히 나타나지 않고 일체의 분명한 지혜가 자연히 현전하는 것이니, 우선 대요(大要)를 대략 든 것이며 자세한 뜻은 경문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다.
③ 財法無盡 명지거사의 복덕장 해탈문을 밝히다 - 能力
善男子야 我得隨意出生福德藏解脫門하야 凡有所須에 悉滿其願하니
선남자 아득수의 출생복덕장 해탈문 범유소수 실만기원
선남자여, 나는 마음대로 복덕을 출생시키는 복덕장 해탈문을 얻었는지라
무릇 필요한 것은 소원대로 다 만족시키나니,
所謂衣服瓔珞과 象馬車乘과 華香幢蓋와 飮食湯藥과 房舍屋宅과 牀座燈炬와 奴婢牛羊과 及諸侍使라
소위의복영락 상마차승 향화당개 음식탕약 방사거택 상죄등거 노비우양 급제시사
말하자면, 의복, 영락, 코끼리와 말, 수레나 꽃과 향, 당기, 일산, 음식, 탕약, 방과 거실, 주택, 침상과 자리, 등불과 횃불,
하인, 소와 양, 그리고 시중꾼,
如是一切資生之物을 諸有所須에 悉令充滿하며 乃至爲說眞實妙法이로라
여시일체 자생지물 제유소수 실영충만 내지위설 진실묘법
이러한 모든 살림살이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찾는 대로 다 충만케 하며, 나아가 진실한 묘법까지도 설해 주느니라.
④ 擧事現驗 보살의 부사의한 해탈경계를 보이다 - 證明
善男子야 且待須臾하라 汝當自見하리라 說是語時에 無量衆生이 從種種方所와 種種世界와 種種國土와種種城邑하야
선남자 차대수유 여당자견 설시어시 무량중생 종종종방소 종종세계 종종국토 종종성읍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그대가 보게 될 것이니라.
이렇게 말 할 때에 한량없는 중생들이 여러 방향으로부터 갖가지 세계, 갖가지 국토, 갖가지 성읍(도시)으로 부터 오는데,
且 또 차, 須 모름지기 수, 수염 수, 臾 잠깐 유,
形類各別하고 愛欲不同하야 皆以菩薩往昔願力으로 其數無邊이 俱來集會하야 各隨所欲하야 而有求請이어늘
형류각별 애욕부동 개이보살 왕석원력 기수무변 구래집회 각수소욕 이유구청
유형도 저마다 다르고 애욕도 같지 않건만 모두가 보살의 과거의 원력이었는지라
끝도 없는 수의 대중들이 모여 와서 저마다 바라는 대로 요청하였느니라.
爾時에 居士가 知衆普集하시고 須臾繫念하야 仰視虛空에 如其所須하야 悉從空下하야 一切衆會가 普皆滿足한 然後에
이시 거사 지중보집 수유계념 앙시허공 여기소수 실종공하 일체중회 보개만족 연후
그때 거사는 대중들이 두루 모인 것을 알고 잠깐 생각에 잠겨서 허공을 우러러 보았는데,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공중에서 내려와서 모든 대중들을 두루 만족케 하였느니라. 그런 다음
11지에선 운(運)에 맡겨 중생을 이롭게 하기 때문에 이에 허공을 우러러 보는 것이니, 수행할 바 정진의 행과 일체의 업고(業苦)가 다 끊어지고 일체 불법과 인천의 복덕이 다 그 속에 있는 것이다. 다만 법공을 닦아서 연기가 공적한 1문(門)을 요달하면, 일체 번뇌가 자연히 나타나지 않고 일체의 분명한 지혜가 자연히 현전하는 것이니, 우선 대요(大要)를 대략 든 것이며 자세한 뜻은 경문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다.
