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대지도론(大智度論) 제16권 7

Skunky 2023. 12. 3. 09:01

大智度論釋初品中 毘梨耶波羅蜜義 卷第十六 第二十七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27. 초품 중 비리야바라밀(毘梨耶波羅蜜)의 뜻을 풀이함 2 - 7

 

如說 다음과 같은 이야기와 같으니,  

'波羅奈國 梵摩達王 遊獵於野林中。見二鹿群 群各有主, 一主有五百群鹿。

一主身七寶色 是釋迦牟尼菩薩, 一主是提婆達多。

'바라내(波羅柰, Varanasi)나라의 범마달왕(梵摩達王, Brahmadatta)  속으로 사냥을 다니다가  무리의 사슴떼를 보았는데, 무리마다에 각각의 우두머리가 있었다

   우두머리에게는 5백의 무리가 있었으며, 또 다른  우두머리는 몸이 칠보(七寶) 되어 있었다 칠보(七寶) 몸을 지닌 사슴의 우두머리는 석가모니보살이었고다른 우두머리는 제바달다였다

 

菩薩鹿王 見人王大衆殺其部黨 起大悲心 逕到王前。王人競射 飛矢如雨.

王見此鹿 直進趣已 無所忌憚 勅諸從人, 攝汝弓矢 無得斷其來意'

보살인 사슴왕은 인간의 왕과 권속들이 자기들의 사슴 무리를 마구 죽이는 것을 보고 가엾은 생각을 일으키어 곧장 인간의 왕에게로 나아가니, 왕과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활을 쏘아서 화살이  오듯 날아왔다

왕은  사슴이 곧장 걸어 나오면서도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것을 보자 여러 사람들에게 명하기를, '활을 거두어 그가 오고자 하는 뜻을 꺾 않게 하라' 하였.

 

鹿王旣至 跪白人王, 君以嬉遊逸 樂小事故 群鹿一時 皆受死苦, 若以供膳 輒當差次 日送一鹿 以供王廚'

王善其言 聽如其意。於是二鹿群主 大集差次 各當一日 送應次者。

사슴의 왕이 인간의 왕에게 다다르자 꿇어앉아서 말하기를, '왕께서 기쁨을 위하여 작은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시는 까닭에 많은 사슴의 무리들이 일시에 죽음의 고통을 받습니다만일 드시기 위한 것이라면 저희들이 차례를 정하여 날마다 사슴  마리씩을 왕의 주방으로 보내겠습니다.'

왕은 그의 말이 옳다고 여기어, '좋다' 하며 그의 뜻을 받아들였으니, 

 사슴왕은 무리를 모아놓고 순서를 정하여 날마다 차례가  사슴을 보내기 시작하였다

 

是時 提婆達多鹿群中 有一鹿懷子 來白其主, 我身今日 當應送死 而我懷子 子非次也, 乞垂料理 使死者得次 生者不濫'

鹿王怒之言, 誰不惜命! 次來但去 何得辭也?' 濫 퍼질 람

이때 제바달다의 사슴 무리 가운데 새끼를  사슴이 있었는데자신의 왕에게 가서 말하기를, '저 오늘 죽으러 가야할 차례입니다만 새끼 배었습니다. 이 아기는 차례가 아니오니 바라건대  헤아려 주시어 죽을 자를 바꿔주시어 앞으로 태어날 새끼 하여금 액난을 만나지 않게  주옵소서.' 하니, 

사슴 왕은 성을 내어 말하기를, '누가 목숨 아까워하지 않겠느냐! 차례가 왔거든 그냥 가거라어찌 핑계를 대는 것인가?'

 

鹿母思惟, 我王不仁 不以理恕 不察我辭 橫見瞋怒 不足告也' 卽至菩薩王所 以情具白。

어미 사슴이, '우리 왕은 인자하지 못하여 이치를 헤아려 보지도 않고 나의 말을 자세히 살피지도 않은 채 화를 내고 노여워하 말을  필요가 없구나'하고 생각하고는, 그녀는 보살왕에게로 가서 사정을 말하였다.

 

王問此鹿, 汝主何言?'

그러자 보살왕이 어미 사슴에게 묻기를, '그대의 왕은 뭐라고 하던가?'

