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대지도론(大智度論) 제11권 12

Skunky 2023. 10. 20. 08:00

大智度論釋 初品中 '檀相義第十九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김성구 번역/김형준 개역 경량 엮음 참조

19. 초품 중 단()의 모습[]과 뜻을 풀이함 4

 

是時 淨居天 化作婆羅門身, 持金甁 執金杖 至韋羅摩菩薩所 語言, '汝大布施 難捨能捨 欲求何等? 欲作轉輪聖王 七寶 千子 王四天下耶?'

菩薩答言, '不求此事'

汝求釋提婆那民 爲八千那由他天女主耶? 答言, '不'

汝求六欲天主耶? 答言, '不'

汝求梵天王 主三千大千世界 爲衆生祖父耶? 答言, '不'

汝欲何所求? 是時 菩薩說此偈言,

이때 정거천인이 바라문의 몸으로 변신하여, 금병을 들고 금지팡이를 쥐고 위라마보살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크게 보시하여 버리기 어려운 것을 능히 버리거늘 무엇을 구하는 것인가? 전륜성왕이 되어서 일곱 가지 보배와 천 명의 아들을 갖추고 사천하를 통치하고자 하는 것인가?'

보살이 대답하기를, '그런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석제바나민(석제환인)이 되어서 8천 나유타 하늘 아씨들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인가?'

답하기를 '아닙니다.'

'그러면 6욕천( 六 欲天)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가?' 답하기를 '아닙니다.'

'그러면 범천왕이 되어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이 되어 모든 중생들의 조상이 되고자 하는 것인가?'

답하기를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무엇을 구하는 것인가?' 이에 보살이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하였으니, 

 

我求無欲處 離生老病死, 欲度諸衆生 求如是佛道。

내가 구하는 것은 욕심이 없는 경지이며, 생ㆍ노ㆍ병ㆍ사를 떠나서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고자 하나니, 이러한 불도(佛道)를 구하는 것입니다.

 

化婆羅門言, '布施主, 佛道難得 當大辛苦, 汝心軟串樂 必不能求 成辦此道。如我先語 轉輪聖王 釋提婆那民 六欲天王 梵天王 是易可得, 不如求此!'

菩薩答言, '汝聽我一心誓',

변화한 바라문이 말하기를, '시주(施主)여, 불도는 얻기 어려워서 큰 고통을 겪어야 하나니, 그대의 마음이 나약해서 쾌락에 습관 들어 있으니, 이러한 도를 끝내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 내가 먼저 말했듯이 전륜성왕이나 석제바나민이나 6욕천왕이나 범천왕 등은 되기 쉬우니, 이러한 것들을 구하는 것만 못하리라.'

이에 보살이 답하기를, '그대는 내가 일심으로 세운 서원을 들어보시라'고 말하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假令熱鐵輪 在我頭上轉, 一心求佛道 終不懷悔恨。

설사 뜨거운 무쇠바퀴가 내 정수리 위에 구를지라도

불도를 구하려는 한 생각은 끝내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것이며, 

 

若使三惡道 人中無量苦, 一心求佛道 終不爲此轉。

설사 3악도에서 부림을 당하여, 인간의 몸으로 많은 고통 받아도

불도를 구하려는 한결같은 일심은 그러함에서 끝내 물러서지 않으리다.

 

化婆羅門言, '布施主, 善哉善哉! 求佛如是' 便讚偈言, 

변화한 바라문이 말하기를, '시주여,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불도를 구함에는 그리하여야 합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찬탄하기를, 

 

汝精進力大 慈愍於一切, 智慧無罣㝵 成佛在不久。

그대의 정진의 힘이 참으로 커서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며,

지혜가 걸림이 없고 막힘이 없으니, 멀지 않아 성불하리라.

 

是時 天雨衆華 供養菩薩。諸淨居天 閉甁水者 卽隱不現。

이때 하늘에서 많은 꽃을 비처럼 내려 보살에게 공양하였으며, 금병의 구멍을 막고 있던 정거천자들은 곧 숨어서 나타나지 않았다.

 

菩薩是時 至婆羅門上座前 以金甁行水 水閉不下。衆人疑怪, '此種種大施 一切具足 布施主人功德亦大, 今何以故 甁水不下?'

