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제35권 4
大智度論 釋報應品 第二 卷三十五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송성수 번역/김형준 개역
2. 보응품(報應品)을 풀이함 4
德主太子答語女言:“姊!我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修菩薩道,無所愛惜。國財妻子,象馬七珍,有所求索,不逆人意;若汝生男女及以汝身,有人求者,當以施之,莫生憂悔!或時捨汝出家,爲佛弟子,淨居山藪,汝亦勿愁!”
덕주 태자는 희덕 여인에게 대답하기를 “누이여,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보살의 도를 닦고 있으니 사랑하여 아끼는 것이 없습니다. 나라와 재물과 처자와 코끼리ㆍ말이며 7보(寶) 등을 구하는 이가 있으면 그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으며, 또 당신이 낳은 아들ㆍ딸이나 그리고 당신의 몸조차도 어떤 사람이 구한다면 그에게 보시할 것이니, 근심하거나 후회하지 마셔야 합니다. 언젠가는 당신을 버리고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서 산중에서 깨끗이 살것이니, 당신은 역시 근심하지 말아야 합니다.”고 하자,
喜德女答言:“假令地獄火來,燒滅我身,終亦不悔!我亦不爲婬欲戲樂故而以相好,我爲勸助阿耨多羅三藐三菩提故奉事正士!”
희덕 여인이 대답하기를 “가령 지옥의 불로써 저의 몸을 태워 없앤다 하여도 끝내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음욕이나 희락을 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권하고 돕기 위하여 정사(正士, 보살)를 받들어 섬기려는 것입니다.”고 하였다.
女又白太子言:“我昨夜夢見妙日身佛,坐道樹下,可往觀之!”太子見女端正,又聞佛出,以此二因緣故,共載一車,俱詣佛所。
그리고 또한 태자에게 아뢰기를 “저는 어젯밤 꿈에 묘일신(妙日新) 부처님께서 도수(道樹, 보리수) 아래에 앉아 계신 것을 보았으니, 함께 가서 부처님을 친견하십시다.”고 하자,
태자는 여인의 단정함을 보았고 또 부처님께서 출현하셨다는 것을 듣게 된, 두 가지의 인연 때문에 같이 수레를 타고 부처님께로 나아갔다.
佛爲說法,太子得無量陁羅尼門;女得調伏心志。太子爾時,以五百寶花供養於佛,以求阿耨多羅三藐三菩提。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니, 태자는 한량없는 다라니문(陀羅尼門)을 얻게 되었고 여인은 마음과 뜻을 다스리게 되었다. 그 때에 태자가 5백의 보배꽃을 부처님께 공양하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太子白父王言:“我得見妙日身佛,大得善利。”父王聞已,捨所愛重之物以與太子,與其官屬國內人民,俱詣佛所。佛爲說法,王得一切法無闇燈陁羅尼。
태자는 그의 부왕(父王)에게 아뢰기를 “저는 묘일신부처님을 뵙고 아주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고 하자, 부왕은 그 말을 듣고 애지중지하던 물건들을 버리어 태자에게 주고는 그의 관속이며 나라 안의 인민들을 데리고 함께 부처님께로 나아갔으며,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니, 왕은 일체의 법에 어둠이 없는 등불 다라니인 일체법무암등다라니(一切法無闇燈陀羅尼)를 얻게 되었다.
時王思惟:‘不可以白衣法攝治國土、受於五欲而可得道!’作是思惟已,立德主太子爲王,出家求道。
이때 왕은 생각하기를 ‘속인의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오욕(五欲)을 누리면서는 도를 얻을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을 한 뒤에 덕주 태자를 세워 왕이 되게 하고는 출가하여 도를 구하였다.
是時,太子於月十五日,六寶來應,喜德妻變爲寶女。如『不可思議經』中廣說如是等因緣。
그때 태자는 그 달의 15일에 여섯 가지 보배인 육보(六寶)가 와서 응하고 희덕 부인은 변하여 보녀(寶女)가 되었으니, 『불가사의경(不可思議經)』에서 자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다.