復爲說種種法하시니 所謂爲得美食而充足者하사 與說種種集福德行과 離貧窮行과 知諸法行과 成就法喜禪悅食行과
부위설종종법 소위득미식이충족자 여설종종 집복덕행 이빈궁행 지제법행 성취법희 선열식행
다시 갖가지 법을 연설하였습니다. 소위 맛있는 음식을 얻어 만족한 이들에게는 갖가지 복덕을 모으는 행,
빈궁을 여의는 행, 모든 법을 아는 행, 법의 기쁨과 선정의 희열이라는 음식을 성취하는 행,
修習具足諸相好行과 增長成就難屈伏行과 善能了達無上食行과 成就無盡大威德力降魔寃行하며 寃 원통할 원
수습구족 제상호행 증장성취 난굴복행 선능요달 무상식행 성취무진 대위덕력 항마원행
모든 상호를 구족히 닦아 익히는 행, 굴복하기 어려움=難屈伏을 증장하여 성취하는 행,
위없는 음식에 잘 요달하는 행, 다함이 없는 대위덕의 힘을 성취하여 마구니와 원수를 항복시키는 행을 설하였으며,
爲得好飮而充足者하사 與其說法하야 令於生死에 捨離愛着하고 入佛法味하며 爲得種種諸上味者하사
위득호식 이충족자 여기설법 영어생사 사난애착 입불법미 위득종종 제상미자
좋은 마실 것을 얻어 만족한 이들에게는 법을 설하여 생사에 애착을 버리고 불법의 맛에 들어가게 하며,
갖가지 좋은 맛을 얻은 이들에게는
與其說法하야 皆令獲得諸佛如來上味之相하며 爲得車乘而充足者하사 與其宣說種種法門하야 皆令得載摩訶衍乘하며
여기설법 개령획득 제불여래 상미지상 위득차승 이충족자 여기선설 종종법문 개영득재마하연승
법을 설하여 부처님 여래의 맛좋은 모양을 얻게 하고,
수레를 얻어 만족한 이들에게는 갖가지 법문을 설하여 모두 마하연의 수레를 타게 하였으며,
摩訶(마하)='크다(대)' '많다(다)' ‘위대함’, ‘뛰어남’ '초월하다(승)'의 뜻. 산스크리트어 mahā의 음역.
마하연(摩訶衍)=마하연나(摩訶衍那), 마하야나(摩訶夜那), 상연(上衍), 상승(上乘), 대승(大乘) Mahayana, Great vehicle ,
爲得衣服而充足者하사 與其說法하야 令得淸淨慚愧之衣와 乃至如來淸淨妙色하야 如是一切를 靡不周贍한 然後에
위득의복 이충족자 여기설법 영득청정 참괴지의 내지여래 청정묘색 여시일체 미불주첨 연후
의복을 얻어 만족한 이들에게는 법을 설하여 청정한 참괴의 옷에서 나아가 여래의 청정하신 묘색(모습)까지도 얻게 하여, 이와 같이 모두가 만족치 못함이 없게 한 다음에
悉爲如應說法하시니 旣聞法已에 還歸本處하니라
실위여응설법 기문법이 환귀본처
마땅한 대로 법을 설하였으니, 법문을 듣고서 본래의 곳으로 돌아갔느니라.
(3) 謙己推勝 겸손히 다른 이의 수승함을 추천하다 - 勸誘
爾時에 居士가 爲善財童子하사 示現菩薩不可思議解脫境界已하시고 告言하사대
이시 거사 위선재당자 시현보살 불가사의 해탈경계이 고언
이 때 거사는 선재동자에게 보살의 불가사의한 해탈 경계를 나타내 보여주면서 말했느니라.
善男子야 我唯知此隨意出生福德藏解脫門이어니와 如諸菩薩摩訶薩은 成就寶手하야 徧覆一切十方國土하야
선남자 아유지차 수의출생복덕장 해탈문 여제보살마하살 성취보수 편부일체 시방국토
"선남자여, 나는 다만 뜻대로 복덕을 내는=隨意出生 복덕장 해탈문만을 알거니와
저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보배의 손을 성취하여 일체시방의 국토를 두루 덮고,
以自在力으로 普雨一切資生之具하나니 所謂雨種種色寶와 種種色瓔珞과 種種色寶冠과 種種色衣服과 種種色音樂과
이자재력 보우일체 자생지구 소위우종종색보 종종색영락 종종색보관 종종색의복 종종색음악
자유 자재한 힘으로 모든 살림 도구를 비처럼 내리나니, 이른바 갖가지 밫깔 보배, 갖가지 빛깔의 영락,
갖가지 색의 보배 관, 갖가지 색의 의복, 가지 각색의 음악,
種種色華와 種種色香과 種種色末香과 種種色燒香과 種種色寶蓋와 種種色幢旛하야 徧滿一切衆生住處와
종종색화 종종색향 종종색말향 종종색소향 종종색보개 종종색당번 편만일체 중생주처
갖가지 색의 꽃, 가지 각생의 향, 갖가지 색의 가루향, 갖가지 색의 소향, 갖가지 색의 보배일산,
갖가지 색의 당기와 번기를 비처럼 내려서 일체중생의 머무는 곳과
及諸如來衆會道場하야 或以成熟一切衆生하며 或以供養一切諸佛하나니 而我云何能知能說彼諸功德自在神力이리오
급제여래 중회도량 혹이성숙 일체중생 혹이공양 일체제불 이아운하 능지능설 피제공덕 자재신력
여래의 모든 중회도량에 두루 가득히 하여 일체중생을 성숙시키거나 혹은 일체제불을 공양하기도 하거늘
내가 어떻게 알아서 그 공덕과 자재한 신력을 능히 알며 능히 말할 수 있겠는가?
