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대지도론(大智度論) 제17권 5

Skunky 2023. 12. 9. 09:00

大智度論釋初品中 禪波羅蜜 第十七 第二十八卷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28. 초품 선바라밀(禪波羅蜜) 풀이함 5

 

爾時 世尊 爲諸比丘 說本生因緣;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위하여 지난 생=本生(본생)의 인연을 말씀하여 주셨다.(Isisiñga Jātaka No.526. 산스크리스트 문헌으로는 Mahāvastu Ⅲ, pp.143-152 )

 

過去久遠世時 婆羅柰國 山中有仙人。以仲春之月 於澡槃中小便 見鹿麀合會 心卽動 精流槃中。麀鹿飮之 卽時有娠。滿月生子 形類如人 唯頭有一角 其足似鹿。

아주 오랜 옛날에 바라내(姿羅捺國, Vārāṇasī) 국 어느 산중에 선인(仙人) 살고 있었는데, 음력2월인 중춘(仲春)에 목욕통에서 목욕을 하던 중, 사슴들이 모여 어울리는 것을 보고 음심이 발동한 나머지 목욕통에 정액을 흘리고 말았다. 암사슴이  정액을 핥아먹고  태기가 있더니 달이 차서 새끼를 낳았는데, 형상은 사람 같았으나 다만 머리에  하나가 있고 사슴의 발을 닮았다.(Buddhacarita, Ⅳ v.19, Avadānakalpalatā, no.65. 「외뿔선인 인연이야기」 Ekaśṛñgāvadāna.)

 

鹿當時 至仙人菴邊而。見子是人 以付仙人而去。仙人出時 見此鹿子 自念本緣 知是己兒 取已養育。及其年大 懃學問 通十八種大經。又學坐禪 行四無量心 卽得五神通。

어미사슴은 분만할 때가 되어 선인의 암자 근처에 가서 몸을 풀고는 새끼가 사람을 닮았다 하여 선인에게 주고는 가버렸다.

선인이 나왔다가  사슴새끼를 보고 자신의 지난 일을 헤아려 보아 자신의 자식임을 알게 되어 데리고 가서 길렀다.

차츰 자라남에 따라 부지런히 학문을 가르치니 18종의 경서에 통달하였으며 또한 선정을 배우고 4무량심을 행하여,  5신통을 얻게 되었다.

 

十八種大經(18종대경)=열여덟 가지 바라문 성전(śāstra)을 말하며, 18명처(明處)라고도 한다. 인도정통종교철학에 있어서 중요한 학술서를 열여덟 가지로 분류한 것으로, Ŗg- veda(讚頌)ㆍYajur-veda(歌頌)ㆍSāma-veda(祭祀)ㆍAtharva-veda(攘災)의 4베다와 Śīkṣā(음운론)ㆍVyākaraṇa(어법)ㆍKalpa(제식)ㆍJyotiṣa(천문)ㆍChandas(詩)ㆍNirukta(語源)의 6론, Mimāṁsā(철학)ㆍNyāya(논리)ㆍItihāsaka(古事)ㆍSāṁkhya(數論)ㆍYoga(수습)ㆍDhanur-veda(弓杖)ㆍGandharva(음악)ㆍArtha-śāstra(의약)의 8론을 말한다.

 

一時上山 値大雨泥滑 其足不便地 破其持 又傷其足, 便大瞋恚 以持盛水 呪令不雨。仙人福德 諸龍鬼神皆爲不雨。不雨故 五穀五果 盡皆不生 人民窮乏 無復生路。躄 넘어질 벽, 鍕 흐릴 혼, 섞일 혼

어느 한 때에 산에 올라갔다가 큰 비를 만나 땅이 매우 미끄러워서, 그 발이 불편하여져서 넘어지면서 물병을 깨뜨리는 바람에 발을 다치게 되니 그는 더욱 화가 나서 남은 물병에 물을 담아놓고는 주술로 비가 내리지 않도록 축원하였다.

그 선인의 공덕으로 모든 용과 귀신들이 비가 내리지 못하게 하니, 오곡과 오과 모두가 자라지 못하고 백성들은 궁핍에 시달리게 되어 살아 갈 길이 막막하였다.

 

婆羅柰國 王憂愁懊惱 命諸大官 集議雨事。明者議言, '我曾傳聞 仙人山中 有一角仙人 以足不便故 上山地傷足 瞋呪此雨令十二年不墮'

바라내(바리나시)국의 왕은 근심으로 슬픔에 젖어 모든 대신들을 모아  내리는 일을 의논하도록 명하였는데, 이에 지혜로운 이가 말하기를, '제가 일찍이 전하여 오는 바를 듣자니, 선인들이 사는 산중에  하나를 가진 외뿔 선인(Ŗṣyaikaśṛñga)이 있다고 합니다. 불편한 다리로 산을 오르다가 그만 미끄러져 발을 다치게 된 후에 화가 나서 비가 오지 못하도록 주문으로 축원을 했는데, 12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게 하였다고 합니다.'

