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제16권 9
大智度論釋初品中 毘梨耶波羅蜜義 卷第十六 第二十七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27. 초품 중 비리야바라밀(毘梨耶波羅蜜)의 뜻을 풀이함 2 - 9
或時 菩薩行出世閒般若 於持戒 布施 心不染著。
何以故, 施者受者 所施財物 於罪不罪 於瞋不瞋 於進於怠 攝心 散心 不可得故。
보살은 때때로 출세간의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계를 지니고 보시를 함에 있어서 마음이 오염되어 집착되지 않나니,
왜냐하면 施者(시자)=베푸는 이ㆍ受者(수자)=받는 이ㆍ施財物(시재물)=베풀어지는 재물,
罪(죄)ㆍ不罪(불죄)=죄 아님, 瞋(진)=성냄ㆍ不瞋(불진)=성내지 않음,
進(진)=정진ㆍ怠(태)=태만, 攝心(섭심)= 마음을 거두어 들임ㆍ 散心(산심)=산란한 마음 등은 (정해진 실상이 없는 것이라)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復次 菩薩 行精進波羅蜜 於一切法 不生不滅 非常非無常 非苦非樂 非空非實 非我非無我 非一非異 非有非無,
盡知一切諸法 因緣和合 但有名字 實相不可得。
또한 보살이 정진바라밀을 수행함에 있어서 일체제법(一切諸法)이 불생불멸(不生不滅)이며,
非常 非無常(비상 비무상)=항상하지 않고 무상하지 않으며,
非苦非樂(비고비락)= 고통도 아니고 즐거움도 아니며,
非空非實(비공비실)=공(空) 것도 아니고 진실한 것도 아니며,
非我非無我(비아비무아)= 나(我)도 아니고 무아(無我)도 아니며,
非一非異(비일비이)= 같은 하나의 모습도 아니고 다른 모습도 아니며,
非有非無(비유비무)=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닌 것으로,
일체제법(一切諸法)은 인연이 화합한 것으로 다만 이름만 있을 뿐 실상은 얻을 수 없음을 알며,
菩薩作如是觀 知一切有爲 皆是虛誑 心息無爲 欲滅其心 唯以寂滅爲安隱。
爾時 念本願憐愍衆生故 還行菩薩法 集諸功德。
보살은 이와 같이 관찰하여 일체의 유위법은 모두 허망하고 거짓된 것임을 알아, 그 마음을 거두어 무위(無爲)로 그 마음의 (번뇌를) 멸하여 오로지 적멸로써 안온을 삼나니,
이때 본래의 서원을 기억하여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다시 보살의 법(가르침)을 실천하는 수행으로 돌아와서 모든 공덕을 모으는 것이니라.
菩薩自念, '我雖知諸法虛誑 衆生不知是事 於五道中 受諸苦痛 我今當具足 行六波羅蜜'
보살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비록 일체의 제법(諸法)이 허망하고 거짓됨을 아나, 중생들은 이를 알지 못한 채 오도 가운데서 고통을 받고 있으니, 나는 마땅히 6바라밀을 갖추어 행하리라’ 하며,
菩薩 報得神通 亦得佛道, 三十二相 八十種好 一切智慧 大慈大悲 無㝵解脫 十力 四無所畏 十八不共法 三達等 無量諸佛法。
보살은 과보로서 신통을 얻었으며, 또한 불도(佛道)를 통하여 32상호(相好) 80종호(種好)와 一切智慧(일체지혜)ㆍ大慈大悲(대자대비)ㆍ無㝵解脫(무애해탈)= 걸림 없는 해탈ㆍ10력(十力)ㆍ4무소외(四無所畏)ㆍ18불공법(十八不共法)ㆍ3달(三達, 삼명) 등의 무량한 부처님의 특성=佛法(불법)을 얻나니,
得是法時 一切衆生 皆得信淨 皆能受行愛樂佛法。
能辦是事 皆是精進波羅蜜力。是爲精進波羅蜜。
이렇게 佛法(불법)을 얻을 때에 일체 중생 모두가 맑은 믿음을 얻으며, 모두가 능히 불법을 받아들이어 실천하는 것을 즐기게 되니, 이렇게 일을 완수하게 되는 것 모두가 정진바라밀의 힘이니, 이러함을 정진바라밀이라 하는 것이니라.
