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제6권 3
大智度初品中 十喩釋論 第十一卷 第六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김성구 번역/김형준 개역, 임 경량 엮음 참조
11. 초품 중 열 가지 비유=十喩를 풀이함 3
●諸法如虛空
如冬天日時一出(여동천일시출) 常爲昏氣雲蔭曀(상위혼기운음예)
겨울날은 때로 해가 뜨지만, 언제나 탁한 기운과 구름에 가려 음산하듯이
雖得初果第二道(수득초과제이도) 猶爲欲染之所蔽(유위욕염지소폐)
비록 첫 과위(수다원)나 두 번째 도(사다함)를 얻었더라도, 여전히 욕염에 가리어 있도다.
若如春天日欲出(약여춘천일욕출) 時爲陰雲所覆曀(시위음운소부예)
혹은 봄날 아침에 해가 돋으려 하나, 때때로 구름에 가리어 음산하듯이
雖離欲染第三果(우시욕염제삼과) 餘殘癡慢猶覆心(여잔치만유부심)
욕염을 여의어 세 번째 도(아나함)를 얻었으나, 아직 남은 우치와 교만이 여전히 마음을 가리네.
若如秋日無雲曀(약여추일무운예) 亦如大海水淸淨(역여대해수청정)
만약 가을 날씨처럼 음산한 구름 한 점 없이, 마치 큰 바다의 물처럼 청정하면
所作已辦無漏心(소작이판무루심) 羅漢如是得淸淨(나한여시득청정)
할 일을 이미 다하여 방편의 힘을 갖춘 무루심의 나한은 이렇듯 청정함을 얻네.
復次(부차) 虛空無初無中無後(허공무초무중무후) 諸法亦如是(제법역여시)
또한 허공이 처음도 중간도 뒤도 없듯이, 제법 역시 또한 그러하니라.
復次(부차) 如摩訶衍中(여마하연중) 佛語須菩提(불어수보리) '虛空無前世(허공무전세) 亦無中世(역무중세) 亦無後世(역무후세) 諸法亦如是(제법역여시)' 彼經此中應廣說(피경차중응광설) 是故說(시고설) '諸法如虛空'(제법여허공)
또한 마하연(대승)에서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시되 '허공은 앞 세상=前世도 없고, 중간 세상=中世도 없고 뒷세상=後世도 없으니, 제법 또한 역시 그러하다'고 하신 것과 같으니, 그 경에서도 이 뜻을 자세히 말씀하셨으므로 ‘제법이 허공과 같다’ 하느니라.
問曰(문왈) 虛空實有法(허공실유법) 何以故(하이고) 若虛空無實法者(약허공무실법자) 若擧若下(약거약하) 若來若往(약래약왕) 若屈若申(약굴약신) 若出若入等(약출약입등) 有所作應無有(무소작응무유) 以無動處故(이무동처고)
묻나니, 허공은 실제로 존재하는=實有법이니, 왜냐하면 만약 허공에 실제 하는 법이 없다면 들어 올리거나 내려놓거나, 오거나 가거나, 굽히거나 펴거나, 나오거나 들어가거나 하는 등의 所作=지음이 마땅히 없어야 하리니, 움직일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쟈이냐교에서는 실제하는 요소로서 5법(法)을 말하는데, 이 가운데 허공은 운동 공간이자 실제하는 것이다
答曰(답왈) 若虛空法實有(약허공법실유) 虛空應有住處(허공응유주처) 何以故(하이고) 無住處則無法(무주처즉무법)
답하나니, 만약 허공의 법이 실로 있는 것이라면, 허공은 응당 자신이 머무는 자리가 있어야 할 것이니, 왜냐하면 머무는 곳이 없다면 그 법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
若虛空在孔穴中住(약허공재공혈중주) 是爲虛空在虛空中住(시위허공재허공중주) 以是故不應孔中住(이시고불응공중주) 若在實中住(약재실중주) 是實非空(시실비공) 則不得住(즉부득주) 無所受故(부소수고) 穴 구멍 혈,
만약 허공이 구멍 속에 머문다면, 이는 허공이 허공 속에 머무는 것이 되는 것으로, 구멍 속에 머무를 수는 없으며, 만약 실제 가운데 머문다면, 이 실제 하는 것은 공이 아니므로 머무를 수 없으니, 곧 받아들일 곳이 없기 때문이라.
