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제55권 1
大智度論 釋幻人聽法品 第二十八 卷五十五
聖者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송성수 번역/김형준 개역
28. 환인청법품(幻人聽法品)을 풀이함 1
▶經. “爾時,諸天子心念:‘應用何等人聽須菩提所說?’ 須菩提知諸天子心所念,語諸天子言:“如幻化人聽法,我應用如是人。何以故?如是人無聞、無聽、無知、無證故。”
▷경. 그때 천자들이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어떠한 사람들로 하여금 수보리 존자의 설하는 바를 듣도록 해야만 할까?’라고 하였다.
수보리 존자는 천자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고서 모든 천자들에게 말하기를,
“마치 환술로 변화된 화인인(幻化人)이 법을 듣는 것과 같이, 나는 당연히 이러한 사람을 이용할 것이니, 왜냐하면 이러한 사람은 배우지 않는 무문(無聞)이고, 듣지 않는 무청(無聽)이고, 앎이 없는 무지(無知)이고, 깨달음이 없는 무증(無證)이기 때문입니다.”
諸天子語須菩提:“是衆生如幻、如化,聽法者亦如幻、如化耶?”
모든 천자들이 수보리에게 묻기를, “이 중생은 마치 환과 같고 변화한 것과 같으며, 법을 듣는 이 또한 환과 같고 변화한 것과 같은지요?”
“如是!如是!諸天子!衆生如幻,聽法者亦如幻;衆生如化,聽法者亦如化。諸天子!我如幻、如夢,衆生乃至知者、見者亦如幻、如夢。
“참으로 그렇습니다. 천자들이여, 중생은 마치 환과 같으며, 법을 듣는 이 또한 환과 같습니다.
중생은 마치 변화한 것과 같으며, 법을 듣는 이 또한 변화한 것과 같습니다.
천자들이여, 나(我)는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며, 중생(衆生) 내지 아는 지자(智者)ㆍ보는 견자(見者) 또한 환과 같고 꿈과 같습니다.
諸天子!色如幻、如夢,受、想、行、識如幻、如夢。眼乃至意觸因緣生受如幻、如夢,內空乃至無法有法空、檀波羅蜜乃至般若波羅蜜如幻、如夢。
천자들이여, 색(色)은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며, 수상행식(色受想行識)도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며,
눈(眼)에서부터 뜻의 접촉의 인연으로 생긴 느낌의 의촉인연생수(意觸因緣生受)에 이르기까지도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며,
내공에서부터 무법유법공에 이르기까지와 단바라밀에서 반야바라밀에 이르기까지도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은 것입니다.
諸天子!四念處乃至十八不共法如幻、如夢,須陁洹果如幻、如夢,斯陁含果、阿那含果、阿羅漢果、辟支佛道如幻、如夢。諸天子!佛道如幻、如夢。”
천자들이여, 사념처에서 18불공법까지도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며,
수다원의 과위도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며, 사다함의 과위와 아나함의 과위와 아라한의 과위와 벽지불의 도도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며,
천자들이여, 부처님의 불도도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은 것입니다.”
爾時,諸天子問須菩提:“汝說佛道如幻、如夢,汝說涅槃亦復如幻、如夢耶?”
그때 모든 천자들이 수보리 존자에게 묻기를,
“당신께서는 부처님의 불도도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렇다면 당신께서는 열반 또한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말씀하시겠는지요?”
須菩提語諸天子:“我說佛道如幻、如夢,我說涅槃亦如幻、如夢;若當有法勝於涅槃者,我說亦復如幻、如夢。何以故?諸天子!是幻、夢、涅槃,不二不別。”
수보리 존자가 모든 천자들에게 말하기를,
“저는 부처님의 불도도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말하며, 저는 열반 또한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말합니다.
만약 어떤 법으로서 열반보다 수승한 것이 있어야 한다면, 저는 역시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말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천자들이여 이 환과 꿈과 열반은 둘이 아닌 불이(不二)이고 다르지도 않은 불별(不別)이기 때문입니다.”
▶論. 問曰:上已說“如幻、如夢,無說者、無聽者”,今何以故復問“應用何等人隨須菩提意聽法者”?
▷논. 묻나니, 앞에서 이미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므로 말하는 이도 없고 듣는 이도 없다.”고 설명하였거늘,
지금 무엇 때문에 다시 어떠한 이가 수보리 존자의 뜻을 따라 법을 듣는 이가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것입니까?
