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제49권 7
大智度論 釋發趣品 第二十 卷四十九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송성수 번역/김형준 개역
20. 발취품(發趣品)을 풀이함① 7
如佛說『本生經』:有人入山伐木,迷惑失道,時値暴雨,日暮飢寒,惡虫毒獸,欲來侵害。
是人入一石窟,窟中有一大熊,見之恐怖而出。熊語之言:“汝勿恐怖!此舍溫煖,可於中宿”
마치 부처님께서 '본생경(本生經)'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으니,
어떤 사람이 산으로 들어가서 나무를 베어 오다가 잘못하여 길을 잃게 되었다. 때마침 폭우가 쏟아지고 날이 저물었으며, 배고프고 추운데다 나쁜 벌레와 독한 짐승들이 와서 침해하려 하므로 이 사람이 하나의 석굴(石窟)을 찾아 들었다. 마침 그 석굴에는 한 마리의 큰 곰이 있었으므로 그를 보고 질겁하며 되돌아 나오자, 그 곰이 사람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 집은 따뜻하니 이리로 들어와 머무십시오.”라고 하였다.
時連雨七日,常以甘果美水,供給此人。七日雨止,熊將此人示其道逕。
熊語人言:“我是罪身,多有怨家,若有問者,莫言見我!”
그때 비가 7일 동안 계속하여 내렸으며, 곰은 항상 단 과일과 맛있는 물을 그에게 대접하였다.
7일 만에 비가 그치자 곰이 그 사람을 데리고 나가 그가 갈 길을 가리켜 주면서 말하기를 “나는 죄가 있는 몸이라 원수들이 많습니다. 만약 어떤 이가 묻거던, 나를 보았다고 말씀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人答言:“爾!”此人前行,見諸獵者。獵者問言:“汝從何來?見有衆獸不?”
答言:“我見一大熊,此熊於我有恩,不得示汝!”
이 사람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 뒤에 앞으로 나아 가다가 사냥꾼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냥꾼들이 묻기를 “당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오? 짐승들을 보지는 못했소?”라고 하였으므로
“나는 큰 곰 한 마리 보았습니다만, 나는 그 곰에게 은혜를 입었기에 당신들에게 일러 줄 수 없습니다.”라 하였다.
獵者言:“汝是人,當以人類相親,何以惜熊?今一失道,何時復來?
汝示我者,與汝多分!”此人心變,卽將獵者示熊處所。
사냥꾼이 말하기를 “당신은 사람이오. 그러니 당연히 사람들과 서로 친해야 되거늘, 무엇 때문에 곰을 아끼는 것이오?
이제 다시 한번 길을 잃게 되면 언제 다시 올 수 있겠소. 당신이 우리에게 가리켜 주시면, 당신에게 많은 몫을 드리겠소이다.”라고 하였으므로, 이 사람의 마음이 변하여 곧 사냥꾼을 데리고 곰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알려주었다.
獵者殺熊,卽以多分與之。此人展手取肉,二肘俱墮。獵者言:“汝有何罪?”
答言:“是熊看我,如父視子,我今背恩,將是此罪!”獵者恐怖,不敢食肉,持施衆僧。
사냥꾼들이 그 곰을 죽여서 많은 몫을 바로 그에게 주었는데 이 사람이 손을 펴서 그 고기를 가지려 하자 두 팔이 한꺼번에 떨어져버렸다.
사냥꾼은 말하길 “당신에게 무슨 죄가 있는 것이오?”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이 곰이 나를 대하기를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대하듯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은혜를 저버렸으므로 이런 죄를 받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사냥꾼들이 그 말을 듣고 두려워하면서 감히 그 고기를 먹지 않고 가져다 스님네에게 보시하였다.
爾時 上座六通阿羅漢語諸下座:“此是菩薩,未來世當得作佛,莫食此肉!”卽時起塔供養。
그 때에 상좌(上座)로 있던 육통(六通)의 아라한이 여러 하좌(下座)들에게 말하기를 “이 분은 바로 보살의 몸이어서 미래세에 부처님이 되시리니, 그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오.”라고 하면서 즉시 탑을 세우고는 공양하였다.
王聞此事,勅下國內,不知恩人,無令住此!
又以種種因緣讚知恩者,知恩之義,遍閻浮提,人皆信行。
왕이 이러한 일을 듣고는 온 나라 안에 칙명을 내리기를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이 나라에 머무르지 못하게 하라.”고 하였으며, 또한 갖가지 인연으로써 은혜 아는 이를 찬탄하였으므로 은혜의 이치를 아는 이들이 염부제(閻浮提)에 두루하게 되었고 사람들 모두가 믿고 행하게 되었다.
