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제1권 24
2. 초품(初品) 중 여시아문일시(如是我聞一時)를 풀이함-6
◎'一'의 해설
略說“聞”竟(약설 '문'경) “一”者 今當說('일'자 금당설)
‘들었다’ 함을 간략히 풀이하여 마치고, 이제는 ‘어느 때=一時’(ekasmin)라 함을 설명하리라.
問曰(문왈) 佛法中 數 時等法實無(불법중 수 시 등법실무)
陰 入 持所不攝故(음 입 지소불섭고) 何以言“一時”(하이언 '일시')?
묻나니, 불법 가운데에는 수효=數나 시간 등의 법이 실로 없는 것은 陰=오온, 入=12입, 持=18계에 속하지 않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어찌하여 어느 때라 합니까?
(불법(佛法)에는 진실로 일체법의 그 어디에도 정(定)해진 수(數)와 시간(時間) 공간(空間)이라는 현상과 작용(法)이 없다고 하며, 오온(五蘊) 12입(入) 18계(界)라는 제법(諸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 하는데, 어찌하여 “한 때”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答曰(답왈) 隨世俗故有一時(수세속고유일시) 無有咎(무유구)
답하나니, 세속을 따르기 때문에 '어느 때=한 때'라 하여도 허물이 없는 것이
若畫泥木等作天像(약화니목등작천상) 念天故禮拜無咎(염천고예배무구)
마치 진흙이나 나무를 조각해서 신상=天像을 만드는 것과 같으니, 하늘을 생각하기 때문에 예를 올려 절을 해도 허물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이,
說一時亦如是(설일시역여시) 雖實無一時(수실무일시) 隨俗說一時 無咎(수속설일시무구)
어느 때=한 때라 한 것도 이와 같으니, 실제에는 어느 때라 할 것이 없지만 세속을 따라 어느 때라 말하여도 허물이 되지 않느니라.
問曰(문왈) 不應無一時(불응무일시)
묻나니, '어느 때=한 때'가 없다고 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겠습니다.
佛自說言(불자설언) 一人出世閒(일인출세간) 多人得樂 是者何人(다인등락 시자하인)?
佛世尊也(불세존야)
부처님께서도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한 사람이 세간을 벗어나면 여러 사람이 즐거움을 얻는다' 하셨으니, 이는 누구를 가리킨 말이겠는가? 바로 불세존이시니,
亦如說偈(역여설게) 뿐만 아니라 게송에서 말씀하신 바와도 같으니,
我行無師保(아행무사보) 志一無等侶(지일무등려)
나의 행은 스승의 보호가 없고, 하나에 뜻을 두어 동행자가 없으며
積一行得佛(적일행득불) 自然通聖道(자연통성도)
하나의 행을 쌓아 부처의 경지를 얻었으니, 자연히 성스런 도에 통한노라.
(내가 자세히 살피는데 스승의 도움이 없었으며, 뜻이 하나여서 함께 할 벗도 없었다.
공덕을 쌓아 오직 하나 부처에 대해 자세히 살펴서 부처가 되었거니와 스스로 어느 것 하나 어긋남 없는=自然의 사람은 성인의 생사고해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오직 하나뿐인 참된 길(道)과 통하는 것이다. )
如是等 佛處處說一(여시등 불처처설일) 應當有一(응당유일)
이러한 뜻을 부처님은 곳곳에서 말씀하셨으니, 마땅히 ‘어느 하나=一’란 있을 것입니다.
復次 一法和合故(부차 일법화합고) 物名爲一 若實無一法(물명위일 약실무일법)
何以故一物中一心生(하이고일물중일심생) 非二非三(비이비삼)?
또한 어떤 한 법이 화합했기 때문에 그 물건을 하나라 하며, 만일 진실로 한 법이 없다면 어찌하여 한 물건에 대해서는 한마음만 생기고 둘이나 셋이 생기지 않는 것이며?
(또한, “하나”라는 것은 셈법으로 인연화합에 의한 까닭에 만들어지게 된 사물의 어느 하나를 가리킬 때 쓰이는 것으로, 어떤 사물을 지칭할 때 “하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만약 “하나”라는 것이 단지 셈법이어서 실상(實相)이 없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하나”의 사물을 헤아릴 때 “하나”라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며 “둘”이나 “셋”이라고 헤아리지는 않게 되는 것입니까?)
二物中二心生(이물중이심생) 非一非三(비일비삼)?
또한 두 물건에 대해서는 두 마음만 생기고 하나 또는 셋이라는 생각은 생기지 않으며,
三物中三心生 非二非一(삼물중삼심생 비이비일)?
세 개의 사물을 헤아릴 적에도 마음속에서 “셋”이라는 생각이 일어 날 뿐, “둘”이나 “하나”라는 생각이 생기지 않으며,
若實無諸數(약실무제수) 一物中應二心生(일물중응이심생)
二物中應一心生(이물중응일심생) 如是等三四五六皆爾(여시등삼사오육개이)
만일 진실로 모든 數=셈법에 실상이 없다면 어느 한 물건에 대해서도 두 마음이 생겨야 할 것이요, 두 물건에 대해서도 한마음이 생기기도 하여야 할 것이니, 이와 같이 미루어 3ㆍ4ㆍ5ㆍ6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러하여야 할것입니다.
