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제99권 5
大智度論 釋曇無竭品 第八十九 卷第九十九
聖者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삼장법사 구마라집 소역
89. 담무갈품(曇無竭品)을 풀이함 ① 5
問曰:曇無竭入三昧,何以乃至七歲?
묻나니, 담무갈은 삼매에 들어서 무엇 때문에 7년 동안이나 걸린 것입니까?
答曰:先已答:好世人壽長,雖七歲不以爲久。
又曇無竭宮殿、婇女、微妙五欲與天相似;薩陁波崙等新發意者,心未柔軟,疑曇無竭雖說空法、讚歎離欲,謂其心未能捨。
是故七歲三昧,欲以除衆疑故,生貴敬心。聞曇無竭七歲三昧,心、口相應能說、能行,則信受其語,易可得度。譬如癰瘡未熟,醫則不破,但以藥塗令熟,熟則易破。
답하나니, 앞에서 이미 대답한 것과 같이, 좋은 세상에 난 사람들은 수명이 길어서, 비록 7년이 걸린다 할지라도 오래라고 여기지 않으며,
또 담무갈의 궁전에 있는 채녀(婇女)들과 미묘한 오욕은 마치 천상과 비슷한 것이었으니,
살타파륜 등과 같이 새로이 뜻을 낸 초발의자들은 마음이 아직 유연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담무갈을 의심하기도 하니, 그가 비록 공한 공법(空法)을 설하면서 욕탐을 여읠 것을 찬탄할지라도 ‘그의 마음은 아직 버리지 못하였을 것이다’라고 여길 것이기 때문에, 7년 동안이나 삼매에 들어가 있으면서 대중들의 의심을 없애고자 한 것이며,
그러므로 살타파륜 등은 귀하게 여기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서 담무갈이 7년 동안 삼매에 들어서 그의 마음과 말이 상응하여서 능히 말하는 것과 같이 능히 행하므로, 곧 그의 말을 믿고 받아 들여서 쉽게 제도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비유하자면, 마치 종기가 아직 익지 않았다면 의사가 바로 터뜨리지 않고 다만 약을 발라 두었다가 잘 곪은 뒤에야 쉽게 터트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復次,欲受心生實樂故,入無量三昧。
復次,說法有二種:一者、口說法,二者、身現法。今欲以身現法故,入無量三昧,令衆生知攝心入慧,得如實智。
菩薩三昧者,如菩薩義中說。行般若、方便力者,如「方便品」中說。
또한 마음에서 생겨나는 진실한 즐거움의 실락(實樂)을 받기 위하여 무량한 삼매에 들어간 것이며,
또한 설법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입으로 법을 설하는 구설법(口說法)이요,
둘째는 몸으로 법을 나타내는 신현법(身現法)이니,
지금은 몸으로 법을 나타내고자 한 까닭에 무량한 삼매에 들어가서,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을 가다듬고 지혜에 들어가는 방법을 깨달아 여실지(如實智)를 얻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보살삼매(菩薩三昧)’라 함이란, 보살의 뜻인 보살의(菩薩義)에서 설명한 것과 같으며,
‘반야의 방편력(方便力)을 행한다’고 함도 '방편품(方便品)'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薩陁波崙於七歲中,三惡覺觀不生,不味於味。是人雖未破煩惱,而集諸善法故,制諸煩惱,不令得生;但一心念:“曇無竭何時當出?我當從聞般若。”過七歲已,作是念:“我當爲曇無竭敷坐處,掃灑莊嚴。”
살타파륜이 7년 동안 세 가지의 거친 생각인 삼악각관(三惡覺觀, 탐진치)을 내지 않았으며, 맛의 미(味)에 맛들이지 않았으며,
이 사람은 비록 아직 번뇌는 깨뜨리지 못하였을지라도 모든 착한 선법을 쌓았기 때문에 모든 번뇌를 제어하여 일어나지 못하게 할 수 있었으며,
다만 일심으로 ‘담무갈이 언제쯤 나오실까? 나는 그분으로부터 반야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으며,
7년이 지난 뒤에 생각하기를 ‘나는 담무갈을 위하여 앉으실 곳을 마련한 뒤에 쓸고 닦고 물을 뿌리고 장엄하여야 겠다’고 하였다.
