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제3권 6
大智度初品中 住王舍城釋論 第五卷 第三
龍樹菩薩造 용수 보살 지음.
後秦龜茲國三藏法師鳩摩羅什奉 詔譯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김성구 번역/김형준 개역, 임 경량 엮음 참조
5. 초품 중 왕사성(王舍城)에 머무시다를 풀이함-6
如佛涅槃後(여불열반후) 長老摩呵迦葉 欲集法 思惟(장노마하가섭 욕집법 사유)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신 뒤에는 장로 마하가섭이 가르침을 집성하고자 생각하셨으니,
何國豐樂 乞食易得(하국풍락 걸식이득) 疾得集法(질득법집)?
‘어느 나라가 풍요하고 삶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어, 걸식이 쉬워서 결집을 빨리 마칠 수 있을까.’
如是思已 憶王舍城中(여시사이 억왕사성중) 頻婆娑羅王(빈바사라왕)
約勅常設 千比丘食(약칙상설 천비구식)
이와 같이 사유한 다음, ‘왕사성의 빈바사라왕은 명을 내려 항상 천 명의 비구에게 음식을 베풀도록 약속하였으니,
頻婆娑羅王(빈바사라왕, Bimbisāra 빕비사라)= 석가모니의 재세 당시 마가다 국의 왕이었으며, 병사왕(甁沙王), 빈바라왕(頻婆羅王) 또는 빈비사라로 의역하며,병사왕은 역사적 실존인물이며 중인도 마갈타국의 왕 빈바사라(頻婆娑羅 Bimbisāra)를 말하며, 예수재의 유래가 되는 왕이다.
실달다(悉達多)태자께서 가비라성(城)에서 나오셔서 고행림(苦行林)을 향하시던 도중 마갈타국 왕사성에 잠시 머무실 때였다. 빈바사라왕은 태자에게 되돌아갈 것을 권하였다. 그러나 태자의 뜻이 바르고 굳음을 알고 다시 청하였다. 도를 얻으면 제일 먼저 빈바사라왕 자신을 제도해줄 것을….
이런 인연은 그로부터 6년 후, 현실로 나타났다. 성불하신 태자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먼저 이곳을 찾으셨고, 왕은 가란타장자(迦蘭陀長者)와 함께 불교 최초의 가람인 죽림정사(竹林精舍)를 건립하여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공양하였다.
頻婆娑羅王雖死(빈바사라왕수사) 此法不斷 是中食易得(차법부단 시중식이득)
易可集法(이가집법) 餘處無如是常供(여처무여시상공)
빈바사라왕의 사후에도 이 법은 끊이지 않으리니, 여기에서는 음식을 얻기가 쉬우니 가르침을 결집하기도 쉬우리라. 다른 곳에는 이와 같이 쉽게 항상 공양을 받을 수 없으며,
若行乞食時(약행걸식시) 諸外道來共論議(제외도래공론의) 若共論議(약공논의)
集法事廢(집법사폐) 若不共論(약불공론) 便言諸沙門 不如我(편언제사문 불여아)
만약 걸식을 할 때 외도들이 와서 토론을 하자 할 수도 있으니, 토론을 하자면 결집을 중단해야 되고, 토론을 피하면 외도들이 말하되 ‘사문들은 우리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할 것이라.’
如是思惟(여시사유) 擇取最上 千阿羅漢(택취최상 천아라한)
將就耆闍崛山(장취기사굴산) 集結經藏(집결경장)
이와 같이 사유하고는 가장 뛰어난 천 명의 아라한을 가려 뽑아서 기사굴산으로 데리고 가서 경장을 결집하고자 하였으니,
以是三因緣故(이시삼인연고) 知摩伽陁國 乞食易得(지마가타국 걸식이득)
이 세 가지 인연 때문에 마가다국은 걸식하기가 쉬움을 깨달아 알았던 것이다.