 

鹿曰, 我主不仁 不見料理 而見瞋怒, 大王仁及一切 故來歸命。

如我今日 天地雖曠 無所控告'

어미 사슴이 답하기를, '저의 왕은 인자하지 못하여 이치를 헤아려 보지도 않은  화를 내고 노여워하였지만 대왕의 인자하심은 일체에 두루 미치기에 이렇게 와서 귀의하여 목숨을 맡기는 것이옵니다. 비록 천지가 넓다고 하나 저와 같은 경우는  사정을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菩薩思惟, 此甚可愍! 若我不理 枉殺其子, 若非次更差 次未及之 如何可遣? 唯有我當代之'

思之旣定 卽自送身 遣鹿母還, 我今代汝 汝勿憂也'

鹿王逕到王門 衆人見之 怪其自來 以事白王。

보살은 생각하기를, '이는 참으로 심히 불쌍한 일이로다만약 나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하여도 어찌 도리를 굽히어 아기 사슴을 죽게 하겠는가! 만약에 차례가 아닌 자와 바꾸고자 하여도 어느 누가 가려고 할 것인가? 오직 나 자신 만이 그 차례를 대신할 수 있을 뿐이로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는 자신의 몸을 대신 보내고자 하여 어미 사슴은 돌아가게 하였으니, '내가 이제 너를 대신하겠노라그대는 걱정하지 말아라.'

사슴왕이 인간 왕의 문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는 사슴왕이 스스로 찾아  것을 이상히 여겨 왕에게 보고하였다.

 

王亦怪之 而命令前, 問言, ‘諸鹿盡耶 汝何以來?'

왕 역시 이를 괴이하게 여겨 그의 앞으로 데려오게 하고는 묻기를, '이제 모든 사슴들이 모두 다하였는가? 어찌하여 그대가 오게 된 것인가?'

 

鹿王言, ‘大王仁及群鹿 人無犯者 但有滋茂 何有盡時! 我以異部群中 有一鹿懷子 以子垂身當殂割 子亦倂命 歸告於我 我以愍之。非分更差 是亦不可, 若歸而不救 無異木石。是身不久 必不免死, 慈救苦厄 功德無量。若人無慈 與虎狼無異'

王聞是言 卽從坐起 而說偈言,

사슴왕이 말하기를, '대왕의 인자하심이 사슴의 무리에까지 미치어 사람들이 사슴들에게 범하는 자가 없게 되었습니다. 무성한 풀이 있거늘 어찌 저희의 무리가  하겠습니까! 저희의 다른 무리 가운데 새끼를  사슴이  마리 있는데, 새끼가  태어날 터인 어미 사슴을 죽여 배를 갈라 버리면  새끼 역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 그녀는 그러함을 저에게 와서 말하였기에 저는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아직 순서가 되지 않은 자를 미리 오루 있도록 바꿀 수는 없는 일이며, 그렇다고 어미 사슴을 구해주지 않고 돌려 보낸다면, 이는 목석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며,

저의 이 몸은 영원하지 않고, 결코 죽음을 면할 수가 없는 것이라. 

자비하신 마음으로 이러한 고액을 불쌍히 여겨 구해주신다면  공덕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만약 자비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는 호랑이나 승냥이와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하니, 

왕은  말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게송을 읊었다.

 

我實是畜獸 名曰人頭鹿, 汝雖是鹿身 名爲鹿頭人。

나는 실로 축생과 금수였구나! 인간의 머리를 한 사슴이라 불러하 하리라.

그대는 비록 사슴의 몸을 하고 있건만, 사슴의 머리를 한 인간이라 불러야 마땅하리.

 

以理而言之 非以形爲人, 若能有慈惠 雖獸實是人。

도리에 맞게 말한다면, 결코 모습을 보고 인간이라 할 것이 아니구나.

비록 짐승이라 하여도 자비롭다면, 실로 그러함이 인간이리.

 

我從今日始 不食一切肉, 我以無畏施 且可安汝意。

오늘부터 나는 일체의 고기를 삼가하여 먹지 않으리니

나는 두려움 없도록 베풀고, 또한 그대의 마음 편안케 하여 주리라.

 

諸鹿得安 王得仁信。

이에 사슴들의 무리는 안온을 얻고, 왕은 인자함과 신임을 얻게 되었다.

 

復次 如愛法梵志 十二歲遍閻浮提 求知聖法而不能得, 時世無佛 佛法亦盡。

有一婆羅門言, '我有聖法一偈 若實愛法 當以與汝' 答言, '實愛法'

婆羅門言, '若實愛法 當以汝皮爲紙 以身骨爲筆 以血書之 當以與汝'

卽如其言 破骨 剝皮 以血寫偈, 

또한 다시 애법(愛法, Dharmārthika)범지와 같은 이는 12년 동안 염부제를 두루 다니며 성인의 법을 구하였지만, 그 때의 세상에는 부처님이 없었으며, 불법이 다한 때이라 얻을 수 없었다.

어떤 바라문이 말하기를, '나에게 성스런 법이 하나 있으니, 만약에 진실로 법을 사랑한다면 그것을 그대에게 주겠노라.' 

범지가 대답하기를, '나는 정말 법을 사랑합니다.'

