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대지도론(大智度論) 제1권 7

Skunky 2023. 6. 7. 08:00

復次佛初生時(부차불초생시) 墮地行七步(타지행칠보) 口自發言(구자발언)

또한 부처님께서 처음 탄생하셨을 때 땅을 밟으시자 일곱 걸음 걸으시며 스스로 한 말씀하시고, 

 

言竟便默如諸嬰孩(언경편묵여제영해) 不行不語乳餔三歲(불행불어유포삼장)

諸母養育漸次長大(제모양육점차장대) 

말이 끝남에 곧 침묵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보통의 젖먹이와 다름없이 걷거나 말하지 않았으며, 세 살이 될때까지 젖을 먹고 여러 유모들에 의해 차츰차츰 자라났습니다.

 

然佛身無數(연불신무수) 過諸世閒(과제세간) 爲衆生故(위중생고) 現如凡人(현여범인)

부처님의 몸은 수효가 없어서 모든 세간을 초월했건만,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범부와 똑같은 자취를 보이셨던 것입니다.


凡人生時(범인생시) 身分諸根(신분제근) 及其意識未成就故(급기의식미성취고)

무릇 사람이 태어날 때에는 신체적 감관은 갖추어져 있으나, 의식은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身四威儀(신사위의) 坐臥行住言談語默(좌와행주언담어묵)

種種人法皆悉未了(종종인법개실미료)

몸의 네 가지 위의인 앉고 눕고 걷고 가만히 있는 것과 말을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 등 사람이 갖추어야 할 갖가지 세간의 예절을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으나,  

 

日月歲過漸漸習學(일월세과점점습학) 能具人法(능구인법)

세월이 흐름에 따라 차츰 배우고 익혀서 비로소 세간의 예법을 갖추게 되거늘, 

 

今佛云何生便能語能行(금불운하생편능어능행) 後更不能(후갱불능)?

以此致怪(이차치괴) 

지금의 부처님은 어찌하여 태어나시자마자 말도 하고 걷기도 하시더니, 나중에는 하시지 못하는가 하여 이를 괴이하게 여기나니,  

 

但爲此故以方便力(단위차고이방편력) 現行人法(현행인법)

다만 이러한 일을 이룸은 방편의 힘으로써 인간의 법을 행하심을 나타내시어 

 

方便= upāya-kauśalya. 방편(方便). 수단과 방법을 의미하는 말로 상대의 능력과 소질 등에 맞추어 법을 가르치는 불보살의 인도 방법을 뜻한다.

방편은 초기 논장인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등에도 등장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개념이다. 그러나 대승불교가 흥기한 이후, 깨달음을 얻었으나 일체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자기 자신 또한 중생계에 남겠다는 보살의 중생 구제 서원과 맞물리면서 거의 모든 대승 경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다양하게 해석되었다.

'해심밀경(解深密經'의 제7 지바라밀다품(地波羅蜜多品)이나 '성유식론(成唯識論)'의 제9권에서는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慧) 등의 육바라밀에 이어 방편, 원(願), 역(力), 지(智)를 더해 십바라밀을 구성하면서 방편을 하나의 독립된 개념으로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추가된 4종의 바라밀은 육바라밀을 돕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방편은 보시·지계·인욕을, 원은 정진을, 역은 선정을, 지는 반야바라밀을 보조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십바라밀은 '화엄경(華嚴經)' 십지품(十地品)에서 10을 완전한 숫자로 보고 육바라밀을 확충한 것으로, 대승의 초기 경전부터 이어져온 육바라밀에 방편을 하나의 독립된 개념으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기존에 이어져왔던 방편의 여러 의미를 총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유마경의 방편론은 이 논서들과 달리 ‘방편이 없는 지혜는 얽힘이요, 방편이 있는 지혜는 풀림이며, 지혜가 없는 방편은 얽힘이요, 지혜가 있는 방편은 풀림이다.’, 그리고 ‘지혜는 어머니, 방편은 아버지’라고 부르며 지혜와 방편이 한 쌍을 이루고 있다.
'법화경'의 제2 방편품(方便品)에는 ‘삼승방편 일승진실(三乘方便 一乘眞實)’이라는 즉, ‘성문, 독각, 그리고 보살승 또는 대승까지 포함하는 삼승의 모든 불교가 곧 하나의 진리이다.’라는 유명한 언급이 나온다. 또한 여기서는 ‘여래들께서는 여러 가지 절묘한 방편과 지견을 통해, 즉 원인과 이유, 비유와 인연, 언어와 해석과 교리로써 법을 설하시기 때문이며, 또 때에 맞는 절묘한 방편으로 여러 갈래로 집착하고 있는 중생들을 해탈시키시기 때문이다.’라고 지혜를 방편으로 펼친 구체적인 이유를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이후에 ‘회삼귀일사상(會三歸一思想)’으로 널리 알려졌다. '법화경'의 제4 신해품(信解品)에는 화택의 비유[火宅喩], 부호의 비유[窮子喩] 등, ‘법화칠유(法華七喩)’의 다양한 방편들의 실례가 등장하고 있다.