故知善男子、善女人世世願爲菩薩父母、妻子、眷屬。
이와 같은 등의 인연 때문에 선남자와 선여인은 세상마다 보살의 부모와 처자며 권속이 되기를 원하는 것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經.“爾時,四天王乃至阿迦尼咤天皆大歡喜,各自念言:‘我等當作方便,令是菩薩離於婬欲,從初發意常作童眞,莫使與色欲共會;若受五欲,障生梵天,何況阿耨多羅三藐三菩提!’以是故,舍利弗!菩薩摩訶薩斷婬欲出家者,應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非不斷欲。”
▷경. 이때 사천왕에서부터 아가니타천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크게 환희하며 저마다 생각하기를 “우리들은 방편을 지어서 이 보살로 하여금 음욕을 여의게 하여 처음 발심할 때부터 항상 동진(童眞)이 되게 하고, 색욕(色欲)과는 접촉하지 못하게 하리라. 설령 오욕을 받아도 범천(梵天)에 태어나는 것에 장애가 되거늘 하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랴.”고 하느니라.
이 때문에 사리불아, 보살마하살로서 음욕을 끊고 출가한 이는 응당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지만, 음욕을 끊지 못한 자는 그렇지 않느니라.
▶論. 問曰:“諸天何以作是願?”
▷논. 묻나니, 모든 하늘들이 무엇 때문에 이러한 서원을 세우는 것입니까?
答曰:世閒中有五欲第一,無不愛樂;於五欲中,觸爲第一,能繫人心;如人墮在深泥,難可拯濟。以是故,諸天方便,令菩薩遠離婬欲。
답하나니, 세간에서는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에 집착하여 일으키는 색욕(色欲)·성욕(聲欲)·향욕(香欲)·미욕(味欲)·촉욕(觸欲)의 오욕(五欲)이 제일이라,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오욕 중에서도 촉욕(觸欲)이 제일이라, 능히 사람의 마음을 얽어매나니, 마치 사람이 깊은 진창에 빠지게 되면 건져내기가 어려운 것과 같기 때문에 모든 하늘은 방편으로써 보살로 하여금 음욕을 멀리 여의게 하는 것이다.
復次,若受餘欲,猶不失智慧;婬欲會時,身心慌迷,無所省覺,深著自沒!以是故,諸天令菩薩離之。慌 어리둥절할 황
또한 만약 그 밖의 욕락을 받는다면 비록 지혜는 잃지 않겠지만 이 음욕과 접촉할 때에는 몸과 마음이 어리둥절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황미(慌迷)하게 되어서 정신차리지 못하게 깊이 애착하게 되어서 스스로 빠져 들게 되기 때문에 모든 하늘은 보살로 하여금 그것을 여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問曰:云何令離?
묻나니, 어떻게 하여서 여의게 하는 것입니까?
答曰:如釋迦文菩薩,在淨飯王宮,欲出城遊觀,淨居諸天化爲老、病、死人,令其心厭;又令夜半見諸宮人妓直惡露不淨、涕唾流涎、屎尿塗漫;菩薩見已,卽便穢厭。或時諸天令女人惡心妒忌,不識恩德,惡口欺誑,無所省察;菩薩見已,卽生念言:‘身雖似人,其心可惡!’卽便捨之。
답하나니, 마치 석가모니보살이 정반왕(淨飯王)의 궁전에 있을 때, 성을 나가 구경하는 유관(遊觀)을 하고자 하자 정거천(淨居天)의 하늘들이 늙고 병들고 죽은 사람들로 변화하여 그의 마음에 싫증이 나게 하고, 또한 밤중에 모든 궁인(宮人)들과 기직(妓直)들은 부정하고 추한 모습을 드러내게 하였으니, 눈물과 콧물을 흘리고 똥오줌에 질퍽한 것을 보게 하여 보살로 하여금 더럽다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게 하였으며, 때로는 모든 하늘들이 여인으로 하여금 나쁜 마음과 투기로 은덕을 모른 채 거친 말과 속임수를 쓰며, 자신의 일을 반성하며 살피는 성찰(省察)함이 없게도 한 것과 같으니,
보살은 그러한 일들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몸은 비록 사람과 비슷하나 그 마음은 가히 악하구나.’고 하고 곧 그들을 버리게 하였으며,
欲使菩薩從初發心,常作童眞行,不與色欲共會。何以故?婬欲爲諸結之本!佛言:“寧以利刀割截身體,不與女人共會!刀截雖苦,不墮惡趣;婬欲因緣,於無量劫數受地獄苦。”人受五欲,尚不生梵世,何況阿耨多羅三藐三菩提!