問曰:薩陁波崙云何得知過七歲已,曇無竭當出?
묻나니, 살타파륜이 어떻게 7년이 지난 뒤에는 담무갈이 나오실 것을 알았던 것입니까?
答曰:有人言:先曾七歲展轉聞知。有人言:曇無竭初入三昧時,自說七歲爲限。
如釋迦文尼佛告阿難:“我欲一月、二月入禪定。”阿難以告四衆。
薩陁波崙深愛佛法、敬重曇無竭故,供養莊嚴說法處。
出家菩薩但莊嚴其心,詣師受法;在家菩薩則莊嚴說法處,華香供養。
답하나니, 어떤 분이 말하기를 “먼저 일찍이 7년 걸린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들어 알고 있었다”라고 하며,
또 어떤 분은 말하기를 “담무갈이 처음 삼매에 들 때에 7년 동안이라고 스스로 말하였다”고 하기도 하나니,
마치 석가문니(釋迦文尼)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나는 한 달이나 두 달 동안 선정에 들고자 한다”고 말씀하시면, 아난은 그 일을 4중(衆, 사부대중인 비구, 우바새와 우바이, 비구니)에게 알려주는 것과 같이,
살타파륜은 부처님의 불법을 몹시 사랑하고 담무갈을 공경하며 존중한 까닭에 공양하고 설법할 곳을 장엄하는 것이며,
출가한 보살은 다만 그 마음만을 장엄하여 스승에게 나아가 법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만,
재가의 보살은 설법하는 처소를 장엄하고 꽃과 향으로써 공양하는 것이다.
復次,薩陁波崙作是莊嚴,欲令曇無竭知其愛法、欲法相,深心信樂,故現是事;是故生心,共五百女等,展力掃灑,自以其金;銀;珍寶敷座。薩陁波崙等雖自有妙好茵褥,爲愛法情至故,以身所著上衣敷座。
또한 살타파륜은 이러한 장엄을 함으로써 담무갈로 하여금 그가 법을 사랑하는 애법(愛法)과 법을 바라는 욕법상(欲法相)과 깊은 마음으로 믿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하고자, 이렇게 나타내는 것이니,
이 때문에 마음을 내어서 5백의 여인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쓸고 뿌리면서, 스스로 금은의 값진 보물로써 자리를 마련한 것이니,
살타파륜 등은 비록 자신들에게 훌륭한 깔개가 있었지만, 법을 사랑하는 애법(愛法)의 정이 지극하였기 때문에 스스로가 입고 있는 상의(上衣)를 벗어서 자리에 편 것이다.
求水灑地,魔隱蔽故,求不能得。此中自說因緣:“魔作是念:‘若薩陁波崙求水不得,其心則劣,志願不滿故。又令自鄙其身,我薄福德故,爲供養法,求水不得,以自輕憂愁覆心故。’”福德不增、智慧不照
不明者,諸憂愁煩惱覆心故,諸福德、智慧不能照明;譬如日障蔽故,其照不明。
물을 구하여 땅에 뿌리고자 하였으나 악마가 물을 숨겨버려서 얻을 수 없었으니, 여기에 그 인연을 설명하고 있으니,
“악마가 생각하기를 ‘만약 살타파륜이 물을 구하다가 얻지 못하면, 그의 마음이 하열해질 것이니, 그가 바라던 원이 만족되지 못한 때문이며, 또 스스로의 몸을 비천하게 여기면서 '나는 복덕이 박하기 때문에 법에 공양하기 위하여 물을 구하는데도 얻을 수 없구나!'라고 하며, 스스로 자신을 업신여기면서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을 덮어버릴 것이므로, 복덕이 더하지 못하고 지혜도 밝지 못하게 되리라’고 하였다.”