(4) 指示後友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善男子야 於此南方에 有一大城하니 名師子宮이요 彼有長者하니 名法寶髻니 汝可往問호대
선남자 어차남방 유일대성 명사자궁 피유장자 명법보계 여가왕문
선남자여, 이곳의 남쪽에 큰 성이 있어 이름을 사자궁이라 하거니와
거기에 한 장자가 있어 이름이 법보계라 하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菩薩이 云何學菩薩行이며 修菩薩道리잇고하라
보살 운하학 보살행 수보살도
'보살은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습니까?' 하고 여쭈어보거라."
-謝恩
時에 善財童子가 歡喜踊躍하며 恭敬尊重하야 如弟子禮하야 作如是念호대 由此居士가 護念於我하야
시 선재동자 환희용약 공경존중 여제자예 작여시념 유차거사 호념어아
그러자 선재동자는 뛸듯이 기뻐서 공경히 존중하며, 제자의 예를 올리고서 생각하기를,
'이 거사가 나를 호념해 주심으로 말미암아
令我得見一切智道하며 不斷愛念善知識見하며 不壞尊重善知識心하며 常能隨順善知識敎하며 決定深信善知識語하며
영아득견 일체지도 부단애념 선지식견 불괴존중 선지식심 상능수순 선지식교 결정심신 선지식어
내가 일체지의 길을 보게 되었으니, 선지식을 사랑하는 소견을 단절하지 않고,
선지식을 존중하려는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으며, 선지식의 가르침을 항상 따르고, 선지식의 말씀을 결정코 깊이 믿어서
恒發深心하야 事善知識이라하야 頂禮其足하며 遶無量帀하며 殷勤瞻仰하고 辭退而去하니라
항발심심 사선지식 정예기족 요무량잡 은근첨앙 사퇴이거
항상 선지식 섬기는 마음을 내리라.' 하면서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없이 우로 돈 다음, 은근히 우러러 보면서 하직하고 떠나갔느니라.
대승(大乘) Mahayana, Great vehicle , 마하연(摩訶衍), 마하연나(摩訶衍那), 마하야나(摩訶夜那), 상연(上衍), 상승(上乘)
연원 및 변천= ‘대승(大乘)’이라고 한역한 산스끄리뜨어 ‘마하야나(mahayāna)’는 ‘큰 탈 것’을 뜻한다. 최초로 ‘마하야나’라는 단어를 쓴 경(經)은 한역 경전권에서 『소품반야경(小品般若經)』으로 알려진 『팔천반야경(八千般若經, Aṣṭāsahasrikā prajñāpāramitā sūtra)』임으로 미루어볼 때, 대승은 반야부의 공사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대승은 부파 시대 이후에 발생한 신불교 운동 세력이 기존의 교단들을 비판하며 ‘소승(小乘)’, 즉 ‘히나야나(hīnayāna)’라 하고, 자신들을 ‘더 높은’ 불교로 부른 데에서 비롯되었다. 대승은 공사상과 보살사상 그리고 육바라밀 또는 십바라밀의 체계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중국, 한국, 일본, 북 베트남 등 한역 경전권의 불교와 티벳불교를 통칭한다.