 

王思惟言, '若十二年不雨 我國了矣 無復人民' 王卽開募, '其有能令仙人 失五通 屬我爲民者 當與分國半治'

왕은 생각하기를, ‘만약 12년 동안 비가 오지 않는다면, 나의 나라는 끝장나게 되어 백성들은 없어지게 되리라.’

이에 왕은 즉시 공고를 내려서 '누구든지 그 선인으로 하여금 신통을 잃게 하여 나의 백성들을 위하여 준다면 내 나라의 반을 나누어 주리라.'

 

是婆羅柰國 有女 名曰扇端正無雙 來應王募 問諸人言, '此是 人非人?'

衆人言, '是人耳, 仙人所生' 女言, '若是人者 我能壞之'

이때 바라내(바리나시)국에 선타(扇陀, Śāntā)라는 단정하기 짝이 없지만 음란하고 방탕한 여자=淫女(음녀)가 있었는데, 왕의 공고 응하여 온 그녀는 사람들에게 묻기를, '그는 사람입니까? 사람이 아닙니까?' 하니,

여러 사람들=衆人(중인)이 말하기를, '선인이 낳은 사람입니다.' 淫女(음녀)가 말하기를, '만약 사람이라면 내가 능히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作是語已 取金槃盛好寶物 語國王言, '我當騎 此仙人項來' 女卽時 求五百乘車 載五百美女。五百鹿車 載種種歡喜丸 皆以衆藥和之 以衆彩畫 之令似雜果, 及持種種 大力美酒 色味如水。服樹皮 衣草衣 行林樹閒 以像仙人, 於仙人菴邊 作草菴而住。

그리고는 금쟁반에 훌륭한 보물을 담아 가지고 와서 국왕에게 말하기를, '제가 그 선인의 목에 무등을 타고 오겠습니다.' 하고는 淫女(음녀)는 곧 5백 대의 수레를 구하여 5백 명의 미녀를 태우고, 5백 대의 사슴수레에는 갖가지 환희환을 실었으니, 그 환희환은 갖가지 약초를 섞어서 조합하였으나 다양한 과일 모양으로 채색하였으며 또한 갖가지의 큰 힘을 지닌 좋은 술을 색깔과 맛이 마치 물처럼 보이게 하였다.

그리고는 나무껍질로 된 옷과 풀로 엮은 옷을 입고 숲 사이를 거닐면서 선인의 행색을 하고는 그 선인의 암자 근처에 풀로 지은 암자=草菴(초암, paraṇaśālā)을 짓고 살고 있었다.

 

一角仙人 遊行見之 諸女皆出迎逆 好華好香 供養仙人 仙人大喜。諸女皆以 美言敬辭 問訊仙人 將入房中 坐好牀蓐 與好淨酒以爲淨水 與歡喜丸以爲果。食飮飽已 語諸女言, '我從生已來 初未得 如此好果好水' 蓐 자리 욕, 깔개 욕

어느  외뿔선인이 밖을 거닐다가 이것을 발견하자, 여자들이 모두 나와서 맞이하며 아름다운 꽃과 좋은 향으로 선인에게 공양하니, 선인이 매우 기뻐하였다. 여자들 모두가 예쁜 말씨로 공경히 문안을 드렸으며, 선인이 방으로 들어오자 훌륭한 평상에 자리를 깔아서 앉게 하고는 좋은 술을 주니 맑은 물이라 여기고, 환희환을 주니 좋은 과일로 여겼다. 그는 배불리 먹고 나서는 여자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좋은 과일과 좋은 물을 먹어 봤소.'

 

諸女言, '我以一心行善故 天與我願 得此好果 好水'

仙人問諸女, '汝何以故 膚色肥盛?' 答言, '我曹食此好果 飮此美水 故肥盛如此'

女白仙人言, '汝何 以不在此閒住?' 答曰, '亦可住耳'

여자들이 답하여 말하기를, '저희들은 일심으로 착한 일을 행하였기 때문에 하늘이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시어 이렇게 좋은 과일과 좋은 물을 주신 것입니다.'

선인이 다시 묻기를, '그대들은 어찌하여 膚(부)=피부가 그렇게도 풍만한가?'

여자들이 대답하기를, '저희들은 이렇게 좋은 과일을 먹고 좋은 물을 마신 까닭에 이처럼 풍만하여졌습니다.'

여자들이 다시 선인에게 묻기를, '당신께서도 이곳에 머물어 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에 선인은 대답하기를, ' 살지 못하겠는가.'

 

女言, '可共澡洗' 卽亦可之。女手柔軟 觸之心動, 便復與諸美女 更互相洗 欲心轉生 遂成事 卽失神通 天爲大雨。七日七夜 令得歡喜飮食。

이에 여자들이 '함께 목욕이라도 합시다'라고 권하니 그는  허락을 하였다.

여자들의 부드럽고 연한 손길로 건드리자 마음이 흔들렸으며, 다시 여러 미녀들이 서로 번갈아 문지르고 씻어주니 음심이 더욱 발동하여 급기야는 음행을 범하고 말았다.