答曰:諸天子先言“須菩提所說不可解”,此中須菩提,說幻化人喩。今諸天子更作是念:“何等人聽,與須菩提所說相應,能信、受、行、得道果?”須菩提答:“如幻化人聽者,則與我說法相應。”
답하나니, 모든 천자들이 먼저 “수보리 존자가 말한 바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자,
여기에서 수보리 존자가 “환술과 변화로 된 사람”의 비유를 들었거니와
지금은 모든 하늘들이 다시 생각하기를 “어떠한 사람이 들으면서 수보리의 말한 바와 상응하여 능히 믿고 받아 행하면서 도의 과위인 도과(道果)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라고 하였으므로
수보리 존자가 대답하기를 “마치 환술과 변화로 된 사람과 같은 이가 듣는다면 내가 설하는 법과 상응하리라.”고 한 것이다.
問曰:是化人無心心數法,不能聽受,何用說法?
묻나니, 이 변화로 된 사람은 마음과 마음에 속한 심부법(心數法)이 없기에 듣고 받을 수 없거늘, 설법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입니까?
答曰:非卽使幻化人聽,但欲令行者於諸法用心無所著,如幻化人,是幻化人無聞亦無證。衆生如幻、如夢,聽法亦如幻、如夢 “衆生”者說法人,“聽法”者是受法人。
답하나니, 이는 환술과 변화로 된 사람이 듣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수행하는 이로 하여금 제법에 대하여 마음을 쓰되, 집착함이 없음이 마치 환술과 변화로 된 사람과 같이 하고자 하는 것일 뿐으로, 환술과 변화로 된 사람은 듣는 것도 없고 깨닫는 것도 없는 것이다.
중생은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므로, 법을 듣는 이 또한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하며,
중생이라 함은 설법하는 사람이요,
법을 듣는 청법(聽法)이라 함은 바로 법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須菩提言:“不但說法者、聽法者如幻、如夢,我乃至知者、見者皆如幻、如夢,色亦如幻、如夢,乃至涅槃如幻、如夢,卽是所說法如幻、如夢。”
수보리 존자가 말하기를 “단지 설법자(說法者)와 청법자(聽法者) 만이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은 것이 아니라,
나(我)에서 지자(智者)ㆍ견자(見者)에 이르기까지도 모두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며,
색(色)도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며 나아가 열반에 이르기까지도 또한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으며,
이 말하는 소설법(所說法)도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하였다.
一切衆生中,佛爲第一;一切諸法中,涅槃第一。聞是二事如幻、如夢,心則驚疑:“佛及涅槃最上最妙,云何如幻、如夢?”以是故,更重問其事:“佛及涅槃審如幻、如夢耶?”“須菩提將無誤說?我等將無謬聽?”是以更定問。
일체 중생 가운데에서는 부처님이 제일이시고, 일체법 가운데에서는 열반이 제일이니,
이 두 가지가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놀라고 의심하면서
“부처님과 열반은 최상(最上)이고 가장 묘한 최묘(最妙)이거늘, 어떻게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하는가?”라고 하였기 때문에 다시 거듭하여 묻기를 “부처님과 열반이 진실로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습니까?”
“수보리 존자께서 잘못 말씀하신 것은 아닐까?
우리들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라고 하여서 다시 물은 것이다.
須菩提語諸天子:“我說佛及涅槃,正自如幻、如夢。”是二法雖妙,皆從虛妄法出故空。所以者何?從虛妄法故有涅槃,從福德智慧故有佛,是二法屬因緣,無有實定;如念佛、念法義中說。
수보리 존자가 천자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부처님과 열반은 스스로 마치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말한 이 법이 비록 묘한 법일지라도 모두가 허망한 법으로부터 나온 까닭에 공(空)하나니,
왜냐하면 허망한 법으로부터 열반이 있고, 복덕ㆍ지혜로부터 부처님이 있기 때문이니, 이 두 법은 인연(因緣)에 속하여서 진실로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다.”고 하였으니,
마치 염불(念佛)과 염법(念法)의 이치 가운데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須菩提作是念:‘般若波羅蜜力,假令有法勝涅槃者,能令如幻,何況涅槃!何以故?涅槃,一切憂愁苦惱畢竟滅,以是故,無有法勝涅槃者。’
수보리 존자가 생각하기를 ‘가령 열반보다 수승한 어떠한 법이 있다 하여도 반야바라밀의 힘은 마치 환과 같이 할 수 있거늘, 하물며 열반이겠는가!
왜냐하면 열반은 일체의 근심 걱정과 고뇌가 마침내 소멸되기 때문이니, 어떠한 법도 열반보다 수승한 법이 없는 것이다.”고 하였다.
問曰:若無法勝涅槃者,何以故說“若有法勝涅槃,亦復如幻”?
묻나니, 만약 열반보다 수승한 어떠한 법도 없다면, 무엇 때문에 “만약 열반보다 수승한 어떤 법이 있으면 또한 마치 환과 같다.”고 하신 것입니까?