내용; 1. 대승 기원에 대한 두 가지 이론 대승의 출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이 있으나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붓다의 대열반 약 1백년 후에 열렸던 서인도의 상좌부(上座部)와 중인도의 대중부(大衆部)의 분열로 대표되는 2차 결집 또는 근본 분열 이후 부파불교 시대의 교학의 발전을 대승 발생의 원인으로 보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이 부파불교의 시대는 약 18 또는 22개의 부파들이 전인도에 산재하며 각자의 독특한 붓다의 가르침인 법(法, dharma)에 대해서 치밀한 해석, 즉 ‘아비달마(阿毘達磨, abhidharma)’을 추구하던 시대로 불린다.
불교의 탄생지인 중인도에서 서인도와 서북인도로 분파해간 상좌부의 경우 유부(有部)·경량부(輕量部) 등으로 더욱 분파해갔으며 이 부파들의 전통은 현재 한역 및 티벳 대장경에 자세히 남아 있다. 중인도에서 남인도로 분파해간 대중부의 경우 ‘초월적 존재로서의 붓다’, 즉 ‘출세간적인 존재(lokottara)’로 붓다를 여겼다. 이 때문에 한역의 ‘설출세부(說出世部, Lokottaravāda)’로 알려진 이 부파를 비롯해 대중부의 각 부파들은 법신(法身)·보신(報身)·응신(應身)의 삼신설(三身說)을 발달시켰다.
이 때 등장한 개념인 보살을 대승의 맹아로 보는 이 이론은 초기 불전 연구를 논할 때면 빠뜨릴 수 없는 라모트(E. Lamotte)와 더뜨(N. Dutt)의 학설이다. 더뜨는 대승의 특징을 보살 개념, 바라밀(波羅蜜)의 수행, 보리심의 개발, 정신 작용의 십지(十地), 불성의 성취, 삼신(三身)의 인정, 법무아의 개념, 법개(法皆) 또는 여성(如性)’ 등으로 정의했다. 그가 대승의 특징 첫 번째를 보살 개념으로 삼았던 만큼 대중부에서 대승의 기원을 찾고 있으나 그의 이론에는 반야부의 공사상이 빠져 있는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유행(遊行) 승려와 재가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불탑 신앙자’에 의한 신불교 운동을 대승의 출발로 꼽는 경우다. 이 이론은 한 때 ‘대승비불설’을 주장했던 일본에서 출발한 것으로 교조적인 부파불교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신불교 운동이 일어났으며 그 결과 대승이 출현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불탑뿐만 아니라 보리수·종묘(宗廟)·석굴 등의 다양한 뜻을 가진 산스끄리뜨어 ‘짜이뜨야(Caitya)’에 대한 숭배가 불교 이전의 관습으로 불교도들뿐만 아니라 자이나교도들에게도 성행하였고, 오늘날 남방의 상좌부에서도 융성하고 있으며 이 불탑에 대한 관리, 즉 재산권이 재가자 조직에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 이론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불교학의 영향 하에 놓여 있는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 이론을 대승 발생의 주요 이론으로 꼽고 있다.
‘제다산부(制多山部)’로 한역한 대중부의 ‘짜이뜨야바다(Caityavāda)’를 과대 해석한 약점이 눈에 띄지만 이 이론의 가장 큰 장점은 유행 승려의 존재에 눈을 돌렸다는 점이다. 붓다의 재세시의 유행 ‘상가(僧伽, saṃgha)’에서 정주 상가로 변한 이후에 전통적인 승원 교육을 받아 교학에 능통하지만 승원의 계율(戒律)에서 자유스러웠던 이 유행 승려들은 인도 특유의 우빠니샤드(Upaniṣad) 전통, 즉 ‘진리의 말씀’이라는 베다(Veda)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 전통에 충실한 자들로, 이들이 당대 부파들의 교조적인 아비달마 전통에 반기를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불교의 발생지인 중인도나 근본 분열 이후 상좌부의 본거지가 된 서인도 이외의 지역, 즉 대중부의 본거지인 남인도와 실크로드 선상에서 선악의 이분법을 최초로 도입한 조로아스터교의 영향 하에 있던 북인도 등 인도의 전통 문화 중심지의 변방에서 발생하였을 것이 유력하다. 큰 뱀을 뜻하지만 ‘용(龍)으로 한역된 ‘나가(Nāga)’ 숭배 사상이 일반적이었던 남인도나 알렉산더의 서북인도 침공(B.C. 327) 이후 외세에 대항 의식이 생겨났을 북인도 등지에 전래되었던 불교는 지역적, 시대적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 활발하게 현지화 되었을 것이고 이 가운데 대승이라는 새로운 불교가 출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이론의 특징을 총합하면 대승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보살사상과 공사상이 부파불교 시대의 끝 지점인 기원전 2세기 무렵 승단 내외에서 발생하게 된 역사적인 맥락이 드러난다. 즉, 붓다를 초월적인 존재로 보는 보살사상과 아비달마 교학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공사상을 바탕으로 대승이 출현한 것이다. 이것은 기원전 4세기 경 빠니니(Pāṇini)에 의한 고전 산스끄리뜨어(Classical Sanskrit) 문법 완성 이후 다양한 시가(詩歌, kāvya)들의 창작, 집필이 이루어지고 그 가운데 다량의 불전 문학과 대승경들이 집필된 시대적 배경과도 상통한다.
