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

대지도론(大智度論) 제1권 6

Skunky 2023. 6. 6. 08:00

復次佛世尊欲令(부차불세존욕령) 衆生歡喜故說是(중생환희고설시)

般若波羅蜜經言(반야바라밀경언)

또한 불세존께서는 중생들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까닭에 이렇게 '반야바라밀경'을 설하시니, 

 

汝等應生大喜(여등응생대희) 何以故(하이고)?

그대들은 마땅히 크게 기뻐하는 생각을 낼것이니라. 왜냐하면 

 

一切衆生入邪見網(일체중생입사견망) 爲異學惡師所惑(위이학악사소혹)

일체 중생이 모두 삿된 소견의 그물에 걸려 (생사고해 속에 들어), 잘못된 가르침이나 삿된 스승에게 미혹당하지만 

 

我於一切惡師邪網中得出(아어일체악사사견중득출)

나는 일체의 그릇된 스승과 삿된 그물에서 벗어나,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터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니라. 

 

十力大師(십력대사) 難可値見(난가치견) 汝今已遇(여금이우)

10력을 갖춘 대사(스승)는 만나기 어렵거늘, 그대들은 이제 만났노라. 

 

我隨時開發(아수시개발) 三十七品等(삼십칠품등) 諸深法藏恣汝採取(제심법장자여채취)

나는 때를 맞추어 37품을 비롯한 모든 불도의 참된 가르침인 법의 창고=法藏을 열어 보이노니, 그대들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하셨다. 

(37품(品)을 비롯한 모든 불도(佛道)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하는 참된 가르침(法)의 창고를 통해 일체중생을 구하는 뜻을 일으키게 하는 해탈문을 활짝 열어 보이나니, 너희들은 마음껏 법보(法寶)를 가져 가라.)

37품(品)=sapta-triṁśad-bodhipakṣa. 37보리분법(三十七菩提分法), 삼십칠보리도법(三十七菩提道法), 37각지(三十七覺支), 37도품(三十七道品), 37도분(三十七道分), 37조도법(三十七助道法), 37품도법(三十七品道法), 37품(三十七品) 등으로 부른다.  깨달음, 도(道), 보리(菩提)에 이르는 37가지 법’을 말하며, 초기불교의 '아함경'에서 설명하고 있는 37가지 도품(道品), 즉 수행법을 가리키는 말로서, 사실상 초기불교 수행법을 통칭하는 말이다.
'아함경'에서 붓다가 언급하는 37조도품은 네 가지 마음챙김=4념처(四念處), 네 가지 바른 노력=4정근(四正勤), 네 가지 성취수단=4여의족(四如意足), 다섯 가지 기능=5근(五根), 다섯 가지 힘=5력(五力), 일곱 가지 깨달음의 구성요소=7각지(七覺支), 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8정도(八正道) 등의 일곱 가지 수행법을 합친 것이며, 이를 7과(七科)라고 한다. ]


復次(부차) 一切衆生(일체중생) 爲結使病所煩惱(위결사병소번뇌)

또한 일체의 중생들이 결사(=오개五蓋, 번뇌)라는 병으로 괴로워하지만 

(또한, 일체중생이 오개(五蓋)에 덮여 거친 마음에 묶이게 되어=結, 탐진치(貪瞋癡) 삼독의 부림을 당하는 버릇=使라는 병에 걸려서 번뇌에 물들게 되고, )

 

결사(結使)= saṃyojana. ‘얽어 매임’을 사=anuśaya는 내면에 깃든 악한 성향을 가리킨다. 결과 사는 모두 번뇌의 다른 이름. 번뇌는 심신을 계박하여 고과(苦果)를 가져오므로 결(結)이라 하며, 중생을 따라 다니면서 강요하므로 사(使)라고 함. 9결(結)과 10사(使)가 있다.