如佛所說, '爾時 菩薩精進 不見身 不見心, 身無所作 心無所念 身心一等 而無分別。
所求佛道 以度衆生 不見衆生 爲此岸, 佛道爲彼岸, 一切身心所作放捨, 如夢所爲, 覺無所作。
是名寂滅 諸精進故 名爲波羅蜜。所以者何, 知一切精進 皆是邪僞故。
이는 마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으니, '보살이 정진 할 때에는 몸도 보지 않고 마음도 보지 않으니, 곧 몸으로 짓는 바가 없고 마음으로는 생각하는 바가 없어서 신심이 한결 같아 분별함이 없으며,
불도를 구함은 그로써 중생을 건지려 함이니, 중생은 차안(此岸)이고 불도는 피안(彼岸)이라 보지 않으며,
일체의 몸과 마음으로 짓는 바를 놓아버렸으니, 마치 꿈에서 깨어나면 꿈속에서 지은 일들이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으니,
이를 일컬어 적멸(寂滅)이라 하며, 정진하는 까닭에 바라밀(波羅蜜)이라 하나니,
왜냐하면 일체의 정진이 모두 삿되고 거짓됨을 알기 때문이다. (정진을 통하여 일체법에 대하여 알게 되면, 이러함에 대한 말과 글이 다 삿된 견해이고 거짓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以一切作法 皆是虛妄不實 如夢 如幻, 諸法平等 是爲眞實。
平等法中 不應 有所求索 是故知一切精進 皆是虛妄。
雖知精進虛妄 而常成就不退, 是名菩薩眞實精進'
일체의 지어진 것=作法(작법)은 모두 허망하고 실답지 않으니, 마치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으며,
제법이 평등하다는 것만이 진실이니, 평등한 법 가운데에서는 구하고 찾는 일이 있을 수 없으므로 일체의 정진이 모두 허망함을 알며,
비록 정진이 허망함을 알지라도 항상 성취하고자 하여 물러서지 않으니, 이를 일컬어 보살의 참된 정진이라 하는 것이니라.' 하셨으며,
如佛言, '我於無量劫中 頭目髓腦 以施衆生 令其願滿。
持戒 忍辱 禪定時 在山林中 身體乾枯, 或持齋節食, 或絕諸色味, 或忍罵辱 刀杖之患 是故身體燋枯。燋 홰 초, 불 안붙인 홰 착, 그슬릴 초,
또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으니, '나는 무량한 겁 동안, 머리ㆍ눈ㆍ뇌수 등을 중생들에게 보시하여 그들의 소원을 만족시켜주었으며,
지계ㆍ인욕ㆍ선정을 닦을 때에는 산림 속에서 몸이 마른 나무와 같이 말랐으며,
때로는 계를 지키기 위하여 음식을 절제하였고, 혹은 온갖 맛=色味(색미)를 끊었으며, 때로는 모욕과 폭력의 우환을 견뎌내야만 하였기 때문에 몸은 그을리고 고목처럼 말라버렸느니라.
又常坐禪 曝露懃苦 以求智慧, 誦讀 思惟 問難 講說 一切諸法,
以智分別好惡 麤細 虛實 多少, 供養無量諸佛 慇懃精進 求此功德 欲具足五波羅蜜。
我是時無所得 不得 檀 尸 羼 精進 禪 智慧波羅蜜。
또한 볕에 그을리고 이슬을 맞는 고통을 참아가며 항상 좌선하여 열심히 지혜를 구하였으며,
독송하고 사유하고 문답하고 강설하였으며,
일체법에 대하여 지혜로써 분별하여 好惡(호악)= 좋고 나쁨, 麤細(추세)= 추하고 섬세함, 虛實(허실)=허와 실, 多少(다소)=많고 적음을 분별하였으며,
무량한 부처님들께 공양하였으며, 慇懃(은근)=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부지런히 힘써 정진하여 그 노력의 공덕을 구하였으며, 다섯 바라밀을 갖추고자 하였지만 나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었으니, 檀(단) 보시ㆍ尸(시) 지계ㆍ羼(찬) 인욕ㆍ정진 ㆍ선정ㆍ지혜 바라밀을 얻지 못하였던 것이라.
見然燈佛 以五華散佛 布髮泥中 得無生法忍 卽時六波羅蜜滿,
於空中立 偈讚然燈佛 見十方無量諸佛, 是時得實精進
身精進平等故 得心平等, 心平等故 得一切諸法平等'
그러나 연등불(然燈佛, Dīpaṃkara)을 뵙고는 다섯 송이 연꽃을 그 부처님께 흩뿌리고 나의 머리카락을 진흙 땅에 펼쳐서 밟고 지나가시게 한 그 순간에 무생법인(無生法忍, anutpattika dharma-kṣānti)을 얻었으니, 즉시에 육바라밀이 만족되어 공중에 서서 게송으로 연등불을 찬탄하는 게송을 읊자, 사방의 무량하신 부처님들을 보게 되었고, 그 순간에 실로 정진바라밀을 얻게 되었던 것이라.
몸의 정진이 평등한 까닭에 마음이 평등하여지고, 마음이 평등한 까닭에 일체법(一切法)이 평등하여졌던 것이니라.'
如是種種因緣相 名爲精進波羅蜜。
이러한 갖가지 인연의 모습을 일컬어 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이라 하느니라.
大智度論卷第十六 終 대지도론 제 16 권을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