2. 대승의 특징
2-1. 바라밀 수행과 계율 문제
대승 이전의 불교의 가르침을 총합한 것은 사념처(四念處)[사념주(四念住)]·사정단(四正斷)[사정근(四正勤)]·사신족(四神足)[사여의족(四如意足)]·오근(五根)·오력(五力)·칠각지(七覺支)[칠각분(七覺分)]·팔정도(八正道) 등 총 7종의 37가지로 이루어진 삼십칠보리분법(三十七菩提分法)으로, 이것은 개인적 수행의 지침으로는 유효하기 때문에 대승에서도 통용된다. 그러나 이 수행법들을 총합해 보아도 공동체적인 목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대승 수행은 곧 보살의 이타행을 실천하는 것으로 그 결정체는 육바라밀 수행이다.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지혜(智慧) 등 총 6종으로 이루어진 ‘피안(彼岸)으로[pāraṁ] 건너가는 것[itā]’, 즉 ‘[고뇌의 육도(六道) 너머 깨달음의]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것’이라는 뜻을 가진, 한역으로 ‘바라밀다波羅蜜多)’로 음차한 것을 축약한 바라밀 수행의 첫 번째는 보시, 즉 ‘베푸는 것[dāna, 음차 檀那]’이다. 이것은 부파불교 시대까지 이어져온 개인의 수행을 전체 사회로 그 눈을 돌렸다는 점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 보시 바라밀은 재시(財施)·법시(法施)·무외시(無畏施)의 3종 보시를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꼽는다. 재시는 재가 신자들의 승단을 위한 경제적 지원, 법시는 이에 대한 승단에서의 가르침을 베푸는 것, 그리고 무외시는 보살이 중생을 두루 살피는 경계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3종 보시는 ‘계(戒)’를 통해서 전인도에 걸친 느슨한 통일 조직을, 그리고 ‘율(律)’을 통해서 이 통일성을 어겼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즉 근본 분열의 원인이었던 출가자들의 공동체인 상가의 계율 문제를 넘어 재가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불교 공동체인 상가와는 확연히 다른 목적의식을 담고 있다.
재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인정하고 있는 이 3종 보시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대승이라는 신불교 운동의 영향뿐만 아니라, 붓다의 제세시인 서기전 5세기 경 우빠니샤드를 재해석한 육사외도(六邪外道)에 의해 패퇴를 맞보았던 브라흐만교가 대중친화적인 힌두교로 재탄생할 때 불교 또한 재가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성이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불교와 힌두교의 경쟁 체제 속 재가자들의 권위 상승으로 인해서 『범망경(梵網經, brahmajāla sūtra)』의 죽이지 말라[不殺戒], 훔치지 말라[不偸盜戒], (그릇된) 음행을 범하지 말라[不婬戒] 등의 십중금계(十重禁戒)와 술 마시지 말라, 고기 먹지 말라 등의 사십팔경계(四十八輕戒)에서 보이듯, 대승에서는 이전에 미분화된 계율 대신에 포괄적인 계율을 취하게 된다. 섭율의계(攝律儀戒)·섭선법계(攝善法戒)·요익유정계(饒益有情戒)의 삼취정계(三聚淨戒)로 상징되는, 즉 계율을 지키고 선법을 닦고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포괄적인 대승계는 출가자들뿐만 아니라 재가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이 계율의 변화는 불교의 해외 전파 때 각 지역의 민간 신앙을 흡수, 통합하면서 현지 사정과 조화를 이루는 불교를 낳는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하기도 했으나 더더욱 느슨해진 상가, 즉 불교 공동체가 오늘날처럼 각 지역에 따라 제 각각의 이질적인 모습을 띄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2-2. 불교 인식론의 확장
부파불교의 정교한 교학 분석의 결정체가 ‘법에 대한 분석’, 즉 아비달마였던 것은 붓다의 가르침을 정교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붓다의 법문이라는 경장(經藏), 상가를 지키기 위한 규칙인 율장(律藏), 그리고 불법에 대한 해석인 논장(論藏) 등의 삼장(三藏), 또는 대장경에서 논장을 발달시킨 것이었다.
