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제55권 5
大智度論 釋散華品 第二十九 卷五十五
聖者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송성수 번역/김형준 개역
29. 산화품(散華品)을 풀이함 2
問曰:華臺端嚴,爲是誰力?
묻나니, 꽃받침인 화대(華臺)가 단정하고 엄숙한 것은 누구의 힘인 것입니까?
荅曰:是諸天力。諸天福德自在故,小能爲大。有人言:“是佛神力。
佛以此般若波羅蜜有大功德,因時少而果報甚大,成就佛道,是故現此奇特。”
답하나니, 이것은 모든 하늘들의 힘이다. 모든 하늘들은 복덕이 자재한 까닭에 작은 것을 크게 만들 수가 있으니,
어떤 분이 말하기를 “이것은 부처님의 신력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반야바라밀에는 큰 공덕이 있어서 원인을 지으신 인시(因時)는 적으나, 그 과보는 심히 커서 부처님 불도를 성취하게 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특한 일을 나타내신 것이다.”고 하였다.
須菩提卽時分別,知非實華。釋提桓因知須菩提覺是化華,語須菩提言:“大德!是華非生華。”“非生華”者,言:“是華無生、空、無所出。”須菩提說是般若波羅蜜,諸法無生、空寂,故以無生華供養。
수보리 존자가 즉시 분별하여서 진짜 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며, 석제환인도 수보리 존자가 이 꽃이 변화로 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수보리 존자에게 말하기를 “대덕이시여, 이 꽃은 난 생화(生華)가 아닙니다.”고 하였으니,
난 꽃, 생화(生華)가 아니라는 것은, 이 꽃은 남이 없는 무생(無生)이고 공하여서 나온 곳이 없는 무소출(無所出)이라는 말이며,
수보리 존자가 이 반야바라밀은, 제법이 나는 것이 없는 불생(不生)이며, 공(空)하고 고요한 공적(空寂)이라고 설한 까닭에 무생화(無生華)로써 공양한 것이다.
“意樹”者,諸天隨意所念則得。以要言之,天樹隨意所欲,應念則至,故言“意樹”。
“뜻의 나무인 의수(意樹)”라 함이란, 모든 하늘들은 그의 뜻에서 생각하는 바대로 얻게 되나니, 요컨대 하늘의 나무는 하고 싶어 하는 대로 그 생각에 맞추어 이루게 되는 것이므로 “의수(意樹)”라 하며,
釋提桓因難須菩提故言“是華無生”,何以言“是華不從樹生”?須菩提反質言:“若不生,何以名華?”不生法中無所分別 所謂是華、是非華。
석제환인이 수보리 존자에게 따지면서 말하기를 “이 꽃은 무생(無生)이거늘 어째서 ‘이 꽃은 나무로부터 나지 않았다.’고 말씀하십니까?”라고 하였으며,
수보리 존자는 이에 다시 질문하기를, 만약 나지 않은 불생(不生)이라면 어째서 꽃이라 하는 것입니까?
나지 않는 불생법(不生法) 가운데에서는 이른바 ‘이것은 꽃이다, 이것은 꽃이 아니다.’라고 분별하는 것도 없습니다라고 한 것이다.
是時釋提桓因心伏而問:“但是華無生,諸法亦無生?”
須菩提荅:“非但是華不生,色亦不生。”何以故?若一法空,則一切法皆空;若行者於一法中了了決定知空,則一切法中皆亦明了。若五衆不生,則非五衆相。乃至一切種智亦如是。
이 때에 석제환인이 마음으로 굴복하면서 묻기를 “단지 이 꽃만이 남이 없는 무생(無生)입니까?
