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제3권 8
大智度初品中 住王舍城釋論 第五卷 第三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김성구 번역/김형준 개역, 임 경량 엮음 참조
5. 초품 중 왕사성(王舍城)에 머무시다를 풀이함-8
彼時人壽百年 少出多減(피시인수백년 소출다감)
그 시대의 사람들 수명은 백세이며, 느는 일은 적고 주는 일은 많았으며,
(세간을 벗어난 이들은 적고 대부분이 복덕이 줄어드는 업(業)을 짓던 시절로)
以是小身(이시소신) 能辦如是大事(능변여시대사) 汝等大身利根(여등대신리근)
云何不作如是功德(운하부작여시공덕)?
이렇게 적은 몸으로도 능히 이러한 일을 하시거늘, 그대들은 큰 몸에 영리한 근기이면서도 어찌하여 이러한 공덕을 이루지 못하는가?
(저 처럼 작은 몸으로 능히 방편의 힘을 써서 이와 같이 큰일을 치러내거니와 너희들은 몸도 크고 영리하게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이 걸림 없고 막힘없음을 명백하게 이해하였건만(利根) 어찌하여 저처럼 공덕을 짓지 않는 것이냐?)
是時諸弟子(시시제제자) 皆慚愧 發大厭心(개참괴 발대염심)
彌勒佛隨衆心 爲說種種法(미륵불수중심 위설종종법)
이때 제자들 모두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세간을 싫어하는 마음을 내며,
미륵부처님께서는 대중의 이러한 마음에 따라 갖가지 법을 말씀해 주시니,
(이때, 모든 제자가 하나같이 부끄럽고 창피해 하며 세간을 싫어하고 일체중생을 구하겠다는 큰 마음을 일으키게 되며, 미륵불께서 그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참된 가르침(法)을 말씀 하시게 되는 것입니다.)
有人得阿羅漢(유인득아라한) 阿那含 斯陁含 須陁洹(아나함 사다함 수다원)
어떤 사람들은 각각 아라한(arahant)ㆍ아나함(anāgāmin. 불환不還)ㆍ사다함(sakṛd-āgāmin. 일래과一來果)ㆍ수다원(sotāpanna. 예류豫流)의 지위를 얻게 되며,
사쌍팔배 혹은 팔부성인(八部聖人)= 수행해가는 과정(向, 道, magga)과 수행에 의해 도달한 경지(果, phala)로 나누어서 설명한 4향4과.
• 수다원(須陀洹)=예류향(豫流向), 예류(預流) 또는 입류(入流)라고도 한다. 수다원은 깨달음의 길을 하천의 흐름에 비유해서 그 흐름에 들어간 것, 즉 불도수행에 대한 확신이 생긴 상태
• 예류과(豫流果) - 예류에 도달한 상태
• 사다함(斯陀含)=일래향(一來向), 사다함은 수행도상에 있어서 한 번 더 윤회세계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해서 일래(一來), 지혜를 얻어 번뇌와 미혹을 벗어나 진리를 보는 단계인 견도(見道)를 이룬 뒤 수도(修道)의 과정에 있는 사람이다.
• 일래과(一來果) - 일래에 도달한 상태
• 아나함(阿那含)= 불환향(不還向) - 이번 생에만 욕계에 머무르고 다시는 윤회세계로 오지 않는, 즉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는 사람, 번뇌의 윤회에 휩쓸리지 않는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무명(無明)의 뿌리가 남아 있어서 존재의 참된 이치를 완전히 꿰뚫은 수준은 안 되며, 사성제(四聖諦)를 완전히 증득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 불환과(不還果) - 불환에 도달한 상태
• 아라한향(阿羅漢向, arahant) 나한(羅漢), 응공(應供), 무학(無學), 응진(應眞). 무학위(無學位)로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고, 번뇌는 다했으며, 해야 할 바를 다했고, 윤회에서 해탈해 열반에 들어간다. 죽어서 천계(天界)에 태어나며, 다시 한 번 인간계에 와서 깨달음을 얻어 니르바나에 이르는 경지
• 아라한과(阿羅漢果) - 아라한에 도달한 상태이다.-아미산
有種辟支佛善根(우종벽지불선근) 有得無生法忍 不退菩薩(유득무생법인 불퇴보살)
어떤 이는 벽지불의 선근을 심고, 어떤 이는 무생법인(anutpattika dharma-kṣānti)을 얻어 아라한의 지위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며,
有得生天人中 受種種福樂(유득생천인중 수종종복락)
어떤 이는 하늘이나 인간에 태어나서 갖가지 복락을 받으리라.