보살은 바라문 상좌 앞으로 나아가 금병을 들어 물을 부으려 하였으나, 병이 막혀 물이 나오지 않으니, 사람들은 의심스럽고 괴이하게 여기기를, '이렇게 갖가지의 보시물이 갖추어진 대보시회이라 시주한 사람의 공덕도 크거늘 어찌하여 병의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인가?'

 

菩薩自念, ‘此非他事 將無我心 不淸淨耶? 得無施物 不具足乎? 何以致此?’ 自觀祠經十六種書 淸淨無瑕。是時諸天 語菩薩言, '汝莫疑悔! 汝無不辦! 是諸婆羅門 惡邪不淨故也' 卽說偈言, 

이에 보살이 생각하기를, ‘이는 다른 이유가 아닌 내 마음이 청정하지 못한 때문인 것인가? 혹은 보시하는 물건이 제대로 구족하지 못한 때문인가? 어떠한 이유로 이렇게 된 것인가??’

스스로 제사에 관한 경전=祠經(사경)인 16종의 경서를 떠올려 살펴보았지만 조금의 티도 없었다.

이때 많은 하늘의 무리들이 보살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의심하거나 후회하지 마시오. 그대가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이 아니라, 오직 이 바라문들이 악하고 삿된 견해에 빠져 부정한 때문이니라.' 하고는 게송으로 말하였으니, 

 

是人邪見網 煩惱破正智, 離諸淸淨戒 唐苦墮異道。

이 사람들은 사견에 얽매인 채, 번뇌로 바른 지혜 깨뜨리고

모든 청정한 계율을 멀리 하였으니, 헛수고만 할 뿐 엉뚱한 길에 빠지리라.

 

以是故 水閉不下。如是語已 忽然不現。爾時 六欲天 放種種光明 照諸衆會 語菩薩而說偈言,

그러한 까닭으로 물이 막히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 뒤 홀연히 사라졌 버렸다.

이 때에 6욕천이 갖가지 광명을 놓아 여러 대중을 비추면서 게송으로 말하였으니, 

 

邪惡海中行 不順汝正道, 諸受施人中 無有如汝者。

삿되고 거친 바다로 가는 자는 그대의 바른 길을 따르지 못하리니

보시를 받는 사람들 가운데 그대만 한 사람이 없네.

 

說是語已 忽然不現。是時 菩薩聞說此偈 自念, '會中實自無有與我等者 水閉不下 其將爲此乎?' 卽說偈言,

이렇게 게송을 말하고는 홀연히 숨어 버리니, 이때 보살은 이 게송을 듣고 생각하기를, '이 모임 가운데 실제로 나와 같을 이는 없음이라. 물이 막히어 나오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러함 때문이구나.', 하고는 게송으로 말하기를, 

 

若有十方天地中 諸有好人淸淨者 我今歸命稽首禮,

右手執甁灌左手 而自立願我一人 應受如是大布施。

만약 시방 천지의 어디에라도 좋은 사람 계시어 청정하시다면, 나 이제 귀명하며 머리 숙여 예를 올리겠습니다.

오른손으로 물병을 잡고 왼손으로 부으며 서원하오니, 원하건대 나 한 사람이 이와 같은 큰 보시를 준비하였나니 마땅히 받아 주소서.

 

是時 甁水踊在虛空 從上來下而灌其左手。是時 婆薩婆王 見是感應 心生恭敬 而說偈言, 

그때 병 속의 물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서 그의 왼손에서 부어지는 것이라. 그 때에 바살바왕은 이러한 병의 반응을 보고는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게송을 읊었으니, 

 

大婆羅門主 淸琉璃色水 從上流注下 來墮汝手中。

위대한 바라문님이시여! 맑은 유리빛 물이 위에서

흘러내려 아래로 부어지니, 그대의 손 안에 떨어지는구료!

 

是時 大婆羅門衆 恭敬心生 合手作禮 歸命菩薩。菩薩 是時說此偈言,

그 때에 대바라문들은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합장하고 보살께 귀명하니, 보살은 게송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今我所布施 不求三界福, 爲諸衆生故 以用求佛道。

내가 지금 보시하는 것은 삼계의 복을 구함이 아니라,

중생들을 위하는 까닭이며, 그로써 불도를 구하려 함이라네.