如'阿含'及'毘尼'中說(여'아함'급'비니'중설) 言毘耶離國(언비야리국)
時時有飢餓(시시유기아)
아함을 비롯한 비니(율장)에서 말씀하시기를 비야리(바이샬리 Vaiśālī)국에는 때때로 흉년이 든다 하였고,
如'降難陁婆難陁龍王兄弟經'中說(여'한난타바난타용왕형제경'중설)
舍婆提國飢餓(사바제국기아) 餘諸國 亦時時有飢餓(유제국 역시시유기아)
마치 '항난타바난타용왕형제경(nandabhadrananda-Sutra)에서 말씀하셨듯이 사바제국에도 기아가 있으며, 또한 다른 나라에도 굶주리는 일이 있나니,
타바난타용왕(陀婆難陀龍王)= 목건련에게 굴복한 용왕
천룡팔부에 속한 여덟용왕을 팔대용왕(八大龍王)이라 하며, 인도 신화에서 이들은 동아시아의 용이 아니라 머리가 여럿 달린 뱀의 형상을 한 나가(Naga)들이었으나, 불교가 동아시아로 유입되면서 나가가 용으로 번역되면서 이들 나가라자 또한 용왕으로 번역되었으나, 드래곤과 나가와 용은 각 문화권에서 동일개념으로 마냥 다르다고 보기도 힘들다.
난타(難陀, Nanda, Ananda) : 용왕들의 우두머리이다.
발난타(跋難陀, Upananda) : 난타 용왕의 동생으로 비를 내려 흉년을 막는다.
사가라, 사갈라(娑伽羅, 沙竭羅, Sagara, Shakara) : 바다의 용왕으로 해상용왕이라 하여 다른 탱화에 단독 등장하기도 한다. 딸이 8살에 성불하였다고 전한다.
화수길(和修吉, Vasuki) : 머리가 아홉 개 달렸다고 전하는 용왕으로 수미산 근처를 돌며 작은 용을 잡아먹고 산다.
덕차가(德叉迦, Takshaka) : 혀가 여러 개 있고, 분노하여 사람이나 동물을 응시하면 그 생명은 죽는다.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 Anavatapta) : 대 설산(히말라야산맥) 북쪽에 있는 거대한 못 아나와땁따(Anavatapta)에 살면서 맑은 물을 내려보내 세상을 비옥하게 하는 용왕이다. 아나와땁따 호수에 산다고 용왕의 이름 또한 아나와땁따이다. 여기서 아나와땁따는 뜨거워지지 않는 이라는 뜻인데, 항상 차갑고 맑은 물이 넘실거리는 히말라야산맥 속 대호(大湖)를 잘 표현한 명칭이다. 아나와땁따를 한자로 음차하여 아뇩달(阿耨達) 또는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라 한다. 그래서 한자로 아나바달다 용왕이라고도 하고 아뇩달 용왕이라고도 한다.
마나산, 마나사(摩那散, 摩那斯, Balavan, Manasvin) : 몸을 휘감아 바닷물을 막고 때맞추어 비구름을 모아 비를 내리는 용왕이다.
우발라(優鉢羅, Utpala, Utpalaka) : 수련(睡蓮)이 자라는 거대한 연못에 산다는 용왕이다. 우발라란 이름이 수련을 뜻한다.
-천석
摩伽陁國中無是事(마가타국중무시사) 以是故(이시고)
知摩伽陁國豐樂 乞食易得(지마가타국풍락 걸식이득)
마가다국(Magadha)에는 이러한 일이 없었으므로 마가다국은 풍요롭고 걸식하기 쉬움을 알았던 것이며,
復次 王舍城 在山中閑靜(부차 왕사성 재산중한정)
또한 왕사성(Rājagṛha) 정사는 산중에 있어서 한가하고 고요하나,
餘國精舍平地故(여국정사평지고) 多雜人入出(다잡인입출)
來往易故 不閑靜(내왕이고 불한정)
다른 나라의 정사는 평지에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드나들면서 오가기 쉬운 까닭에 조용하지 못하며,
又此山中 多精舍 諸坐禪人(우차산중 다정사 제좌선인)
諸聖人皆樂閑靜(제성인개락한정) 多得住中(다득주중)
또한 이 산에는 정사가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좌선을 할 수 있고, 좌선하는 사람들이나 성인들 모두가 조용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기에 많이 머무르시며,
佛是聖人 坐禪人主(불시성인 좌선인주) 是故多住王舍城(시고다주왕사성)
부처님은 성인으로서 좌선하는 사람 가운데서도 주인이시므로 왕사성에 많이 머무셨으니,
如是等種種因緣(여시등종종인연) 故多住王舍城(고다주왕사성)
이와 같은 갖가지 인연 때문에 왕사성에 많이 머무르셨던 것이니라.