答曰:譬喩法,或以實事、或時假設,隨因緣故說。如佛言:“若令樹木解我所說者,我亦記言得須陁洹。”但樹木無因緣可解,佛爲解悟人意故,引此喩耳。
답하나니, 비유법이란, 혹은 진실한 일로써 비유하기도 하고, 간혹은 가정으로 시설하여 인연을 따르면서 말하기도 하나니, 마치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만약 나무에게 내가 설한 바를 이해하게 하고자 한다면 나 또한 ‘수다원을 얻는다.’고 수기(授記)를 주리라.”고 하신 것과 같나니, 단지 수목은 인연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만,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뜻을 깨치게 하기 위하여 짐짓 이러한 비유를 이용하신 것이다.
涅槃是一切法中究竟無上法,如衆川萬流大海爲上,諸山之中須彌爲上,一切法中虛空爲上。
열반은 바로 일체법 가운데에서 마지막인 구경(究竟)이요 무상법(無上法)이니, 마치 뭇 시내의 온갖 흐름에서는 큰 바다가 으뜸이 되고, 모든 산 가운데에서는 수미산이 으뜸이 되며, 일체법 가운데에서는 허공이 으뜸인 것과 같은 것이다.
涅槃亦如是,無有老病死苦,無有邪見、貪、恚等諸衰,無有愛別離苦,無怨憎會苦,無所求不得苦,無常、虛誑、敗壞、變異等一切皆無。
열반 또한 그와 같아서, 노병사(老病死)의 괴로움이 없고
삿된 사견(邪見)과 탐욕과 성냄 등의 모든 쇠(衰)함도 없으며,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괴로움의 수별이고(受別離苦)도 없고,
원수와리 만나는 괴로움의 원증회고(怨憎會苦)도 없으며,
구하는 바를 얻지 못하는 괴로움인 소구불득고(所求不得苦)도 없고,
무상하고 거짓된 허광(虛誑)이고 부서지고 변하는 등의 일체가 없는 일체개무(一切皆無)이다.
以要言之,涅槃是一切苦盡,畢竟常樂,十方諸佛、菩薩、弟子衆所歸處,安隱常樂,無過是者,終不爲魔王、魔人所破。如阿毘曇中說:“有上法者,一切有爲法及虛空、非智緣盡;無上法者,智緣盡,所謂涅槃。”是故知無法勝涅槃者。
요컨대 열반은 바로 일체의 괴로움이 다하여, 필경에는 언제나 즐거운 상낙(常樂)이므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과 제자들이 돌아가는 곳이며, 안온하면서 항상한 즐거움이 이보다 더할 곳이 없고, 마왕이나 악마의 백성에게 끝내 파괴당하지 않나니, 마치 아비담(阿毘曇)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위가 있는 법, 유상법(有上法)이란 일체의 유위법(有爲法)과 허공(虛空)과 오중(五衆)과 지혜의 연이 다하지 않은 비지연진(非智緣盡)이며,
위없는 무상법(無上法)이란 유위법(有爲法)의 마지막인 번뇌의 멸(滅)을 갈무리한 지연진(智緣盡)이니, 이른바 열반인 것이다.”
이 때문에 열반보다 수승한 어떤 법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須菩提美般若波羅蜜力大故言:“若有法勝涅槃者,是亦如幻。”譬如大熱鐵丸,以著擘起毳上,直燒下過,熱勢無損,但更無可燒者。
수보리 존자는 반야바라밀의 힘이 큰 것을 찬탄하기 위하여 “만약 어떠한 법도 열반보다 수승한 법이 있다면 이것 또한 마치 환과 같다.”고 말하였으니,
비유하자면, 마치 불에 달구어져 이글거리는 철환(鐵丸)을 찢어서 쌓아 놓은 털옷 위에 놓으면 그 뜨거운 힘이 줄어 틈도 없곧장 타서 밑으로 내려가서, 다시 더 태울 만 것이 없는 것과 같으니,
般若波羅蜜智慧破一切有法,乃至涅槃,直過無碍,智力不減,直更無法可破。是故言“設有法勝涅槃,智慧力亦能破。”
반야바라밀의 지혜도 일체의 존재하는 유법(有法)과 열반을 깨뜨리면서 곧장 통과하여 막힘이 없으나, 지혜의 힘은 줄어들지 않으며, 다시 더 깨뜨릴 만한 어떠한 법도 없을 따름인 것과 같기 때문에 “설령 열반보다 수승한 어떤 법이 있다 하여도, 지혜력(智慧力)으로 역시 깨뜨릴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