復次汝言(부차여언) '住處是虛空'(주처시허공) 如石壁實中(여석벽실중) 無有住處(무유주처)' 若無住處則無虛空(약무주처즉무허공) 以虛空無住處(이허공무주처) 故無虛空(고무허공)
또한 그대가 말하기를, '머무는 곳이 허공이라면, 석벽 등의 실제 하는 곳에는 머무를 곳이 없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 만약에 머무를 곳이 없다면 곧 허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곧 허공이 머무를 곳이 없기 때문에 허공이 없다는 것이 되며,
復次(부차) 無相故無虛空(무상고무허공) 諸法各各有相(제법각각유상) 相有故知有法(상유고지유법)
또한 형상이 없기 때문에 허공도 없는 것으로, 모든 법은 각각 나름의 형상이 있고, 나름의 형상이 있기 때문에 법이 있음을 아는 것이니,
如地堅相(여지견상) 水濕相火熱相(수습상화열상) 風動相識識相(풍동상식식상) 慧解相世閒生滅相(혜해상세간생멸상) 涅槃永滅相(열반영멸상) 是虛空無相故無(시허공무상고무)
마치 지대의 굳은 모습, 수대의 젖은 모습, 화대의 뜨거운 모습, 풍대의 움직이는 모습, 식대의 알아차리는 헤아려서 아는 모습, 지혜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모습, 세간의 생멸하는 모습, 열반의 영원히 적멸한 모습 등과 같으나, 이 허공은 모습이 없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이 허공은 인연의 10가지 모습인 색성향미촉이라는 오진(五塵)과 남 여 생 주 멸이라는 현상과 작용(法) 멀리 여의어 아무런 얽매임이나 붙들림 없는 모습인 무상(無相)인 까닭에 허공의 그 어디에도 무언가 정해진 실상(實相)이란 없는 것입니다.)
問曰(문왈) 虛空有相(허공유상) 汝不知故言無(여불지고언무) 無色處是虛空相(무색처시허공상)
묻나니, 허공도 형상이 있거늘 그대가 모르기 때문에 없다고 하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色 없이 머무는 것이 곧 허공의 모습입니다.
答曰(답왈) 不爾(불이) 無色是名破色(무색시명파색) 更無異法(갱무이법) 如燈滅更無法(여등멸갱무법) 以是故(이시고) 無有虛空相(무유허공상)
답하나니, 그렇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色이 없다 함은 색이 破=깨어진 것을 말하는 것으로, 다시 다른 법이 없나니, 마치 등불이 꺼진 것과 같이 다시는 다른 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허공의 모습이 없는 것이다.
復次(부차) 是虛空法無(시허공법무) 何以故(하이고) 汝因色故(여인색고) 以無色處是虛空相(이무색처시허공상) 若爾者(약이자) 色未生時(색미생시) 則無虛空相(즉무허공상)
또한 이 허공의 법은 없는 것이니, 왜냐하면 그대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色 때문에 색(모습)이 없는 곳을 허공의 모습이라 했으니, 만약에 그렇다면 색(모습)이 생기기 전에는 허공의 모습이 없었을 것이며,
復次汝謂(부차여위) '色是無常法(색시무상법) 虛空是有常法(허공시유상법)' 色未有時(색미유시) 應先有虛空法(응선유허공법) 以有常故(이유상고)
또한 그대가 말하기를, '겉으로 드러난 모습=색은 무상한 법이요, 허공은 항상한 법이어서 겉으로 드러난 모습=색이 있기 전부터 허공의 법은 있었나니, 허공은 항상하기 때문이다'고 했지만
若色未有(약색미유) 則無無色處(즉무무색처) 若無無色處(약무무색처) 則無虛空相(즉무허공상) 若無相則無法(약무상즉무법) 以是故虛空(이시고허공) 但有名而無實(단유명이무실)
만약 겉으로 드러난 모습=색이 아직 있지 않았다면 곧 ‘겉으로 드러난 모습=색이 없어지게 되는 것’도 없는 것으로, 만약에 겉으로 드러난 모습=색이 없어지게 되는 곳이 없다면 허공의 모습도 없을 것이요, 허공의 모습이 없다면 허공의 법도 없을 것이니, 그러므로 허공은 이름만 있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
如虛空(여허공) 諸法亦如是(제법역여시) 但有假名而無實(단유가명이무실) 以是故(이시고) '諸菩薩知諸法如虛空(제보살지제법여허공)
허공과 같이 제법 또한 그와 같아서 잠시 붙여진 이름=假名만 있을 뿐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들은 모든 법이 허공 같음을 아는 것이니라.