부파불교도들의 교학적인 태도가 ‘고통에서의 해방’, 즉 ‘열반적정(涅槃寂靜)’이라는 불법의 근본적인 목적에 직접적인 해답을 줄 수 있는지에 의심을 품은 반야부의 경장을 지었던 이들은 불교 인식론의 근간을 이루는 오온(五蘊, pañca skandha), 십팔계(十八界, aṣṭādaśa dhātava)를 ‘공(空, śūnya)’이라고 주장하며 그들의 분석적 태도를 비판하였다. 이와 같은 흐름은 이후 대승의 중관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공사상의 토대가 되었다. 이것은 불교의 구축적(constructive) 인식론의 반(反)/비(非)-구축적(de-constructive) 인식론의 출현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 구사론자들의 ‘불철저한’ 분석을 좀 더 심도 깊게 논의한 것은 대승의 유식사상으로, 유식사상은 오위칠십오법(五位七十五法)으로 대별되는 법에 대한 분석을 오위백법(五位百法)까지 밀고 나갔다. 이것은 ‘구사-인명(因明, 불교 논리학)-유식’이라는 불교의 구축적 인식론의 완성을 뜻한다.
현대 불교학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까루빠하나(D. J. Kalupahana)가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차용한 이와 같은 ‘구축적과 반/비-구축적’ 역사를 통해서 대승사상은 중관파와 유식파가 결합하는 불교 인식론의 완성을 이룩하였다.
부파불교의 법에 대한 분석을 부정하는 반야부의 공사상은 산스끄리뜨어의 부정어인 ‘나(na)’ 또는 부정 접두어인 ‘아(a-)’ 또는 ’안(an-)’을 붙여 일체의 개념들을 모두 ‘(그와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밝힌 것은 중관사상의 시조(始祖) 용수(龍樹, Nāgārjuna: 150~250)로, 그는 그의 대표저작인 『중론(中論, Madhyamaka śāstra)』을 포함한 제 저작들에서 ‘열반, 인과, 업’ 등의 불교의 근본 개념들마저도 고정불변의 실체를 가진 것, 즉 자성(自性, svabhāva)을 가진 것이 아니라고 논파했다.
산스끄리뜨어로 ‘존재’를 뜻하는 ‘바바(bhāva)’와 그것의 부정어인 ‘아바바(abhāva)’를 한역 경론에서는 ‘유(有)’와 무(無)‘로, 티벳 경론에서는 ’외빠(yod pa)’와 ‘메빠(med pa)’ 등 대칭적인 개념으로 옮겨, 이와 같은 부정적인 자세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지만 산스끄리뜨어의 언어학적인 특징에 따른 이 부정주의 정신은 공사상으로 대별되는 중관사상의 기본적인 특징을 이루었다. 이것은 연기사상을 통해 아(我, ātman)를 부정하고 무아(無我, anātman)를 근간으로 삼는 붓다의 가르침을 다시금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대승불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용수가 그의 출생과 활동지역인 남인도를 중심으로 반야부의 영향 하에서 대승사상을 발전시켰다면 유부 구사론자의 활동지역인 북인도에서는 『섭대승론(攝大乘論, Mahāyāna saṃparigraha śāstra)』의 저자인 무착(無著, Asaṅga: 4~5세기?) 등이 출현하여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Abhidharmakośa śāstra)』 등에서 다루지 못했던 주제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이 유식사상의 발달로 인하여 업과 윤회를 바탕으로 한 인도 전통 문화에, 특히 윤회의 주체를 ‘어떤’ 아(我)로 보는 힌두교와의 대치점에 놓여 있던 불교에, 제팔식(第八識)인 일체종자식(一切種子識, sarva bīja vijnāna)을 뜻하는 ‘아뢰야식(阿賴耶識, ālaya vijñāna)’이 새롭게 대두되었다. 윤회의 주체가 바로 이 팔식(八識)이라는 새로운 이론으로 말미암아 오랫동안 힌두교도의 공격의 대상이 되었던 불교에서의 윤회의 주체 문제는 해결되었다.