바라문이 말하기를, '만약에 그대가 정말로 법을 사랑한다면, 그대의 피부를 종이로 삼고 몸의 뼈를 붓으로 삼아 피를 적셔 그것을 받아써야만 하나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그대에게 주겠노라.'

그러자 즉시 그 자리에서 피부를 벗겨내고 뼈를 부수어, 피를 적셔 게송을 베껴 썼다.

 

如法應修行 非法不應受, 今世亦後世 行法者安隱。

한결같이 법답게 닦아야 하고, 비법을 받아들여서는 안되나니

금생에서나 후생에서 법을 행하는 자는 안온하리라.

 

復次 昔野火燒林 林中有一雉 懃身自力 飛入水中 漬其毛羽 來滅大火, 火大水少 往來疲乏 不以爲苦。

是時 天帝釋來問之言, '汝作何等?'

答言, '我救此林 愍衆生故 此林蔭育處廣 淸涼快樂 我諸種類 及諸宗親 幷諸衆生 皆依仰此。我有身力 云何懈怠而不救之?' 雉 꿩 치, 漬 담글 지

또한 옛날에 들판의 숲에 불이 일어나 숲을 태우니, 숲 속에 있는 한 마리의 꿩이 있는 힘을 다하여 물속으로 날아 들어가서 날개의 털에 물을 적셔 와서 그 불을 끄려고 하였다. 불은 크고 물은 적으니, 가고 오기에 피로가 심하였으나 고통으로 여기지 않았으니,

이에 제석천왕이 와서 묻기를, '너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꿩이 대답하기를, '저는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숲을 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숲의 나무그늘이 넓고 청량하고 서늘하여 즐거운 곳이라 저희들과 같은 종류의 중생들과 친구들을 비롯하여 여기에 살고 있는 모두가 여기에 의지하나니, 저의 몸에 아직 힘이 있거늘 어찌 태만하여 불끄기를 주저하여 구하지 않겠습니까.'

 

天帝問言, '汝乃精懃 當至幾時?' 雉言, '以死爲期'

天帝言, '汝心雖爾 誰證知者?' 卽自立誓, '我心至誠 信不虛者 火卽當滅"

是時 淨居天 知菩薩弘誓 卽爲滅火。自古及今 唯有此林 常獨蔚茂 不爲火燒。

제석천왕이 다시 묻기를, '그대가 그렇게 온 힘을 다 쏟고 있거늘, 언제까지 견딜 수 있겠는가?'

꿩이 대답하기를, '죽을 때까지입니다.'

제석이 다시 묻기를, '비록 네 마음이 그렇다고 하지만 누가 그러함을 알겠는가?'

그러자 꿩은 서원하기를, '저의 마음이 실로 정성스러워서 거짓되지 않다면 이 불이 곧 꺼지리라.'

이 때에 정거천(淨居天)이 보살인 꿩의 넓고 큰 서원을 알고서는 불을 꺼 주었으니 불이 곧 꺼졌으며, 그 뒤로 지금까지 이 숲만이 항상 울창하여 불에 탄 적이 없었다.

 

如是等 種種宿世所行 難爲能爲 不惜 身命國財 妻子象馬 七珍頭目骨髓 懃施不惓。

如說 菩薩爲諸衆生 一日之中 千死千生 如檀 尸 忍 禪 般若波羅蜜中 所行如是。

이와 같은 여러 전생의 소행들로써 하기 어려운 것을 능히 해내고자 하여 목숨이나 나라ㆍ재물ㆍ처자ㆍ코끼리ㆍ말ㆍ칠보 및 머리ㆍ눈ㆍ뼈ㆍ골수도 아끼지 않고 부지런히 보시하여 게으르지 않았으니, 

전하는 바에 의하면 ‘보살은 중생들을 위하여 하루 동안에 천번을 죽고 천 번을 산다’고 하였으며, 

단(檀, 보시) 시라(尸羅, 지계) 인욕(忍辱) 선정(禪定)에서와 마찬가지로 지혜바라밀에서 행함도 이와 같으니라.

 

菩薩本生經中 種種因緣相 是爲身精進。於諸善法修行 信樂 不生疑悔而不懈怠 從一切賢聖 下至凡人 求法無厭 如海呑流 是爲菩薩心精進。

보살의 본생경(本生經)에서 전하는 갖가지 인연의 모습이 '몸의 정진=身精進(신정진)'이며,

모든 선법(善法)을 수행함을 믿고 즐기어 마음으로 의혹을 내지 않고 게으르지도 않으며,

위로는 모든 성현으로부터 아래로는 범부에 이르기까지 법을 구함에 있어서 싫어함과 만족함이 없음이 마치 바다가 강을 삼키듯 하였으니, 이러함이 보살의 '마음의 정진=心精進(심정진)'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