'如響'者('여향'자) 若深山狹谷中(약심산협곡중) 若深絕㵎中(약심절간중) 若空大舍中(약공대사중) 若語聲若打聲(약어성약타성) 從聲有聲(종향유성) 名爲'響'(명위'향') 㵎 산골물 간,
‘마치 메아리 같다’ 한 것은, 깊은 산의 협곡 및 깊은 계곡이나, 혹은 빈 집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두드리면 소리를 따라 소리가 나니, 이를 '響=메아리'라 한다.
無智人謂爲有人語聲(무지인위위유인어성) 智者心念(지자심념) '是聲無人作(시성무인작) 但以聲觸(단이성촉) 故更有聲(고갱유성) 名爲響(명위향) 響事空(향사공) 能誑耳根(능광이근)
지혜가 없는 사람은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로 여기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이 소리는 사람이 내는 것이 아니라 다만 소리가 부딪쳐서 되돌아 오는 까닭에 다시 소리가 나는 것으로 '메아리'라 부른다'고 생각하며, 메아리란 허공을 울려서 나는 소리로 능히 사람의 귀를 속이니라.
如人欲語時(여인욕어시) 口中風名憂陁那(구중풍명우타나) 還入至臍(환입지제) 觸臍響出(독제향출) 響出時觸七處退(향출시촉칠처퇴) 是名語言(시명어언) 如偈說(여게설):臍 배꼽 제
사람이 말을 하려할 때에 입 안에 머금은 바람을 우타나(Udāna)라 부르는데, 공기를 배꼽에 이르기까지 마셔들여서 배꼽에 이른 공기가 메아리가 되어 소리가 울리는 것으로, 소리가 나올 때는 일곱 곳에 닿았다가 반사되어 나오게 되는데, 이를 말=言語라 하니, 마치 게송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風名憂檀那(풍명우단나) 觸臍而上去(촉제이상거)
입안의 바람을 우단나(Udāna)라 하는데, 배꼽에 닿았다가 위로 올라가면서
是風七處觸(시풍칠처촉) 項及齗齒脣(항급은치순)齗 잇몸 은, 齒 이 치
이 바람이 일곱 곳에 닿나니, 項=목 齗=잇몸 齒=치아 脣=입술
舌咽及以胸(설인급이흉) 是中語言生(시중어언생)
舌=혀 咽=목구멍 胸=폐이니, 이러함으로 말이 이루어지거늘
愚人不解此(우인불해차) 惑著起瞋癡(혹착기진치)
우치한 이는 이를 모르고 미혹한 채, 집착하여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키니,
中人有智慧(중인유지혜) 不瞋亦不著(불진역불착)
그 중에 지혜로운 사람이 있어, 성내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으며
亦復不愚癡(역부불우치) 但隨諸法相(단수제법상)
어리석음을 일으키지 않고서, 그저 제법의 모습을 따르나니
曲直及屈申(곡직급굴신) 去來現語言(거래현어언)
굽었거나, 곧았거나, 굽혀졌거나, 늘려 펴지거나, 과거ㆍ미래ㆍ현재에 관한 말이란
都無有作者(도무유작자) 是事是幻耶(시사시환야)
짓는 이가 도무지 없는 것이라, 이 일이 곧 환술인가 하노라.
爲機關木人(위기관목인) 爲是夢中事(시위몽중사)
나무로 만든 꼭두각시 놀음인가, 꿈속에서 생긴 일인가
我爲熱氣悶(아위열기민) 有是爲無是(유시위무위)
스스로 열을 내어 번민하면서, 유무를 분주히 따지나.
是事誰能知(시사수능지) 是骨人筋纏(시골인근전)
이를 누가 능히 알리오. 뼈에 힘줄로 얽히어 엮인 것이 사람이니,
能作是語聲(능작시어성) 如融金投水(여융급투수)
능히 이처럼 소리를 통해 언어라고 하니, 마치 녹인 금을 물에 넣는 것과 같도다.
以是故言(이시고언) '諸菩薩知諸法如響'(제보살지제법여향)
이러한 때문에 말하기를, '보살들은 제법이 메아리와 같은 줄 안다'고 하는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