問曰(문왈) 若住王舍城 可爾(약주왕사성 가이)
何以不多住竹園(가이불다주죽원) 而多住耆闍崛山(이다주기사굴산)?
묻나니, 왕사성에 머무르신 뜻이 그렇다면 어째서 죽원(죽림정사)에는 많이 머무시지 않고 기사굴산에만 주로 머무셨던 것입니까?
答曰(답왈) 我已答(아이답) 聖人 坐禪人 樂閑靜處(성인 좌선일 락한정처)
답하나니, 내가 이미 먼저 대답하였듯이 성인이나 좌선하는 사람은 한적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니라.
問曰(문왈) 餘更有四山(여갱유사산) 鞞婆羅跋恕等(비바라발서둥)
何以不多住(하이줄다주) 而多住耆闍崛山(이다주기사굴산)?
묻나니, 이 밖에도 비바라발서(Vaibhāravana ) 등을 비롯한 네 산이 있거늘 어째서 많이 머무르지 않고 기사굴산에만 많이 머무르셨던 것입니까?
答曰(답왈) 耆闍崛山 於五山中 最勝故(기사굴산 어오산중 최승고)
답하나니, 기사굴산이 다섯 산 가운데서 가장 수승하기 때문이니라.
云何勝(운하승)? 耆闍崛山 精舍近城(기사굴산 정사근성) 而山難上(이산난상)
以是故 雜人不來(이시고 잡인불래) 近城故 乞食不疲(근성고 걸식불피)
어떠한 것이 수승함인가? 즉 기사굴산의 정사는 성(왕사성)과 가까우면서도 산을 오르기가 어려우니, 이러한 까닭에 여러 사람이 오지 않게 되며, 성(왕사성)이 가깝기 때문에 걸식하기에 힘들지 않기 때문이니라.
以是故 佛多在耆闍崛山中 不在餘處(이시고 불다재기사굴산중 불재여처)
이러한 까닭으로 부처님께서는 기사굴산에 주로 머무시고 다른 곳에는 머무시지 않으셨느니라.
復次 長老摩訶迦葉(부차 장노마하가섭) 於耆闍崛山 集三法藏(어기사굴산 집삼법장)
可度衆生 度竟欲 隨佛入涅槃(가도중상 도경욕 수불입열반)
또한 장로 마하가섭 존자는 기사굴산에서 세 가지 법장을 결집을 하신후, 제도할 중생을 다 제도하고는 부처님을 따라 열반에 들고자 하였으니,
淸朝著衣持鉢(청조착의지발) 入王舍城乞食已(입왕사성걸식이) 上耆闍崛山(상기사굴산)
語諸弟子 어제제자) 我今日 入無餘涅槃(아금일 입무여열반)
이른 새벽에 옷(가사)을 입고 바릿대(발우)를 들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신 뒤, 기사굴산으로 올라와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오늘 무여열반에 들리라.'
如是語已(여시어이) 入房結加趺坐(입방결가부좌) 諸無漏禪定自熏身(제무루선정자훈신)
이와 같이 말씀하시고는 방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온갖 무루의 선정과 하나가 되어 스스로의 몸을 적시고 있었으니,
摩訶迦葉諸弟子 入王舍城(마하가섭제제자 입왕사성) 語諸貴人(어제귀인)
이에 마하가섭 존자의 제자들이 왕사성에 들어가서 귀인들에게 말하기를,
知不(지부)? 尊者摩訶迦葉 今日入無餘涅槃(존자마하가섭 금일입무여열반)
여러분, 아십니까? 존자 마하가섭께서 오늘 무여열반에 드신다고 하십니다.
尊者(존자 āyuṣmat)= 장자(長者)ㆍ대덕(大德)이라고도 함.
諸貴人聞是語(제귀인문시어) 皆大愁憂言(개대수우언)
귀인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근심하면서 말하기를,
佛已滅度(불이멸도) 摩訶迦葉 持護佛法(마하가섭 지호불법)
今日復欲入 無餘涅槃(금일부욕입 무여열반)
부처님께서도 이미 열반(멸도)에 드셨고 마하가섭 존자께서 불법을 보호해 유지하시다가 오늘 다시 무여열반에 드시려하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