以是故 定知一物中有一法(이시고 정지일물중유일법) 是法和合故(시법화합고)
一物中一心生(일물중일심생)
그러므로 결정코 알게 되니, 한 물건 안에 한 법이 있고, 이 법이 화합하기 때문에 한 물건에서 한마음이 생기니라.
(이러한 까닭에 “하나”의 사물을 지칭할 적에 이 “하나”는 셈법의 하나로 어느 사물을 지칭하고자 정한 것이어서, 이러한 셈법은 사물과 숫자가 화합하여 벌어지는 까닭에 “하나”의 사물을 지칭하게 될 적에는 단지 “하나”라는 숫자를 떠올리는 마음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答曰(답왈) 若“一”與“物”一(약'일' 여'일') 若“一”與“物”異(약'일'여'물'이)
二俱有過(이구유과)
답하나니, 만일 어느 하나와 물건이 하나라든지 혹은 하나와 물건이 다르다든지 한다면 이 둘에는 모두 허물이 있게 되어,
만약 “하나”라고 하는 것을 어느 물건을 지칭하는 “하나”로 쓴다고 하면 둘다 허물이 있게 되는 것이니라.
(그렇게 되면 “하나”라는 것이 어느 사물을 다르게 지칭할 때 쓰이는 말도 되는 것이어서 “하나”와 “다른 사물”이 같은 뜻을 가지게 되어 허물이 되는 것입니다.)
問曰(문왈) 若一有何過(약일유하과)?
묻나니, 만약 하나가 있은들 무슨 허물이 되는가?
(만약 하나라고 한다면 어떠한 허물이 있다는 것입니까?)
答曰(답왈) 若“一” “甁”是一義(약'일' '병'시일의)
답하나니, 가령 하나의 병이라 하면 이는 하나의 이치가 되니,
(만약 “하나”라는 것이 참으로 있다 한다면, 여기 하나의 “병(甁)”이 있고 이러함이 하나의 정의(定義)가 될 수 있다면,)
如因提梨(여인제리) 釋迦 亦是一義(석가역시일의)
마치 인제리와 석가(śakra)가 역시 하나라는 이치가 되어야 하는 것과 같다면,
(인제리=因提梨 Indra 석제환인과 석가(釋迦)도 같을 것이며 또한 이러함이 하나의 정의(定義)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어느 곳에든지 “하나”가 있을 것이고 “하나”가 있기 때문에 곳곳마다 “병(甁)”도 하나씩 놓여 있어야 할 터인즉, 비유하자면 인제리(因提梨)가 있는 곳곳마다 석가(釋迦)도 따라 함께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인제리(因提梨)= Indra의 음역. 인도의 신 이름이며, 제석천(帝釋天), 인달라(因達羅) · 인제리(因提梨) · 인제(因提) · 인저라 음역하며, 주(主) · 천주(天主) · 제(帝)라 번역. 주재하고, 우레와 번개를 부리며 지성으로 노래하는 찬가와 소마주(蘇摩酒)의 힘으로 항상 마신(魔神, 구름을 일으키어 비를 방해하는 신) 또는 아수라(阿修羅)와 싸운다고 함. 불교에서는 도리천왕을 제석천이라 함.
若爾者 在在有一者(약이자 재재유일자) 應皆是甁(응개시병)
그렇다면 어디에나 하나가 있는 곳엔 응당 모두가 병이어야 하나니,
(이제 옷을 비롯하여 모든 사물이 모두 다 이 “병(甁)”과 다름이 없어 한결같이 함께하여야 하나니, “하나”가 “병(甁)”과 다름이 없는 까닭에 곳곳마다 “하나”가 있는 곳이면, 빼놓지 않고 “병(甁)”이 있어야 되며, “병(甁)”이 그러하듯이 옷을 비롯하여 모든 사물이 “하나”가 되어 같은 곳에 있어야 할 것이며 세상 그 어디에서도 따로 나뉘는 것이 없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하나”라는 것은 이렇게 셈법이어서 “병”을 “하나”라고 헤아리는 것도 이와 같은 셈법일 뿐입니다.)
譬如在在有因提梨(비여재재유인제리) 亦處處有釋迦(역처처유석가)
비유하건데 인제리가 있는 곳마다 석가가 있는 것과 같으니,
今衣等諸物皆應是甁(금의등제불개응시병) “一” “甁”一故('일''병'일고)
지금 옷 따위의 모든 물건도 모두가 병이어야 하리니, 하나의 병과 한 가지이기 때문이다.