그는 즉시 신통을 잃게 되었으며, 하늘은 마침내 비를 내리게 되었으며, 선인과 여인들은 7일 7야에 걸쳐 함께 즐기며 먹고 마셨다.

 

七日已後 酒果皆盡 繼以山水木果 其味不美 更索前者。

答言, '已盡, 今當共行 去此不遠 有可得處'

仙人言, '隨意' 卽便共出。女 知去城不遠 女便在道中臥 言, '我極 不能復行'

仙人言, '汝不能行者 騎我項上 當項汝去'

7일 뒤에는 술과 과일이 다하였기에 산의 물과 나무의 과일로 대신하였으나 그 맛이 전과 같지 않았다. 전과 같은 것을 찾으니, 여자들이 대답하기를 '이미 다 떨어졌습니다. 지금 저희들과 함께 가시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하니, 선인은 '그렇게 하자' 하고는 곧 함께 나섰다.

여자는 성이 그다지 멀지 않음을 알고는 문득 길바닥에 누우면서 말하기를, '저는 힘이 다하여 더 이상 갈 수가 없습니다.'

선인이 말하기를, '그대가 더 이상 갈 수 없다면 나의 목을 타거라. 내가 그대를 목에 태우고 가리라.'

 

女先遣信白王, '王可觀我智能' 王勅嚴駕 出而觀之。問言, '何由得爾'

女白王言, '我以方便力故 今已如此 無所復能'

令住城中 好供養恭敬之 足五所欲。

음녀는 왕에게 미리 전언을 보내어 '왕께서는 저 지략을 구경하여 주십시오' 하였던 것이었다.

왕이 행차를 갖추고 나와서 보고는 묻기를, '어떻게 하였던 것인가?' 하니,

음녀가 말하기를, '저의 방편의 힘으로 지금까지는 이렇게 되었지만  이상   있는 바가 없습니다. 성안에 머물게 하시면서  공양하고 공경하며, 다섯 가지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십시오.'

 

拜爲大臣 住城少日 身轉羸瘦, 念禪定心樂 厭此世欲。

王問仙人, '汝何不樂 身轉羸瘦?'

仙人答王, '我雖得五欲 常自憶念 林閒閑靜 諸仙遊處 不能去心'

王自思惟, '若我强違其志 違志爲苦 苦極則死' 本以求除旱患 今已得之 當復何緣 强奪其志?' 卽發遣之。旣還山中 精進不久 還得五通。

왕은 그를 대신으로 명하였으나, 성에 머무른 지 며칠 안 되어 몸이 더욱 여위고 수척하여졌으며, 선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즐거우나 이 세상의 욕망을 싫어하였다.

왕이 선인에게 묻기를, '그대는 어찌하여 즐거워하지 않고 몸이 점점 수척하여 지는 것인가?'

선인이 대답하기를, '제가 비록 오욕락을 얻었으나 항상 숲속의 고요한 곳을 생각하며, 선인들의 한가롭게 노니는 곳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왕이 생각하기를, ‘만약 내가 강제로 그의 뜻을 어긴다면 그로 인하여 괴로워 할 것이고, 괴로움이 극에 달하면 죽게 되리라. 나의 본 뜻은 가뭄을 없애려는 것이었으니, 이제 가뭄이 없게 되었거늘 다시 무슨 이유로 억지로 그의 뜻을 막으랴.’

그리고는 곧 그를 돌아가게 하여주니, 그는 산으로 돌아와 다시 정진하여 오래지 않아 다시 오신통을 얻게 되었다.

 

佛告諸比丘, '一角仙人 我身是也, 女者 耶輸羅是。爾時 以歡喜丸惑我 我未斷結 爲之所惑, 今復欲以藥歡喜丸惑我 不可得也' 以是事故 知細軟觸法 能動仙人 何況愚夫?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외뿔선인은 바로 나의 전생이요, 음녀는 야수다라였느니라. 그 때에도 환희환으로 나를 홀렸는데, 내가 미혹을 끊지 못하였던 탓에 홀림을 당하였으나, 지금 다시 환희환으로 홀리려 한 것은 이루지 못할 것이니라.'

이로 미루어 보건대 미세하게 곱고 부드러운 촉감은 능히 선인들의 마음까지도 움직일 수 있거늘 하물며 어리석은 범부이겠는가!

 

如是種種因緣 是名呵細滑欲。 如是呵五欲。除五蓋者。

이러한 갖가지 인연을 일컬어 ‘보드라운 촉감의 욕망=細滑欲(세활욕)을 꾸짖는다’ 하는 것이며, 

이와 같이 오욕을 꾸짖는 것은 탐욕개(貪欲蓋) 진에개(瞋恚蓋) 혼면개(惛眠蓋, 또는 혼침수면개惛沈睡眠蓋) 도회개(掉悔蓋 또는 도거악작개掉舉惡作蓋) 의개(疑蓋)의 오개(五蓋)를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