 

無始生死已來(무시생사이래) 無人能治此病者(무인능치차병자)

무시의 생사 이래 아무도 이 병을 고쳐주는 이가 없었으며,

(스스로 생사고해 속에 계속 머물면서 어느 누구하나 능히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常爲外道惡師所誤(상위외도악사소오)

항상 외도나 그릇된 스승=惡師에 현혹되어 있기에(잘못된 깃을 가기에)

 

외도(外道)=tīrthika, tīrtha-kara. 불교를 내도(內道)라고 하는데 대한 대칭으로, 대표적인 외도 사상가로는 육사외도(六師外道)가 있었다. 나중에는 다른 이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를 가리키는, 일반적으로는 불교 외의 종교 철학 내지는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나아가 정론(正論)에서 벗어난 삿된 이론이나 삿된 이론을 펴는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我今出世爲大醫王(아금출세위대의왕) 集諸法藥汝等當服(집제법약여등당복)

'내가 이제 세상을 벗어나는 대의왕(mahāvaidyarāja)이 되어 (제법에 대한 참된 가르침의) 온갖 법약(dharmabhaiṣajya)을 다 모았으니, 그대들은 이 약을 마땅히 복용하라' 하셨으니

 

是故佛說(시고불설)  摩訶般若波羅蜜經(마하반야바라밀경)

이러한 까닭에 부처님께서 '마하반야바라밀경' 을 설하신 것입니다.


復次有人念言(부차유인념언) 佛與人同亦有生死(불여인동역유생사)

實受飢渴(실수기갈) 寒熱老病苦(한열노병고)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여 말하기를, ‘부처님도 다른 사람과 다름이 없이 생사가 있어서, 실로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늙음과 병듦 등의 괴로움을 겪는다.’

 

佛欲斷彼意故(불욕단피의고) 說是摩訶般若波羅蜜經(설시마하반야바라밀경)

부처님께서 그러한 그들의 생각을 끊어 주기 위하여 '마하반야바라밀경'에서 말씀하셨으니,

 

示言(시언) 我身不可思議(아신불가사의) 梵天王等諸天祖父(범천왕등제천조부)

'나의 몸은 헤아릴 수 없는 불가사의한 것이며, 범천왕 등 모든 하늘의 할아버지도 

 

於恒河沙等劫中(어항하사등겁중) 欲思量我身(욕사량아신) 尋究我聲(심구아성)

不能測度(불능측도)

항하의 모래수 만큼 많은 겁 동안(오랫동안) 나의 몸을 헤아려 보거나, 나의 음성을 밝히려 하였으나 끝내 찾을 수 없었나니, 

 

況我智慧三昧(황아지혜삼매)? 如偈說(여갈설);

하물며 나의 지혜와 삼매이랴'고 하시고는 게송을 읊으셨습니다.

 

諸法實相中(제법실상중)

모든 법의 진실한 모습을
諸梵天王等(제범천왕등)

모든 범천왕들을 비롯하여

一切天地主(일체천지주)

일체 천지의 주인들(왕들이)
迷惑不能了(미혹불능료)
모두 미혹되어서 누구도 분명히 알지 못하네.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에 대해


此法甚深妙(차법심심묘)

이 법=참된 가르침은 심히 깊고 미묘하여
無能測量者(무능측량자)

헤아릴 이가 없건만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능히 이해할 수 없지만)
佛出悉開解(불출실개해)

부처님이 나타나셔서 모두 보여 주노니 (일체세간을 벗어날 수 있도록 부처님이 불도(佛道)를 열어주시나니)
其明如日照(기명여일조)

마치 밝은 해가 환히 비치는 것과 같도다.

 

又如佛初轉法輪時(우여불초전법륜시) 應時菩薩從他方來(응시보살종타방래)

또한 부처님께서 轉法輪=처음으로 법륜을 굴리실 때, 그 때에 다른 세계로부터 보살들이 와서 

 

欲量佛身(욕량불신) 上過虛空無量佛剎(상과허공무량불찰)

부처님의 몸을 헤아려 보고자, 위의 허공으로 한량없는 불세계(buddha-kṣetra)를 지나 

 

불세계[佛刹]=부처님이 계시는 국토, 부처님의 세계, 또는 부처님이 교화하는 국토. 불국토(佛國土), 불토, 범찰(梵刹)이라고도 한다. 정토(淨土)는 원래 불찰이지만, 예토(穢土)도 역시 부처님의 교화와 이익을 받는 곳이므로 불찰에 해당한다. 또 사원(사찰-절)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즉 佛土(佛刹)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①'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이 사는 청정한 세계라는 의미와 ②부처님이 미(迷)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출현하시는 미(迷)의 세계, 부처님이 교화(제도)의 대상인 세계도 '불토(佛土)'라고 부른다.  

 

至華上佛世界(지화상불세계) 見佛身如故(견불신여고) 菩薩說言(보살설언)
화상불 세계에까지 이르러서도 부처님의 몸은 전과 다름없어 보였으므로, 그 보살이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습니다.