이 밖에도 유부와 경랑부 간의 논쟁의 주제였던 ‘근본 물질(paramāṇu)’, 즉 ‘극미(極微)’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대승의 유식사상에서는 인식주체인 식(識)에 의해서 반영된 대상으로서의 존재, 그리고 중관사상에서는 연기적 존재로서의 인식대상 등을 정의하여 인식주체와 인식대상, 그리고 그 사이의 반영이 결코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는 연기사상을 재확인하였다.
한역에서 소승과 대승의 차이를 정의할 때 대표적인 예로 드는 소승의 ‘아공법유(我空法有)’는 인식주체의 변화, 즉 연기성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인식대상을 고정하지 않을 경우 그것을 분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즉 인식대상의 연기성, 그 변화성을 제한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대승의 유식사상에서는 ‘인식주체에 의해 반영된 존재’를 뜻하는 ‘형상(形相, ākāra)’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어 인식주체와 인식대상, 그리고 그 사이의 반영에 그침 없는 작용, 즉 연기성까지 염두에 두었다.
더 나아가 중관사상의 사조 용수가 그의 대표적인 저작인 『중론』, 「제24품. (사)성제(四聖諦)에 대한 고찰」, [362(24-18)]번 게송에서 ‘연기인 그것/ 바로 그것을 공성(空性)이라고 말한다/ 바로 그것에 의지하여[緣] 시설(施設)된 것[=假名]/ 그 자체가 바로 중도(中道)이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그리고 한역 경전권에서 대승은 ‘아공법공(我空法空)’이라 명쾌하게 정의한 것처럼, 대승에서는 소승에서 제한한 인식대상의 연기성를 회복시켜주었다.
3. 역사적 발전
불교 논리학[因明]은 그 구축적 성격으로 인해 원래 구사론의 맥을 잇는 것으로, 『정리문론(正理門論』 등의 저자 진나(陳那, Dinnāga: 480∼540)의 등장 전후를 기점으로 삼아 구(舊) 인명과 신(新) 인명의 시대로 나뉜다.
시대적으로 이때는 경쟁관계에 있던 힌두교의 육파 철학의 하나인 니야야학파(Nyāya)의 소의 경전인 『니야야 수뜨라(Nyāya sūtra, 正理經)』가 완성된 이후로 인도 논리학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던 시대였다. 이 시대를 관통하면서 중관학파에서는 『반야등론(般若燈論, Prajña pradīpa)』 등의 저자인 청변(淸辯, Bhāvaviveka, 또는 Bhavya: 500~570)이 등장하여 인명을 도입하여 중관사상을 해석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의 이와 같은 논리적, 구축적인 『중론』에 대한 주석은 『명구론(明句論, Prasannapadā)』 등의 저자 월칭(月稱, Candrakīrti: 600~650)에 의해서 비판받는다.
청변과 월칭의 대치점은 이후 스와딴뜨리까(Svātantrika, 자립논증)와 쁘라상기까( Prāsaṅgika, 귀류/귀결논증)라는 중관사상의 두 조류로 알려졌는데 티벳불교에서는 용수의 부정주의와 비판 정신을 계승한 것을 후자로 꼽는다. 이와 같은 중관사상의 변화는 ‘논리학의 시대’를 경과하며 구축적인 불교 인식론과 비구축적인 불교 인식론이 조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대승의 두 사상은 『중관장엄론(中觀莊嚴論, Madhyamakālaṃkāra kārikā)』 등의 저자 적호(寂護, Śāntarakṣita: 725~788)의 유가행 중관파((瑜伽行 中觀派, Yogācāra Mādhyamikas)를 통해서 수행적 측면에서는 요가, 즉 유식적 입장을 그리고 인식론에서는 중관적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통합되었다.