如是處處一(여시처처일) 皆應是甁(개응시병)
이와 같다면 곳곳마다 하나는 모두 다 병이어야 하리니,
如甁 衣等悉是一物(여병 의등실시일물) 無有分別(무유분별)
병의 경우와 같이 옷 따위들도 모두가 한 물건이어서 다른 차별이 없어야 한다.
復次 “一”是數法(부차'일'시수법) 甁亦應是數法(병역응시수법)
또한 하나가 수효에 속하는 법이라면 병도 역시 수효의 법이어야 한다.
甁體有五法(병체유오법) “一”亦應有五法('일'역응유오법) 甁有色有對(볍유색유대)
一亦應有色有對(일역응유색유대)
병의 몸=體에는 五法=오온,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하나에도 다섯 가지 법이 있어야 하며, 병에는 모양도 있고 몸=體이 있으므로 하나에도 모양과 몸이 있어야 하느니라.
(“병(甁)”이라는 몸통은 오온(五蘊)이라는 현상과 작용(法)에서 색온(色蘊)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나”라고 하는 것 또한 오온(五蘊)이라는 현상과 작용(法)에서 색온(色蘊)에 포함되는 셈법의 하나인 것입니다.
“병(甁)”이 나름의 모습이 있어서 “병(甁)”으로 대하듯이, “하나”라는 것도 나름의 어느 사물을 헤아리고자 하는데 쓰이는 것으로 셈법으로 대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모든 곳에 “하나”가 있게 되면 따로 “병(甁)”이라는 명칭도 없을 거니와 이제 “병(甁)”이라 여겨서도 아니 될 것인즉, “하나”라는 것이 단지 셈법의 “하나”일 뿐으로 만약 “하나”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면 반드시 “병(甁)”을 포함시키지 아니하면 안 될 것이고 만약 “병(甁)”을 말하고자 할 때에는 “하나”를 포함시키지 아니하면 안 될 것입니다.
“병(甁)”과 “하나”가 서로 다르지 않은 까닭이어서 또한 “하나”를 말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병(甁)”을 말하여야 하고 “병(甁)”을 말하고자 할 때에도 반드시 “하나”를 말하여야 할 것이나니, 이와 같다면 사물을 구분하는 색법(色法)과 셈법이 뒤섞여서 어지럽게 될 것입니다.)
若在在一不名爲甁(약재재일부명위병) 今不應“甁一”一(금불응'병일'일)
만일 어디서나 하나를 병이라 할 수 없다면, 이제 병과 하나라는 수효는 하나로서 같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며,
若說一不攝甁(약설일불섭병) 若說甁亦不攝一(약설병역불섭일)
“甁” “一”不異故('병' '일'불이고)
하나라고 한다면 병이 포함되지 않고 병이라고 한다면 하나가 포함되지 않나니, 병과 하나는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
又復欲說一(우부욕설) 應說甁(응설병) 欲說甁 應說一(역설병응설일)
如是則錯亂(여시즉착난)
또한 하나를 말하려면 병을 말해야 되고, 병을 말하려 해도 역시 하나를 말해야 되리니, 이와 같다면 혼돈이 생기게 마련일 것이다.
問曰(문왈) 一中過如是(일중과여시) 異中有何咎(이중유하구)?
묻나나니, 하나라 할 때의 허물이 그러하다면, 다르다 할 때는 어떠한 허물이 있는가?
(하나”라고 말 한 것에 대해 그러한 잘못이 있다고 한다면 다르다고 한다면 어떠한 허물이 있게 되는 것입니까?)
答曰(답왈) 若一與甁異(약일여병이) 甁則非一(병즉비일)
若甁與一異(약병여일이) 一則非甁(일즉비병)
답하나니, 만일 하나와 병이 다르다면 병은 하나가 아닐 것이요, 병과 하나가 다르다면 하나는 병이 아닐 것이라.
(만약 “하나”라는 것이 “병(甁)”과 다르다 하게 되면 “병(甁)”을 헤아릴 때 “병(甁)”은 사물의 “하나”가 아닌 것이 되고, 만약 그렇다면 “병(甁)”과 “하나”를 다르게 구분하는 것이 되어서 “병(甁)”이 “하나”와 화합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이 “하나”때문에 “병(甁)”은 사물의 “하나”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若甁與一合(약병여일합) 甁名一者(병명일자) 今一與甁合(금일여병합)
何以不名一爲甁(하이불명일위병)?
만일 병과 하나가 합친 것을 하나라 한다면, 하나와 병이 합친 것은 어찌하여 하나라 하지 않고 병이라 하겠는가?
(만약 “병(甁)”과 “하나”가 화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면, “병(甁)”을 가리킬 때 어떤 “하나”로 부를 수 있게 될 것이고 이제 이 “하나”와 “병(甁)”이 서로 화합하게 되었는데, 어찌하여 “하나”와 “병(甁)”을 다르게 부를 수 있겠습니까?)
是故不得言甁異一(시고불득언병이일)
그러므로 병은 하나와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느니라.
(이러한 까닭에 “병(甁)”과 “하나”가 다른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