(어떤 벽지불은 반야바라밀이라는 혜명(慧命)이 심어져 훌륭하게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이 걸림 없고 막힘없음을 명백하게 이해하게(善根) 되며, 어떤 이는 무생법인을 터득하게 되어 아비발치(阿毘跋致)의 보살이 되고, 어떤 이들은 하늘과 사람으로 나게 되어 여러 복락을 누릴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무생법인(無生法忍. anutpattika dharma-kṣānti) 일체법의 생함이 없는 이치를 인정하고 안주함. 곧 일체법이 불생불멸임을 확신하는 것. 불생불멸의 경지를 말한다. 모든 사물과 현상이 공이므로 생기고 사라짐의 변화란 있을 수 없음을 깨달음을 말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태어난 바가 없다는 무생법(無生法)의 깨달음을 확신하여, 생하되 생함이 없는 이치를 말한다. 즉, 불생불멸하는 모든 상대적 모습을 떠난 마음상태를 가리킨다.
범부중생의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는 생멸법으로, 마음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며, 모든 것이 있었다 없었다, 왔다 갔다 하고,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변화무상하다. 범부중생은 이렇게 끊임없이 생멸법을 좇고 있다. 그러나 생멸하기는 생멸하는데 실제로 생멸하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불생불멸법인 무생법인이다.
그런데 범부중생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생멸법을 떠나서 따로 불생불멸법이 있는 줄 안다. 무생법인이라고 하는 게, 생멸법을 여의고 무생법인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생멸이 생멸인 채로, 생멸이 아닌 줄로 확철하게 꿰뚫어 보면, 지금 그대로인 채로 무생법인을 얻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무생법인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이치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거기에 안주해, 마음이 움직이지 않음을 말한다.
태어나도 태어난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닌 무생법인(無生法忍)의 이치를 대승에서는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생법인은 '법화경'의 삼법인(三法忍)의 하나이다. 삼법인이란 신인(信忍), 순인(順忍), 법인(法忍)을 말한다.
신인(信忍) - 신심에 의해 얻는 지혜,
순인(順忍) - 진리에 순종하는 지혜,
법인(法忍) - 진리를 깨닫는 지혜.
이 중에서 ‘법인’을 무생법인이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인(忍)’은 ‘참을 인’이 아니라 ‘인(印)’과 같은 의미로서 인가 ‧ 인허의 뜻이고, 진리를 확실히 이해해서 정확히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무생법인이란 세상의 변화에 얽매이지 않고, 어떠한 경우라도 자기의 신앙을 굽히지 않고 확고하게 계속해 가지는 힘, 곧 법을 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또 그 사람을 보호하는 사람, 다 같이 공덕이 있다는 확고한 신념의 천지기운이다.
그런데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는 “참된 인욕바라밀을 수행함으로써 무생법인을 증득할 수 있다”고 해서 ‘인(忍)’은 육바라밀 중 인욕행(忍辱行)을 의미한다고 했다. 즉, 무척 힘들지만 참고 꾸준히 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해석에 차이가 있으나 어느 것이 옳거나 아니라고 하기보다 이 둘을 다 받아들여서, ‘확정적으로 믿고, 힘들지만 꾸준히 행함으로써 진리를 증득해나가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아미산
以是故(이시고) 知是耆闍崛山(지시기사굴산) 福德吉處(복덕길처)
諸聖人喜住處(제성인희주처)
이러한 까닭에 기사굴산은 복스럽고 길한 곳이며, 성인들이 머물기 좋아하는 곳임을 알 수 있으니,
佛爲諸聖人主(불위제성인주) 是故佛多住耆闍崛山(시고불다주기사굴산)
부처님은 성인들 가운데서 주인이기에 기사굴산에 많이 머무신 것이니라.
復次 耆闍崛山(부차 기사굴산) 是過去未來現在(시과거미래현재)
諸佛住處(재불주처)
또한 기사굴산은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들이 머무시는 곳이니,
如'富樓那彌帝隸耶尼子經'中說(여'부루나미제레야니자경'중설)
마치 '부루나미제레야니자경'에서 설하시는 말씀과 같으니,
佛語富樓那(불어부루나) ‘若使三千大千世界(약사삼천대천세계)
劫燒若更生 我常在此山中住(겁소약갱생 아상재차산중주)
즉 부처님께서 부루나(Pūrṇa) 존자에게 말씀하시기를 '가령 삼천대천세계가 겁이 다하여 불길에 다 타거나, 다시 생기더라도 나는 항상 이 산에 머무르고 있거늘
一切衆生 以結使纏縛(일체중생 이결사전박) 不作見佛功德(불작견불공덕)
以是故不見我(이시고불견아)
중생들은 번뇌=結使에 얽매여 있어 부처를 볼 공덕을 짓지 않은 까닭에 나를 보지 못한다'고 하셨으며,
復次 耆闍崛山(부차 기사굴산) 淸淨鮮潔(청정선결) 受三世佛及諸菩薩(수삼세불급제보살)
更無如是處 是故多住耆闍崛山(갱무여시처 시고다주기사굴산)
또한 기사굴산은 청정하고 맑아서 삼세의 부처님과 모든 보살들께서 머무시기에 달리 이와 같은 곳이 없으므로 이러한 까닭에 기사굴산에 많이 머무셨던 것이니라.
