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제3권 20
大智度初品中 住王舍城釋論 第五卷 第三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김성구 번역/김형준 개역, 임 경량 엮음 참조
大智度共摩訶比丘僧釋論 第六
6. 초품 중 큰 비구승과 함께하시었다를 풀이함-11
是時(시시) 魔王將十八億衆(마왕장십팔억중) 到菩薩所(도보살소)
敢與菩薩 決其得失(감여보살 결기득실)敢 감히 감
이 때에 마왕(māra)이 18억의 무리를 이끌고 보살께서 머무시는 곳으로 와서는 감히 보살과 우열을 겨루고자 했다.
(보살께서 일체지를 터득할 수 없도록 훼방을 놓고자 하였습니다.)
菩薩智慧力故(보살지혜력고) 大破魔軍(대파마군) 叵 어려울 파
魔不如而退 自念(마불여이퇴 자념) 菩薩叵勝 當惱其父(보살파승 당뇌기부)
보살이 지혜의 힘으로 마군을 크게 무찌르니, 마왕이 당하지 못하고 물러가면서 생각하기를, '보살은 이길 수가 없으니, 그 애비를 괴롭혀 주리라.'
至淨飯王所 詭言(지정반왕소 궤언) 汝子今日後夜已了(여자금일후야이료)
詭 속일 궤
그리고는 정반왕에게로 가서 거짓으로 말하기를, '그대의 아들은 오늘 새벽에 이미 죽었다.'
王聞此語(왕문차어) 驚怖墮牀(경포타상) 如熱沙中魚(여열사중어)驚 놀랄 경
왕은 이 말을 듣자 놀랍고 두려움에 떨며 평상에서 떨어지니, 울부짖는 모습이 마치 뜨거운 모래 위의 고기와 같았다.
王時悲哭 而說偈言(왕시비곡 이설게언)
왕은 이때 통곡하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으니,
阿夷陁虛言 瑞應亦無驗(아이타허언 서응역무험)
아이타(阿夷陀, Ajita)선인도 헛된 말을 한 것이었고, (태어날 때의) 상서로운 감응도 영험이 없도다.
得利之吉名 一切無所獲(득리지길명 일체무소획)
이득을 얻으리라는 좋은 이름도 아무런 소득이 없구나.
(세간의 이로움을 차지하게 될 길상(吉祥)의 이름이건만 그 무엇 하나 얻지 못하였구나!”라고 하였습니다.)
是時(시시) 菩提樹神大歡喜(보실수신대환희) 持天曼陁羅華(지천마다라화)
至淨飯王所 說偈言(지정반왕소 설게언)
이 때에 보리수신(Bodhimṛkṣadevatā)은 크나큰 환희심으로 하늘꽃 만다라를 가지고 정반왕에게 와서 게송으로 말하기를,
曼陁羅華(만다라화, māndārava)= 색깔 좋고 향기 좋은 고결한 꽃으로, 이를 바라보는 자의 마음을 환희롭게 만드는 천계의 꽃
汝子已得道 魔衆已破散(여자이득도 마중이파산)
그대의 아드님은 得道=도를 얻으셨으니, 마의 무리들은 이미 깨어져 흩어졌으며,
光明如日出 普照十方土(광명여일출 보조시방토)
광명은 돋는 해와 같으시니, 두루 시방의 국토를 비추십니다.
歡喜得大利 解脫一切苦(환희득대리 해탈일체고)
무상정등정각을 터득하신 큰 이로움 매우 기뻐하노니, 일체중생이 생사고해에서 해탈하게 되었고
今得轉法輪 無所不清淨(금득전법륜 무소불청정)
이제 무상정등정각 터득하신 법륜을 굴리시리니, 청정하지 않음이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王言(왕언) 前有天來言‘汝子已了’(전유천래언 여자이료)
왕이 말하기를, '아까는 어떤 하늘이 와서 말하되 ‘그대의 아들은 이미 죽었다’ 했는데
汝今來言‘壞魔得道’(여금래언 괴마득도) 二語相違 誰可信者?”
그대는 이제 와서 악마를 무너뜨리고 도를 얻었다고 하니, 두 말이 서로 어긋나 어떻게 믿을 수 있으랴.?'
樹神又言“實不妄語(수신우언 실부망어)
나무신이 다시 말하기를, '실로 거짓이 아닙니다.
前來天者 詭言已了(전래천자 궤언이료) 是魔懷嫉故 來相惱(시마괴질고 내상뇌)
아까 왔던 하늘은 거짓으로 ‘이미 죽었다’ 한 것인데, 이는 마라가 질투심을 품고 괴롭히려고 왔던 것입니다.
今日諸天(금일제천) 龍神華香供養(용신화향공양) 空中懸繒(공중현증)
汝子身出光明 遍照天地(여자신출광명 편조천지)
오늘 모든 하늘ㆍ용ㆍ신 등 모두가 꽃과 향으로 공양하고, 공중에는 비단기=繪을 드리웠으며, 그대의 아드님은 몸에서 광명을 뿜어 내어 하늘과 땅 사이=天地를 두루 비추고 있습니다.'