또한 여래장(如來藏, tathāgata garbha) 사상이 새롭게 대두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보리심(菩提心, bodhicitta)의 개발이라는 목적의식이 명확한 티벳불교와 달리 대부분의 한역 경전권의 종파들에서는 여래장을 강조하고 있다. 초기 경론들에 등장하지 않는 이 개념이 불성의 개발이라는 논리적 확장에서 비롯된 것인지, 힌두교의 영향인지, 아니면 인도 문화 외적인 요소가 불교 내로 유입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4. 밀교의 발생과 대승의 사멸
일반적으로 불교학자들은 불교의 역사를 원시·부파·대승·밀교(密敎)의 4종으로 나누고 부파불교를 소승이라 부르는 대승이 출현하고 그 교학 체계를 이으며 제례 의식과 신앙 활동을 강조하는 밀교가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붓다의 가르침을 직접 들었던 성문(聲聞, śrāvaka), 그리고 스스로 깨달았던 연각(緣覺 또는 獨覺, pratyeka buddha) 이후에 보살승(菩薩乘) 등 3승(三乘)으로 나눌 때, 성문·연각은 소승으로 그리고 보살승은 대승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 대승을 둘로 나눠 ‘드러난 가르침’을 ‘현교(顯敎)’라 부르고 ‘감추어진 가르침’을 ‘밀교(密敎)’라 부른다. 밀교의 등장에 대해서는 몇몇 학설들이 있으나 신불교 운동을 통하여 법에 대한 분석에 몰두하던 부파불교에 반대하여 대승이 출현했던 것처럼, 신인명의 시대를 관통하면서 교학에 다시 빠져드는 대승 현교에 반대하여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
한역 경전권에서는 이 밀교를 밀교 3부경이라는 『대일경(大日經, Mahāvairocana sūtra)』, 『금강정경(金剛頂經, Sarvatathāgata tattva saṃgraha sūtra)』, 그리고 『소실지경(蘇悉地經, Susiddhi sūtra)』의 집필 또는 집경 전후를 통해서 잡밀(雜密)과 순밀(純密) 등 2종으로 나누거나 만다라의 형태에 따라 태장계(胎藏界)와 금강계(金剛界) 등 2종으로 나누는데 반해서 티벳에서는 끄리야 딴뜨라(kriyā tantra, 作)·짜르야 딴뜨라(caryā tantra, 行)·요가 딴뜨라(yoga tantras)·무극상 요가 딴뜨라(anuttara yoga tantras) 등 4종으로 분류하고 유부·경량부·유식·중관 등의 4종의 불교 교학과 배치하고 있다.
인도 밀교의 흥성은 불교와 경쟁 관계에 있던 힌두교의 육파 철학 가운데 정점을 찍은 베단따 학파의 불이론(不二論, advaita, non-dualism)을 주장한 샹까라(Śāṃkara: 788~820)가 중관사상의 영향으로 고정불변한 실체라는 ‘아뜨만(我, ātman)’을 해체한 이후 인도 양대 종교의 명확한 대치점이 사라진 것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인도 철학사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라다끄리쉬난(S. Krishnan)이 언급한 이 ‘교감어린 경쟁(friendly competition)’의 해체는 곧 인도 인식론의 발전에 종지부를 찍으며 양대 세력들 간의 문화적 공유를 불러왔다. 그 결과 불교의 밀교가 행하는 거의 모든 제례 의식이 힌두교의 밀교와 겹치는 결과를 낳았다.
상호경쟁 체계가 해체된 인도의 인식론은 중앙아시아 회교도의 침공 이후 더 이상 활기를 찾을 수 없게 되었으며 12세기 빠알라(Pāla) 왕조(8~12 세기) 멸망 이후 인도 불교는 결정적인 패퇴를 맞이하였다. 인도 중세에 걸친 회교도 왕조에도 생존한 힌두교와 사멸한 불교와의 차이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들이 있으나 빠알라 왕조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던 나란다(Nālandā) 승원(5~12 세기)의 멸망에서 보이듯, 중앙아시아 회교도의 남하에 저항의 구심점을 형성할 수 있었던 상가의 궤멸, 즉 사원 약탈과 출가자 학살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다수의 승려들이 티벳으로 망명한 결과, 오늘날 티벳불교의 최대 종파인 게룩빠(dge lugs pa, 黃敎)에서는 나란다 전통을 자신의 법맥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