復次 諸摩訶衍經(부차 제마하연경) 多在耆闍崛山中說(다재기사굴산중설)
餘處說少(여처설소)
또한 대부분의 마하연경(mahāyānasūtra, 대승의 경전)들을 주로 기사굴산에서 말씀하셨으나, 다른 곳에서 말씀하신 것은 많지 않았으니,
何以故(하이고)? 是中淨潔 有福德閑靜故(시중정결 유복덕한정고)
왜냐하면 이곳은 정결하고, 복덕이 있고, 한가하고 또한 조용하기 때문에
一切三世諸佛住處(일체삼세제불주처) 十方諸菩薩(시방제보살)
亦讚歎恭敬此處(역찬탄공경차처)
삼세의 모든 부처님들이 머무시고 시방의 모든 보살들도 찬탄하고 공경하는 곳이며,
諸天龍夜叉阿修羅(제천용야차아수라) 伽留羅乾闥婆甄陁羅(가루라건달바견다라)
摩睺羅伽等(마후라가등) 大力衆神(대력중신) 守護供養恭敬是處(수호공양공경시처)
모든 하늘(deva)과 용(nāga)ㆍ야차(yakṣa)ㆍ아수라(asura)ㆍ가루라(garuḍa)ㆍ건달바(gandharva)ㆍ견다라(kiṁnara)ㆍ마후라가(mahoraga) 등 큰 힘을 지닌 뭇 신들이 옹호하고 공경하는 곳이기 때문이니,
阿修羅(아수라. asura)=인도에서는 악신으로 취급되며, 항상 인드라와 전투를 벌이거나 혹은 일월(日月)과 싸움을 한다. 여기에서 아수라란 ‘싸움을 좋아하는 자’를 의미하게 되었다. 한편, Asura란 고대 이란어로 선신(善神)을 의미하는 ahura와 같은 말이라고도 한다. 불교에서는 일종의 귀신으로 취급되며, 수미산 아래 바다 속에 산다고 한다. 수라(修羅)ㆍ아소라(阿素羅)ㆍ아소락(阿素洛)ㆍ아소라(阿素羅)ㆍ아수라(阿須羅)ㆍ아수륜(阿修輪)ㆍ아수륜(阿須倫) 등의 다양한 음역어가 있다.
伽留羅(가루라, garuḍa)=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신령스러운 새로, 조류의 왕이라 불리운다. 날개는 금빛이며 양 날개를 펼치면 그 크기가 삼백삼십육만리에 이른다고 한다. 금시조(金翅鳥)·묘시조(妙翅鳥)라고도 한다. 밀교에서는 대범천(大梵天)·대자재천(大自在天) 등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새로 화현(化現)한 것이라 하고 문수보살의 화신이라고도 한다.
乾闥婆(건달바. gandharva)=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요정의 이름. 천계에 머물면서 신들이 마시는 소마주를 지킨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천룡팔부중의 하나로, 긴나라와 더불어 제석천을 받들고 음악을 연주하며, 그 음악으로 여성을 매료시킨다고 한다. 심향(尋香)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如偈說(여게설) 마치 게송의 말씀과 같으니라.
是耆闍崛山(시기사굴산) 諸佛所住處(제불소주처)
이곳 기사굴산은 모든 부처님들이 머무시는 곳이고
聖人所止息(성인소지식) 覆蔭一切故(부음일체고)
성인들이 쉬는 곳이며, 모든 것을 덮어 가려 주는 까닭에
衆苦得解脫(중고득해탈) 唯有眞法存(유유진법존)
뭇 고통에서 벗어남을 얻으니, 오직 참된 가르침만이 있다네.
(무명(無明)에 덮인 일체중생의 시름을 가려주기 때문입니다.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제법(諸法)의 실상(實相) 터득하도록
오직 참된 가르침(法) 일러주시는 성인들 계시는 곳입니다.)
復次 是中十方無量(부차 시중시방무량) 智慧福德大力菩薩(지혜복덕대력보살)
常來見釋迦牟尼佛(상래견석가모니불) 禮拜恭敬聽法故(예배공경청법고)
佛說諸摩訶衍經(불설제마하연경) 多在耆闍崛山(다재기사굴산)
또한 여기는 항상 시방의 한량없는 지혜와 복덕과 큰 힘을 구족한 보살들이 찾아 와서 석가모니부처님을 뵙고 예배하고 공경하며 법을 들었으니, 그 때문에 부처님께서 마하연경을 말씀하실 때에는 주로 기사굴산에 머무셨으며,
諸摩訶衍經(제마하연경) '般若'爲最大('반야'위대) 今欲說故(금욕설고)
云何不住耆闍崛山(운하불주기사굴산)?
모든 마하연경(대승견전)에서 반야(반야바라밀)가 으뜸이니, 이제 그것을 말씀하시려 하시거늘 어찌 기사굴산에 머무시지 않겠는가!
略說住耆闍崛山因緣竟(약설주기사굴산인연경)
간략하게 ‘기사굴산에 머무셨다’라는 인연을 대략 설명하여 마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