童眞동진= 1. 승려가 될 뜻을 가지고 절에 와서 불도를 배우면서도 아직 출가하지 않은 사내아이. 2. 출가하여 십계를 받은 어린 사내아이
보살로 하여금 처음 발심한 초발심(初發心)으로부터 언제나 동진(童眞)이 되게 하고자 색욕과는 전혀 만나지 못하게 하였다. 왜냐하면 음욕은 모든 번뇌에 매이는 결(結)의 근본이기 때문이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차라리 날카로운 칼로써 몸을 베이고 잘라질지언정 여인과는 함께하지 말라. 칼로 베이면 괴롭기는 하여도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지만, 음욕의 인연은 한량없는 겁 동안 지옥의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오욕을 받으면 범세(梵世, 청정한 세계)에도 태어나지 못하는데 하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음이겠는가.” 하셨다.
或有人言:“菩薩雖受五欲,心不著故,不妨於道。”以是故經言:“受五欲尚不生梵世。
혹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보살은 비록 오욕을 받을지라도 마음으로 집착하지 않으면 도에 방해되지 않는다.”고도 하였기 때문에 경에서 말씀하시되 “오욕을 받으면 오히려 범세에조차도 나지 못한다.”고 하신 것이다.
梵世,無始衆生皆得生中;受五欲者,尚所應得而不得之,何況阿耨多羅三藐三菩提 本所不得而欲得之!”以是故,菩薩應作童眞,修行梵行,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범세란, 무시이래의 중생 모두가 그 안에 날 수는 있지만 오욕을 받는 이라면 오히려 얻을 수 있는 것도 얻지 못하게 되나니 하물며 본래 얻을 수 없음에도 얻고자 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겠는가! 이 때문에 보살은 마땅히 동진(童眞)이어야 하는 것이다.
梵行菩薩,不著世閒故,速成菩薩道;若婬欲者,譬如膠漆,難可得離。所以者何?身受欲樂,婬欲根深!是故出家法中,婬戒在初,又亦爲重。
범행(梵行, 청정한 행)을 수행하면 당연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나니, 범행의 보살은 세간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속히 보살의 도를 이룰 수 있게 되지만, 만약 음욕을 행하는 이라면 마치 아교와 옻인 교칠(膠漆)이 서로 붙으면 떨어지기 어려운 것과 같으니, 왜냐하면, 몸이 욕락을 받아서 음욕의 뿌리가 깊어지기 때문에 출가한 이의 법 중에는 음계(婬戒)가 제일 처음에 오는 것이며 또한 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經. 舍利弗白佛言:“世尊!菩薩摩訶薩要當有父母、妻子、親族、知識耶?”佛告舍利弗:“或有菩薩有父母、妻子、親族、知識;或有菩薩,從初發意斷婬欲,修童眞行,乃至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不犯色欲;或有菩薩方便力故,受五欲已,出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경.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에게 반드시 부모ㆍ처자와 친족이며 아는 지인(知人)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으니,
“어떤 보살은 부모ㆍ처자ㆍ친족과 아는 이가 있기도 하고, 어떤 보살은 초발심으로부터 음욕을 끊고 동진의 행을 닦으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에 이르기까지 색욕을 범하지 않기도 하며, 어떤 보살은 방편의 힘으로 오욕을 받은 뒤에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도 하느니라.”
▶論. 釋曰:是三種菩薩,初者、如世閒人受五欲,後捨離出家,得菩提道。
▷논. 해석하나니, 이 세 가지의 보살이란, 첫째는 세간 사람과 같이 오욕을 받다가 뒤에 버리고 출가하여 보리도(菩提道)를 얻는 사람이며,
二者、大功德牢固,初發心時斷於婬欲,乃至成佛道。是菩薩,或法身,或肉身;或離欲,或未離欲。
둘째는 큰 공덕이 견고하여 초발심할 때 음욕을 끊고 또한 부처님의 도를 성취하여 이루는 사람이니, 이 보살은 혹은 법신(法身)이기도 하고 혹은 육신이기도 하며 혹은 욕망을 여의기도 하고 혹은 아직 욕망을 여의지 않기도 하며,
三者、淸淨法身菩薩,得無生法忍,住六神通。爲敎化衆生故,與衆生同事而攝取之。或作轉輪聖王,或作閻浮提王、長者、剎利,隨其所須而利益之。
셋째는 청정한 법신 보살로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서 6신통(神通)에 머무르며,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중생들과 더불어 같이하는 동사(同事)를 하며 그들을 거두어 주는 이이니, 혹은 전륜성왕이 되기도 하고 혹은 염부제의 왕ㆍ장자ㆍ찰리가 되기도 하여 중생들이 필요로 하는 바에 따라 이익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