‘밝지 못한 불명(不明)’이란, 모든 근심과 걱정하는 번뇌가 마음을 덮어버리는 탓에 모든 복덕과 지혜가 환히 비추어지면서 밝아질 수가 없다는 것이니, 비유하자면, 마치 해가 가리워진 때문에 그 빛이 밝게 비추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魔知其心大,不可沮壞,但小沮壞,令其稽留。爾時,薩陁波崙自刺其身,出血灑地,欲以淹塵。人血肉雖臭,以其至心求水不得,意不分別香臭好惡,爲欲淹塵,不惜身命。又薩陁波崙深心愛著般若波羅蜜故,無所愛惜。
악마는 살타파륜의 마음가짐이 커서 무너뜨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 다만 조금이라도 무너뜨려서 그를 지체시키고자 하였을 뿐인데, 그 때에 살타파륜이 스스로 그의 몸을 칼로 찔러서 피를 내어 땅에 뿌리며 먼지가 나지 않게 하려고 하였으니,
사람의 피와 살은 비록 역겨울지라도 그는 지극한 마음으로 물을 구하다가 얻지 못하게 되자, 향기가 나건 냄새가 나건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먼지가 일어나지 않게 하고자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며,
또 살타파륜은 깊은 마음으로 반야바라밀에 애착하는 까닭에 아깝게 여기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有人言:“多有諸天龍、鬼神等常隨逐薩陁波崙,佐助守護,是故所出之血變爲香水。如羼提仙人被割截時,血化爲乳。”又以無量福德成就故,隨願卽成。
어떤 분은 말하기를 “모든 하늘ㆍ용ㆍ귀신들이 많이 있어서 언제나 살타파륜을 따라다니며 돕고 수호하였기 때문에 나온 피도 향수(香水)로 변하게 되는 것이 마치 찬제선인(羼提仙人)이 몸을 베고 끊을 때에 피가 젖으로 변한 것과 같다”고 하였으며, 또 무량한 복덕을 성취한 까닭에 원하는 바대로 곧 성취한 것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의 전신인, 찬제선인(羼提仙人)이 가리왕에게 손발을 잘리자 그 피가 모두 젖이 되었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제88권 8
問曰:若福德成就,隨願卽得,魔不應隱蔽其水?
묻나니, 만약 복덕을 성취하여 원하는 바 대로 곧 될 수 있었다면, 악마는 그 물을 숨기지 못하였어야 할것입니다.
答曰:是菩薩新發意能成小願,未能卻魔。此中薩陁波崙自說出血因緣:“我從無始生死已來數數喪身,未曾爲法。”
답하나니, 이 보살은 새로 뜻을 낸 신발의로서, 조그마한 소원은 성취할 수 있어도 아직 악마를 물리칠 수는 없었으며,
여기에서 살타파륜이 피를 낸 인연을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비롯함이 없는 무시(無始)로부터 나고 죽으면서 삭삭(數數, 자주자주)하게 몸을 잃었으면서도 아직 일찍이 법을 위한 것이 아니었었다”고 한 것이다.
問曰:若薩陁波崙愛法,刺身出血,若其身死,誰復聽法?
묻나니, 살타파륜이 법을 좋아하여 몸을 찔러서 피를 내었는데, 만약 그의 몸이 죽게 되면 누가 법을 듣는다는 것입니까?
答曰:是事如破骨出髓中答。又此中諸天、大菩薩守護故,令其不死。又復惡魔知其心不可沮壞,水則還出。
薩陁波崙等皆無異心者,如人初習慈心,欲爲衆生及爲般若波羅蜜故,不惜身命;旣得利刀割身,以痛自逼故,心生悔恨,是名異。
답하나니, 이러함에 대해서는 앞의 ‘뼈를 부수어 골수를 내는 파골출수(破骨出髓)’에서 대답한 것과 같으며,
또 여기에서는 모든 하늘들과 큰 보살들이 수호하고 있기 때문에 그로 하여금 죽지 않게 할 것이며,
또 악마는 그의 마음을 무너뜨릴 수 없음을 알았으므로 물이 다시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살타파륜 등 모두는 다른 마음이 없는 무이심(無異心)이었다’함이란, 마치 사람들이 처음부터 자비심을 익히어 중생들을 위하고, 반야바라밀을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을지라도, 날카로운 칼로 몸을 벤 고통이 닥쳐오면 후회하기도 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내게 되는 것이니, 이를 바로 ‘다른 이(異)’라 하는 것이며,
是菩薩信力大故,欲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果報故,不計是苦。又以深悲心愛念衆生,雖受種種苦惱,不以爲難;譬如慈母愛子,雖爲子長受勤苦不淨,不以爲惡。