 

如人威儀(여인위의) 令諸衆生信於深法(영제중생신어심법)

사람들의 위의와 같게 하신 것이니, 중생들로 하여금 깊은 법을 믿게 하셨을 뿐이니라.

(사람들에게 이와 같이 위의(威儀)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모든 중생이 불도(佛道)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게끔 하는 참된 가르침()을 믿게 하는 것입니다.)

 

若菩薩生時(약보살생시) 便能行能語(편능행능어) 世人當作是念(세인당작시념)

만약 보살이 탄생하셨을 때부터 바로 걷고 말을 하게되면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今見此人世未曾有(금견차인세미증유) 必是天龍鬼神其所學法(필시천용귀신기소학법)

必非我等所及(필비아등소급)

‘지금 이 사람을 보건대 세상에서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드문 일이니, 분명히 하늘의 용이거나 귀신으로 그가 배우는 법은 우리들이 미칠 바가 아니리라. 

 

何以故(하이고) 我等生死肉身(아등생사육신) 爲結使業所牽(위결사업소견)

不得自在(불득자재)

왜냐하면 우리들의 나고 죽는 육신은 결과 사의 업보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니, 

(왜냐하면우리들의 나고 죽는 육신은 오개(五蓋)에 덮여 제멋대로 날뛰는 거친 마음에 묶여=結, 탐진치(貪瞋癡) 삼독의 부림을 당하는 버릇=使의 업()으로 자유로움을 얻지 못하거니와,)

 

如此深法 誰能及之(여차심법 수능급지)?'

이렇게 깊은 법을 (우리가 감히) 어찌 배워 알겠는가.’

 

以此自絕(이차자절) 不得成賢聖法器(불득성현성법기)

이렇게 스스로 좌절하기 때문에 성현의 법기를 이루지 못하나니, 

(스스로 좌절하므로 성현의 참된 가르침(法)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인 불도(佛道)를 성취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爲是人故 於嵐毘尼園中生(위시인고 어남비니원중생)

이러한 (우리들 중생) 사람을 위하는 까닭에 룸비니(Lumbini) 동산에 태어나신 것입니다.

 

嵐毘尼, 룸비니(Lumbini)= 남비니(藍毘尼)라고 음역. 네팔 남부 테라이 지방의 룸비니에 있는, 석가모니 탄생지로 인도의 붓다가야, 녹야원(싸르나트), 구시나가라와 함께 불교의 4대 성지 중 하나이며, 페허로 방치되어 있었으나 1895년 독일 고고학자인 포이러(Feuhrer)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1997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雖卽能至菩提樹下成佛(수즉능지보리수하성불) 以方便力故 而現作(이방편력고이현작)

孩童 幼小年少成人(해동 유소년 소성인)

비록 보리수 아래에 이르러서야 불도를 이루셨으나, 방편의 힘으로써 아기, 어린이, 소년, 어른이 됨을 드러내셨으니, 

 

於諸時中次第而受(어제시중 차제이수) 嬉戲術藝服御五欲(희희 예술 복어 오욕)

여러 때에 걸쳐 차례로 놀이와 기예=기술과 기예를 배우고, 학문을 익힌 뒤에, 5욕을 누리시어 인간의 법을 갖추셨습니다. 