제법 또한 남이 없는 무생(無生)입니까?라고 하자,
수보리 존자가 대답하기를 “비단 이 꽃만이 불생(不生)인 것이 아니라 물질(色) 또한 불생(不生)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하나의 일법(一法)이 공하다면 일체법 모두도 공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수행하는 행자가 하나의 일법 가운데에서 분명히 결정적으로 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일체법 가운데에서도 명료하게 되는 것으로,
만약 오중(五衆)이 불생이라면 곧, 오중상(五衆相)이 아닌 것이니, 나아가 일체종지 또한 그와 같습니다.”고 하였다.
五衆從因緣和合生,無有定性,但有假名。“假名實相”者,所謂五衆如、法性、實際。須菩提所說,不違此理;何以故?聖人知名字是俗諦、實相是第一義諦。
오중은 인(因)과 연(緣)이 화합하여서 생기는 것이므로 일정한 정상(定性)이 없으며, 단지 임시의 가명(假名, 이름)만 있을 뿐이며, 가명(假名, 이름)의 실상이라 함이란, 이른바 오중의 여(如)와 법성(法性)과 실제(實際)이니,
수보리 존자가 설한 바의 이치와 어긋나지 않으니,
왜냐하면 성인(聖人)의 명자(名字)는 바로 세속의 이치인 속제(俗諦)요
실상은 바로 제일의제(第一義諦)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며,
有所說者隨凡夫人,第一義諦中無彼此、亦無諍。乃至一切種智亦如是。
衆生空乃至知者、見者空故,須陁洹但有假名,乃至佛亦如是。
말한 바의 유소설(有所說)이라는 것은 범부인(凡夫人)을 따르는 것이요
제일의제(第一義諦)에서는 이것과 저것이 없고, 또한 다툼의 쟁(諍)도 없나니, 나아가 일체종지 또한 그와 같으며,
중생공(衆生空)이고 지자(知者)와 견자(見者)까지도 공한 까닭에 수다원도 단지 임시의 만이 있을 뿐이며, 나아가 부처님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經. 爾時,釋提桓因作是念:‘是慧命須菩提,其智甚深。不壞假名而說諸法實相。’佛知釋提桓因心所念,語釋提桓因言:“如是!如是!憍尸迦!須菩提其智甚深,不壞假名而說諸法實相。”
▷경. 그 때에 석제환인이 생각하기를 ‘이 혜명 수보리 존자께서는 그 지혜가 심히 깊어서 임시의 가명(假名, 이름)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제법의 실상(實相)을 해설하시는구나.’라고 하자,
부처님께서는 석제환인의 생각을 아시고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으니,
“참으로 그러하고 그러하느니라. 교시가야, 수보리는 그 지혜가 심히 깊어서 임시의 가명(假名)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제법의 실상을 해설하느니라.”
釋提桓因白佛言:“大德須菩提,云何不壞假名而說諸法實相?”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여쭈었으니,
“대덕 수보리 존자께서는 어떻게 임시의 가명(假名)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제법의 실상을 해설하시는지요?”
佛告釋提桓因:“色但假名,須菩提不壞假名而說諸法實相;受、想、行、識但假名,須菩提亦不壞假名而說諸法實相。所以者何?是諸法實相,無壞不壞故,須菩提所說亦無壞不壞。
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으니,
“색(色)은 단지 임시의 가명(假名)일 뿐이므로, 수보리는 그 임시의 가명(假名)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제법의 실상을 해설하였으며, 수상행식(受想行識)도 단지 임시의 가명(假名)일 뿐이므로 수보리가 또한 그 임시의 가명(假名)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제법의 실상을 해설하였느니라.
왜냐하면 이 제법의 실상에는 파괴되고 파괴되지 않는 괴불괴(壞不壞)가 없기 때문이니,
수보리의 해설에서도 역시 파괴되고 파괴되지 않는 괴불괴(壞不壞)가 없었느니라.