 

說此偈已 一切大地 山川 樹木 皆六返震動。韋羅摩本謂 此衆應受 供養故與 旣知此衆無堪受者 今以憐愍故 以所受物施之。

이 게송을 말할 때에, 온갖 땅과 산ㆍ개울ㆍ숲ㆍ나무들이 모두 여섯 번에 걸쳐 진동하였으며, 위라마는 본래 이 대중이 마땅히 공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베푼다고 하였으나, 이미 이 대중 가운데 받을 만한 이가 없음을 알았으므로 이제 가엾이 여기어 (여러 왕들로부터 기증 받은 10만 냥의 오래된 금전金錢으로 준비한) 물건을 그들에게 베풀었습니다.

 

如是種種檀 本生因緣 是中應廣說。是爲外布施。

云何名 內布施? 不惜身命 施諸衆生。
이러한 갖가지 보시에 관한 본생인연을 여기에서 자세히 설한 것이라. 이것이 外布施(외보시)=외적인 보시이다.
어떤 것이 內布施(내보시)=내적인 보시인가? 곧 목숨을 아끼지 않고 중생들에게 보시하는 것이니, 

 
如本生因緣說, 釋迦文佛本爲菩薩 爲大國王時 世無佛 無法 無比丘僧, 是王四出求索佛法 了不能得。

時有一婆羅門言, '我知佛偈 供養我者 當以與汝'

王卽問言, '索何等供養?' 答言, '汝能就汝身上 破肉爲燈 炷供養我者當以與汝' 炷 심지 주
본생인연(本生因緣)에서 설하는 바와 같으니라.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본래 보살이셨을 때에 큰 나라의 왕이셨는데, 당시에는 세상에 부처님도 없었고, 법도 없었고, 비구승가도 없었기에, 왕은 사방으로 나아가 불법을 구하였으나 끝내 얻지 못하였다.

그 때에 한 바라문이 말하기를, '나는 부처님이 설하신 게송을 알고 있나니, 나에게 공양한다면 마땅히 그대에게 말해 주리다.' 이에 왕이 즉시 묻기를, '어떠한 공양을 구하는 것인가?'
바라문이 대답하기를, '그대가 능히 몸 위의 살을 찢어서 등의 심지=燈炷(등주)를 삼아 나에게 공양한다면, 그대에게 게송을 일러 주리다.'

 

王心念言, ‘今我此身 危脆不淨 世世受苦 不可復數 未曾爲法 今始得用 甚不惜也!' 如是念已 喚旃陁羅 遍割身上 以作燈炷 而以白疊纏肉 酥油灌之 一時遍燒 擧身火燃 乃與一偈。
왕은 생각하기를, ‘지금 나의 이 몸은 위태롭고 약하고 부정한 것이며, 여러 생 동안 고통을 받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건만 아직 이 몸을 법(法)을 위하여 쓴 적이 없으니, 이제 비로소 쓸 곳을 얻었음에 아까울 것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전다라(栴陀羅, caṇḍāla 백정)를 불러서 자신의 상반신을 베어 등불의 심지를 만들게 하고는 흰 천으로 살을 감고 소락(버터) 기름을 부은 뒤에 일시에 불을 붙여서 온몸을 태우니, 불이 타오르자 이윽고 그 바라문이 게송 하나를 일러 주었으며, 

 
又復 釋迦文佛 本作一鴿 在雪山中。時大雨雪 有一人失道 窮厄辛苦 飢寒竝至 命在須臾。鴿見此人 卽飛求火 爲其聚薪然之, 又復以身投火 施此飢人。
또한,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본래 한 마리의 비둘기가 되어 설산에 있었는데, 때마침 큰 눈이 내려, 어떤 사람이 길을 잃고는 곤궁에 빠져 괴로워하고 있었다.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린 나머지 목숨이 수유(須臾, 순간)에 달려 있었으니, 비둘기가 이 사람을 보자 즉시 날아가서 불을 구해다가 그를 위해 섶을 모아 불을 붙이고는 자신의 몸을 불 속에 던져 이 굶주린 사람에게 베풀었다.


如是等頭 目 髓 腦 給施衆生 種種本生因緣經 此中應廣說。如是等種種 是名內布施。如是內 外布施無量 是名檀相。
이와 같이 머리ㆍ눈ㆍ뇌ㆍ골수 등으로 중생에게 보시하였으니, 본생인연경에서 자세히 설하고 있느니라.
이러한 갖가지를 내적인 보시=內布施(내보시)라 하며, 이와 같이 안팎의 보시가 무량하니, 이를 보시의 모습=檀相(단상)이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