 

具足人法後漸見(구족인법후점견) 老病死苦生厭患心(노병사고 생염환심)

於夜中半踰城出家(어야중반 유성출가)

나중에 차제로 늙고 병들어 죽는 괴로움을 보게 되어, 이를 싫어하는 생각을 내어 한밤중에 성을 넘어 출가하여 

 

到鬱特伽阿羅洛仙人所(도울특가아하락선인소) 現作弟子而不行其法(현작제자 이불행기법)

우드라카라마푸트라(울특가, Udraka-Rāmaputra)와 아라라(Ālāra-kālāma) 선인에게로 가서 제자가 됨을 보이셨으나, 끝내 그들의 법을 행하지는 않으셨습니다.(그들의 가르침을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雖常用神通(수상용신통) 自念宿命(자념숙명)

비록 신통을 항상 부릴 수 있었으나, 스스로 숙명을 억념하건대, 

 

迦葉佛時持戒行道(가섭불시지계행도) 而今現修苦行六年求道(이금현수고행 육년구도)

가섭부처님(Kāśyapa) 때에 이미 계행을 지니고 닦았지만, 다시 고행을 닦는 모습 드러내 보이시어 6년간 도를 구하셨습니다.
(비록 신통을 항상 쓸 수 있었으나스스로 숙명(宿命)을 생각하니가섭불 때에 계율을 지키며 생사고해에서 벗어나는 참된 길()을 관하였고지금 현재도 육년 동안 선정(禪定)과 마음이 함께하여 바르게 분별하고, 바르게 사유하여, 고()를 관찰하여 참된 길()을 구하고자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菩薩雖主三千大千世界(보살수주삼천대천세계) 而現破魔軍(이현파마군)

보살이 비록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이 되었으나 마군을 항복시키고 

 

成無上道隨(성부상도수) 順世法故 現是衆變(순세법고 현시중변)

無上道=위없는 도(무상정등각)를 이루었으니, 세상의 법에 순응하기 위한 까닭에 이러한 뭇 변화를 나타내신 것입니다.

 

今於'般若波羅蜜'(금어반야바라밀) 中現大神通智慧力故(중현대신통지혜력고)

이제 이 '반아바라밀경'에서 이러한 큰 신통과 지혜의 힘을 나타내었기 때문에 

 

諸人當知佛身無數(제인당지불신무수) 過諸世閒(관제세간)

사람들은 마땅히 부처님의 몸이 세간의 모든 것을 훨씬 초월하신 것을 알아야 합니다.

 

復次有人應可度者(부차 유인응가도자) 或墮二邊(혹타이변)

또한 어떤 사람은 제도될 만한하나, 두 가지 치우친 견해=二邊에 떨어져 있으니, 

(또한어떤 사람은 마땅히 무여열반의 나루터를 건널 수 있으나잘못되어 상견(常見)이나 단멸견(斷滅見)에 빠져 있거나)

 

或以無智故(혹이무지고) 但求身樂(단구신락)

혹은 지혜가 없는 까닭에 오로지 일신의 즐거움(안락)만을 구하거나 

 

或有爲道故(혹유위도고) 修著苦行(수착고행)

혹은 유위의 길에 치우친 까닭에 고행 닦기에만 집착하니,

(생주멸(生住滅)의 유위(有爲) 속에서 생사고해를 벗어날 수 있게 하는 하나뿐인 참된 길(道)을 구하는 까닭에 선정(禪定)과 마음이 함께하여 바르게 분별하고 바르게 사유하고자 고행(苦行)에 집착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如是人等(여시인등) 於第一義中(어제일의중) 失涅槃正道(실열반정도)

이러한 사람들은 제일의를 통한 열반의 바른 길을 잃게 되나니,

(이와 같은 사람이 제일의(第一義)를 통해서 어느 것 하나 치우침 없게 되면 열반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놓아버리고, 바르게 생사고해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오직 하나뿐인 참된 길()에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제일의(第一義)=제일의제(第一義諦, para- mārtha-satya), 또는 진제(眞諦) 라고도 한다. parama는 훌륭하고 수승하다는 뜻이고 artha는 의미라는 뜻이다. 세속제는 진제(眞諦)에 대비되는 속제와 같은 말이고 산스크리트어로 saṃvṛti-satya이다. 승의제는 마음의 영원불멸한 실상을 깨닫는 일을 말하고, 속제는 마음의 동요가 빚는 갖가지 생멸의 상에 대한 이해를 말한다.

 

佛欲拔此二邊(불욕발차이변) 令入中道(영입중도)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두 가지 치우침 (상견과 단멸견)에서 건져내어 중도에 들게 하기 위하여

 

故說摩訶般若波羅蜜經(고설바하반야바라밀경)

'마하반야바라밀경'을 설하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