眼乃至意觸因緣生諸受亦如是;檀波羅蜜乃至般若波羅蜜,內空乃至無法有法空,四念處乃至十八不共法亦如是。須陁洹果乃至阿羅漢果、辟支佛道、菩薩道、佛道,一切智、一切種智亦如是。
눈(眼)에서 뜻의 접촉의 인연으로 생긴 느낌의 의촉인연생수(意觸因緣生受)까지도 또한 그러하고,
단바라밀에서 반야바라밀까지와 내공에서 무법유법공까지와 사념처에서 18불공법까지도 또한 그러하며,
수다원과에서 아라한과까지와 벽지불도에서 보살도까지와 부처님의 불도와 일체지에서 일체종지에 이르기까지도 또한 그러하느니라.
須陁洹乃至阿羅漢、辟支佛、佛,是但假名,須菩提不壞假名而說諸法實相。何以故?是諸法實相,無壞不壞故;須菩提所說亦無壞不壞。如是,憍尸迦!須菩提不壞假名而說諸法實相。”
수다원에서 아라한까지와 벽지불에서 부처님에 이르기까지도 단지 임시의 가명(假名)일 뿐이므로,
수보리는 그 임시의 가명(假名)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제법의 실상을 해설하였으니,
왜냐하면 이 제법의 실상에는 파괴되고 파괴되지 않는 괴불괴(壞不壞) 없기 때문이니,
수보리가 해설하는 것에도 역시 파괴되고 파괴되지 않는 괴불괴(壞不壞)가 없었느니라.
교시가야, 이와 같이 수보리는 임시의 가명(假名)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제법의 실상을 해설하였느니라.”
須菩提語釋提桓因:“如是!如是!憍尸迦!如佛所說諸法但假名,菩薩摩訶薩當作是知:
諸法但假名,應如是學般若波羅蜜。
수보리가 석제환인에게 말하기를,
“참으로 그와 같은 것입니다. 교시가여, 마치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과 같이, 제법은 단지 임시의 가명(假名)일 뿐이므로 보살마하살은 ‘제법은 단지 임시의 가명(假名)일 뿐이다.’고 알아야 하며,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합니다.
憍尸迦!菩薩摩訶薩作如是學,爲不學色,不學受、想、行、識。
何以故?不見色當可學者,不見受、想、行、識當可學者。
교시가여,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배우면 물질(色)을 배우지 않고 느낌(受)ㆍ생각(想)ㆍ 지어감(行)ㆍ분별(識)도 배우지 않는 것이 되나니,
왜냐하면 물질(色)에서는 배워야 할 만한 가학(可學)을 보지 못하고 수상행식(受想行識)에서도 배워야 할 만한 가학(可學)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菩薩摩訶薩如是學,爲不學檀波羅蜜。何以故?不見檀波羅蜜當可學者。
乃至不學般若波羅蜜。何以故?不見般若波羅蜜當可學者。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배우면 단바라밀을 배우지 않는 불학(不學)이 되나니, 왜냐하면 단바라밀에서는 배워야 할 만한 가학(可學)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며,
나아가 반야바라밀도 배우지 않는 불학(不學)이 되나니, 왜냐하면 반야바라밀에서도 배워야 할 만한 가학(可學)을 보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如是學,爲不學內空乃至無法有法空。何以故?不見內空乃至無法有法空當可學者。
이와 같이 배우면 내공에서 무법유법공까지 배우지않는 불학(不學)이 되나니, 왜냐하면 내공에서 무법유법공에 이르기까지배워야 할 만한 가학(可學)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며,
如是學,爲不學四念處乃至十八不共法。何以故?不見四念處乃至十八不共法當可學者。
이와 같이 배우면 사념처에서 18불공법을 배우지 않는 불학(不學)이 되나니, 왜냐하면, 사념처에서 18불공법에 이르기까지 배워야 할 만한 가학(可學)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如是學,爲不學須陁洹果乃至一切種智。何以故?不見須陁洹果乃至一切種智當可學者。
이와 같이 배우면 수다원과에서 일체종지까지를 배우지 않는 불학(不學)이 되나니, 왜냐하면 수다원과에서 일체종지에 이르기까지 배워야 할 만한 가학(可學)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