復次,菩薩作是念:“若人有惡事於我,我猶尚應度,何況於我有恩!”
또한 보살은 ‘어떤 사람이 나에게 나쁜 일을 가할지라도 내가 오히려 제도하여야 하거늘, 하물며 나에게 은혜를 베푼 이이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住忍辱力”者,如忍波羅蜜中廣說。
“인욕의 힘에 머무르는, 주인욕력(住忍辱力)”이라 함이란, 인욕바라밀(忍辱波羅密)에서 널리 설명한 것과 같다.
問曰:種種因緣是忍辱相,此中何以但說“不瞋不惱”?
묻나니, 갖가지의 인연이 바로 인욕하는 인욕상(忍辱相)이거늘, 무엇 때문에 여기에서 성내지 않는 불진(不瞋)과 괴로워하지 않는불뇌(不惱) 만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答曰:此是忍辱體 先起瞋心 然後身口惱他。是菩薩初行故 但說衆生忍 不說法忍。
답하나니, 불진(不瞋)과 불뇌(不惱), 이것이 바로 인욕의 본체인 인욕체(忍辱體)이다. 먼저 성을 내고, 그 뒤에는 몸과 입으로 다른 이를 괴롭히는 것으로, 이것이 보살의 첫 번째의 행이기 때문이니, 단지 중생으로서의 인욕인 중생인(衆生忍)만을 말하고 법으로써 인욕인 법인(法忍)은 말하지 않은 것이다.
“受歡喜”者,菩薩見是持戒故 身口淸淨;知恩忍辱故 心淸淨;三業淸淨故 則自然生歡喜。
譬如人香湯沐浴,著好新衣,瓔珞莊嚴,鏡中自觀,心生歡喜。
“기쁨을 받는 수환희(受歡喜)”라 함이란, 보살은 바로 계율을 지니는 지계(持戒)하기 때문에 몸과 입이 청정하고, 은혜를 알아서 욕됨을 참는 인욕(忍辱)하기 때문에 마음이 청정하나니,
신구의(身口義) 삼업(三業)이 청정한 까닭에 저절로 기쁨이 생기나니,
비유하자면, 사람이 향탕(香湯)에서 목욕하고 좋은 새옷을 입고 영락으로 장엄하고는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를 비추어 보면 기쁨이 저절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과 같이,
菩薩亦如是,得是善法自莊嚴:“戒是禪定 智慧根本,我今得是淨戒,
無量無邊福德皆應易得” 以是自喜。
보살 또한 그와 같아서 이 착한 선법을 얻으면 저절로 장엄되나니, 계율, 이것은 선정과 지혜의 근본이라. 우리는 이제 이 청정한 계율을 얻게 되므로 무량하고 끝이 없는 복덕을 모두 쉬이 얻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 기뻐하는 것이다.
菩薩住是戒忍中,敎化衆生,令得生他方佛前及生天上人中受樂;或令得聲聞、辟支佛乘、佛乘者。
보살은 이 계율과 인욕 가운데에 머무르면서 중생을 교화함으로써 다른 지방에 계신 부처님 전에 태어나게 되고, 천상과 인간 안에 태어나서 쾌락을 누리게 되며, 혹은 성문승이나 벽지불승이나 불승(佛乘)을 얻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觀衆生樂著,如長者觀小兒共戲,亦與之同戲,更以少異物與之,令捨前所好;
菩薩亦如是,敎化衆生,令得人天福樂;漸漸誘進,令得三乘。以是故言“受歡喜樂”。
중생이 즐기면서 집착하는 중생락착(衆生樂著)을 관할 때에는, 마치 어른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놀아 주는 것을 보고서 그들과 함께 즐거워하면서 조그마한 다른 물건을 그들에게 주면서, 앞에서 좋아하던 것들을 버리게 하는 것과 같이,
보살 또한 그와 같이 중생들을 교화하여 인간과 천상의 복락을 얻게 하고, 점차로 권유하여 나아가게 하여서 삼승(三乘)을 얻게 하나니, 이 때문에 기쁨과 즐거움을 받는 수환희락(受歡喜樂)이라 하는 것이다.