又復見諸法實相畢竟空故,知是身但是虛誑和合;破是虛誑故,割截身時,不妨阿耨多羅三藐三菩提。
이 보살은 믿는 신력(信力)이 컸으며,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과보를 얻고자 한 때문에, 이러한 고통쯤은 헤아리지 않았으며,
또 깊은 자비심으로 중생들을 사랑하기에, 비록 갖가지로 고뇌를 받는다 할지라도 어려운 일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니, 마치 인자한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기에 자식 때문에 오래도록 갖은 고생을 하고 더러운 것을 묻힐지라도 싫다고 여기지 않는 것과 같으며,
또한 제법의 실상(實相)은 필경공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 몸은 다만 거짓으로 화합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며, 이 거짓을 파괴하는 까닭에 몸을 베어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방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魔不得其便者,如人有瘡則受毒;菩薩若有貪欲、憂愁瘡者,魔得其便。以出血灑地,心不憂愁故,魔不得便。
如薩陁波崙心,五百女人心亦如是,敬重薩陁波崙故;見其刺身,應有憂愁,以其願得滿故,不以爲愁。
‘악마가 그 편(便, 기회)을 얻지 못한다’고 함이란, 마치 사람에게 상처가 있으면 바로 독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이, 만약 보살에게 탐욕이나 근심하는 상처가 있으면 악마가 그 틈을 얻을 수 있겠지만, 피를 내어 땅에 뿌리면서도 그 마음에 근심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악마가 그 편(便, 기회)을 얻지 못한 것이며,
살타파륜의 마음가짐과 같이 이 5백의 여인들 마음 역시도 이와 같았으니,
살타파륜을 공경하고 존중한 까닭에 그 몸을 찌르는 것을 보고 마땅히 근심하고 걱정하였어야 함에도, 그로써 그의 원을 만족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근심하거나 걱정하지 않은 것이다.
爾時,釋提桓因見是事已,歎未曾有者,是人未得無生忍,諸煩惱未斷,爲供養法故,不惜身命,如諸離欲人無異;割截其身,如斷草木。初心旣爾,後心轉增。
그 때에 석제환인이 이러한 것을 보고 나서 “전에 없었던 미증유(未曾有)로다”라고 찬탄하였으니,
이 사람은 아직 무생인(無生忍)을 얻지도 못하였고, 아지 모든 번뇌를 끊지도 못하였거늘, 법에 공양하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이 마치 모든 욕탐을 여읜 사람과 다름이 없고, 그의 몸을 베고 끊는 것이 마치 풀과 나무를 끊는 것과 같으며, 처음 일으킨 마음의 초심(初心)도 이미 그러하였으니, 나중의 마음인 후심(後心)은 한층 더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復次,未曾有者,此中釋提桓因自說因緣:“薩陁波崙愛法乃爾,以刀自刺等。”
釋提桓因作是心歡喜已,讚言:“善哉!”讚其愛法、樂法,勤心精進。
以過去佛爲喩:“非但汝今辛苦,過去諸佛求般若亦爾。”
또한 ‘전에 없던 미증유(未曾有)’라 함이란, 여기에서 석제환인 자신이 그 인연을 말하였으니, “칼로써 자기의 몸을 찌르고 있으니, 살타파륜이 법을 사랑함이 저러하구나”라고 하는 등이며,
석제환인이 이러한 마음으로 기뻐하고 나서 찬탄하기를 “훌륭하십니다”고 하며, 그가 법을 사랑하고 법을 좋아하면서 부지런히 마음으로 정진하는 것을 과거의 부처님에 비유하면서 찬탄하기를 “다만 당신만이 지금 모진 고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반야를 구하실 때에는 역시 그러하였습니다”고 하였다.
薩陁波崙聞釋提桓因安慰其心已,如火得酥,轉更熾盛,作是念:
“我旣敷座灑地,當於何處得好名華莊嚴法處?” 灑 뿌릴 쇄,
살타파륜은 석제환인이 그의 마음을 위로하는 말을 듣자, 마치 불이 기름인 소유(蘇油)를 만나서 더욱 더 훨훨 타오르는 것과 같았으므로 생각하기를, ‘나는 이미 자리를 펴 놓았고 땅도 깨끗하게 뿌려 두었으니, 이제는 어디에서 이름 있는 좋은 꽃들을 얻어서 설법할 곳을 장엄해야 하리라’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