王聞其言(왕문기언) 於一切苦惱心得解脫(어일체고뇌심득해탈)
왕은 이 말을 듣자 일체의 고뇌하던 마음을 털어낼 수 있게 되었으며,
王言(왕언) 我子雖捨轉輪聖王(아자수사전륜성왕) 今得法轉輪王(금득법전륜왕)
定得大利 無所失也(정득대리 무소실야)
그리고 왕은 이렇게 말하였으니, '내 아들이 비록 전륜성왕의 지위를 버렸으나 이제 법의 전륜왕의 지위를 얻었으니, 기필코 큰 이익을 얻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잃은 것이 없도다.'
王心大歡喜(왕심대환희) 是時 斛飯王家使來(시시 곡반왕가사래)
白淨飯王言(백정반왕언) 貴弟生男(귀제생남)
왕이 이렇게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고 있는 때에, 곡반왕 집의 사자가 와서 정반왕에게 말하기를, '작은댁(동생)께서 아들을 얻었습니다.'하니
王心歡喜言(왕심환희언) 今日大吉 是歡喜日(금일대길 시환희일)
왕이 몹시 기뻐하면서 말하기를, '오늘은 대단히 상서롭고도 기쁜 날이로다.'
語來使言(어래사언) 是兒當字爲阿難(시아당자위아난) 是爲父母作字(시위부모작자)
그리고는 찾아온 사자에게 이렇게 말하였으니, '그 아기는 꼭 아난(아난타阿難陀 Ananda)이라 부르게 하라.' 이러함으로 그 부모는 아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 것이니라.
云何依因緣立名(운하의인연립명)? 阿難端正淸淨(아난단정청정) 如好明鏡(여호명경)
老少好醜(노소호추) 容貌顏狀(용모안상) 皆於身中現(개어신중현)
어떠한 인연에 의해 이름을 짓는다고 하는가? 곧 아난은 단정하고 청정하여 마치 맑은 거울과 같았으며, 늙고 젊고 예쁘고 추함은 용모 중에서 얼굴을 표현한 것인데 아난은 하나같이 몸에 그대로 다 있었으며,
其身明淨 女人見之(기신명정 여인견지) 欲心卽動(욕심즉동)
是故佛聽 阿難著覆肩衣(시고불청 아난착복견의)
아난의 그 몸은 청정하여 여자들이 보기만 하면 마음이 곧바로 흔들리게 되므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어깨 덮는 옷=肩衣를 입도록 허락하셨다.
是阿難能令 他人見者 心眼歡喜(시아난능령 타인견자 심안환희) 故名阿難(고명아난)
이렇게 아난은 능히 보는 사람의 마음과 눈을 기쁘게 하기 때문에 아난=歡喜(아난타阿難陀 Ananda)라 이름한 것이니,
於是造論者讚言(어시조론자찬언)
이에 어떤 논을 지은 자=논사는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찬탄 했으니,
面如淨滿月 眼若靑蓮華(면여정만월 안약청연화)
얼굴은 맑은 보름달 같고, 눈은 푸른 연꽃(우담바라) 같음에,
佛法大海水 流入阿難心(불법대해수 유입아난심)
불법의 큰 바닷물이 아난의 마음속으로 흘러들어 가니,
能令人心眼 見者大歡喜(능령인심안 견자대환희)
능히 보는 사람들의 마음과 눈으로 하여금 보기만 하면 크게 환희하게 하고
諸來求見佛 通現不失宜(제래구견불 통현부실의)
부처님을 뵈러 온 모든 이들을 잘 인도하여 화목함을 잃지 않네.
如是阿難 雖能得阿羅漢道(여시아난 수능득아라한도)
以供給供養佛故(이공급공양불고) 自不盡漏(자불진루)
이와 같이 아난은 비록 아라한의 도를 얻었으나 부처님의 시중을 들기 위하여 스스로가 누(유루)를 다하지 않았으니,
以此大功德故(이차대공덕고) 雖非無學 在無學數中(수비무학 재무학수중)
이러한 공덕으로 있음으로 인하여 무학의 경지는 아니나 무학의 범주에 들며,
(이처럼 한없는 공덕이 있는 까닭에 비록 무학(無學)이 아닐지라도 무학의 수법인(數法人)과 함께 머무를 수 있게 되었고)
수법인(數法人)= 반야바라밀의 지혜를 통해 인연화합에 의해 생겨나는 현상과 작용(法)의 그 어디에도 정(定)해진 실상(實相)이 없는 것임을 터득한 사람.
雖未離欲 在離欲數中(수미리욕 재리욕수중) 以是故共數五千中(이시고공수오천중)
아직 애욕(오욕)을 여의지 못했으나 애욕을 여읜 자의 범주에 있는 것이니, 이러한 이유로 5천인과 함께 하였던 것이라.
(비록 아직 오욕(五欲) 즐기고 좋아하는 버릇 여의지 못하였을지라도 오욕(五欲) 즐기고 좋아하는 버릇 여읜 수법인(數法人)과 함께 머무를 수 있었으니,)
以實未是阿羅漢故(이실미시아라한고) 言“唯除阿難”(언'유제아난')
실제로는 아라한이 아닌 까닭에 ‘아난만은 제외한다’고 말하는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