虛空無有邊(허공무유변) 佛功德亦爾(불공덕역이)

허공이 (정해진) 끝이 없듯이, 부처님 공덕도 그러하시니

設欲量其身(설욕량기신) 唐勞不能盡(당노불능진)
부처님 몸을 재어보려 했으나(헤아려 보려하였으나), 공연한 헛수고에 그쳤네.


上過虛空界(상과허공계) 無量諸佛土(무량제불토)

위로 한없는 허공을 지나 무량한 세계를 지났으나

見釋師子身(신석사자신) 如故而不異(여고이불이)
석가모니 사자왕의 몸, 여전히 다름이 없으시니.

佛身如金山(불신여금산) 演出大光明(연출대광명)

부처님의 몸은 금산과 같아, 큰 광명을 한없이 펼쳐내시고

相好自莊嚴(상호자장엄) 猶如春華敷(유여춘화부)

32 상호로 스스로를 장엄하심이, 마치 봄날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듯 하시네.

 

*금산(金山)수미산의 바로 앞을 감싸고 있는 금위산(金圍山).

 

如佛身無量光明(여불신무량광명) 音響亦復無量(음향역부무량)

마치 부처님의 몸매가 한량이 없듯이 광명과 음성의 울림 역시 한량이 없으시고 

 

戒定慧等諸佛功德(계정혜등제불공덕) 皆悉無量(개실무량)

계ㆍ정ㆍ혜 등을 비롯한 모든 부처님의 공덕들도 한량이 없으시니,

 

如'密迹經'中三密(여'밀적경'중삼밀) 此中應廣說(차중응광설)

밀적경에서 말씀하신 3밀과 같으니, 여기에서도 마땅히 자세히 설하시는 것입니다.

 

三密(삼밀)= 손으로 인계(印契)를 맺는 신밀(身密), 입으로 진언(眞言)을 외는 구밀(口密), 마음으로 본존(本尊)을 바라보는 의밀(意密)을 통틀어 이르는 말.

삼밀의 행법은 우리의 몸·입·뜻의 삼업(三業)이 본래 부처의 삼밀과 동등하여 차별이 없음을 깨닫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 실천적 수행방법으로는 손으로 인(印:진리와 깨달음의 세계를 표시함.)을 결(結:손으로 印의 모양을 맺는 것)하고 입으로는 진언을 외우며, 뜻으로 자기가 본래 부처임을 알아서 중생과 부처는 본성이 본래 같고 범부와 부처의 본체가 동일하다는 것을 관하게 된다.
이와 같은 수행을 계속하여 정신이 통일되면 중생의 삼업이 부처의 삼밀과 상응 일치하고 서로 걸림이 없으며, 수행자가 곧 불(佛)에 들어가고 부처가 나에게 들어오는 일여(一如)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현교(顯敎)에서는 중생의 신·구·의를 삼업이라 하고, 부처의 신·구·의를 삼밀이라고 구분하지만, 밀교에서는 부처와 중생의 양면에서 신·구·의 삼밀을 생각한다.
부처의 신·구·의 삼업의 활동은 매우 미묘하여 범부로서는 알 수 없는 경계이므로 삼밀이라고 한다. 우주의 본체를 인격화한 것이 법신(法身)여래이므로 그 신밀(身密)은 우주의 전체적 활동이고, 어밀(語密)은 우주 속의 온갖 언어·음성의 활동이며, 의밀(意密)은 우주의 온갖 정신활동을 말한다.
그리하여 삼밀은 각각 서로 융합되어 찰나에 신밀과 어밀과 의밀을 갖추게 된다. 잠깐의 의밀에도 한 생각에 신밀과 의밀을 갖추며, 한 구절의 어밀에도 신밀과 의밀을 갖춘다.

중생편에서 보면 중생과 부처가 그 체(體)에서 일체불이(一體不二)이므로 중생도 부처와 같이 미묘한 삼업의 활동이 있지만, 오직 수련한 이만이 아는 세계이고 범부로서는 알 수 없는 세계라 하여 삼밀이라 한다. 우리 나라 불교에서의 삼밀가지 수행법은 고려시대에는 성행하였으나, 조선시대가 되면 불의 삼밀 중 구밀 또는 어밀에만 일치하려는 진언(眞言)이 성행하였다.
오늘날의 우리 나라 불교에서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삼밀가지법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다만 영혼천도 때의 관욕(灌浴) 의식에서는 삼밀가지를 행하고 있다. 삼밀가지의 수행법은 자신의 존재를 우주와 일치시켜 인식하려는 사고양식을 낳게 하였다.