“不捨一切衆生”者,善修集大悲心,誓度衆生故,發心牢固故,不爲諸佛賢聖所輕笑故,
恐負一切衆生故不捨;譬如先許人物,後若不與,則是虛妄罪人!以是因緣故,不捨衆生。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는 불사일체중생(不捨一切衆生).”이라 함이란, 대비(大悲)의 마음을 잘 닦고 쌓아서, 맹세코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발심이 견고하며, 모든 부처님과 성현에게서 경멸과 조소를 받지 않고자 하는 때문이며, 일체 중생을 저버리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버리지 않는 것이니,
비유하자면, 먼저 남에게 물건을 주겠다고 허락 한 뒤에 만약 주지 않으면, 그는 거짓말을 한 죄인인 것과 같이, 이러한 인연 때문에 중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入大悲心”者,如先說。此中佛自說:“本願大心爲衆生故,所謂爲一一人故,於無量劫代受地獄苦,乃至令是人集行功德作佛,入無餘涅槃。”
“큰 대비의 마음에 드는 입대비심(入大悲心)”이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이에 대하여 부처님께서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본래 서원한 큰 마음의 본원대심(本願大心)은 중생을 위한 것이니, 이른바 낱낱의 사람들을 대신하여 무량한 겁 동안 지옥의 고통을 받으며, 나아가 이 사람들이 공덕을 쌓고 행하여 부처님이 되어서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신 것이다.
問曰:無有代受罪者,何以作是願?
묻나니, 대신하여 죄를 받을 수 없거늘, 어찌하여 이런 서원을 세우신 것입니까?
答曰:是菩薩弘大之心,深愛衆生,若有代理,必代不疑。
답하나니, 이 보살의 넓고 큰 마음의 대홍심(大弘心)은 중생을 깊이 사랑하는 것이므로, 만약 대신할 것이 있다면 틀림없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復次,菩薩見人閒有天祠用人肉血五藏祀羅剎鬼,有人代者則聽。
菩薩作是念:“地獄中若當有如是代理,我必當代!”衆人聞菩薩大心如是 則貴敬尊重之。
所以者何?是菩薩深念衆生踰於慈母故。
또한 보살은 인간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에 인육(人肉)과 피와 오장으로써 나찰귀(羅刹鬼)에게 제사지내는 것을 보게 되는데, 대신해서 희생하여 줄 이가 있으면 곧 허락하고, 보살은 생각하기를 “지옥 가운데에서도 만약 이와 같이 대신할 일이 있다면 나는 반드시 대신하리라.”고 하나니,
사람들은 보살의 마음이 이와 같음을 듣고는 그를 귀히 여기고 공경하고 존중하나니, 왜냐하면, 이 보살이 중생을 깊이 생각하는 것이 인자한 어머니보다 더하기 때문이다.
“信師恭敬諮受”者,菩薩因師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云何不信恭敬供養師?
雖智德高明 若不恭敬供養 則不能得大利;譬如深井美水 若無綆者 無由得水。
“스승을 믿고 공경하면서 물어서 가르침을 받는 신사공경소수(信師恭敬諮受)”라 함이란, 보살이 스승으로 인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거늘 어떻게 스승을 공경하고 공양하지 않겠는가!
비록 지혜와 덕이 높고 밝다 하여도 만약 공경하고 공양하지 않으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되나니,
비유하면 깊은 우물의 물이 맛은 있으나 두레박이 없으면 퍼 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若破憍慢高心,宗重敬伏,則功德大利歸之;又如雨墮,不住山頂,必歸下處。
若人憍心自高,則法水不入;若恭敬善師,則功德歸之。
만약 교만과 뽐내는 마음을 깨뜨리고서 존중하고 공경하며 신복하면, 공덕과 큰 이익이 그에게 돌아오게 되며,
또한 내리는 비가 산꼭대기에 머물러 있지 않고 반드시 낮은 곳으로 돌아 흘러가는 것과 같이, 만약 사람이 교만한 마음으로 스스로 뽐낸다면 법의 물인 법수(法水)가 흘러 들어가지 않으나,
만약 착한 스승을 공경한다면 그 공덕이 그에게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復次,佛說依止善師,持戒、禪定、智慧、解脫,皆得增長;
譬如衆樹依於雪山,根、莖、枝、葉、華、果,皆得茂盛。
以是故,佛說:“於諸師宗,敬之如佛。”
또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착한 스승에게 의지하면 지계(持戒)와 선정(禪定)과 지혜(智慧)와 해탈(解脫)이 모두 더욱더 자라게 된다.”고 하셨으니,
마치 뭇 나무들이 설산(雪山)에 의지하면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 모두가 무성해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스승을 숭상하고 공경하기를 부처님과 같이 하라.”고 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